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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2화: 폐허의 심장, 그리고 고철 식인자의 아귀

녹슨 금속의 비명 소리가 바람에 실려 귓전을 스쳤다. 카인은 그 소리에 익숙했다. 수십 년 전의 대재앙 이후, 이 세상 모든 소리는 그렇게 삐걱거리고, 부서지고, 고통스럽게 변질되어 버렸다. 발아래 부스러지는 파편들을 조심하며, 그는 잿빛 하늘 아래 잠들어 있는 거대 도시, 아키움의 외곽을 가로질렀다. 한때 문명의 정점이었을 이 도시는 이제 고철 더미와 먼지, 그리고 죽음의 침묵으로 가득했다.

식량은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였다. 며칠째 입에 넣은 것이라고는 빗물에 젖은 건조육 조각과 씁쓸한 야생 뿌리 몇 개가 전부였다. 뱃속에서는 공복이 날카롭게 울부짖었고, 온몸의 근육은 한계에 다다른 듯 경고음을 울렸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그는 아키움의 지하 도시, 이 지상의 폐허와는 비교할 수 없는 보물과 위험이 공존하는 미지의 영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오래된 정보에 따르면, 그곳에는 아직 가동되는 발전 시설이 남아있다고 했다. 어쩌면 작동하는 통신 장비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카인의 눈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무너진 고층 건물들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 거리, 뒤틀린 철골들이 뼈처럼 솟아오른 잔해들, 그리고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미지의 위협들. 이 폐허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굶주린 시선들로 가득했다. 그의 손은 허리춤에 찬 파편도, 녹슨 금속 조각을 엮어 만든 투박하지만 날카로운 생존용 칼날에 자연스럽게 닿아 있었다.

“젠장, 냄새가…”

코끝을 스치는 희미한 역한 쇠 비린내에 카인은 걸음을 멈췄다. 금속이 부식되는 냄새와는 달랐다. 생명체의 피비린내가 섞인, 기분 나쁜 악취. 그는 무릎을 굽히고 땅바닥을 살폈다. 희미하게 남은 핏자국, 그리고 긁힌 자국들. 단순한 동물이라고 하기엔 너무 깊고 거칠었다. 지난 밤새 비가 내렸는데도 이렇게 흔적이 선명하다는 건, 얼마 지나지 않은 일이라는 증거였다.

숨을 죽이고 주위를 경계했다. 심장이 날카로운 북소리처럼 가슴을 울렸다. 그는 발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하며 무너진 버스 잔해 뒤로 몸을 숨겼다. 버스의 녹슨 창문 틈으로 반대편 건물을 응시했다. 무너진 벽면 사이로 거대한 그림자가 일렁였다.

“쳇, 하필이면 이놈들이…”

카인의 입에서 낮은 욕설이 터져 나왔다. 그림자의 정체는 ‘고철 식인자’였다. 대재앙 이후, 폐기된 기계들과 유기물이 뒤섞여 탄생한 끔찍한 괴물. 육중한 몸체는 뒤틀린 철골과 부식된 금속판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 썩어가는 살점과 신경 다발이 꿈틀거렸다. 마치 거대한 바퀴벌레처럼 납작하면서도 비정상적으로 길쭉한 몸체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관절과 날카로운 집게발이 달려 있었다. 그들의 유일한 목적은 먹이를 찾아 이 폐허를 헤매는 것. 그리고 그들의 먹이는, 불행히도, 인간을 포함한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었다.

고철 식인자 한 마리가 비틀거리며 잔해 사이를 지나갔다. 녀석의 움직임은 둔해 보였지만, 막상 사냥에 들어가면 놀라운 속도와 잔인성을 드러냈다. 녀석의 여러 개의 눈알은 사방을 훑고 있었다. 카인은 몸을 납작하게 웅크렸다. 바람이 불어왔고, 그의 체취가 녀석에게 닿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운명은 그에게 그리 자비롭지 않았다. 고철 식인자가 멈춰 섰다. 녀석의 몸을 이루는 금속판 사이에서 ‘끼이익’ 하는 불쾌한 마찰음이 울렸다. 그리고는 가장 앞쪽의 집게발이 천천히, 카인이 숨어있는 버스 쪽으로 향했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을 더듬는 것처럼.

*젠장, 어떻게 알았지?*

카인의 등골을 오싹한 냉기가 훑고 지나갔다. 녀석은 시각뿐만 아니라, 미약한 진동이나 열기까지 감지하는 능력이 있었다. 그는 이미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있었다. 도망칠 수는 없었다. 폐허가 된 도시에서 고철 식인자에게 쫓기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매복이든, 정면 승부든, 일단 마주해야만 했다.

고철 식인자의 집게발이 버스 외벽을 긁는 순간, 카인은 벼락같이 몸을 날렸다. 낡은 버스의 철판이 찢어지는 소리와 동시에 그는 괴물의 사각지대, 육중한 몸통의 아래로 파고들었다. 녀석의 약점은 명확했다. 뒤틀린 금속 껍질 안쪽에 드러난, 비교적 부드러운 살점.

“크아악!”

카인은 파편도를 휘둘렀다. 낡은 칼날이 고철 식인자의 다리 관절에 박혔다. 녀석의 몸에서 검은 피 같은 기름이 뿜어져 나왔다. 괴물은 고통에 찬 쇳소리를 지르며 몸을 뒤척였다. 묵직한 다리 하나가 허공을 휘둘렀고, 카인은 간발의 차이로 피했다. 그가 피한 자리에 거대한 집게발이 떨어지며 아스팔트를 박살 냈다.

