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니메이션 대본 & 스토리보드: 에테르 거울의 밀실 살인
### 프롤로그: 천공의 도시 아르카나
**SCENE 1**
**장소:** 천공의 도시 아르카나 상공, 일출
**시간:** 새벽
[시작은 고요하다. 구름 해일 위로 솟아오른 거대한 도시, ‘아르카나’의 전경이 펼쳐진다. 웅장한 첨탑들이 하늘을 뚫을 듯 솟아있고, 첨탑 사이를 이어주는 수정 다리들이 햇빛을 받아 무지개처럼 빛난다. 도시 중앙에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는 ‘마법 학술원’의 본관, ‘솔레임의 탑’이 우뚝 서 있다. 마법의 힘으로 부유하는 도시의 광경은 그 자체로 경이롭다.]
**내레이션 (카르엔,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
세상에는 두 종류의 진실이 존재한다. 하나는 눈에 보이는 것, 다른 하나는 보이지 않는 것.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진실만을 좇지만, 때로는 보이지 않는 진실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 특히, 완벽해 보이는 환상 뒤에 숨겨진 진실은 더욱 그러하다.
[카메라는 서서히 솔레임의 탑 정상,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한 서재의 창문으로 줌인한다. 창문은 복잡한 마법 문양으로 봉인되어 있고, 그 문양 위로 새벽의 푸른빛이 희미하게 번진다. 정적 속에서 불길한 기운이 감돈다.]
### 1화: 봉인된 비극
**SCENE 2**
**장소:** 솔레임의 탑, 대마법사 솔레임의 서재
**시간:** 아침
[정교하게 조각된 묵직한 오크나무 문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문에는 고대 마법의 수호 문양이 붉은색으로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 문 밖에는 ‘기사단장 렌’이 굳은 표정으로 서 있고, 그 옆에는 학술원 최고 책임자인 ‘학장 엘레노아’와 ‘시종장 페르난’이 초조한 얼굴로 대기하고 있다.]
**엘레노아 (급박하게):**
대체 어찌 된 일입니까, 렌 기사단장? 솔레임 대마법사님께서 응답이 없으신 지 벌써 세 시간이 넘었습니다!
**렌 (침착하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
밤새도록 탑의 모든 경계는 완벽했습니다, 학장님. 이 서재의 마법 봉인도 대마법사님께서 어젯밤 직접 내리신 것입니다. 외부로부터의 침입은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내부에서도 반응이 없습니다.
**페르난 (손을 비비며):**
아침 식사 시각이 한참 지났는데… 혹시, 건강에 문제가 생기신 것은 아닐까요? 노환이 있으시니…
**엘레노아 (단호하게):**
솔레임 대마법사님은 그 어떤 질병에도 흔들리지 않으셨던 분입니다. 어서 문을 여시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렌 기사단장이 문 앞으로 나서더니, 검집에서 고대 은검을 뽑아든다. 검의 칼날에는 푸른 마나가 번개처럼 흐른다. 그는 검으로 문 위의 봉인 문양을 건드리자, 봉인 문양이 더욱 강렬하게 빛나며 저항한다. 강력한 마법의 반발력이 렌을 뒤로 밀쳐낸다.]
**렌:**
크윽…! 학장님, 대마법사님의 마법 봉인은… 제 검으로도 뚫을 수 없습니다. 이것은 외부의 침입을 막는 것을 넘어, 내부의 존재를 완벽히 격리시키는 봉인입니다.
**엘레노아 (경악하며):**
내부의 존재를 격리시킨다고요…? 그럼 설마…
[그때, 봉인 문양이 섬광을 터뜨리며 힘없이 사라진다. 문이 ‘끼이익’ 소리를 내며 천천히 안으로 열린다. 세 사람의 얼굴에 공포가 스친다.]
