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어둠 속의 메아리

삭막한 도심의 잔해 위로 붉은 해가 간신히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나 빛은 먼지구름에 가로막혀 지상까지 온전히 닿지 못했고, 세상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어스름 속에 잠겨 있었다. 강민은 망가진 오토바이 잔해를 발로 툭 차며 멈춰 섰다. 텅 빈 눈동자에 비친 풍경은 언제나 똑같았다. 뒤틀린 철골 구조물, 검게 그을린 빌딩 외벽, 유리 없는 창문들이 뼈대처럼 앙상하게 드러난 채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폐허가 된 세상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오직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만이 쇳소리를 내며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갈 뿐이었다.

“너무 조용하잖아.”

나지막한 지나의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그녀는 낡은 돌격소총을 꽉 쥔 채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날카로운 눈동자가 흔들림 없이 좌우를 훑었다.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대로였다. 이런 고요함은 오히려 더 위험한 징조였다.

“그럼 뒤로 물러설까?” 강민은 굳이 물어볼 필요 없는 질문을 던졌다.
지나는 대답 대신 한숨을 쉬었다. “수아의 보조 코어는 거의 다 닳았어.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거 너도 알잖아.”

강민은 대답 대신 앞만 응시했다. 수아, 그의 유일한 가족이자 살아가는 이유. 그녀가 생명유지장치에 필요한 특수 동력 코어는 이곳, ‘구(舊) 중앙 연구 단지’에만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오래전 재앙이 휩쓸고 지나간 후, 이 연구 단지는 폐쇄되었고, 이후 누구도 발을 들이지 않은 성역처럼 남아있었다. 동시에 가장 위험한 미지의 장소이기도 했다.

“가자.”

강민은 묵묵히 발걸음을 옮겼다. 낡은 방수 재킷 주머니 속에서 작은 탐지기가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생체 신호는 감지되지 않지만, 강력한 에너지원의 잔류파가 잡힌다고 했다. 그게 바로 수아의 코어일 수도 있었다.

낡은 철문은 먼지로 뒤덮여 있었고, 굳게 잠겨 있었다. 자물쇠는 녹슨 채 엉겨 붙어 있었다. 강민은 허리춤에서 전동 절단기를 꺼냈다. 날카로운 굉음이 정적을 찢었다. 콰앙! 자물쇠가 부서지며 철문이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안쪽은 더 깊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저절로 열린 문이 가장 위험한 법인데.” 지나가 중얼거렸다.
“안 열리면 더 위험하겠지.” 강민은 어깨를 으쓱하며 낡은 손전등을 켰다. 좁고 희미한 빛줄기가 복도를 따라 길게 뻗어나갔다. 복도 양옆으로는 굳게 닫힌 강철문들이 늘어서 있었다.

축축하고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먼지가 발걸음마다 뽀얗게 일어났다. 강민은 권총을 꽉 쥐었다. 그들의 발소리만이 고요한 복도를 울렸다. 지나의 소총이 묵직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쯤 걸었을까. 탐지기가 더욱 강하게 깜빡였다. 바로 앞, 굳게 닫힌 이중 잠금 장치로 되어있는 문에서 강력한 에너지파가 감지되고 있었다.

“찾은 것 같아.” 강민의 목소리에 희미한 희망이 깃들었다.
지나는 문을 유심히 살폈다. “이 문, 뭔가 이상해.”
강민도 지나의 시선을 따라 문을 바라봤다. 자세히 보니, 문의 가장자리에 희미한 긁힌 자국들이 보였다. 마치 날카로운 발톱 같은 것으로 긁어댄 흔적이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검붉은 얼룩이 드문드문 묻어 있었다.

“피인가?” 강민이 손전등을 가까이 댔다.
그 순간이었다.

**철컥!**

뒤편에서 둔탁한 금속음이 들렸다. 그들이 들어왔던 입구의 철문이 닫히는 소리였다. 강민과 지나는 동시에 몸을 돌렸다. 어둠 속에서 빛은 미치지 못하는 곳, 복도의 끝이 사라졌다. 그제야 강민은 깨달았다. 그들은 너무 깊이 들어왔다.

“젠장.” 지나가 욕설을 내뱉으며 총구를 겨눴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발소리도 없이, 마치 그림자처럼 미끄러지듯 다가오는 기척. 강민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변종인가?’

이 폐허 속에서 살아가는 가장 위험한 존재들. 재앙 이후 돌연변이 된 생명체들은 예측 불가능하고 잔인했다.

**스윽.**

어둠 속에서 붉은 눈 두 개가 번뜩였다. 강민은 반사적으로 총을 발사했다. **탕! 탕! 탕!** 불꽃이 어둠을 잠시 밝히고, 총알이 벽에 박히는 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아무것도 쓰러지지 않았다. 놈은 총알을 피한 건지, 아니면 아예 맞지 않은 건지조차 알 수 없었다.

“이쪽이다!” 지나가 외치며 총구를 반대편으로 돌렸다. **타다당!** 기관총 소리와 함께 섬광이 터졌다. 여러 개의 붉은 눈들이 보였다. 최소 세 마리 이상이었다.

