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상세한 애니메이션 대본 및 스토리보드

## 애니메이션 대본 & 스토리보드

**장르:** 로맨틱 코미디, 밀실 미스터리

**캐릭터 소개:**

* **김도진 (Kim Do-jin):** 30대 초반. 명성 높은 사립 탐정. 지저분한 곱슬머리, 흐트러진 셔츠 차림에도 불구하고 눈빛은 예리하고 천재적이다. 건들거리는 말투와 다소 자기애적인 성격, 그리고 타인의 불편함에 둔감한 면모가 있지만, 사건 해결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집요하고 냉철하다. 주변 사람들을 ‘보조’ 또는 ‘관찰 대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단것을 매우 좋아하며, 사건 현장에서도 몰래 초콜릿을 까먹기도 한다. 평소에는 허술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인다.
* **한서아 (Han Seo-ah):** 20대 후반. 강력계 신참 형사. 흐트러짐 없는 단정한 차림과 날카로운 눈매가 인상적이다. 논리적이고 FM 스타일이며, 사건 현장의 모든 것을 기록하고 분석하려 노력한다. 도진의 비정상적인 수사 방식에 처음에는 경멸에 가까운 불신을 표하지만, 그의 천재성을 목격하며 서서히 마음을 연다. 내면에는 정의감과 따뜻한 마음을 품고 있으며, 의외로 허당 같은 도진의 면모를 보고 잔소리를 하면서도 챙겨주게 되는 타입이다.
* **고동민 (Go Dong-min):** 60대. 유명 미술품 컬렉터이자 거대 기업의 명예 회장. 탐욕스럽고 비밀이 많았던 인물. 피해자.
* **고성훈 (Go Seong-hoon):** 30대 후반. 피해자의 장남. 유산을 노리고 있었으나 늘 피해자에게 무시당했다. 차갑고 이성적인 성격.
* **민소연 (Min So-yeon):** 30대 초반. 피해자의 비서. 피해자와 수상한 관계였으며, 과거가 불분명하다. 침착하고 비밀스러운 인상.
* **박노인 (Park Noh-in):** 70대. 고택의 오랜 집사. 충직해 보이나 어딘가 불안해 보인다.

**[에피소드 1]**

**제목: 밀실 속 첫 만남은 살인사건으로 시작되었다**

**시간:** 밤, 늦은 시간. 폭우가 쏟아지는 날.
**장소:** ‘아르테미스 고택’ 외곽 및 내부.

**(SCENE START)**

**1. 외곽 – 밤, 폭우**

* **[카메라]**
* 어둠 속에 잠긴 거대한 고택의 실루엣이 번개에 순간적으로 드러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마치 낡고 거대한 그림자가 숲속에 도사리고 있는 듯한 모습. 창문들은 비에 젖어 음산하게 빛난다.
* 굵은 빗줄기가 스크린을 가득 채우며 쏟아져 내리는 와이드 샷. 저택으로 향하는 좁고 굽이진 비포장도로에 순찰차 몇 대가 흙탕물을 튀기며 서 있다.
* 경찰차의 붉고 푸른 경광등이 빗물에 반사되어 번쩍이며, 번개와 함께 섬광처럼 터진다. 거친 비바람 소리가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가득하다.

* **[음향]**
* 빗소리, 천둥소리, 바람 소리가 압도적으로 크게 들린다.
* 경찰 무전 소리가 간간이 끊어지듯 들리며 긴박감을 더한다.
* 낮고 음산한 톤의 현악기 위주 배경 음악이 시작된다.

**2. 고택 진입로 – 밤, 폭우**

* **[카메라]**
* 초조한 표정의 경찰들이 비를 맞으며 바삐 움직인다. 통제선 밖에서 기자들이 플래시를 터뜨리려 안간힘을 쓰지만, 빗속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 순찰차 한 대가 흙탕물을 튀기며 미끄러지듯 진입로에 도착한다. 타이어가 젖은 흙길을 긁는 소리가 난다.
* 차문이 열리고, 한서아 형사 (20대 후반, 흐트러짐 없는 단정한 네이비색 정장 차림, 날카로운 눈매)가 우산을 쓰고 내린다. 그녀는 비바람에도 흔들림 없는 강단 있는 모습이다. 그녀의 시선은 곧바로 저택을 향해 예리하게 꽂힌다.
* 서아 옆으로 또 다른 인물이 비척거리듯 내린다. 김도진 (30대 초반, 낡고 커다란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를 대충 걸치고, 잔뜩 흐트러진 곱슬머리)이다. 그는 우산도 없이 비를 그대로 맞으며, 마치 비가 오는지도 모른다는 듯 한쪽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멍하니 하늘을 본다. 그의 머리카락에서는 빗물이 뚝뚝 떨어진다.