**SCENE 3**
**장소:** 솔레임의 탑, 대마법사 솔레임의 서재 내부
**시간:** 아침
[문이 열리자, 압도적인 크기의 서재 내부가 드러난다. 천장까지 닿는 거대한 책장들이 사방을 에워싸고, 고문서들과 마법 도구들이 가득하다. 중앙에는 빛나는 수정구슬과 고대 두루마리들이 놓인 거대한 작업대가 있다. 서재 전체는 창문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빛에 의해 푸르스름한 기운이 감돈다. 그러나, 그 가운데… 작업대 앞에 쓰러져 있는 ‘대마법사 솔레임’의 모습이 보인다. 그의 등에는 칠흑 같은 단검이 깊숙이 박혀 있고, 주변에는 검붉은 핏자국이 끔찍하게 번져 있다. 그의 눈은 공포에 질린 채 천장을 응시하고 있다. 그의 손에는 마법 봉인 해제에 쓰였을 법한, 고대 마법이 새겨진 아뮬렛이 쥐어져 있다.]
[렌 기사단장이 먼저 서재 안으로 조심스럽게 발을 들여놓는다. 엘레노아 학장과 페르난 시종장은 경악과 슬픔이 뒤섞인 표정으로 입을 틀어막는다.]
**엘레노아 (떨리는 목소리):**
말도 안 돼… 솔레임 대마법사님께서… 살해당하셨다고? 이 봉인된 서재 안에서?
**렌:**
서재의 모든 창문은 완벽하게 봉인되어 있습니다. 문은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이 없고, 봉인도 방금까지 완벽했습니다. 침입자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이것은… 밀실 살인입니다.
**페르난 (비명을 지르듯):**
대체… 누가… 누가 이런 짓을…!!
[렌 기사단장은 솔레임의 시신 주변을 꼼꼼히 살핀다. 작업대 위에는 아무렇게나 펼쳐진 고대 문헌과 함께, 낯선 물건이 눈에 띈다. 그것은 검은 에테르가 아른거리는 손바닥 크기의 작은 ‘거울’이었다. 거울은 이끼 낀 낡은 테두리 속에, 마치 우주를 담아낸 듯 심연의 검은색을 띠고 있었다.]
**렌:**
(중얼거린다) 이건… 에테르 거울? 대마법사님께서 연구하시던 그 미지의 유물인가?
**엘레노아 (렌의 어깨를 잡으며):**
렌 기사단장, 즉시 모든 경로를 봉쇄하시오! 그리고… 카르엔을 불러야 합니다. 이 미스터리를 풀 사람은 그분밖에 없습니다.
[카메라는 솔레임의 시신과, 그의 손에 쥐어진 아뮬렛, 그리고 작업대 위 에테르 거울에 초점을 맞춘다. 불길한 정적이 서재를 가득 채운다.]
**SCENE 4**
**장소:** 아르카나 외곽, 오래된 서고
**시간:** 오후
[어둡고 먼지 쌓인 서고. 햇빛조차 잘 들지 않는 구석, 고서들이 탑처럼 쌓여있는 곳에 한 남자가 앉아 있다. 그가 바로 ‘카르엔’이다. 그는 낡은 안경을 쓰고 고대 문헌을 읽고 있다. 그의 옷차림은 수수하고 평범하지만, 그의 눈빛은 날카롭고 깊다. 그의 옆에는 김이 나는 차 한 잔이 놓여있다.]
[서고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고, 렌 기사단장이 들어선다. 렌의 얼굴에는 피로와 함께 경직된 표정이 역력하다.]
**렌:**
카르엔 님.
[카르엔은 읽던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조용히 답한다.]
**카르엔:**
왔군, 렌. 자네의 표정을 보니, 평범한 사건은 아닌 모양이군.
**렌:**
솔레임 대마법사님께서… 살해당하셨습니다. 밀실에서.
[카르엔은 그제야 책을 덮고 안경을 벗어 내려놓는다. 그의 눈빛이 한층 더 깊어진다.]
**카르엔:**
솔레임 대마법사라… 아르카나에서 가장 강력한 방어 마법을 구사하는 분이셨지. 그분의 서재가 밀실이 되었다는 것은… 흥미롭군. 자세히 듣고 싶네.
