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 액션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우주력 325년, 제7섹터 아르카디아 성계.
산산이 부서진 잔해들이 춤추는 전장은 지옥 그 자체였다. 거대한 전함들의 잔해가 행성 고리처럼 떠다니며 불타는 꼬리를 그렸고, 그 사이를 수없이 많은 아광속 전투기와 거대 병기들이 번개처럼 가로질렀다. ‘천공의 칼날’이라 불리는 강민준의 기체, ‘페가수스 Mk-III’는 붉은색 섬광과 푸른색 에너지 파동이 난무하는 한복판에서 맹렬히 회전하며 적기를 격추했다.

“섹터 감마-7, 적 주력함 ‘헤르메스’급 격침 확인! 전방 병력, 후방으로 밀고 들어간다!”
민준의 귀에 들어오는 통신은 격렬한 전투의 혼란 속에서도 선명했다. 사령부의 목소리는 다급했고, 주변 아군 기체들의 격추음은 그의 심장을 조여왔다.
“민준! 우측 45도, 에어리언 고속정이다! 조심해!”
파트너이자 전우인 진우의 다급한 경고가 울렸다. 민준은 본능적으로 스틱을 꺾으며 기체를 급강하 시켰다. 고막을 찢을 듯한 에너지 파동이 그의 기체 바로 위를 스쳐 지나갔다.

“젠장, 저놈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악착같아!”
진우가 거친 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민준은 대답 대신, 에어리언 고속정의 궤적을 쫓아 록온(Lock-on)을 걸었다. 찰나의 순간, 그의 시야에 섬광처럼 스쳐 지나가는 다른 기체가 포착됐다. 에어리언 특유의 유려한 곡선형 기체였다. 그러나 단순한 고속정이 아니었다. 그 기체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였다. 주변의 모든 포화를 피하면서도 정확하고 치명적인 공격을 쏟아내는 모습은, 일반적인 에어리언 병기와는 확연히 달랐다.

‘저 움직임은….’
민준의 심장이 불길하게 쿵, 하고 떨어졌다. 본능적인 공포감과 함께, 차가운 전율이 전신을 훑었다. 과거의 기억이 마치 깨진 유리조각처럼 날카롭게 그의 뇌리를 스쳤다.

* * *

밤하늘을 수놓은 별빛 아래, 인적 드문 행성 ‘베릴륨-23’의 푸른 초원.
차가운 바람이 불었지만, 그 온기는 충분히 따뜻했다.
“인간들은 이렇게 밤하늘을 보며 꿈을 꾸나요?”
긴 은발 머리카락을 가진 여인의 목소리가 바람결에 실려 왔다. 그녀의 눈은 깊은 우주를 담은 듯 신비로웠다.
“그래. 때로는 희망을, 때로는 절망을 보지.”
그녀의 손을 잡은 자신의 손은 너무나 거칠고 투박했다. 하지만 그녀는 망설임 없이 손가락을 엮어왔다.
“저는… 당신과 같은 꿈을 꾸고 싶어요, 민준.”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별빛처럼 부드러웠다. 그에게 ‘금지된’ 것이자, ‘모든 것’이었던 그녀. 라이라였다.
그녀는 에어리언, 자신은 인간. 종족도, 태어난 세계도 달랐지만, 그들의 영혼은 서로에게 깊이 끌렸다. 그것이 전쟁 중인 두 종족에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면서도, 그들은 서로를 놓을 수 없었다.

* * *

“민준! 뭐 하는 거야! 망할! 제압당한다!”
진우의 고함에 민준은 현실로 돌아왔다. 그의 눈앞에는 아까 그 유려한 에어리언 기체가 아군 지원기를 완벽하게 압도하고 있었다. 치명적인 속도로 접근하며, 푸른빛 에너지 칼날을 휘둘렀다. 아군 지원기의 방어막이 파열음과 함께 산산조각 났다. 조종사는 필사적으로 회피했지만, 이미 늦었다.