* **[음향]**
* 서아의 딱딱한 구두 소리가 흙바닥을 딛는 소리. 도진의 툭툭거리는 발소리.
* 서아의 깊은 한숨 소리 (Foley).

**한서아 (VO, 독백):**
(짜증 섞인 목소리, 살짝 떨리는 어조)
하필… 하필 이런 날, 하필 이 중요한 사건에… 왜 저 인간이 붙는 거야? 대체 누가 추천한 건데! 또 내 귀찮은 몫만 늘었잖아!

* **[카메라]**
* 도진이 불쑥 서아의 우산 밑으로 고개를 들이민다. 그의 젖은 얼굴이 서아의 얼굴과 너무 가깝다. 서아는 순간 움찔하며 뒤로 물러선다.
* 클로즈업: 도진의 젖은 얼굴. 그의 눈은 서아를 향해 반짝인다. 왠지 모르게 장난기가 서려 있다.

**김도진:**
(느긋하고 장난스러운 어조)
아, 역시 경광등은 붉은색이 진리죠. 저 파란색은… 왠지 ‘세상에 이런 일이’ 같아요. (픽 웃는다) 좀 더 극적이고, 뭐랄까… 피의 색과 어울린다고 할까요?

**한서아:**
(미간을 찌푸리며, 짜증을 꾹 참는 목소리)
김도진 씨, 지금 농담할 기분 아니거든요? 현장은 살인 사건입니다. 그것도 밀실 살인.

**김도진:**
(빙긋 웃으며, 눈을 가늘게 뜬다)
오, 살인 사건! 어쩐지 찌릿찌릿하더라니. 서아 형사님은 긴장되시나 보네요? 빗물에 땀이 섞이는 것 같은데, 아닌가?

* **[카메라]**
* 서아가 인상을 찌푸리며 코트를 고쳐 잡는다. 도진은 여전히 비를 맞으며 천연덕스럽게 서아를 놀리는 듯한 표정이다. 그의 머리에서 빗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한서아:**
(이를 악물고)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안내나 따르세요. 저택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감기라도 걸리면… 아, 됐어요! 빨리 가요!

* **[카메라]**
* 서아가 도진을 홱 돌아보며 저택 입구로 향한다. 도진은 그녀의 뒤를 무심하게 따라간다. 고택의 정문은 으스스하게 열려 있다.

**3. 고택 현관 및 복도 – 밤**

* **[카메라]**
* 고풍스러운 현관. 낡은 나무 마루가 두 사람의 발걸음에 맞춰 삐걱거린다. 오래된 목재 냄새와 빗물 냄새가 뒤섞여 희미하게 풍긴다.
* 현관에는 이미 몇몇 경찰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통신을 주고받고 있다. 감식반 요원들이 노란 테이프를 치기 시작한다.
* 서아가 지휘를 맡은 베테랑 형사, 강 형사 (40대 후반, 피곤하고 지친 얼굴)에게 경례를 하고, 강 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들을 맞는다.

**강 형사:**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쉰다)
한 형사, 왔군. 그리고… 김 탐정님도. 바쁘신데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궂은 날씨에…

**김도진:**
(손을 휘저으며)
에이, 감사할 것까지야. (입꼬리를 올리며) 흥미로운 사건이라길래 잠시 들러본 겁니다. 밀실이라면서요? 듣던 것보다 더 음산하니, 제 취향에 딱 맞네요.

* **[카메라]**
* 강 형사의 표정이 순간 굳는다. 그의 시선이 현관 복도 끝, 어둡게 드리워진 곳으로 향한다.

**강 형사:**
그렇습니다. 피해자는 고동민 회장. 2층 서재에서 발견됐습니다. 문은 안에서 육중한 쇠 걸쇠로 굳게 잠겨 있었고, 창문도 안에서 두꺼운 못으로 여러 개 박혀 있었습니다. 침입 흔적은… 전혀 없습니다. 말 그대로 완벽한 밀실입니다.

