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그럼 이제 시작해볼까. 먼지 쌓인 책상 위, 닳아빠진 깃펜을 고쳐 쥐고, 스크롤 대신 낡은 태블릿 화면을 응시한다. 차가운 금속과 바스러지는 종이의 시대가 공존하는 이곳에서, 이야기는 다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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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제목: 심연의 수호자]**
**[장르: 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 판타지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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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재앙의 흔적]**
(화면: 황량하고 잿빛으로 물든 대지가 끝없이 펼쳐진다. 낡고 부서진 콘크리트 빌딩의 잔해가 뼈대처럼 솟아 있고, 그 사이를 휘몰아치는 모래폭풍이 마치 죽은 자들의 비명처럼 들린다. 하늘은 항상 잿빛 구름으로 뒤덮여 있으며, 간혹 불길한 붉은 번개가 섬광처럼 터진다. 저 멀리, 거대한 암석산맥 너머로 희미하게 빛나는, 마치 검은 바위 위에 세워진 거대한 수정처럼 보이는 구조물이 어렴풋이 보인다. 그것은 이 죽어버린 세상의 유일한 생명처럼 빛나고 있다.)
**나레이션 (차분하지만 깊은 슬픔이 담긴 목소리):** 재앙이 세상을 휩쓸고 모든 것을 뒤틀어버린 지,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이 흘렀다. 마나의 폭풍은 대지를 갈라놓고, 생명체의 형상을 비틀었으며, 인간의 문명을 종말의 끝으로 내몰았다. 우리는 살아남았다. 아니, 살아남았다고 믿었다. 이 부서진 세상의 마지막 희망이자, 마법의 정수를 지키는 유일한 보루, ‘엘리시움 학원’에서.
(화면 전환: 거대한 구조물의 외곽을 클로즈업. 거대한 방어막이 끊임없이 일렁이며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내부를 보호하고 있다. 그 방어막 너머, 학원의 정문은 거대한 고대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그 아래로는 앳된 얼굴의 경비병들이 마법 갑옷을 입고 삼엄하게 경계를 서고 있다.)
**나레이션:** 하지만 그 완벽한 평화가, 때로는 가장 끔찍한 진실을 감추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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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거짓된 평화의 전당]**
(화면: 엘리시움 학원의 내부. 외부와는 대조적으로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건물들은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고, 활기찬 학생들이 복도를 오간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은 저마다 손에 마법서나 빛나는 수정 지팡이를 들고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복도 천장에는 마법의 수정등이 은은한 빛을 발하고, 고요한 공기 속에서 낮은 마법의 웅웅거림이 희미하게 들려온다.)
(카메라 줌인: 복도 한쪽 창가에 기대어 바깥세상을 멍하니 응시하는 소녀, ‘시아’. 낡은 교복이 유독 몸에 크게 느껴진다. 다른 학생들과 달리 그녀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다. 그저 허공을 응시하는 그녀의 눈빛은 어딘가 불안하고 회의적이다. 멀리서 들려오는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그녀에게는 닿지 않는 듯하다.)
**시아 (독백):** (생각) 바깥세상은 죽음의 그림자에 잠겨 있는데, 이곳은 너무나 완벽해. 이 완벽함이 오히려… 섬뜩해.
(그녀의 옆으로, 단정하게 빗은 머리와 깔끔한 교복 차림의 소녀, ‘렌’이 다가온다. 렌은 한 손에 고대 마법의 서적을 들고 있다.)
**렌:** 또 창밖을 보고 있어? 벌써 수업 시작 종이 울렸잖아, 시아. 에리온 교수님 수업은 절대 늦으면 안 돼. 알면서 그래?
**시아:** (렌을 돌아보며 피식 웃는다) 에리온 교수님은 내가 늦어도 별말 안 하셔. 어차피 난 그분 수업에서 들러리나 다름없으니까.
**렌:** 그런 말 하지 마. 마나 친화력이 조금 낮을 뿐이잖아. 노력하면…
**시아:** 노력? 여기선 노력이 통하지 않는 마법이 더 많다는 걸 너도 알잖아, 렌. 피를 타고 흐르는, ‘재앙’ 이전부터 내려온 마력 같은 것들. 우리 부모님은… 너무 평범했어.
(렌은 시아의 말에 반박하려다가 입을 다문다. 엘리시움 학원은 마법 엘리트주의가 지배하는 곳이었다. 강한 마나 친화력을 가진 가문만이 학원의 핵심 인재로 인정받았고, 시아처럼 재앙 이후 일반인들 사이에서 태어난 이들은 늘 한계를 마주했다.)
**렌:** 그래도… 그래도 최소한 여긴 안전하잖아. 바깥은… 지옥이야.
(시아는 다시 창밖을 바라본다. 굳게 닫힌 방어막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잿빛 하늘. 그녀의 눈에 어딘가 모를 그림자가 드리운다.)