강민은 땀이 흘러내리는 손으로 권총을 꽉 쥐었다. 상대는 어둠에 완벽하게 적응한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마치 유령처럼 움직였다. 강민의 손전등 빛이 겨우 놈들의 실루엣을 비췄다. 비정상적으로 길고 앙상한 사지, 뒤틀린 관절, 그리고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붉은 눈동자.

한 놈이 순식간에 지나에게 달려들었다. 강민은 망설이지 않고 몸을 날렸다. **퍽!** 놈의 손톱 같은 발톱이 강민의 방어구를 긁었다. 날카로운 파열음이 들리고, 방어복이 찢어지며 살점이 드러났다. 뜨거운 통증이 팔을 타고 올라왔다.

“강민!” 지나가 소리쳤다.

강민은 아픔을 참으며 놈의 목을 잡고 벽으로 밀쳤다. **쿵!** 벽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 하지만 놈은 비명 한 번 지르지 않고 강민의 목을 향해 발톱을 휘둘렀다. 강민은 고개를 숙여 간신히 피했다. 섬뜩한 바람이 귓가를 스쳤다.

“저 문으로 가자!” 강민이 외쳤다. 눈앞의 변종을 밀쳐내고, 그는 필사적으로 이중 잠금 장치 문으로 향했다. 탐지기는 여전히 그곳에서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수아의 코어는 저 안에 있었다.

지나는 남아있는 변종들을 향해 총격을 퍼부었다. **타다당!** 한 마리가 비틀거렸지만, 쓰러지지 않고 더욱 사납게 달려들었다. 그녀는 탄창을 갈아 끼우며 강민을 엄호했다.

강민은 문을 두드렸다. 육중한 강철 문은 미동도 없었다. 잠금장치는 기계식인 것 같았다. 그의 절단기는 이미 배터리가 거의 방전된 상태였다. 이걸로는 안 돼.

**쉬이익-**

또 다른 변종이 천장에서 기습적으로 내려왔다. 강민은 몸을 숙였다. 놈의 날카로운 팔이 그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등에 소름이 돋았다.

“젠장, 끝이 없잖아!” 지나가 절규하듯 외쳤다. 그녀의 탄약도 얼마 남지 않은 듯했다.

강민은 몸을 돌려 변종의 복부를 발로 걷어찼다. **퍽!** 놈은 뒤로 밀려났지만, 금세 균형을 잡고 달려들었다. 그때였다. 강민의 손에 들린 탐지기가 미친 듯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강한 에너지파가 문 안쪽에서 터져 나오듯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지이잉-!**

문 안쪽에서 기계음이 울렸다. 굳게 닫혀있던 강철문이 천천히, 삐걱거리며 열리기 시작했다. 강민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문을 바라봤다. 안에서 누군가 문을 열어준 것인가? 아니면…

문이 완전히 열리자, 안쪽에서 더욱 강력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황금빛이 감도는 밝은 빛이었다. 변종들은 그 빛을 싫어하는 듯 움찔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안으로!” 강민은 지나를 향해 외쳤다.
지나는 남아있는 변종들을 향해 마지막 탄창을 비우고, 강민의 뒤를 따랐다. 둘은 간신히 그 방 안으로 몸을 던졌다.

**콰앙!**

뒤에서 닫히는 육중한 강철문의 소리가 복도 전체를 뒤흔들었다. 변종들의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벽 너머에서 들려왔지만, 이곳까지 닿지는 못했다.

강민은 바닥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팔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지나는 총을 떨어뜨린 채 벽에 기대어 흐트러진 숨을 고르고 있었다.

“대체… 뭐야…” 지나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강민은 손전등을 켰다. 방 안은 생각보다 넓었다. 연구실로 보이는 이 공간에는 정체불명의 장비들이 가득했고, 중앙에는 거대한 원통형 장치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장치의 정면에, 작고 투명한 유리 케이스 안에, 눈부신 푸른빛을 발하는 작은 구형 코어가 들어 있었다. 수아가 필요로 하는, 바로 그것이었다.

강민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희망이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코어 옆에 놓인 작은 패널로 향했다. 패널에는 방금 그들이 들어왔던 문을 제어하는 버튼이 있었다. ‘자동 개방’이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설마…” 지나도 패널을 발견한 듯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문이 저절로 열린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그들을 이 안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강민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넓은 연구실의 가장 안쪽, 거대한 장비들 사이의 그림자 속에서, 희미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삐빅.**

낮고 둔탁한 전자음이 정적을 갈랐다.

그리고 그림자 속에서, 붉은 눈 두 개가 천천히 번뜩였다. 변종의 눈동자와는 다른, 차갑고 기계적인 섬광이었다. 놈은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부터, 줄곧. 그들이 이 방에 들어설 순간을 기다리면서.

강민은 본능적으로 권총을 겨눴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지금껏 마주했던 어떤 변종보다도, 이 차가운 시선이 주는 공포는 훨씬 더 컸다.

이곳은 단순한 연구 시설이 아니었다.

사냥터였다. 그리고 그들은, 막 사냥꾼의 함정에 발을 들여놓은 먹잇감이었다.

어둠 속에서 메아리처럼 낮은 음성이 들려오는 듯했다.

_환영한다, 새로운 손님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