던전 탐험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어둠은 덩어리진 묵처럼 깔려 있었다. 숨 막히는 지하의 공기가 폐부를 짓눌렀지만, 류진은 익숙했다. 늘 그랬듯, 그의 시선은 희미한 마법 램프 불빛 아래에서도 춤추는 먼지 하나 놓치지 않았다. 이곳은 이름 없는 던전의 37층. 지상은 이미 오래전 버려진 신화 속 이야기 같은 곳이었다.

“류진! 큰일 났어!”

한별의 다급한 목소리가 묵직한 돌벽 사이를 울렸다. 발소리마저 불안정하게 들렸다. 류진은 읽고 있던 고대 문자가 새겨진 벽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느릿하게 대꾸했다.

“무슨 일인데, 한별아. 또 희귀 몬스터라도 놓쳤어?”

“그런 한가한 소리 할 때가 아니야! 카엘 님, 카엘 님이…!”

류진은 그제야 몸을 돌렸다. 한별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등 뒤에 짊어진 거대한 대검이 무색할 만큼, 그녀의 어깨는 잔뜩 움츠러들어 있었다.

“무슨 일인지 똑바로 말해.”

류진의 낮은 목소리에 한별은 겨우 진정하며 말을 이었다. “카엘 님께서… 돌아가셨어. 밀실에서.”

***

사건 현장은 던전의 가장 깊숙한 곳, 고대 제단을 품고 있는 듯한 육각형의 석실이었다. 묵직한 돌문은 이미 부서진 채 안쓰럽게 기울어져 있었다. 탐사대원 몇 명이 굳은 얼굴로 석실 안을 응시하고 있었고, 그들의 시선 끝에는 쓰러진 시신이 있었다.

석실 안은 놀랍도록 깨끗했다. 마치 시간을 멈춰놓은 듯, 모든 것이 정돈되어 있었다. 그 흔한 먼지조차 보이지 않는 으스스한 청결함. 류진은 부서진 문턱을 넘어섰다. 발소리가 돌바닥에 탁하게 울렸다.

“저기예요, 류진 님. 카엘 님 시신.”

한별이 귓가에 속삭였다. 석실 중앙, 고대 문양이 새겨진 제단 옆에 카엘이 쓰러져 있었다. 푸른빛이 감도는 마법 램프가 그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었다. 등 뒤에는 짧고 날카로운 단검이 깊숙이 박혀 있었다. 피는 이미 굳어 검붉은 자국을 남겼다. 그의 손은 제단을 향해 뻗어 있었고, 그 자세는 마치… 무언가를 잡으려다 멈춘 듯 부자연스러웠다.

“이 방은 완벽한 밀실이었습니다.” 탐사대장을 맡은 알리샤가 차분하지만 경직된 목소리로 말했다. “카엘 님께서 홀로 들어가신 후, 안에서 걸쇠가 잠겼어요. 외부에서는 절대 열 수 없는 구조였죠. 아무리 강력한 마법사라도 내부의 잠금장치를 해제할 수는 없습니다. 외부에는 그 어떤 틈도 없었고요. 우리가 문을 부수고 들어간 겁니다.”

“비명 소리는 들렸습니까?” 류진이 물었다.

“네.” 알리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문을 닫으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짧고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렸어요. 하지만 문이 너무 견고해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석실의 벽면에는 고대 문자들이 빼곡히 새겨져 있었다. 알아볼 수 없는 상형문자와 기하학적인 도형들이 어둠 속에서 흐릿하게 빛나는 듯했다.

“스승님… 스승님이 이렇게 돌아가시다니!” 카엘의 제자인 제이콥이 흐느끼며 벽에 기대섰다. 그의 얼굴은 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누가… 대체 누가 이런 짓을…!”