**시아:** 그래, 안전하지. 하지만… 이 안전이 무엇으로 지탱되는지, 넌 궁금하지 않아? 이 완벽한 평화가… 너무 견고해서, 오히려 불안해.
(그때, 복도 끝에서 차가운 기운을 풍기며 에리온 교수가 걸어온다. 키가 크고 늘 검은 예복을 걸친 그는 얼굴에 주름 하나 없이 냉정하다. 그의 날카로운 눈길이 시아에게 잠시 꽂히자, 시아는 움찔하며 고개를 돌린다.)
**에리온 교수:** (낮고 차가운 목소리) 수업에 지각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만 아니라, 학원의 규율에 대한 모독이다. 명심하거라, 학생들. 특히… 불필요한 생각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자들은 더더욱.
(에리온 교수는 시아를 지나쳐 교실로 향한다. 그의 등 뒤로 차가운 공기가 남겨진다. 시아는 그의 시선에서 묘한 경고의 메시지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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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2: 금기된 소문, 지하의 그림자]**
(화면: 학원 식당.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하고 있다. 북적이는 소음 속에서 시아와 렌은 한 테이블에 앉아 스프를 떠먹고 있다. 주위 테이블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학생 1 (수군거리는 목소리):** 야, 너 그 소문 들었어? 지하 5층 아래로는 아무도 못 내려가잖아. 교수님들도 절대 언급 안 하고.
**학생 2:** 당연하지! 옛날에 거기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 적도 있대. 뭔가 흐느끼는 소리 같기도 하고, 비명을 지르는 것 같기도 하고…
**학생 3:** 우리 삼촌이 학원 경비대였는데, 한번은 지하 5층 아래로 순찰을 나갔다가… 실종됐대. 그냥 사라졌대. 흔적도 없이.
**학생 1:** 다들 쉬쉬하지만, 학원이 뭔가 끔찍한 걸 숨기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잖아. 아니, 아예 학원 자체가 그걸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말도 있어.
(시아는 숟가락을 든 채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 렌은 옆에서 불안한 표정으로 시아의 팔을 툭 친다.)
**렌:** 그만 들어, 시아. 다 어린애들이 지어낸 헛소문이야. 학교 지하에 뭔가 있을 리 없잖아. 마나 보호막 유지 시설이나 뭐 그런 거겠지.
**시아:** (렌의 말을 무시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아니, 렌. 저 아이들의 눈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아. 그리고… 저 소문은 내가 들어왔던 것보다 더 오래된 것 같아. ‘재앙’ 이후부터 계속되어 온 이야기.
(시아는 천천히 스프 그릇을 내려놓는다. 그녀의 눈에 호기심과 함께 짙은 의심이 드리운다.)
**시아:** ‘엘리시움 학원’이 마법의 정수를 지킨다고 하지만… 어쩌면 그게 전부가 아닐지도 몰라. 어쩌면… 마법 자체가 지켜야 할 대상이 아니라, 무언가를 가둬두기 위한 수단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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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3: 지하를 향한 발걸음]**
(화면: 밤. 시아의 방. 어둠이 짙게 깔린 방 안에서, 시아는 몰래 짐을 챙기고 있다. 낡은 손전등, 마나 충전이 가능한 마법 수정, 그리고 학원 도서관에서 몰래 베껴온 지하층 도면 파편. 도면은 지하 5층까지만 상세하고, 그 아래로는 찢어져 있거나 불분명하게 그려져 있다.)
(똑똑,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고 렌이 안으로 들어선다. 그녀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하다.)
**렌:** 시아, 정말 갈 거야? 이건 미친 짓이야. 들키면 퇴학 정도가 아니라… 더 심한 벌을 받을 수도 있어. ‘금지 구역 침범’은… 심각한 중범죄야.
**시아:** (고개를 들고 렌을 똑바로 바라본다. 그녀의 눈에는 흔들림 없는 결의가 서려 있다.) 난 더 이상 궁금한 채로 있을 수 없어, 렌. 이 완벽함 뒤에 뭐가 있는지 알아야겠어. 이 학교는 무언가에 의해, 무언가를 위해 존재해. 그게 뭔지 알아야 해. 내가 여기서 진짜 마법을 배우고 있는 건지, 아니면…
(시아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을 깨문다.)
**렌:** (한숨을 쉬며 시아에게 다가간다) 혼자 보내진 않을 거야. 내가 널 말릴 수 없다면, 적어도 같이 갈게. 하지만 약속해,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돌아오는 거야. 내 말 명심해.