**SCENE 5**
**장소:** 솔레임의 탑, 대마법사 솔레임의 서재
**시간:** 오후
[카르엔은 서재의 입구에 서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다. 그의 모습은 마치 명상하는 구도자 같다. 렌, 엘레노아, 페르난이 그를 지켜본다.]
**엘레노아:**
카르엔 님, 대마법사님의 시신은 이미 수습하여 안치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은 그대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카르엔은 아무 말 없이 서재 안으로 들어선다. 그의 발걸음은 조심스러우면서도 망설임이 없다. 그는 먼저 서재의 문과 창문들을 살펴본다. 손가락으로 문틀을 쓰다듬고, 창문의 봉인 흔적을 면밀히 관찰한다.]
**카르엔:**
이 문은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이 없군. 봉인도 완벽했고. 그리고 이 창문들… 강력한 봉인 마법이 걸려있었군. 이것은 외부의 침입을 원천 봉쇄하는 마법이야.
**렌:**
맞습니다. 봉인은 저희가 강제로 해제하기 전까지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카르엔은 솔레임이 쓰러져 있던 작업대 앞에 멈춰 선다. 바닥의 핏자국, 흐트러진 고문서들, 그리고 에테르 거울을 차례로 응시한다. 그는 거울을 들어 손으로 만져본다. 거울 표면에서 희미하게 검은 에테르가 일렁인다. 그는 거울을 얼굴 가까이 대고 유심히 들여다본다.]
**카르엔:**
(중얼거린다) 에테르 거울… 이 유물은…
[그는 손가락으로 거울의 뒷면을 조심스럽게 더듬는다. 거울 테두리의 미세한 틈새에 아주 작은, 거의 보이지 않는 흠집이 있음을 발견한다. 육안으로는 거의 식별 불가능한 흔적이었다. 그의 눈빛이 한층 더 예리해진다.]
**카르엔:**
범인은 이 서재 안에서 솔레임 대마법사를 살해했고, 그 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어떻게?
[그는 솔레임의 시신이 발견된 위치, 핏자국의 형태, 그리고 작업대 위의 물건들의 배열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 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핏자국 옆의 미세한 먼지 흐름과, 솔레임의 손에 쥐어져 있던 아뮬렛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카르엔:**
대마법사님의 손에 쥐여 있던 이 아뮬렛은… 이 방의 봉인을 해제하는 열쇠였을 테지. 하지만 봉인이 해제된 것은 우리가 문을 열기 직전이었고… 그분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엘레노아:**
즉, 대마법사님은 죽기 직전까지 이 봉인을 해제하려 하셨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미 늦었던 거죠.
**카르엔:**
(고개를 젓는다) 아니, 엘레노아 학장님. 이 아뮬렛은 봉인을 해제하는 용도가 아닙니다. 오히려, 봉인을 *강화*하거나 *활성화*하는 데 쓰이는 물건입니다. 대마법사님은 이 방을 열려 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 순간에 이 방의 봉인을 최대로 활성화하려 했던 겁니다.
[세 사람의 얼굴에 다시 한번 경악이 스친다.]
**렌:**
그럼 대마법사님은 살해당하기 직전, 스스로 이 방을 밀실로 만들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럼 범인은 어떻게…
**카르엔 (천천히 서재 중앙으로 걸어가며):**
그렇지. 문제는 거기부터 시작되지. 이 방은 완벽한 밀실이었다. 외부의 침입은 없었고, 대마법사님은 죽기 직전 방어를 위해 봉인을 더 강력하게 걸었을 뿐. 그렇다면 범인은… 이미 이 방 안에 있었다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아.
**페르난:**
하지만 저희는 대마법사님께서 서재로 들어가신 후, 그 누구도 들어가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밤새 탑의 경비는 철저했습니다.
**카르엔 (작업대 위의 에테르 거울을 다시 한번 응시하며):**
흠… 어젯밤 대마법사님께 찾아온 사람은 없었습니까? 외부에서 온 손님이라든가.