그 옆에는 카엘과 라이벌 관계에 있던 탐험가, 엘리엇이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시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결국 저렇게 될 줄 알았지. 너무 많은 것을 좇았어.” 엘리엇의 목소리에는 동정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류진은 현장을 천천히 훑었다. 그의 시선은 발끝부터 천장까지, 그리고 다시 시신으로 향했다.

“카엘 님은 항상 저 안에서 혼자 연구하고 명상하시곤 했습니다.” 알리샤가 덧붙였다. “중요한 유물을 발견하면 늘 그러셨어요. 저희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고요.”

“흠.” 류진은 카엘의 시신 가까이 다가갔다. 박혀 있는 단검은 흔한 것이 아니었다. 손잡이에는 낯선 문양이 섬세하게 새겨져 있었다. 던전 몬스터를 사냥하는 용도로 쓰이는 날렵한 형태가 아니라, 의식용 단검에 가까워 보였다.

“이 단검은 누구의 것입니까?”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알리샤는 고개를 저었고, 제이콥은 흐느끼기만 했다. 엘리엇은 침묵했다.

류진은 바닥으로 시선을 내렸다. 석실의 바닥은 검은 화강암으로 되어 있었다. 미세한 흙먼지가 깔려 있었지만, 특정 구역은 유난히 깨끗했다. 마치 무언가가 오랫동안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처럼. 그는 천천히 손가락으로 바닥을 훑었다. 먼지 속에 희미하게 남은 얕은 홈.

그리고 그의 시선은 천장으로 향했다. 어둠이 짙은 천장에는 거미줄이 여기저기 쳐져 있었다. 던전 깊숙한 곳의 흔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류진의 눈에는 이상한 점이 포착되었다. 특정 구역, 정확히 시신이 있는 곳의 대각선 위쪽 천장에는 거미줄이 전혀 없었다. 마치 빗자루로 쓸어낸 것처럼 깨끗했다.

“비명 소리 말인데… 짧고 날카로웠다고 했죠?” 류진이 알리샤에게 다시 물었다.

“네. 한 번뿐이었어요. 그리고 곧바로 침묵이 찾아왔죠.”

류진은 생각에 잠겼다. 비명 소리가 들린 후 곧바로 침묵. 그리고 완벽하게 내부에서 잠긴 밀실.

그는 다시 고대 문자가 새겨진 벽으로 향했다. 단순히 장식인 줄 알았던 문자들이 그의 눈에는 퍼즐 조각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벽 전체에 새겨진 문양 중, 특정 패턴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었다. 어떤 것은 희미했고, 어떤 것은 비교적 선명했다. 그의 눈이 번뜩였다.

“이 방은 밀실이 아니었습니다.” 류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모든 시선이 류진에게로 향했다. 한별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네? 류진 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분명히 안에서 걸쇠가 잠겨 있었고….”

류진은 카엘의 시신을 다시 한 번 내려다봤다. 등 뒤에 박힌 단검, 그리고 제단을 향해 뻗은 부자연스러운 손. 그리고 천장의 깨끗한 부분, 바닥의 얕은 홈, 벽에 새겨진 반복되는 고대 문양.

“비명 소리는… 함정이었어요.” 류진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그것은 냉철한 통찰력이 번득이는 미소였다. “정확히 말하면, 이 방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트릭이었죠.”

그는 천장의 특정 지점과 바닥의 홈, 그리고 벽의 문양을 차례로 가리켰다.

“범인은 이 방 안에 있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이 방을 이용한 겁니다.”

류진의 말에 모두의 얼굴에 혼란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밀실 속 살인 사건의 진실이, 그의 입에서 실타래처럼 풀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 고대 문명은 놀라운 건축 기술과… 숨겨진 기계 장치를 가지고 있었어요. 이 석실은 겉보기와는 다르게, 특정한 조건에서….”

류진의 시선이 탐사대원들을 훑었다. 그리고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다음 순간, 모두의 숨통을 조이는 섬뜩한 진실이 드러날 참이었다.

“범인은… 이 트릭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