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차도현은 오늘도 어김없이, 완벽하게 계산된 아침을 맞았다. 햇살은 정확히 7시 30분에 그의 침대 발치를 스쳤고, 미리 맞춰둔 알람 대신 창밖 새들의 지저귐이 그를 깨웠다. 그는 잠옷 바람으로 주방으로 향했다. 토스트는 딱 황금빛 갈색으로 구워졌고, 커피는 완벽한 온도로 내려져 있었다. 그의 삶은 오차 없는 방정식과 같았다. 예측 가능하고, 따라서 지루했다.

“아, 오늘은 좀 더 모험적인 걸 해볼까?”

그는 설탕 두 스푼을 넣어야 할 커피에, 무려 세 스푼을 넣어버리는 일생일대의 ‘일탈’을 감행했다. 혀끝에 감도는 과도한 단맛에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완벽한 균형이 깨진 맛. 이것이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다채로움’인가? 도현은 시큰둥하게 컵을 내려놓았다. 역시, 예측 가능한 완벽함이 최고였다.

그때였다. 귓가에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는 그의 완벽한 아침을 순식간에 혼돈의 도가니로 밀어 넣었다. 발신자를 확인한 그의 옅은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

“강서아 경감이라니. 꽤나 이른 시간인데.”

도현은 느릿하게 전화를 받았다. 그의 목소리는 아침 햇살처럼 나른했다.

“여보세요. 아침부터 굳이 제 단잠을 방해하는 이유가 궁금하군요. 설마 어제 제가 드린 추리 퀴즈 답안을 벌써 찾으신 건 아니겠죠? 그럼 당신은 천재, 저는 실직 위기….”

[닥쳐요, 차 탐정님! 지금 장난칠 때 아니에요. 급해요. 살인 사건이 터졌어요.]

수화기 너머로 강서아 경감의 다급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그녀의 목소리는 언제나 칼날 같았지만, 오늘따라 유독 날카로웠다. 분명 그녀의 완벽한 아침 루틴도 박살 났을 것이다.

“살인이라. 흠, 또 ‘그놈’인가요? 굳이 저 같은 미남 탐정을 불러야 할 정도의 난제라면 말이죠.”

[지금 당신이 미남인지 미인인지 알 게 뭐예요! 이건 진짜예요, 차 탐정님. 밀실 살인입니다.]

‘밀실 살인’이라는 단어에 도현의 눈빛이 미묘하게 변했다. 지루했던 그의 회색빛 뇌가 아주 작은 불꽃을 튀기기 시작했다.

“밀실이요? 하긴, 요즘엔 밀실이 아니면 저를 부를 가치가 없죠. 그래서, 어디입니까?”

***

도현을 태운 경찰차는 굉음을 내며 외곽으로 향했다. 그의 옆자리에는 강서아 경감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녀는 차창 밖 풍경을 노려보는 듯했고, 도현은 그녀의 옆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경감님, 혹시 오늘 아침 식사는 건너뛰신 겁니까? 당신의 미간 주름은 평소보다 0.3밀리미터 더 깊어졌고, 입술은 살짝 갈라져 있군요. 전형적인 공복 상태의 신경 과민 증상입니다.”

서아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지금 제 안색 분석할 때가 아니잖아요, 차 탐정님. 정신 좀 차리세요!”

“탐정은 언제나 정신을 차리고 있죠. 특히 범죄 현장에서는 더욱 예민하게 모든 것을 포착해야 합니다. 심지어 당신의 짜증까지도요.”

“아, 진짜!”

서아는 분노했지만, 도현은 그저 빙긋 웃을 뿐이었다. 그녀의 반응도 그의 예측 범위 안에 있었다. 지루함 속에서 찾아낸 작은 즐거움이었다.

경찰차가 멈춰선 곳은 도심에서 한참 떨어진 고풍스러운 대저택 앞이었다. 덩굴로 뒤덮인 붉은 벽돌과 뾰족한 지붕은 마치 오래된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듯했다. 하지만 현재 그곳은 수많은 경찰차와 통제선으로 가득 차, 음울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피해자는 박성진 회장입니다. 재계에서 꽤나 유명한 인물이었죠. 은퇴 후 이곳에 칩거하며 외부와 거의 단절된 생활을 해왔습니다. 비서도, 수행원도, 가족조차도 회장님의 허락 없이는 저택 근처에 얼씬도 못했다고 합니다.”

서아의 설명을 들으며 도현은 저택의 외관을 훑었다. 창문은 모두 두꺼운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고, 마치 세상과의 연결을 거부하는 듯 견고해 보였다.

“외부 침입의 흔적은요?”

“없습니다. 모든 문과 창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강제로 훼손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시신은 서재에서 발견됐는데….”

서아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서재 문은 안에서 걸쇠로 단단히 잠겨 있었고, 창문은 특수 강화 유리로 완벽하게 봉쇄되어 있었습니다. 환기구도 사람이 드나들기에는 너무 좁았고요. 완벽한 밀실입니다.”

도현의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 흥미로웠다. 오랜만에 그의 뇌를 자극할 만한 퍼즐 조각이 나타난 것이다.

***

서재는 저택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두꺼운 오크 문은 경계를 넘어선 자들을 향해 경고하는 듯 위압적이었다. 문 옆에 선 현장 감식반장이 서아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경감님, 차 탐정님. 내부 촬영은 모두 마쳤습니다. 이제 문을 여시죠.”