**한서아:**
(수첩과 펜을 꺼내며)
부검의는? 감식반은? 현장 보존은 철저히 됐습니까?

**강 형사:**
모두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단서가 거의 없습니다. 범인이 흔적을 너무 깨끗이 지웠어요.

**김도진:**
(갑자기 허리를 굽혀 마룻바닥을 유심히 살핀다. 그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예리하게 빛난다)
음… 이건… 비가 들이친 건가? 아니면…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젖은 흔적 치고는… 너무 불규칙한데.

* **[카메라]**
* 도진의 시점 샷: 낡은 마룻바닥 위에 희미하게 남은 젖은 발자국 같은 얼룩. 빗물에 일부 지워진 듯 하지만, 모양이 묘하게 비정형적이다.
* 클로즈업: 얼룩의 형태가 묘하게 불규칙하며, 군데군데 아주 작은 검은 점들이 박혀 있는 것이 보인다.

**한서아:**
(한심하다는 듯, 도진에게 다가오며)
김도진 씨, 하다 하다 이젠 발자국 하나에도 트집 잡을 겁니까? 그건 빗물이겠죠. 이 저택이 얼마나 낡았는데.

**김도진:**
(고개를 들며 서아를 바라본다. 그의 눈빛은 아까의 장난기 대신, 오직 사건에 대한 예리함으로 가득 차 있다)
트집이 아닙니다, 서아 형사님. 이건… 젖은 흔적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빗물이 아니죠. 아주 미세하게… 풀잎 같은 것이 섞여 있네요. 흙먼지도 아니고, 마당의 흙과는 또 다른… 마치… 숲속 깊은 곳의 이끼 조각 같은.

* **[카메라]**
* 서아가 도진의 말에 놀란 듯 얼룩을 다시 본다. 클로즈업: 그녀의 시선이 얼룩 속 미세한 녹색 조각에 멈춘다. 강 형사도 의아한 표정으로 다가와 얼룩을 살핀다.

**강 형사:**
풀잎이요? 저택 안에서요? 밖에서 묻어 들어왔다고 보기엔… 너무 미세하고, 이 진입로는 흙바닥인데…

**김도진:**
(턱을 쓰다듬으며, 입꼬리를 올린다)
글쎄요. 범인이… 정원이라도 뛰어다니다가 들어왔을까요? 아니면… (의미심장한 미소) 뭔가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도 모르죠. 이 저택의 비밀스러운 숲이랄까.

* **[음향]**
* 배경 음악이 미스터리하게 고조되며, 현악기 특유의 긴장감이 감돈다.
* 서아의 심장이 미세하게 두근거리는 소리 (효과음). 그녀의 눈빛에 혼란과 함께 미묘한 호기심이 스친다.

**한서아 (VO, 독백):**
(혼란스럽게, 믿기지 않는다는 어조)
이 남자… 뭐지? 저런 걸 어떻게 저렇게 단번에… 내가 놓친 건가? 아니, 처음부터 저런 걸 볼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다고!

**4. 2층 복도 – 밤**

* **[카메라]**
* 세 사람이 삐걱거리는 낡은 나무 계단을 올라 2층으로 향한다. 계단에서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크게 울린다.
* 2층 복도는 길고 어둡다. 벽에는 낡고 거대한 유화들이 걸려 있고, 등불은 희미하게 복도를 비춘다. 복도 끝에는 육중한 문이 보인다.

**김도진:**
(복도 벽에 걸린 낡은 풍경화를 힐끗 보며, 그림 앞에 멈춰 선다)
음… 이 그림, 색감이 아주 절묘하네요. 특히 저 숲의 표현은… 위대한 화가도 울고 갈 수준이겠어요. 이 고동민 회장이란 사람, 안목은 있었나 보네요.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부자연스러운 느낌도 드는군요.

**한서아:**
(도진을 지나쳐 걸어가다 멈춰 서서 짜증스럽게 돌아본다)
김도진 씨! 지금 미술 감상할 때 아니잖아요! 저희는 살인 사건을 수사하러 온 겁니다! 피해자의 서재로 가야 한다고요!

**김도진:**
(서아를 빤히 보며, 살짝 고개를 갸웃거린다)
미술 감상이라고만 생각하세요? 이런 사소한 것들이 사건의 실마리가 될 때도 있답니다. 사람의 취향은… 곧 그 사람의 본질을 드러내니까요. 특히 이런 ‘밀실’이라는 고독한 공간에서는요. 모든 것이 메시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림 속 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숲속 작은 오솔길처럼 보이는 곳이다.) 저 숲속의 오솔길처럼 말이죠.