**페르난:**
아닙니다. 오직 저만이 대마법사님께 밤참을 가져다드렸을 뿐입니다. 그 외에는…
**엘레노아:**
아, 밤참이라니… 페르난 시종장, 어젯밤 대마법사님께 어떤 밤참을 가져다드렸습니까? 그리고 언제?
**페르난:**
밤 열 시 경, 대마법사님께서 즐겨 드시던 ‘별빛 사과 타르트’와 ‘밤하늘 차’였습니다. 제가 직접 가져다드렸고, 대마법사님께서는 서재 안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계셨습니다. 제가 문 앞에 내려놓자, 안에서 문을 살짝 여시어 받아가셨습니다.
**카르엔:**
그럼 그 순간, 문은 아주 잠시 열렸겠군.
**페르난:**
네, 아주 잠시였습니다. 제가 돌아서기도 전에 문은 다시 닫혔습니다.
**카르엔 (서재의 모든 책장, 모든 서랍, 모든 마법 도구들을 훑어본다. 그의 시선은 아무것도 놓치지 않는다. 그의 머릿속에서 모든 단서들이 빠르게 재조합되는 듯하다.):**
그렇다면 범인은 그때, 페르난 시종장님이 잠시 문을 열었을 때… 들어왔다는 말이 되는군. 하지만 페르난 시종장님은 아무도 보지 못했다고 했고, 대마법사님은 그 직후 스스로 봉인을 강화했으니…
[카르엔은 작업대 뒤편, 솔레임이 쓰러진 곳에서 몇 걸음 떨어진 벽면에 설치된 거대한 ‘별자리 지도’에 시선을 고정한다. 별자리 지도는 희미한 마법의 빛을 내뿜으며 움직이고 있었다.]
**카르엔:**
솔레임 대마법사님은 죽기 직전, 이 방의 봉인을 강화하려 했네. 즉, 범인은 그 강화된 봉인 안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뜻이지. 혹은… 그 봉인이 완성되기 전에 이미 사라졌거나.
**렌:**
하지만 봉인은 대마법사님께서 돌아가신 후에 발견되었습니다.
**카르엔:**
이 에테르 거울…
[카르엔은 다시 에테르 거울을 들어 올린다. 거울 표면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이 왜곡되어 보인다. 거울에서 희미한 검은 에테르가 그의 손가락을 휘감는 듯하다.]
**카르엔 (내면의 목소리):**
이 거울은 단순히 에테르를 비추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이 거울 자체가 또 다른 문일 수도 있다. 시공간을 비틀고, 존재를 왜곡시키는… 금지된 지식의 조각.
**SCENE 6**
**장소:** 솔레임의 탑, 서재 바깥 복도
**시간:** 오후
[카르엔은 서재 문을 닫고 복도로 나온다. 엘레노아, 렌, 페르난이 그를 따른다. 카르엔은 복도 바닥의 대리석 문양과, 벽에 걸린 고대 태피스트리를 유심히 살핀다. 마치 그곳에 아무도 보지 못하는 단서라도 숨겨져 있는 듯.]
**엘레노아:**
카르엔 님, 범인은 대체 누구이며, 어떻게 밀실을 빠져나간 것입니까? 대마법사님께서 연구하시던 에테르 거울이 관련이 있는 것입니까?
**카르엔:**
(고개를 끄덕인다) 관련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 이 사건의 핵심은 밀실의 ‘진정한’ 의미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진정한 의미는… 이 거울에 숨겨져 있지.
**렌:**
말씀해주십시오, 카르엔 님!
**카르엔:**
범인은 솔레임 대마법사님이 죽기 직전, 이 방의 봉인을 강화하는 그 찰나의 순간을 이용했습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봉인 자체가 범인의 탈출을 도왔다고 봐야겠지.
**페르난 (혼란스러운 표정):**
봉인이… 탈출을 도왔다고요? 그게 무슨…
**카르엔:**
솔레임 대마법사님은 에테르 거울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이 거울은 단순한 유물이 아니야. 시공간의 틈새를 열고, 다른 차원의 그림자를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이지. 그리고… 그분은 이 거울의 가장 강력한 힘을 깨우는 데 거의 성공했었네.