서아는 도현을 한 번 흘끗 보더니, 조심스럽게 마스터키를 꺼내 들었다. 문 안쪽에서 잠긴 걸쇠를 풀기 위해서는 특수 장비를 사용해야 했다. 끽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묵직한 책 향기와 함께 비릿한 피 냄새가 코를 찔렀다. 서재는 예상했던 대로 고풍스럽고 웅장했다. 천장까지 닿는 거대한 책장에는 빼곡하게 책들이 꽂혀 있었고, 중앙에는 육중한 원목 책상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책상 위, 쏟아진 잉크병과 흩어진 서류 더미 사이에서, 박성진 회장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그의 가슴에는 황금빛 장식이 박힌 편지칼이 깊숙이 박혀 있었다. 날카로운 칼날은 그의 삶을 영원히 정지시킨 것처럼 보였다.

현장 감식반원들이 조용히 움직이며 증거를 채취하고 있었다. 도현은 서재 문턱을 넘어서자마자 마치 스캔이라도 하듯 눈을 느리게 움직였다. 바닥의 미세한 먼지 입자, 책장의 배열, 조명등의 각도, 심지어 책상 위 연필의 방향까지도 그의 눈에는 의미 있는 정보로 인식되는 듯했다.

“피해자의 사망 시각은 대략 새벽 2시에서 4시 사이로 추정됩니다. 발견 당시 문은 안에서 완전히 잠겨 있었고요. 창문, 환기구 모두 외부 침입 흔적 없습니다.”

형사가 도현에게 간략하게 브리핑했다. 도현은 그의 말은 건성으로 들으며, 방 안을 거닐었다. 그의 발걸음은 마치 춤을 추듯 우아했고, 그의 시선은 마치 살아있는 탐색기처럼 움직였다.

“이런, 완벽하군요.”

도현이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실망보다는 오히려 흥미진진하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뭐가 완벽하다는 거죠?” 서아가 퉁명스럽게 물었다.

“트릭 말입니다. 이 정도면 꽤나 정교하게 짜인 함정이죠. 저를 지루하게 만들지 않을 정도로는요.”

그는 책상 위를 유심히 살폈다. 사망한 회장의 손은 책상에 닿아 있었고, 손가락 끝에는 붉은 잉크가 묻어 있었다. 편지칼은 가슴에 깊이 박혀 있었지만, 주변의 혈흔은 비교적 적었다. 즉, 치명상은 한 번에 가해졌을 가능성이 높았다.

도현은 문으로 다시 돌아왔다. 두꺼운 오크 문. 안에서 잠겨 있던 걸쇠는 견고해 보였다. 그는 손가락으로 문틀을 쓸어보더니, 갑자기 고개를 갸웃거렸다.

“재밌군요. 아주 사소한데 말이죠.”

그의 시선은 문손잡이 아래,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미세한 흠집에 꽂혀 있었다. 마치 아주 가는 무언가로 긁힌 듯한 자국이었다. 너무 작아서 현장 감식반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법한 흔적이었다.

“뭐가 재밌다는 거죠, 차 탐정님? 흠집 하나 가지고 뭘….”

서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현은 허리를 숙여 흠집을 더욱 자세히 관찰했다. 그리고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것은 마치 오래된 수수께끼를 풀어낸 자만이 지을 수 있는, 만족감 어린 미소였다.

“경감님. 이 밀실은 처음부터 ‘갇힌 방’이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도현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그의 뇌는 이미 모든 조각을 맞추고 있었다.

“범인은 이 방 안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유히 나갔죠. 아무도 모르게, 마치 유령처럼.”

“말도 안 돼요!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고, 창문도….” 서아가 반박하려 했다.

하지만 도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이 방이 밀실처럼 보이는 건, 아주 정교하게 위장된 ‘눈속임’ 때문입니다. 바로 이 흠집과 이 밀실의 관계가 중요하죠.”

그는 문틀의 흠집을 가리키며 서아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이미 모든 답을 알고 있다는 듯 확신에 차 있었다.

“범인은 이 문을 통해 나갔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 문을 ‘잠그고’ 나갔습니다.”

서아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도현을 응시했다. 그녀의 미간 주름은 더욱 깊어졌다. 이 천재적인 탐정은 또 무슨 해괴한 말을 하려는 걸까? 하지만 그녀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남자, 차도현은 이미 밀실의 트릭을 깨부쉴 열쇠를 찾아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열쇠는 그녀의 완벽한 이성을 혼란에 빠뜨릴 만큼 기상천외한 것이리라는 것을.

도현은 여전히 미소 짓고 있었다. 그의 눈은 서재의 가장 깊은 곳, 밀실의 진실이 숨어있는 곳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이건 사랑스러운 퍼즐이군요. 아주 사소한 차이가, 모든 것을 뒤집어놓는….”

그는 돌연 걸음을 옮겨 서재 구석의 고풍스러운 시계를 바라봤다. 시계는 정확히 9시 1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시간이 멈춘 밀실. 그리고 그 밀실의 시간이 다시 흐르게 할 천재 탐정의 날카로운 시선이 멈췄다.

“자, 경감님. 이제부터 진짜 게임을 시작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