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 액션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콘크리트 잔해가 빗방울처럼 쏟아져 내렸다. 녹슨 철근들이 뼈처럼 앙상하게 드러난 마천루의 틈바구니 사이로, 잿빛 하늘이 숨 막히게 내려앉아 있었다. 강진은 닳아빠진 강화외골격 슈트의 헬멧 안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까마귀’라고 불리는 그의 슈트는 여기저기 땜질하고 너덜너덜했지만, 여전히 강진의 유일한 생존 도구였다.

“젠장, 또 막혔네.”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슈트 내장 마이크를 통해 헬멧 안에서 울렸다. 붕괴된 통로를 가로막은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를 보며 강진은 욕을 씹었다. 닷새째다. 식량은 바닥을 보였고, 물은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이대로 가다간 이 거대한 폐허 속에서 말라죽을지도 몰랐다.

그는 옆구리에 매달린 다기능 스캐너를 켰다. 지지직거리는 화면에는 이 구역의 지도가 희미하게 나타났다. 목표는 북쪽으로 3km 떨어진 구 시가지의 보급창고 잔해. 하지만 그곳까지 가는 길은 늘 이런 식이었다. 예상치 못한 붕괴, 길을 막는 방사능 구역, 그리고…

*부우우웅—*

낮고 굵은 진동이 발밑에서부터 올라왔다. 강진의 몸이 순간적으로 경직되었다. 스캐너 화면의 오른쪽 하단에 경고등이 깜빡였다. ‘접근 중인 생명체. 다수.’

강진은 조용히 외골격 슈트의 무릎을 굽혔다. ‘까마귀’의 관절에서 삐걱거리는 마찰음이 났지만, 그 외에는 완벽한 정적이었다. 폐허가 된 도시의 음침한 그림자 속에서, 강진은 움직이지 않는 그림자 그 자체가 되었다.

진동은 점점 가까워졌다. 이 폐허에 남아있는 위협 중 가장 성가신 존재, ‘식육종’이었다. 대붕괴 이후, 방사능과 알 수 없는 변이로 인해 탄생한 괴물들. 그들은 육식성이었고, 굶주려 있었으며, 무엇보다 빠르고 집요했다.

*콰자작!*

강진이 몸을 숨긴 폐건물의 아래층에서 날카로운 파열음이 들렸다. 거대한 그림자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것이 창문 틈으로 보였다. 하나, 둘… 다섯 마리 이상. 떼를 지어 다니는 식육종 무리와 맞서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까마귀’가 아무리 강해도, 총알이 무한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스캐너를 다시 확인했다. 식육종 무리가 건물을 따라 남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이 기회였다. 그들이 지나간 직후, 막힌 통로를 우회해 북쪽으로 향하는 것.

“젠장,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군.”

강진은 작게 중얼거리고는 강화외골격 슈트의 팔을 움직였다. 손가락에 해당하는 부분이 조종간에 맞물리며 단단히 고정되었다. 어깨에 장착된 경량 돌격 소총의 잔탄 수를 확인했다. 24발. 조심해서 써야 했다.

식육종 무리의 진동이 멀어지는 것을 확인한 강진은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외골격 슈트 ‘까마귀’는 폐허 속에서 완벽하게 위장된 듯 보였다. 녹슨 장갑은 벽의 부식된 철근과, 헬멧의 어두운 바이저는 그림자와 거의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는 재빨리 막힌 통로를 따라 난 작은 철골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발걸음마다 금속이 긁히는 소리가 났지만, 주위의 붕괴음과 바람 소리에 묻혀 희미하게 들릴 뿐이었다. 낡고 불안정한 계단을 따라 한 층씩 내려갔다.

갑자기, ‘까마귀’의 헬멧 바이저에 경고등이 다시 떴다.
‘접근 중인 생명체. 한 마리.’
강진은 온몸의 근육이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놓쳤나? 아니면… 뒤처진 놈인가?

*크아아악!*

등 뒤에서 귀청을 찢는 듯한 포효가 터져 나왔다. 강진은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시야에 들어온 것은 식육종 한 마리였다. 다른 개체들보다 훨씬 크고, 갈고리 같은 발톱이 날카롭게 빛나는 변이종이었다. 놈은 입을 벌린 채 거품을 흘리며 달려들었다.

“젠장!”

강진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까마귀’의 돌격 소총을 들어 올렸다. 방아쇠를 당기자 섬광과 함께 총성이 울렸다. *타타타탕!*
총알이 놈의 거친 피부에 박혔지만, 놈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광폭하게 돌진했다. 이런! 일반 식육종이 아니었다. ‘알파’라고 불리는 변이의 선두 개체였다.