* **[카메라]**
* 도진이 말을 마치고 다시 그림을 바라본다. 그의 시선은 그림 속 특정 부분에 잠시 멈춘다. 그의 눈빛에 무언가를 꿰뚫어 보는 듯한 통찰력이 스친다. (이것이 나중에 단서가 될 것임을 암시하는 클로즈업)
* 서아는 그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그의 진지한 눈빛에 더 이상 반박하지 못한다. 강 형사는 그저 한숨을 내쉬며 빨리 가자고 재촉한다.

**5. 사건 현장 (서재) 앞 – 밤**

* **[카메라]**
* 복도 끝에 있는 육중한 나무 문. ‘서재’라고 쓰인 낡은 명패가 걸려 있다. 명패는 먼지가 쌓여 희미하다.
* 문 앞에는 이미 과학수사대 요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노란색 현장 보존 테이프가 문 주위를 감싸고 있다.
* 문의 잠금장치 (육중한 쇠 걸쇠)에 대한 클로즈업. 두꺼운 쇠로 된 걸쇠가 문고리에 단단히 채워져 있다. 안에서 걸린 것이 명확하다.

**강 형사:**
(한숨을 쉬며, 어깨를 으쓱한다)
피해자는 이 안에서 발견됐습니다. 사인은 흉기에 의한 과다출혈. 정확한 사망 시각은 아직 미상입니다만, 아마 자정쯤으로 추정됩니다. 이 문은… 저희가 오기 전까지는 굳게 잠겨 있었습니다.

**김도진:**
(문 앞 바닥에 쪼그려 앉아 문틈을 유심히 살핀다. 그의 눈은 마치 레이더처럼 모든 것을 스캔한다)
문이 상당히 두껍군요. 재질도 아주 견고하고… 그리고… 이 걸쇠의 높이… (손가락으로 걸쇠의 위치를 재보듯이 가리킨다)

* **[카메라]**
* 도진의 시점 샷: 문 아래쪽 틈새. 그리고 걸쇠가 채워진 부분. 문의 아래쪽과 바닥 사이에는 손가락 하나 들어갈 틈조차 없다.
* 클로즈업: 걸쇠 부분에 아주 미세하고 희미한 긁힌 자국 같은 것이 보인다. 너무 작아서 맨눈으로는 쉽게 보이지 않지만, 도진의 눈은 그것을 놓치지 않는다.

**한서아:**
(조심스럽게 다가와 쪼그려 앉으며, 그를 따라 문틈을 살핀다)
뭘 보시는 거죠? 특이한 건… 없어 보이는데요. 걸쇠도 안에서 완벽하게 잠겨 있고… 창문도…

**김도진:**
(서아의 말을 자르며, 고개를 살짝 흔든다)
아주 재밌는 문이네요. 마치… 누군가에게 ‘나는 절대 열 수 없어! 아무도 나를 통과할 수 없어!’라고 외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완벽함이야말로 가장 불완전한 법이죠.

* **[카메라]**
* 도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손잡이를 만져본다. 그의 시선이 문 위에 달려 있는 낡은 환풍구 쪽으로 향한다. 환풍구는 쇠창살로 굳게 막혀 있다.

**강 형사:**
환풍구는 너무 작아서 사람이 드나들 수는 없습니다. 내부의 먼지를 확인했지만, 외부 침입 흔적은 없었습니다.

**김도진:**
(씨익 웃으며)
물론이죠. 사람이 드나드는 용도가 아니니까요. (서아를 보며 윙크한다. 서아는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어서 들어가 보죠. 이 밀실, 저를 아주 애타게 부르는군요. 마치 첫 데이트를 기다리는 연인처럼 말이죠.

* **[카메라]**
* 과학수사대 요원이 특수 장비로 걸쇠를 조심스럽게 해체하기 시작한다. 철컹거리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크게 울린다.
* 도진의 눈빛은 호기심과 확신으로 빛난다. 서아는 여전히 당황스러워하지만,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의 알 수 없는 자신감에 묘한 끌림을 느낀다.

