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전생 (Isekai)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낡은 아파트의 방문객

고요한 아침은 늘 똑같은 방식으로 시작되었다. 낡은 자명종 시계의 삑, 삑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긁으면, 김지우는 잠시 허공을 응시하다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스물아홉의 백수. 정확히는 재택근무 프리랜서 개발자였지만, 스스로를 그렇게 부르기에는 어쩐지 거창하게 느껴졌다. 그의 세상은 낡은 모니터와 커피포트, 그리고 이 오래된 복도식 아파트의 504호가 전부였다.

찬물로 대충 세수를 하고 주방으로 향했다. 식탁 위에는 어제 먹고 남은 배달 음식 용기가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대충 컵라면으로 아침을 때우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늘 그랬듯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지루하고 평범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다.

첫 번째 이상한 일은 오전 내내 코드를 씨름하고 있을 때 벌어졌다. 노트북 옆에 놓아둔 샤프펜슬이 스르륵, 하고 미끄러지더니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 피곤한가.’ 지우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허리를 굽혀 펜을 주웠다. 딱히 경사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책상이 흔들리지도 않았다. 순간 묘한 기시감이 들었지만, 그는 애써 무시했다.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하려 소파에 앉았다. 탁자 위에는 방금 마신 커피잔이 놓여 있었다.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문득 눈길이 커피잔에 닿았다. 분명 탁자 한가운데 놓아두었던 잔이 어느새 오른쪽 구석으로 밀려나 있었다. 누가 옮긴 것도 아닌데. 지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잔을 다시 제자리로 옮겨놓았다. ‘내가 건망증이 심해졌나?’

오후에는 조금 더 명확한 일이 일어났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오는데, 분명 닫혀 있던 안방 문이 스르륵 열려 있었다. 삐걱거리는 소리 하나 없이. 지우는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것을 느꼈다. 혹시 누가 들어온 건가? 도둑인가? 그는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안방으로 향했다. 아무도 없었다. 창문도 굳게 잠겨 있었고, 방 안의 물건들도 제자리에 있었다.

“뭐야, 진짜… 환각이라도 보는 건가?”

지우는 중얼거리며 문을 닫았다. 하지만 그 순간, 거실을 가로지르는 찬 공기가 그의 뺨을 스쳤다. 창문은 닫혀 있었다. 보일러도 잘 돌아가고 있었다. 분명 따뜻해야 할 집 안에서, 마치 얼음장 같은 냉기가 그의 주변을 맴도는 듯했다.

밤이 되자 공포는 더욱 선명해졌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려는데, 주방에서 ‘쨍그랑!’ 하는 소리가 들렸다. 유리그릇이라도 깨진 듯 날카로운 소리에 지우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후다닥 주방으로 달려갔지만, 바닥에는 아무것도 깨져 있지 않았다. 식기 건조대에 있던 접시 하나가 떨어져 있긴 했지만, 멀쩡했다.

“젠장, 미쳤나 봐. 나 정말 미쳐가는 거 아니야?”

그때였다. 거실의 TV가 갑자기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저절로 켜졌다. 화면에는 지지직거리는 노이즈와 함께 섬뜩한 알 수 없는 이미지가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채널이 마치 빠르게 돌려지는 것처럼 마구 바뀌기 시작했다. 지우는 숨을 헐떡이며 리모컨을 찾아 들었지만, 리모컨은 작동하지 않았다.

“꺼져! 꺼지라고!”

그는 결국 TV 전원 코드를 뽑아버렸다. 그러자 집 안은 다시 암흑과 정적에 잠겼다. 하지만 지우는 알았다. 더 이상 예전의 고요함이 아니라는 것을. 이 정적은 마치 무언가가 자신을 지켜보는 듯한, 소름 끼치는 침묵이었다.

그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거실 소파에 앉아 밤을 새웠다. 동이 터오자 간신히 안심이 되었다. 태양이 뜨면 모든 어둠이 물러나듯이, 불길한 기운도 사라질 것만 같았다. 그는 지친 몸을 이끌고 침실로 향했다. 막 침대 위로 몸을 던지려던 찰나, 형광등이 ‘팟!’ 하고 깜빡이더니 꺼졌다. 지우는 얼어붙었다.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다시 거실로 나가자 형광등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환하게 켜졌다.