[카르엔은 잠시 말을 멈추고, 세 사람의 얼굴을 차례로 응시한다.]
**카르엔:**
이 사건은 ‘범인이 어떻게 밀실을 빠져나갔는가’의 문제가 아니야. 이 사건은 ‘범인이 어떻게 *존재 자체를 사라지게 만들었는가*’의 문제지.
**SCENE 7**
**장소:** 솔레임의 탑, 서재
**시간:** 저녁
[카르엔은 다시 서재로 돌아와 에테르 거울 앞에 선다. 그는 손을 뻗어 거울 표면을 어루만진다. 거울 속 심연 같은 검은색이 파도치듯 일렁인다. 렌, 엘레노아, 페르난이 카르엔의 뒤편에 서서 그의 다음 행동을 초조하게 기다린다.]
**카르엔 (차분하게):**
솔레임 대마법사님은 이 방의 봉인을 강화하려 했습니다. 즉, 자신을 지키려 한 것이죠. 하지만 범인은 이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오히려 이 행위를 역이용했습니다.
**엘레노아:**
역이용이라니요?
**카르엔:**
대마법사님은 죽기 직전, 자신의 모든 마력을 끌어모아 이 방의 봉인을 최고조로 활성화시켰습니다. 외부의 그 어떤 침입자도 들어올 수 없는, 완벽한 방패를 만들려 한 거죠. 하지만 이 봉인은 단순한 방패가 아닙니다. 이 방패는… 경계선을 명확히 하는 문이기도 합니다.
[카르엔은 에테르 거울을 가리킨다. 거울 표면의 검은 에테르가 더욱 강렬하게 진동한다.]
**카르엔:**
이 에테르 거울은 ‘존재의 경계’를 허무는 유물입니다. 솔레임 대마법사님은 이 거울의 힘을 통해 다른 차원의 존재를 불러내려 했을 수도 있고, 혹은… 다른 차원으로 자신의 의식을 보내는 실험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범인은 이 거울의 잠재력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대마법사님이 봉인을 활성화시키는 그 순간을 노렸습니다.
**렌:**
그 순간에요? 하지만 봉인이 강화되면 더욱 나갈 수 없지 않습니까?
**카르엔:**
그렇지. 물리적으로는 말이지. 하지만 이 에테르 거울은 물리적 존재를 뛰어넘는 힘을 가졌습니다. 솔레임 대마법사님께서 봉인을 활성화시킬 때 발생한 강력한 마나 파동이, 거울의 잠자던 힘을 최대로 끌어올렸을 겁니다. 그리고 그 힘은… 차원 간의 틈새를 열었지.
**페르난:**
차원 간의 틈새라니요?
**카르엔:**
범인은 대마법사님을 살해하고, 봉인이 최고조에 달하는 순간, 이 에테르 거울을 이용했습니다. 거울이 만들어낸 미세하고 불안정한 ‘차원 틈새’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다른 차원으로 잠시 ‘이동’시킨 겁니다. 마치 그림자가 빛을 피해 어둠 속으로 스며들듯이 말이지. 봉인의 마나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발생한 강력한 에너지 방출이 그 미약한 차원 이동의 흔적마저 지워버렸을 겁니다. 그렇기에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던 거죠.
[엘레노아, 렌, 페르난의 얼굴에 충격과 동시에 경악이 스쳐 지나간다.]
**엘레노아:**
그럼… 범인은 이 서재 안에 있었지만, 살인을 저지른 후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여 탈출했다는 말씀이십니까?
**카르엔:**
정확히는, 잠시 동안 자신의 존재를 ‘유령’처럼 만든 거지. 그리고 봉인이 해제된 후, 혹은 혼란스러운 틈을 타 다시 이 차원으로 돌아와 유유히 사라졌을 테지.
**렌:**
그렇다면 그 위험한 에테르 거울을 다룰 수 있는 자는… 아르카나 전체를 통틀어 몇 안 됩니다!
