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어둠은 끈질겼다. 맹렬하게 타오르는 태양도, 수억 년 된 성운도 감히 침범할 수 없는 근원적인 검은 심연이었다. 그 검은 도화지 위를, 낡고 지친 한 척의 우주선이 위태롭게 미끄러져 가고 있었다. ‘페이더 호’. 억 단위의 신용 빚에 허덕이는 자들이 모여, 한탕의 꿈을 품고 이 망망대해로 뛰어든 배였다.

조종석은 고요했다. 낡은 컴퓨터 패널의 전등이 깜빡이는 소리, 생명 유지 장치의 낮은 웅웅거림, 그리고 간간이 들려오는 승무원들의 나직한 숨소리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선장 김하진은 닳아빠진 의자에 등을 기댄 채, 눈앞의 홀로그램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었다. 스크린에는 수없이 많은 별들이 숫자와 함께 점멸하고 있었지만, 그의 눈은 그 너머의 무(無)를 꿰뚫어 보려는 듯 무표정했다.

“캡틴, 열 시 방향. 미약하지만 불규칙적인 에너지 패턴 감지됐습니다.”
나른한 침묵을 깬 것은 항해사 박세아의 목소리였다. 새하얀 작업복이 유난히 도드라지는 그녀는 키보드 위에 놓인 손가락을 빠르게 놀리며 시야각을 조정했다. 단정하게 묶은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이마에는 이미 가는 주름이 잡혀 있었다.

하진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불규칙적이라고?”

“네. 일반적인 항성계나 소행성 지대의 패턴과는 다릅니다. 일정한 주기 없이 튀어나오고… 다시 사라지는 듯합니다.” 세아의 목소리에 미묘한 긴장이 섞였다. 심우주에서 ‘불규칙적’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예상 밖의 재난, 혹은 예상 밖의 행운을 의미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재난에 가까웠다.

하진은 손을 들어 올렸다. 홀로그램 스크린이 그의 손짓에 따라 미세하게 흔들리더니, 박세아의 모니터에서 뽑아 올린 정보를 그의 시야에 띄웠다. 파동은 너무나도 작았고, 너무나도 멀리 있었지만, 그 불규칙성은 굳건했다.

“선내 방송. 이강식 기관장, 최유리 박사, 조종석으로 집결.” 하진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뼈대 있는 명령이었다.

곧이어 둔중한 발소리가 복도를 울리고, 육중한 체격의 이강식 기관장이 땀에 젖은 얼굴로 들어섰다. 그는 기름때 묻은 작업복 위에 거친 수건을 두르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캡틴. 엔진 터졌어? 이제 좀 쉬려던 참이었는데.” 강식은 투덜거렸지만, 그의 시선은 이미 세아의 모니터를 향해 있었다. 숙련된 기관사는 불길한 징조를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그 뒤를 이어 작고 단정한 최유리 박사가 들어섰다. 그녀는 늘 그렇듯 깔끔한 실험복 차림이었다. 얇은 안경 너머의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캡틴, 긴급 호출이라니. 혹시 새로운 광물 지대라도 발견한 건가요? 아니면 미지의 생명체라도?”

하진은 그들에게 손짓으로 스크린을 가리켰다. “박세아 항해사, 브리핑.”

“네. 현재 좌표에서 약 0.5광초 떨어진 지점에서 미약한 에너지 파동을 감지했습니다.” 세아는 침착하게 설명했다. “주기가 불규칙하고, 현재까지 알려진 어떤 천체의 에너지 패턴과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강식은 코웃음을 쳤다. “젠장, 또 센서 고장 아니야? 어제 8번 센서 나간 거 고치느라 죽는 줄 알았다고.”

“아니요, 기관장님. 8번 센서는 정상입니다. 다른 보조 센서에서도 동일한 파동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세아는 단호하게 말했다.

유리 박사의 눈이 더욱 빛났다. “불규칙적인 파동이라… 혹시 인공적인 신호일 가능성은 없나요? 아니면 지금까지 기록되지 않은 형태의 자연 현상이라던가.” 그녀의 목소리에는 학자 특유의 흥분과 탐구심이 가득했다.

