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미스터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제1장: 새벽 세 시의 방문객

밤 열두 시가 훌쩍 넘은 시간, 내 작은 아파트의 형광등은 지친 눈꺼풀처럼 깜빡였다. 재택근무는 좋았지만, 마감 기한이 코앞으로 다가오면 자정쯤이야 겨우 초저녁 같은 느낌이었다. 김민준, 스물여섯. 나의 초라한 이름 옆에 붙은 ‘프리랜서 웹 기획자’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무색하게, 나는 고작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키보드만 두드리는 신세였다. 낡은 원목 책상 위에는 식은 커피잔과 어지러운 자료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하아…”

깊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깨는 뻐근했고, 눈은 감기 직전의 모래알처럼 깔깔했다. 고개를 젖혀 스트레칭을 하자 목뼈에서 ‘우드득’ 하는 소리가 났다. 그때였다.

*깜빡.*

형광등이 유난히 길게 명멸했다. 곧 꺼질 것처럼 위태롭게 흔들리더니, 이내 다시 밝아졌다. ‘젠장, 이제 갈 때가 됐나.’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 아파트도 내가 입주한 지 벌써 3년째, 건물 자체가 오래된 편이니 전등 하나쯤 맛이 갈 때도 됐을 터였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는데, 부엌 쪽에서 낯선 소리가 들렸다.

*끼이익… 덜컥.*

낡은 냉장고에서 나는 소리인가 싶어 귀를 기울였다. 아니, 냉장고 소리와는 달랐다. 마치 목재 문이 천천히 열리다 잠금장치가 헐겁게 풀리는 듯한 소리였다. 거실과 부엌 사이에 미닫이문 따위는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불길한 기분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뭐야…”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괜히 예민해진 걸 거라고 스스로를 달랬지만, 등골이 서늘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슬그머니 의자에서 일어나 부엌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캄캄한 부엌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어둠 속에 무언가가 *움직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니겠지.”

피곤해서 헛것이 보이는 걸 거라고 애써 부정하며, 나는 물이나 한 잔 마실 요량으로 부엌으로 향했다. 싱크대 위에는 내가 아끼는 캐릭터 머그컵이 놓여 있었다. 컵을 잡으려 손을 뻗는 순간이었다.

*스르륵.*

컵이 혼자서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내 손이 닿기도 전에, 머그컵은 싱크대 끝자락에서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더니, 이내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 났다.

“젠장!”

놀라움보다도 어이가 없었다. 컵을 제대로 놓지 않았던가? 아니, 분명 평소처럼 싱크대 한가운데에 놓았었다. 이 아파트는 지반이 약해서 미세한 진동이 심한가? 아니, 그렇다고 해도 컵이 저렇게 스스로 움직일 리가 없었다. 바닥에 흩뿌려진 유리 조각들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갑자기 부엌 안의 공기가 차갑게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여름밤인데도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바닥을 대충 닦아내고는 서둘러 거실로 돌아왔다. 괜히 기분 탓일 거라고, 밤샘 작업으로 예민해진 탓일 거라고 되뇌었다. 다시 의자에 앉아 노트북 화면을 노려봤지만, 좀처럼 집중할 수가 없었다. 심장이 불안하게 쿵쾅거렸다.

*툭.*

이번에는 책상 위였다. 내가 정리해둔 기획서 파일 중 가장 위쪽에 있던 두꺼운 책이,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떠밀린 것처럼 그대로 책상 모서리를 넘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야… 이건 아니지.”

나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피곤함은 온데간데없었다. 책상과 바닥에 떨어진 책을 번갈아 보며 숨을 헐떡였다. 누가 내 옆에 서서 책을 밀기라도 한 것처럼 정확하게 책상 밖으로 떨어졌다.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 이건 더 이상 피곤함이나 진동 탓으로 돌릴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파트 전체가 마치 나를 노려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고요함이 무섭게 느껴졌다. 거실 한가운데에 서서 사방을 둘러봤다. 텅 빈 공간, 닫힌 현관문, 그리고 굳게 잠긴 베란다 창문. 누구도 침입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왜…?

*쉬이이익…*

귓가에 희미한 바람 소리가 들렸다. 환풍기 소리인가? 아니, 더 작고, 훨씬 가까웠다. 마치 누군가 내 귀 옆에서 숨을 쉬는 듯한 소리였다. 공포가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누… 누구 없어요?”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떨리는 목소리는 텅 빈 아파트에 그대로 흡수되는 듯했다.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확실히 느꼈다. 나 혼자가 아니었다. 이 공간 안에, 나와 함께 다른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었다.

새벽 세 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나는 더 이상 이 상황을 버틸 수 없었다. 모든 것을 뒤로하고 침실로 도망치듯 들어왔다. 일단 침대에 누워 눈을 감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모든 소리를 차단하고 싶었다.

침대 끝에 걸터앉아 막 몸을 뉘이려던 참이었다.

*끼이이이익…*

침실 문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분명, 나는 방으로 들어오면서 문을 굳게 닫았었다. 습관처럼 확인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내 눈앞에서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슬며시 열리고 있었다. 문틈 사이로 거실의 칠흑 같은 어둠이 새어 들어왔다. 밖에서 스며드는 차가운 냉기가 내 살갗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어둠 속 거실에서 믿을 수 없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콰아아앙!*

귀청을 찢을 듯한 폭발음. 마치 거대한 물건이 벽에 부딪히는 듯한 굉음이었다. 이어서 들려온 것은 또 다른 유리 깨지는 소리였다. 아까 부엌에서 들렸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산산조각 나는 날카로운 파열음.

내 몸은 얼어붙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열린 침실 문 너머의 어둠 속을 나는 멍하니 응시했다. 무언가, 아니, 누군가가 거실에 있었다. 분명히, 그곳에 있었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존재는… 지금 막 나의 평온한 공간을 부수고 들어온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