강진은 황급히 옆으로 몸을 날렸다. ‘까마귀’의 육중한 몸체가 낡은 난간을 부수며 바닥에 뒹굴었다. *크아앙!* 알파 식육종의 발톱이 강진이 방금까지 서 있던 자리를 깊게 할퀴었다. 콘크리트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는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돌격 소총의 잔탄은 이제 18발. 이대로는 안 된다. 이 좁은 복도에서는 ‘까마귀’의 기동성이 제한된다. 그는 본능적으로 시야를 좁은 복도 끝의 비상구로 돌렸다. 외부로 통하는 문이었다.

“후퇴! 후퇴만이 살길이다!”

강진은 스스로에게 외치며 전속력으로 복도를 질주했다. ‘까마귀’의 증폭된 다리 힘이 바닥을 박차자 콘크리트 바닥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뒤에서는 알파 식육종의 짐승 같은 포효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놈은 강진보다 빨랐다.

*쿵! 쾅! 쿵!*

거친 발소리가 등 뒤를 덮쳤다. 강진은 고개를 돌릴 새도 없이 비상구 문을 향해 몸을 던졌다. 낡은 철문이 ‘까마귀’의 어깨에 부딪히며 끔찍한 쇳소리를 냈다. 간신히 문을 열고 몸을 밖으로 빼는 순간, 알파 식육종의 거대한 앞발이 강진의 등짝을 후려쳤다.

*콰앙!*

강철 프레임으로 보강된 ‘까마귀’의 등 부분이 움푹 파였다. 헬멧 안에서 강진은 고통스러운 신음성을 내뱉었다. 슈트의 경고등이 붉게 깜빡였다. ‘후방 장갑 손상. 기동성 저하.’

강진은 몸의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간신히 무너지지 않고 버텨냈지만, 상황은 최악이었다. 그는 건물 바깥, 폐허가 된 도로 위에 서 있었다. 끊임없이 부는 모래바람이 시야를 가렸다.

알파 식육종이 비상구 문을 부수고 튀어나왔다. 놈의 눈은 붉게 빛나고 있었다. 강진은 후방 장갑 손상으로 인해 둔해진 몸을 이끌고 뒷걸음질 쳤다. 총탄이 박힌 몸에서도 핏물이 흐르고 있었지만, 놈은 개의치 않았다.

“이젠 끝인가…?”

강진의 입에서 허탈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때, 헬멧의 바이저 한구석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였다. 스캐너였다. 그것은 멀지 않은 곳의 특정 지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신호? 이런 곳에?’

강진은 반사적으로 스캐너가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봤다. 거기에는 수십 층짜리 건물이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그 건물 상층부에서 아주 미약한 에너지 신호가 잡히고 있었다. 그것은 강진이 지금까지 이 폐허에서 본 적 없는, 안정적이고 규칙적인 신호였다.

알파 식육종이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는 듯 몸을 웅크렸다. 강진은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 신호… 어쩌면 마지막 희망일지도 모른다는 미약한 가능성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그래, 죽더라도 그냥 죽진 않아!”

강진은 이를 악물었다. ‘까마귀’의 시스템에 남아있는 모든 에너지와 추진력을 스러스터에 집중시켰다. *위이이잉—*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의 등 뒤에서 푸른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뒤로 물러서는 대신, 알파 식육종을 향해 역으로 돌진했다. 놈이 놀란 듯 잠시 주춤하는 사이, 강진은 슈트의 남은 총탄을 놈의 머리에 모조리 쏟아부었다. *타타타타탕!*

알파 식육종의 머리에서 끈적한 녹색 피가 터져 나왔지만, 놈은 여전히 쓰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경직되었다. 강진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모든 추진력을 이용해 놈의 거대한 몸통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휘이이잉—*

강진은 공중으로 솟구쳤다. ‘까마귀’의 스러스터가 전력을 다해 불을 뿜었다. 그는 알파 식육종의 공격 범위를 벗어나, 기울어진 건물 상층부에서 깜빡이는 희미한 신호를 향해 날아갔다. 발아래로는 포효하는 알파 식육종의 모습이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강진은 슈트의 팔을 쭉 뻗었다.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는, 스캐너가 포착한 미약한 신호의 진원지가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식량일지, 물일지, 아니면 더 치명적인 함정일지. 하지만 강진은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폐허가 된 도시의 잿빛 하늘을 가르며, 강진의 ‘까마귀’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날아갔다. 그의 유일한 희망을 향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