하진은 고뇌에 잠긴 듯 턱을 매만졌다. “세아, 최대 출력으로 파동의 원점을 추적해봐. 접근 속도는 평소보다 낮춰. 강식, 비상 엔진 점검하고 모든 시스템 최대로 올려. 비상 탈출 카트리지도 확인해.”

“캡틴, 너무 과민 반응 아닙니까? 그냥 스텔라 이물질일 수도 있잖아요.” 강식이 불평했다.

“심우주에서는 ‘그냥’이라는 건 없어, 강식.” 하진은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의 눈에는 긴 항해 동안 쌓인 피로와 함께, 그 피로를 잊게 만드는 본능적인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 “어떤 이상징후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그게 우리를 살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몇 시간이 흘렀을까. 아니, 몇 분이었는지도 모른다. 시간은 심우주의 끈적한 어둠 속에서 아무 의미 없는 개념이었다.
페이더 호는 조심스럽게 그 미지의 파동을 향해 나아갔다. 스크린에는 파동의 강도가 점차 선명해지는 그래프가 나타났다.

“캡틴, 시각 감지 범위 내로 들어왔습니다. 대형 물체… 확인됩니다.” 세아의 목소리에 당혹감이 섞였다.

하진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켜 세아의 모니터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곳에 나타난 이미지에 그의 눈은 서서히 커졌다.
거대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였다. 거대한 검은 바위, 혹은 얼음 덩어리인가 했다.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그것은 빛을 반사하지 않았다. 주변의 별빛도, 페이더 호의 탐조등도 집어삼키는 듯, 오직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실루엣만을 드러낼 뿐이었다. 형태는 기이했다. 완벽한 구도, 육면체도 아니었다. 마치 수십, 수백 개의 불가능한 기하학적 도형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하나의 거대한 구조물을 이루고 있는 듯했다. 표면은 매끄러웠으나, 동시에 틈새와 돌기가 가득한 것처럼 보였다.

“이건… 대체 뭐야.” 강식의 입에서 저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의 눈은 경악으로 가득했다.
“인공물입니다.” 유리 박사의 목소리는 떨렸다. “분명 인공물입니다. 자연적인 형태가 아니에요. 하지만… 인류의 기술로는 이런 형태를 만들 수 없습니다.”

하진은 숨을 들이켰다. 그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오랜 세월 심우주를 떠돌며 수많은 기이한 광물과 버려진 우주선 잔해들을 보아왔지만, 이런 것은 단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차갑고, 위압적이며, 동시에 알 수 없는 매혹으로 그들을 끌어당겼다.

“에너지 파동의 원점… 저 물체 내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세아가 나직이 말했다. “주위 공간의 중력장이 미세하게 왜곡되어 있습니다. 마치… 저 물체가 주변 시공간을 끌어당기는 듯합니다.”

“접근 속도 늦춰!” 하진이 급히 명령했다. “젠장, 이건 우리가 찾아야 했던 ‘정체불명의 유물’이 아니야. 이건… 살아있어.”
그는 자신도 모르게 권총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그의 눈은 거대한 검은 물체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 순간, 페이더 호의 함교 전체를 울리는 듯한 깊고 낮은 진동이 느껴졌다.

*웅—*

검은 물체의 표면에서, 마치 잠에서 깨어나듯 미세한 빛줄기들이 꿈틀거렸다. 그것은 차가운 푸른빛이었다. 그 빛은 물체의 기이한 기하학적 문양을 따라 흐르더니, 이내 하나의 거대한 균열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마치 고요히 잠들어 있던 눈이 서서히 뜨이는 것처럼.

“캡틴! 저 균열 안쪽에서… 무언가 나오고 있습니다!” 세아의 비명 같은 외침이 함교를 가득 채웠다.

하진은 홀린 듯 그 광경을 바라봤다. 검은 물체의 내부에 펼쳐진 심연, 그 안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그 어떤 상상으로도 예측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차원의 존재였다.
그것은 마치… 우주가 그들에게 직접 손을 내미는 것 같았다. 혹은 그들을 집어삼키려는 듯.
하진은 마른침을 삼켰다. 이 미지의 발견은 그들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부를 가져다줄 수도 있었고, 혹은 상상을 초월하는 파멸을 안겨줄 수도 있었다.
어둠 속에서, 푸른빛이 더욱 맹렬하게 타올랐다.
그리고 페이더 호는, 그 빛 속으로 더욱 깊이 빨려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