**시아:** (작게 미소 짓는다) 고마워, 렌.
(그들은 작은 마나 봉쇄 주문을 외워 자신의 방 주위에 마법적인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는 발소리를 죽여 복도로 나선다. 복도에는 순찰 마법사가 돌아다니지만, 렌이 미리 준비한 미약한 환영 마법과 발자국 소거 마법으로 들키지 않고 지나간다. 그들의 그림자가 희미한 복도 등불 아래 길게 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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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4: 잊힌 복도, 억압된 기운]**
(화면: 학원 지하. 익숙한 상층부의 깨끗함과는 달리, 이곳은 낡고 어둡다. 먼지가 쌓인 복도, 거미줄이 쳐진 천장, 녹슨 파이프들이 곳곳에 드러나 있다. 공기는 차갑고 습하다.)
(시아와 렌은 낡은 도면을 번갈아 보며 조심스럽게 걷는다. 그들은 지하 5층까지는 익숙한 비상통로를 이용해 내려왔지만, 그 아래로 향하는 길은 도면에 없는 숨겨진 통로였다.)
**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도면에 표시된 비밀 통로는 여기가 맞는데… 어디에 숨겨져 있다는 거지?
(시아는 손에 든 마법 수정을 천천히 움직인다. 수정은 희미하게 진동하더니, 한쪽 벽면을 향해 밝게 빛난다.)
**시아:** 여기야. 마나 흐름이 여기서부터 왜곡되기 시작해.
(그들이 다가간 벽은 오래된 마법 문양이 덧칠된 낡은 서가가 세워져 있었다. 시아는 서가를 밀어보지만 꿈쩍도 않는다. 렌은 손을 뻗어 서가에 희미하게 새겨진 마법 봉인에 마력을 흘려보낸다. 낡은 마법이 풀리며 서가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안쪽으로 밀려난다. 그 뒤로, 어둠 속으로 이어지는 좁은 통로가 드러난다.)
**렌:** (작게 한숨을 내쉰다) 성공했어.
(통로 안쪽에는 나선형 계단이 끝없이 아래로 이어져 있었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공기는 더욱 차가워지고 무거워진다. 마법 수정의 빛도 점점 약해지는 듯하다.)
**시아:**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가며) 마나 흐름이… 점점 더 이상해. 이건 단순한 어둠의 기운이 아니야. 뭔가 강력한 게, 여기, 지하 깊은 곳에 억눌려 있어.
(그때,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가 두 사람의 귀를 파고든다. 긁는 소리 같기도 하고, 낮게 웅웅거리는 저음 같기도 하다. 마치 거대한 생명체가 숨 쉬는 소리처럼.)
**렌:** (숨죽이며 시아의 팔을 잡는다) 이 소리… 기분 나빠. 심장이… 심장이 자꾸 조여드는 것 같아.
**시아:** (손전등으로 주변을 비추며) 저건… 진동이야. 소리가 아니라, 기운이… 공기를 진동시키고 있어.
(계단은 더욱 깊은 지하로 이어지고, 어둡고 습한 흙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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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5: 금기의 문턱]**
(화면: 지하 가장 깊은 곳. 마침내 나선형 계단은 끝이 났다. 그들 앞에는 거대한 철문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문은 낡고 부식되어 있었지만, 그 육중한 존재감은 여전했다. 철문 전체에 기이한 상형문자와 복잡한 마법 봉인들이 뒤엉켜 새겨져 있었다. 일반적인 학원 마법과는 전혀 다른, 고대의 잔혹한 주술처럼 보이는 문양들이었다.)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불길한 소리가 더욱 선명해진다. 이제는 단순한 긁는 소리가 아니라, 수천 개의 속삭임이 뒤섞인 듯한 웅성거림, 그리고 그 사이를 뚫고 나오는 알 수 없는 괴물의 울부짖음 같기도 한 저음이 두 사람의 귀를 강렬하게 때린다. 그 소리는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공기를 진동시키며, 심장을 조여왔다.)
**렌:**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치려 한다) 시아… 돌아가자. 여긴… 여긴 우리가 있을 곳이 아니야!
**시아:** (렌의 손을 붙잡고 고개를 젓는다. 그녀의 눈은 철문에 새겨진 문양에 고정되어 있다. 그녀의 마법 수정이 문양에 반응하여 더욱 강렬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이건… 봉인이야. 하지만 단순한 봉인이 아니야. 이건… 흡수하는 마법이야.
(시아는 떨리는 손으로 문에 새겨진 한 문양을 조심스럽게 만져본다. 그녀의 손에서 희미한 마나 빛이 일렁이더니, 순간적으로 차가운 통증이 전해져 온다. 시아는 비명을 지르며 손을 확 떼어낸다. 그녀의 손등에 붉은 반점이 돋아났다.)
**시아:** (숨을 헐떡이며) 이건… 에너지를 빨아들이고 있어. 살아있는… 무언가의… 의지를. 이 문양은 봉인과 동시에…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일종의 제물 마법이야.