**한서아 (VO, 독백):**
(미묘한 감정으로, 살짝 설레는 듯)
저 자신감… 허세일까? 아니면… 진짜일까? 이 남자는 대체… 뭐지? 첫 데이트라니… 진짜 미쳤나 봐.

* **[음향]**
* 문이 열리는 둔탁하고 묵직한 소리. 쇠 걸쇠가 풀리는 날카로운 마찰음.
* 배경 음악이 더욱 긴장감 있게 전환되며, 미지의 공간으로 들어서는 듯한 서스펜스를 더한다.
* 서아의 심장이 더욱 강하게 두근거리는 소리 (효과음).

**6. 서재 내부 – 밤**

* **[카메라]**
* 문이 열리자, 어둡고 무거운 서재 내부가 드러난다. 공기마저 무겁게 가라앉은 듯하다.
* 방 한가운데, 거대한 앤티크 책상 앞에 쓰러져 있는 피해자, 고동민 회장 (60대). 그의 옆에는 피 묻은 서류철과 잉크병이 엎어져 잉크가 번져 있다. 붉은 피와 검은 잉크가 섞여 섬뜩한 색을 만들어낸다.
* 테이블 위에는 아직 김이 나는 듯한 찻잔과 접시들이 놓여 있다. 마치 방금까지 누군가 차를 마시던 중이었던 것처럼 생생하다.
* 방 안은 온통 천장까지 닿는 낡은 책장들로 빼곡하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지만, 어딘가 음산하고 답답하다.
* 벽 한쪽에는 거대한 유화가 걸려 있다. 숲을 그린 그림인데, 복도에서 본 그림과 비슷한 화풍이며, 크기가 훨씬 크고 웅장하다. 그림 속 숲은 더욱 깊고 어둡게 묘사되어 있다.

* **[음향]**
* 시체 발견 시의 짧고 섬뜩한 효과음 (날카로운 현악기 소리).
* 감식반 요원들의 분주한 움직임. 카메라 셔터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린다.
* 서아의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한서아:**
(입을 가리며 흠칫 놀란다. 시체의 끔찍함에 잠시 표정이 굳는다. 동공이 흔들린다)
피… 피가 너무 많아… 이렇게 잔혹하게…

**김도진:**
(침착하게 방 안을 스캔한다. 그의 시선은 시체보다는 방의 구조와 사물들, 그리고 특히 책장과 벽에 집중한다)
음, 과다출혈이니 그럴 수밖에요. (피해자 옆 찻잔을 힐끗 보며) 아직 따뜻한 차… 살인자는 아주 느긋했거나, 아니면… (나지막이 읊조린다) 피해자가 차를 마실 때까지 기다렸거나.

* **[카메라]**
* 도진이 천천히 방 안을 걷기 시작한다. 그의 발걸음은 조심스러우면서도 망설임이 없다. 그는 마치 방 안의 모든 것을 눈으로 스캔하듯이 훑어본다.
* 그는 책장들을 하나하나 훑어본다. 손으로 낡은 책등을 스치기도 하고, 책들이 꽂힌 순서를 유심히 보기도 한다.

**김도진:**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밀실… 완벽한 밀실… 하지만 완벽한 밀실은 없죠. 인간이 만든 모든 것에는 틈이 있기 마련. 특히 이런 고집스러운 완벽함 속에는, 더 큰 틈이 숨어 있는 법.

* **[카메라]**
* 서아는 여전히 시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다가, 도진의 움직임에 그를 주시한다. 그녀의 눈빛에 불안감과 의문이 교차한다.
* 도진이 거대한 책장 앞에서 멈춰 선다. 그가 손을 뻗어 책장 한 귀퉁이에 손가락을 가져다 댄다.
* 클로즈업: 책장 가장자리의 미묘한 색상 차이와, 눈에 띄지 않는 아주 작은 흠집. 그리고 그 틈새에서 희미하게 비치는 어둠.

**김도진:**
(혼잣말처럼)
재미있네요… 회장님의 취향은 숲이었군요. 아니면… 숲이어야만 했던 걸까요? 이렇게나… 집착할 만큼?

* **[음향]**
* 도진의 손가락이 책장을 톡톡 두드리는 소리 (효과음). 딱딱, 딱딱.
* 배경 음악이 서서히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숨겨진 비밀을 암시하는 듯한 멜로디로 바뀐다.