**카르엔 (거울의 뒷면에 있던 미세한 흠집을 가리키며):**
그리고 범인은 범행을 저지른 후, 이 거울의 잠재력을 완전히 봉인하기 위해 이 작은 흠집을 남겼습니다. 거울의 힘을 너무 과하게 사용한 흔적이거나, 의도적으로 거울의 연결을 끊으려 한 시도였겠지. 이 거울은 지금도 위험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불안정했을 겁니다.
**카르엔:**
이제 남은 것은 한 가지뿐입니다. 이 에테르 거울의 작동 방식, 그리고 솔레임 대마법사님과의 관계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자를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미세한 흠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는 자를.
[카르엔은 세 사람의 얼굴을 하나씩 훑어본다. 그의 시선이 페르난 시종장에게 닿는 순간, 페르난의 얼굴이 미세하게 경직되는 것을 놓치지 않는다.]
**카르엔:**
페르난 시종장님, 대마법사님께 밤참을 가져다드렸을 때… 서재 안에서 혹시 낯선 기운이나 소리를 듣지는 못했습니까?
**페르난 (눈을 피하며):**
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그저 평소와 다름없이 고요했습니다. 대마법사님께서는 항상 집중력이 뛰어나셨으니까요.
**카르엔 (페르난에게 한 걸음 다가서며):**
정말 아무것도 없었습니까? 대마법사님께서는 에테르 거울을 연구 중이셨습니다. 이 거울은 불안정한 마력을 내뿜습니다. 혹시… 거울에서 아주 미세한 진동이나, 희미한 속삭임 같은 것을 느끼진 못했습니까?
[페르난의 얼굴이 핏기 없이 창백해진다.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페르난:**
그, 그게… 사실… 아주 희미하게… 벽 너머에서… 아주 작은… 속삭임이 들리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마치… 꿈속에서 듣는 목소리처럼…
**카르엔:**
(미소 짓는다) 꿈속에서 듣는 목소리라… 흥미롭군. 페르난 시종장님, 솔레임 대마법사님은 이 서재 안에서 ‘죽음’을 당한 것이 아닙니다. 솔레임 대마법사님은 이 서재 안에서 ‘사라진’ 것입니다. 범인이 만들어낸 차원 틈새를 통해 다른 어딘가로…
[카르엔의 눈빛이 더욱 깊어진다. 그는 에테르 거울을 응시한다. 거울 속 심연은 마치 모든 비밀을 간직한 듯 고요하게 빛나고 있었다.]
**SCENE 8**
**장소:** 솔레임의 탑, 서재
**시간:** 밤
[카르엔은 밤늦도록 서재에 남아 에테르 거울을 연구한다. 그는 거울 주변의 마나 흐름을 감지하고, 고대 문헌들을 뒤져 거울의 비밀을 파헤친다. 그의 손에는 솔레임의 손에 쥐여 있던 아뮬렛이 들려있다. 아뮬렛은 희미하게 푸른빛을 내뿜는다.]
**카르엔 (내면의 목소리):**
대마법사님은 봉인을 강화했다. 그리고 그 마나 파동이 거울을 활성화시켰다. 범인은 그 혼란을 틈타 차원 틈새로 사라졌을 터. 하지만… 완벽한 범죄는 없어. 아무리 고차원적인 마법이라도, 반드시 흔적을 남기지.
[카르엔은 아뮬렛을 에테르 거울 앞에 가져다 댄다. 아뮬렛의 푸른빛이 거울의 검은 에테르와 충돌하더니, 거울 표면에 한순간 섬광이 번쩍인다. 그리고 거울 속에 아주 희미하게, 마치 물속에 비친 영상처럼 한 남자의 흐릿한 형상이 비친다. 그것은… 페르난 시종장의 모습이었다. 그의 손에는 칠흑 같은 단검이 들려 있었다.]