**렌:** (충격에 질린 표정) 흡수… 뭘? 대체… 뭘 가두고 있는 거야? 그리고… 뭘 먹고 사는 거지?
(그때, 문틈 사이로 희미한 붉은빛이 깜빡이며 새어 나왔다. 그와 동시에,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속삭임이 더욱 격렬해진다. 마치 수십 명이 동시에 중얼거리는 듯한 소리가 직접적으로 뇌리에 파고드는 느낌이다. 그것은 언어가 아니었지만, 순수한 악의와 절망이 담긴 소리였다. 마치 고통받는 수많은 영혼들이 뒤섞여 비명을 지르는 듯한.)
**시아:** (두려움에 질린 채 문틈을 응시한다) 이 기운… 익숙해. 이 학원의 마나 흐름… 지하 깊은 곳의 이 어둡고 끔찍한 기운이… 학원 전체의 마나 흐름과 미묘하게 연결되어 있어. 마치… 학원이 이 문 너머의 존재로부터 뭔가를 얻고 있거나… 아니면 이 존재를 위해 무언가를 바치고 있는 것처럼.
(갑자기, 지면이 약하게 흔들린다. 문 너머의 붉은빛이 더욱 강하게 번쩍인다. 그와 동시에, 멀리서 규칙적인 발자국 소리가 들려온다. 점점 더 가까워진다. 누군가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렌:**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살핀다) 누가 와! 빨리!
(그들은 재빨리 근처에 널브러진 거대한 파이프 잔해 뒤로 몸을 숨긴다. 발자국 소리는 점점 커지고, 이윽고 한 그림자가 나타난다. 검은 예복을 입은 에리온 교수였다. 그의 손에는 마법의 빛을 내뿜는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그는 지팡이 끝으로 철문의 봉인 문양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알 수 없는 고대어를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그의 표정은 엄숙했고, 일종의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보였다. 봉인 문양이 그의 손길에 따라 희미하게 빛나더니, 이내 다시 차가운 철문으로 돌아왔다. 에리온 교수는 잠시 문을 응시하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왔던 길로 돌아섰다. 그는 시아와 렌이 숨어있는 곳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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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6: 그림자 속의 진실]**
(화면: 에리온 교수의 발자국 소리가 멀어지고, 시아와 렌은 잔해 뒤에서 조용히 빠져나온다. 그들의 얼굴은 공포와 충격으로 일그러져 있다. 아까보다 더욱 격렬해진 속삭임과 울부짖음이 그들을 쫓아오는 듯했다.)
**렌:** (떨리는 목소리로) 시아… 대체… 대체 저 안에는 뭐가 있는 거야? 에리온 교수님은 왜…
**시아:** (온몸을 떨며 렌의 손을 잡고 서둘러 달린다. 그들은 왔던 길을 다시 거슬러 올라간다. 나선형 계단을 필사적으로 뛰어오르고, 숨겨진 통로를 통해 다시 익숙한 지하 복도로 빠져나온다. 더 이상 그 완벽한 지하 복도가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그들은 마침내 시아의 방으로 돌아온다. 문을 잠그고 벽에 기댄 채 바닥에 주저앉는다. 그들의 숨소리만이 거칠게 방 안을 채운다.)
**렌:** (떨리는 목소리로) 교수님들이… 그걸 지키고 있었어. 엘리시움 학원이… 이걸 지키고… 있는 거야.
**시아:** (벽에 기댄 채 멍하니 허공을 응시한다. 그녀의 눈은 충혈되어 있고, 얼굴은 땀과 두려움으로 범벅되어 있다.) 학원이… 학원 자체가 봉인하고 있는 건… 어쩌면… 이 모든 재앙의 근원일지도 몰라. 그리고… 그걸 유지하기 위해…
(시아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을 깨문다. 그녀의 눈에 섬뜩한 깨달음이 스쳐 지나간다. 엘리시움 학원의 ‘엘리트 마법’, 외부의 ‘안전’… 이 모든 것이 어쩌면 저 지하에 갇힌 끔찍한 존재에게 지불되는 대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리고 그 대가에는, 살아있는 무언가의 의지가 포함된다는 사실이.)
**시아 (독백):** (생각) 우리는… 이 완벽한 감옥 안에서, 어쩌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제물이 되어가고 있었던 걸지도 몰라.
(화면: 시아의 눈동자에 비치는 불안한 학원의 전경. 겉으로는 평화롭고 웅장하지만, 그 아래에는 끔찍한 진실과 불길한 기운이 숨겨져 있음을 암시하며. 학원의 첨탑 위로, 잿빛 하늘에 붉은 번개가 섬광처럼 번쩍인다. 마치 지하의 존재가 격분하는 것처럼.)
(FADE OU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