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호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챕터 1: 그림자 아래의 식량**

천장에 매달린 간판이 삐걱거렸다. 닳고 해진 철제 글자들이 마치 오래된 비명처럼 바람에 흔들렸다. 김민준은 낡은 방수포로 덮인 배낭을 어깨에 고쳐 매며 몸을 숙였다. 한때는 번화했을 대형 마트의 잔해. 지금은 부서진 진열대와 썩어가는 상품 냄새, 그리고 끈적한 침묵만이 가득한 거대한 무덤이었다.

“젠장, 아무것도 없잖아.”

낮게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거대한 공간 속으로 스며들었다. 어둠은 이미 창밖을 집어삼켰지만, 마트 안은 바깥보다 더 깊은 심연이었다. 한때 유리로 덮였을 천장은 산산이 부서져 사라졌고, 그 자리를 알 수 없는 검은 덩굴들이 기괴하게 뒤덮고 있었다. 그 덩굴들은 마치 살아있는 촉수처럼 어둠 속에서 꿈틀거리는 듯했다.

민준은 손전등을 들어 올렸다. 칙- 하는 소리와 함께 낡은 전구에서 희미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빛은 겨우 몇 걸음 앞을 비출 뿐이었지만, 이 불빛 하나가 그를 감싸는 끈적한 공포를 잠시나마 걷어내 주었다. 그의 시선은 텅 빈 통조림 코너를 훑었다. 대부분 뜯겨 있거나, 내용물이 알 수 없게 변색되어 있었다. 끔찍한 녹슨 냄새가 코를 찔렀다.

굶주림이 명치끝을 찌르는 통증으로 다가왔다. 어제 겨우 찾아낸 딱딱한 비스킷 두 조각이 전부였다. 이런 식으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터였다. 그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절망은 사치였다.

폐허가 된 육가공 코너를 지나자 냉동 코너가 나왔다. 물론 전기는 진작에 끊겼을 테니, 이곳에 온전한 것이 남아있을 리 만무했다. 다만, 그의 눈길을 끈 것은 찌그러진 냉동고 문틈으로 비어져 나온 기묘한 푸른빛이었다. 빛이라기보다는, 섬뜩하게 발광하는 곰팡이 같았다.

“이게 뭐야…”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발밑의 부서진 유리 조각들이 사각거리는 소리를 냈다. 민준은 숨을 죽였다. 미세한 소음 하나도 이 침묵 속에서는 거대한 파열음처럼 느껴졌다. 손전등을 냉동고 안으로 비췄다. 곰팡이는 예상대로였다. 거대한 파란색 덩어리들이 냉동육을 감싸고, 심지어는 냉동고 벽면까지 뒤덮고 있었다. 마치 낯선 바다 생물들이 고기 위에 달라붙어 증식한 듯한 광경이었다.

그때였다. 덩어리들 사이에서 무언가 움직였다.

민준은 순간적으로 몸을 굳혔다.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것은 곰팡이 덩어리들이 만들어낸 착시 현상일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 심장이 쿵, 쿵, 하고 거칠게 울렸다. 귓가에 웅얼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는 착각마저 들었다.

*…도망쳐…*

목소리는 아주 작고, 흐릿했다. 마치 먼 곳에서 들려오는 메아리 같았다. 민준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환청이다. 지쳐서 들리는 환청. 이런 곳에서는 익숙한 일이었다.

하지만 발밑의 유리 조각들이 다시 한번 ‘사각-‘ 하고 소리를 냈다. 분명 그가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민준은 재빨리 뒤를 돌아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빈 복도, 어둠에 잠긴 진열대들. 그는 다시 냉동고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순간, 냉동고 안의 푸른 곰팡이 덩어리들이 일제히 ‘꿈틀’ 하는 것을 똑똑히 봤다. 마치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처럼.

그리고 덩어리들 사이에서, 무언가 차갑고 희끄무레한 것이 ‘스윽’ 하고 튀어나왔다. 그것은 마치 사람의 팔처럼 가늘고 길었으나, 뼈대만 남아있는 듯 앙상하고, 피부는 푸른 곰팡이로 뒤덮여 있었다. 끝은 날카로운 손톱 대신, 녹슨 쇠붙이 같은 것으로 변형되어 있었다.

“크…!”

민준은 비명을 삼켰다. 온몸의 털이 쭈뼛 섰다. 그 존재는 희미한 냉동고 안의 빛을 반사하며, 마치 그를 향해 손짓하는 것처럼 천천히 움직였다. 웅얼거리는 소리가 환청이 아니었다. 푸른 곰팡이 덩어리들 사이에서, 수많은 작은 입들이 열리고 닫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아니, 착각이 아니었다.

*…가까이 와… 가까이…*

그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본능이 소리쳤다. *도망쳐!*

민준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쿵, 쿵, 쿵. 그의 발소리가 폐허 속에서 불협화음을 만들어냈다. 뒤에서 무언가 그의 이름을 부르는 듯한 끔찍한 속삭임이 들리는 것 같았다.

“젠장, 젠장, 젠장!”

그는 계산대 앞의 무너진 구조물들을 뛰어넘고, 썩은 과일 냄새가 진동하는 청과 코너를 가로질렀다. 그의 손전등 불빛은 미친 듯이 흔들렸다. 시야에 잡히는 모든 것이 흐릿하게 일그러졌다. 건물 전체가 그를 잡아먹으려는 거대한 입 같았다.

겨우 마트의 부서진 출입구에 다다랐을 때, 그는 있는 힘껏 바깥으로 몸을 던졌다. 차가운 밤공기가 폐부를 찔렀다. 그는 미친 듯이 숨을 몰아쉬었다.

등 뒤에서 마트 건물 전체가 ‘으득-‘ 하고 뼈 부러지는 소리를 내는 듯했다. 마치 거대한 괴물이 하품을 하듯, 출입구 안쪽의 검은 덩굴들이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덩굴들 사이에서, 아까 그 푸른 빛이 희미하게 깜빡이는 착각마저 들었다.

민준은 더 이상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오직 눈앞의 어둠과, 희미하게 빛나는 멀리 떨어진 빌딩의 실루엣이었다. 그 빌딩은 과거 그가 ‘안전 구역’이라고 불렀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또 다른 그림자에 불과했다.

배낭을 더 단단히 고쳐 맸다. 손에는 낡은 칼자루가 땀으로 축축했다. 굶주림은 여전했지만, 그것보다 더 거대한 공포가 그의 정신을 지배했다.

이 세상은 변했다.
더 이상 식량을 찾아 나서는 단순한 생존이 아니었다.
이것은, 세상 자체가 미쳐버린 밤 속에서, 제정신을 부여잡기 위한 싸움이었다.

멀리서, 또 다른 짐승의 울음소리가 밤하늘을 갈랐다.
그것은 늑대일까, 아니면 이 타락한 세상이 낳은 또 다른 존재일까.
민준은 대답을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는 계속해서 나아갈 뿐이었다.
어둠 속에서, 다음 해가 뜨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아니, 다음 해가 뜨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절망 속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