**카르엔 (낮은 목소리로):**
범인은 차원 틈새를 이용해 사라졌지만, 그 존재는 거울의 ‘잔영’으로 남았군. 그것도 잠시 문을 열어준 시종장의 모습으로. 완벽한 계획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대마법사님의 마지막 방어 마법은 범인의 잔영을 거울에 새겨 넣었어. 범인 자신이 아닌, 그가 가장 마지막으로 보고 듣고 접촉했던 ‘환영’의 모습을.
[카르엔은 에테르 거울을 내려놓고 고개를 든다. 그의 얼굴에는 모든 진실을 꿰뚫어 본 듯한 확신이 서려 있다.]
**카르엔 (내면의 목소리):**
‘어떻게 사라졌는가’가 아닌, ‘어떻게 존재를 숨겼는가’의 문제. 그리고 그 숨겨진 진실은 결국,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군.
[카메라는 서재의 문을 비춘다. 문 밖에는 아무도 없지만, 카르엔의 시선은 마치 그 너머의 존재를 꿰뚫어 보는 듯하다.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린다.]
**카르엔:**
이제, 진실을 마주할 시간이다.
**SCENE 9**
**장소:** 아르카나 마법 학술원, 대강당
**시간:** 다음 날 아침
[아르카나 마법 학술원의 대강당. 학장 엘레노아, 기사단장 렌, 그리고 페르난 시종장을 비롯한 학술원의 주요 인사들이 모여 있다. 모두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초조함이 역력하다. 카르엔은 강당 중앙에 서서 침묵을 지키고 있다.]
**엘레노아:**
카르엔 님, 사건의 전말을 밝혀주십시오. 밀실 살인의 범인은 대체 누구입니까?
[카르엔은 천천히 시선을 돌려 페르난 시종장에게 고정한다. 페르난은 불안하게 시선을 피한다.]
**카르엔:**
범인은… 이 자리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사용한 트릭은 ‘에테르 거울’을 이용한 ‘차원 잔영 은신술’이었습니다.
[강당이 술렁인다.]
**카르엔:**
솔레임 대마법사님은 밀실에서 살해당했습니다. 방어 마법이 최대로 활성화된 완벽한 밀실에서. 범인은 이 방에 들어왔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죠. 그리고 우리가 방을 열었을 때, 범인은 이미 사라진 뒤였습니다.
**렌:**
하지만 카르엔 님, 어젯밤 말씀하신 대로라면 범인은 차원 틈새를 통해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여 탈출했다고 했습니다. 그 위험천만한 마법을 시종장님께서…?
**카르엔:**
그렇습니다. 하지만 페르난 시종장님은 직접 그 마법을 쓴 것이 아닙니다. 대마법사님께서 봉인을 강화할 때 발생한 강력한 마나 파동을 이용하여, ‘에테르 거울’이 만들어낸 일시적인 차원 틈새를 이용한 겁니다. 거울은 불안정한 차원 틈새를 만들었고, 그 틈새는 존재를 잠시 동안 다른 차원으로 ‘밀어내는’ 특성이 있었습니다. 범인은 이 틈새에 숨어들어, 마치 유령처럼 사라진 거죠.
**카르엔 (페르난에게 시선을 고정하며):**
그리고 범인은 그 틈새 속에서 숨어, 마치 대마법사님께서 스스로 봉인을 풀고 돌아오기를 기다렸을 겁니다. 하지만 대마법사님은 이미 숨을 거둔 뒤였지. 범인은 혼란을 틈타 다시 이 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페르난 (떨리는 목소리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저는 그저 대마법사님을 지극정성으로 모셨을 뿐입니다!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카르엔:**
페르난 시종장님. 솔레임 대마법사님은 에테르 거울을 연구하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그 거울은 위험천만한 유물이었죠. 당신은 대마법사님께서 밤늦도록 거울을 연구하고, 그 거울의 힘을 해방하는 데 거의 성공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대마법사님의 서재에 밤참을 가져다주는 척하며, 대마법사님이 거울의 힘을 시험하는 순간을 노렸지.