숨을 쉴 틈도 없이, 카인은 칼날을 뽑아 다른 다리의 관절을 노렸다. 녀석은 빠르게 몸을 회전하며 카인을 향해 거대한 집게발을 뻗었다. *피할 수 없다!* 카인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억센 충격이 왼쪽 어깨를 강타했다.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이 전신을 꿰뚫었다. 파편도가 손에서 미끄러졌다.

“커헉!”

카인은 폐허 더미 위로 날아갔다. 옆구리를 강타한 통증에 숨이 막혔다. 겨우 몸을 일으키자, 고철 식인자가 천천히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녀석의 여러 개의 눈이 마치 기계처럼 차갑게 빛났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이렇게 끝낼 수는 없어.*

피가 입안에 고였다. 카인은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부서진 건물 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 어깨에서는 끔찍한 통증이 밀려왔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있었다.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파편도는 고철 식인자에게 빼앗긴 상태였다.

녀석이 기둥 뒤로 다가왔다. 거친 쇳소리가 진동처럼 울렸다. 카인은 허리춤에 남아있던 마지막 수류탄을 움켜쥐었다. 일반 수류탄이 아니었다. ‘섬광 충격탄’. 폭발과 함께 강력한 섬광과 진동을 일으켜 목표를 무력화시키는 임시방편 무기였다. 그는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고철 식인자의 거대한 집게발이 기둥을 부수고 나타났다. 녀석의 머리가 바로 눈앞에 드러났다. 여러 개의 눈이 카인을 응시하고 있었다.
“지금이다!”

카인은 섬광 충격탄의 안전핀을 뽑아 괴물의 눈 바로 앞에 던졌다.
*쾅!*
눈을 태워버릴 듯한 백색 섬광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고막을 찢을 듯한 충격파가 울렸다. 고철 식인자는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 온몸의 금속판이 부딪치며 날카로운 소음을 냈다. 녀석의 여러 눈에서는 검은 액체가 흘러나왔다. 잠시나마 시각과 청각을 잃은 괴물은 방향 감각을 상실한 채 제 몸을 부딪치며 포효했다.

카인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비틀거리는 몸을 일으켜 땅에 떨어진 파편도를 다시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고철 식인자의 가장 취약한 부위, 즉 머리 한가운데에 있는 반쯤 노출된 핵 같은 부분을 향해 전력을 다해 뛰어들었다.

“죽어라!”

파편도가 괴물의 핵에 박히는 순간, 녀석의 몸을 이루던 금속들이 산산조각 나는 듯한 소리를 내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핵에서 뿜어져 나오던 푸른 빛이 깜빡거리더니 이내 꺼졌다. 거대한 몸체가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육중한 금속들이 땅에 떨어지는 굉음이 폐허에 울려 퍼졌다.

카인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무릎을 꿇었다. 왼쪽 어깨에서는 욱신거리는 통증이 전해져 왔다. 피 묻은 파편도를 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가까스로 죽음을 면했지만, 그의 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그러나 승리감에 젖을 새도 없었다. 이 폐허에는 고철 식인자 말고도 수많은 위협들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부서진 고철 식인자의 시체에서 쓸 만한 부품이 없는지 대강 살펴보았다. 없었다. 그저 녹슨 금속과 썩은 살점뿐. 카인은 몸을 일으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목표는 여전히 아키움 지하 도시의 입구였다.

얼마 후, 그는 마침내 낡은 콘크리트 구조물 앞에 섰다. 무너져 내린 건물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벙커 형태의 입구였다. 거대한 철문은 두께만 해도 몇 미터는 되어 보였다. 표면에는 희미하게 고대 아키움 문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하아… 도착했군.”

카인은 주저앉아 무릎을 끌어안았다. 폐쇄된 철문 틈새로 스며 나오는 싸늘한 공기가 느껴졌다. 어쩌면 이 문 안쪽이 죽음보다 더한 지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아가야만 했다.

온몸을 짓누르는 고통 속에서도, 카인은 철문 틈새에 숨겨진 비밀 버튼을 찾아냈다. 손가락으로 더듬어 누르자, 거대한 문에서 낡은 기계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끼이이이잉…’ 육중한 철문이 느릿느릿 열리며, 어둠 속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쪽에서는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쇠붙이 냄새가 풍겨왔다.

카인은 어둠 속으로 한 발짝 내디뎠다.
통로 안쪽은 고요했다. 그러나 그 고요함 속에서 무언가 낯선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단순한 환청이 아니었다. 아주 약하게, 하지만 분명히 감지되는 *윙* 하는 낮은 울림. 마치 거대한 기계 장치가 심장 박동처럼 규칙적으로 작동하는 소리 같았다.

카인은 걸음을 멈췄다. 어깨의 통증조차 잊은 채, 그는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통로 벽면에 새겨진, 빛을 잃은 듯 보였던 고대 아키움 문양 하나가, 그의 눈앞에서 아주 희미하게, 푸른빛을 띠며 깜빡이는 것을 보았다. 마치 잠든 고대 문명이, 다시 깨어나고 있다는 듯이.

그것은 희망의 신호였을까, 아니면 또 다른 절망의 전조였을까. 카인은 알 수 없었다. 그저 파편도를 꽉 움켜쥐고, 알 수 없는 울림이 퍼져 나오는 어둠의 심장을 향해 나아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