**한서아:**
(조심스럽게 도진에게 다가오며)
김도진 씨, 혹시 뭔가 발견하셨습니까? 이 방의 비밀이라도…

**김도진:**
(씨익 웃으며 서아를 돌아본다. 그의 눈빛 속에는 장난기와 함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압도적인 확신이 가득하다)
물론이죠. 서아 형사님. 아주 흥미로운 걸요. 이 방은… 밀실이 아니었습니다.

* **[카메라]**
* 도진의 얼굴에 미스터리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미소가 떠오른다. 서아는 그의 눈빛 속에서 압도적인 확신을 읽는다.
* 클로즈업: 서아의 놀란 눈과 살짝 벌어진 입술. 그녀의 마음속에서 이 남자에 대한 경계심과 호기심, 그리고 어딘가 모를 경외감이 뒤섞인다.

**김도진:**
이 방은… 완벽한 밀실이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닫힌’ 공간 자체가 아니었죠.

* **[카메라]**
* 도진이 책장 옆, 마치 하나의 벽처럼 보이는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 와이드 샷: 서재의 모습. 거대한 책장, 쓰러진 시체, 그리고 책장 옆, 마치 하나의 벽처럼 완벽하게 위장된 공간.
* 줌 인: 도진이 가리킨 벽 부분이 다른 곳과는 미묘하게 다른 질감과 미세한 라인을 가지고 있다. (마치 다른 부분이 이어져 있는 것처럼)
* 그가 벽을 향해 걸어간다.

**한서아 (VO, 독백):**
(황홀경에 빠진 듯, 숨을 죽이며)
이 사람… 대체 정체가 뭐야? 정말… 천재인 걸까? 아니, 이건… 마법에 가깝잖아…

**김도진:**
(벽 앞에서 멈춰 서서 손으로 벽을 쓸어본다. 그리고는 피식 웃는다)
범인은… 이 안에 있었습니다. 피해자가 이 문을 안에서 걸어 잠근 순간에도, 이미 이 방 안에는… 또 다른 침입자가 숨어 있었던 거죠.

* **[카메라]**
* 서아의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뜨인다. 강 형사와 다른 경찰들도 놀란 표정으로 도진을 바라본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 클로즈업: 도진의 손가락이 벽의 한 부분을 미세하게 누르자, 그 부분이 아주 살짝 안으로 들어간다.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초콜릿 하나를 꺼내 입에 넣고 오물거린다.
* 그 순간, 무거운 톱니바퀴 소리 같은 둔탁한 기계음이 들리며 거대한 책장이 천천히 옆으로, 마치 미끄러지듯이 밀려나기 시작한다. 낡은 나무와 쇠가 마찰하는 소리가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 책장이 밀려나면서 그 뒤에 숨겨져 있던 좁고 어두운 통로가 드러난다. 통로는 마치 숲속의 은밀한 입구처럼 어둠 속으로 이어져 있다. 그 안에서 희미한 빛이 반사되어 번쩍인다.

* **[음향]**
* 묵직한 기계음. 나무와 쇠가 마찰하는 둔탁하고 느릿한 소리.
* 모든 이들의 숨소리가 멈춘 듯한 정적.
* 배경 음악이 최고조에 달하며, 미스터리가 풀리는 순간의 전율을 선사한다.

**한서아:**
(충격에 휩싸여, 거의 속삭이듯이)
…비밀 통로? 고택의… 숨겨진 방?

**김도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초콜릿을 다 삼킨 후)
정확합니다. 서아 형사님. 그것도 아주 완벽하게 위장된… 비밀의 방. 그리고 저 안에 뭔가 흥미로운 것이 저를 기다리고 있겠군요. 초콜릿만큼이나 달콤한 진실이랄까요?

* **[카메라]**
* 도진이 어둠 속 통로를 향해 망설임 없이 걸어간다. 그의 뒷모습은 당당하고 자신감 넘친다.
* 서아는 한 발짝 뒤에서 그를 바라본다. 그녀의 눈빛에는 놀라움, 존경심, 그리고 그에게로 향하는 강렬하고 복잡한 끌림이 뒤섞여 있다. 그녀의 볼이 살짝 붉어진다.
* 도진이 통로 안으로 사라진다. 통로 안에서 번쩍이는 빛은 여전히 알 수 없는 것을 암시한다.

**김도진:**
(어둠 속으로 사라지며, 나직하지만 단호한 목소리)
자, 이제… 범인에게 제대로 인사를 하러 가볼까요? 아니, 어쩌면… 그들과 ‘첫 만남’을 가질 시간이겠네요.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