**카르엔:**
당신은 대마법사님께서 방의 봉인을 강화하는 마지막 마법을 발동하기 직전, 서재에 숨어들었습니다. 대마법사님께서 봉인을 강화하자, 거울의 힘이 최고조에 달했고, 불안정한 차원 틈새가 열렸습니다. 당신은 그 틈새로 숨어들어, 존재를 일시적으로 감췄죠. 대마법사님은 죽기 직전, 당신의 존재가 다른 차원으로 밀려나는 것을 보았을 겁니다.
[페르난은 고개를 숙이고 몸을 떨기 시작한다.]
**카르엔:**
그리고 당신은 대마법사님이 봉인을 강화한 후에 칼로 찔러 살해했습니다. 대마법사님이 죽자, 서재의 마나 흐름이 불안정해졌고, 당신은 다시 이 차원으로 돌아와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당신이 문을 열어준 렌 기사단장과 엘레노아 학장님 앞에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이지.
**페르난 (갑자기 고개를 들고 소리 지른다):**
아니! 아닙니다! 저는… 저는 그저… 그분이 에테르 거울로 위험한 실험을 하는 것을 막으려 했을 뿐입니다! 그 거울은 세상을 파멸로 이끌 것입니다!
**카르엔:**
(단호하게) 세상을 파멸로 이끌 거울을 혼자 독차지하려 한 것인가? 아니면, 그 힘을 이용하여 당신이 새로운 권력을 손에 넣으려 한 것인가?
[카르엔은 손에 든 에테르 거울을 들어 올린다. 거울 속에서는 여전히 페르난 시종장의 흐릿한 잔영이 일렁이고 있었다.]
**카르엔:**
이 에테르 거울이 당신의 존재를 ‘잠시’ 다른 차원으로 밀어냈을 때, 당신의 ‘잔영’이 거울 속에 새겨졌습니다. 대마법사님의 마지막 방어 마법이, 범인의 가장 깊은 비밀을 이 거울에 기록한 겁니다. 범행을 저지른 후, 당신은 거울의 힘이 다시 활성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세한 손상을 입혔습니다. 하지만… 대마법사님의 마법은 당신의 가장 깊은 욕망까지 거울에 비춰놓았습니다.
[거울 속 페르난의 잔영이 핏빛으로 물들더니, 이내 깨지는 듯한 효과음과 함께 사라진다.]
**페르난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꿇는다):**
아아아악!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렌:**
페르난 시종장! 네가… 네가 대마법사님을 살해했단 말이냐!
[렌 기사단장은 검을 뽑아 페르난에게 겨눈다. 페르난은 절규하며 고개를 숙인다.]
**엘레노아 (경악과 슬픔이 뒤섞인 목소리):**
대마법사님의 연구를 탐냈던 건가… 결국,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자가…
**카르엔:**
밀실 살인은 완벽해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진실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에테르 거울은 차원을 왜곡했지만, 진실은 왜곡하지 못했지. 대마법사님은 죽기 직전까지, 이 세상의 균형을 지키려 애썼습니다. 그의 마지막 마법은, 결국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결정적인 증거가 된 겁니다.
[카르엔은 에테르 거울을 조심스럽게 감싼다. 그의 눈빛은 고요하면서도 날카롭다. 강당의 모든 시선이 카르엔과 무릎 꿇은 페르난에게 집중된다.]
**내레이션 (카르엔,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
세상에는 두 종류의 진실이 존재한다. 하나는 눈에 보이는 것, 다른 하나는 보이지 않는 것. 나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진실을 좇는다. 완벽해 보이는 환상 뒤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들을. 그리고 그 진실은 언제나… 가장 의외의 장소에 숨겨져 있다. 때로는, 거울의 심연 속에서.
[카메라는 카르엔의 뒷모습과, 그의 손에 들린 에테르 거울을 비춘다. 거울은 이제 더 이상 검은 에테르를 내뿜지 않고, 고요한 심연만을 담고 있다. 사건의 해결과 함께, 아르카나에 드리워졌던 어둠이 서서히 걷히는 듯하다.]
**F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