“설마… 진짜… 귀신인가?”

그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공포가 목구멍을 옥죄어왔다. 혼자 사는 집에서 이런 일을 겪는다는 것은,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도 현실적이고 잔혹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영상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스마트폰을 꺼내 동영상 촬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가 스마트폰을 들고 촬영을 시작하면 모든 기이한 현상이 멈췄다. 마치 누군가 자신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답답함과 공포가 뒤섞여 그를 미치게 할 것 같았다. 그는 씻고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욕실로 들어갔다. 따뜻한 물줄기가 몸을 감싸자 잠시나마 안도감이 찾아왔다. 샤워를 마치고 김이 서린 거울을 바라봤다. 그 순간, 거울 위에 손가락으로 글씨가 쓰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가’

지우는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온몸의 피가 식는 듯한 충격이었다. 그의 눈에는 분명히, 글씨가 또렷하게 박혀 있었다. 흐릿해지지도 않고, 선명하게. 그는 손을 뻗어 그 글씨를 지우려 했다. 하지만 그의 손이 닿기도 전에, 거울 위의 글씨는 마치 신기루처럼 스르륵 사라졌다.

“악!!!”

그는 주저앉아 머리를 감쌌다. 더 이상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없었다. 이건 꿈이 아니었다. 환각도 아니었다. 그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거는 존재가 있었다. 이 집 안에, 자신 외에 다른 무언가가.

그 순간, 그의 등 뒤에서 낮은 속삭임이 들려왔다. 마치 수백 개의 목소리가 뒤섞인 듯한 웅얼거림. 처음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었지만, 점점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도망쳐…’*
*‘…놓아줘…’*
*‘…그가… 온다…’*

“누구야! 너 누구냐고!”

지우는 미친 사람처럼 소리쳤다. 그러자 속삭임은 더욱 커졌다. 마치 그에게 직접적으로 들려주려는 듯, 모든 목소리가 한 단어로 합쳐졌다.

*‘…죽어… 죽어… 죽어…!!!’*

집 안의 모든 불이 일제히 ‘팟!’ 하고 꺼졌다. 암흑 속에서 섬뜩한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무언가 쾅! 하고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지우는 공포에 질려 눈을 감았다 떴다. 침대 매트리스가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책장의 책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리며 그의 발치에 뒹굴었다. 거실의 가구들이 뒤집히고, 의자가 벽에 부딪혀 산산조각 났다.

마치 집 자체가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지우는 이성을 잃고 현관문을 향해 내달렸다. 하지만 손잡이를 잡으려던 순간, 문이 ‘쾅!’ 하고 저절로 잠겼다. 아무리 잡아당겨도 열리지 않았다. 덜컹거리는 문짝은 그를 비웃는 것 같았다.

“살려줘! 살려줘!!!”

그는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온몸에 차가운 기운이 휘감았다. 피부가 얼어붙는 듯한 한기가 온몸을 덮었다. 거실 한가운데 놓인 테이블이 솟구치더니 천장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산산조각 나며 파편들이 빗발치듯 쏟아져 내렸다.

그때였다. 낡은 창문이 ‘콰아앙!’ 하는 굉음과 함께 깨져버렸다. 날카로운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고, 그 틈으로 강렬한 바람이 들이닥쳤다. 그 바람 속에서, 무언가 거대한 형체가 불분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검은 연기로 만들어진 듯한 형체는, 지우를 향해 느릿하게, 그러나 확고하게 손을 뻗는 듯했다.

지우는 눈앞의 광경에 정신을 놓아버렸다.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그는 의식의 끈을 놓쳤다. 의식이 완전히 끊어지기 직전, 그의 몸이 마치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처럼 강하게 빨려 들어가는 기묘한 감각을 느꼈다. 낡은 아파트의 방문객은, 그렇게 김지우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그의 육신은 더 이상 그 자리에 없었다. 오직 깨진 창문과 난장판이 된 집만이 덩그러니 남았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