‘저 공격… 라이라의 움직임이다.’
민준은 확신했다. 특유의 기동 패턴, 공격의 타이밍, 그리고 적의 허점을 파고드는 방식. 심지어 기체에 새겨진 문양까지. 그것은 분명, 라이라의 전용 기체였다. 그는 라이라가 에어리언 병기의 최정예 조종사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전장에서, 그것도 서로를 겨누는 상황에서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사령부, 에어리언 주력 전투기 ‘셰이드-III’ 발견! 아군 지원기 격추 직전입니다!”
진우가 다급하게 보고했다.
“페가수스 Mk-III, 강민준 조종사! 즉시 ‘셰이드-III’를 저지하고 아군을 보호하라! 최우선 목표다!”
사령부의 명령은 단호했다. 민준은 망설였다. 그의 손은 조종간 위에서 굳어버렸다. 라이라를… 쏴야 하는가?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을, 이 전장에서, 직접 격추해야 하는가?

하지만 그 망설임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의 눈앞에서 아군 지원기의 잔해가 폭발하며 우주 공간으로 흩어졌다. 동료가 죽었다. 라이라의 손에.

‘젠장…!’
민준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개인적인 감정은 전장에서 사치였다. 그는 자신의 기체에 내장된 인공지능 ‘오르카’에게 명령했다.
“오르카, ‘셰이드-III’에 대한 모든 전투 데이터를 끌어내. 약점 분석, 즉시.”
[분석 시작. 셰이드-III 기체는 높은 기동성과 강력한 에너지 방어막이 특징입니다. 그러나 장시간 고속 기동 시, 기체 후방 동력 코어에 미세한 과부하가 감지될 수 있습니다. 0.03초의 틈.]
오르카의 목소리는 기계적이었지만, 민준에게는 섬광처럼 느껴졌다. 0.03초. 그 짧은 순간에 라이라의 기체의 치명적인 약점을 노려야 했다.

“진우, 엄호 사격! ‘셰이드-III’의 시선을 끌어줘!”
“알겠다! 민준, 후회할 일 만들지 마!”
진우의 기체가 포효하듯 돌진했다. 민준은 이를 악물었다. 그의 페가수스 Mk-III는 기체를 급회전하며 셰이드-III를 향해 돌진했다. 양쪽 날개에서 푸른색 빔 포가 섬광처럼 뿜어져 나왔다. 셰이드-III는 민첩하게 이를 피하며 반격했지만, 민준은 이미 라이라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꿰뚫고 있었다.

‘라이라… 미안하다.’
그의 손가락이 방아쇠에 닿았다. 뇌리에 스치는 마지막 기억은, 별빛 아래에서 환하게 웃던 그녀의 얼굴이었다.
“페가수스 Mk-III, 최대 출력! 특수 전술 기동 ‘스카이 댄서’ 발동!”
민준의 기체는 마치 춤을 추듯 우주 공간을 가로질렀다. 셰이드-III의 예측 궤도를 벗어나, 놀라운 속도로 측면을 파고들었다. 라이라의 기체가 순간 당황한 듯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 0.03초의 틈.

민준은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크아아악!”
페가수스 Mk-III의 주포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색 에너지 빔이 셰이드-III의 후방 동력 코어를 정확히 강타했다. 콰앙! 셰이드-III의 동력 코어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연기가 피어오르며 기체가 통제력을 잃고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성공했다! 민준! 해냈어!”
진우의 기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민준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의 심장은 얼어붙은 듯 차가웠다.
그 순간, 셰이드-III의 기체에서 미세한 통신 신호가 감지되었다. 암호화되지 않은, 짧은 주파수.
[…민준…?]
목소리는 희미했지만, 그가 평생 잊을 수 없는, 너무나도 익숙하고 사랑스러운 음성이었다.
민준의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그 목소리는 분명 라이라였다.

그의 손이 조종간을 놓치며 떨렸다. 그의 눈앞에서, 라이라의 기체가 통제 불능 상태로 멀어져 가고 있었다. 완전히 격추된 것은 아니었지만, 더 이상 전투를 계속할 수 없는 상태였다.

“페가수스 Mk-III, 셰이드-III를 추격하라! 완전 격추 지시가 내려왔다!”
사령부의 명령이 다시 한번 귓가를 때렸다.
추격? 아니, 라이라를 죽이라고?
민준의 눈은 흔들렸다. 그의 머릿속은 혼돈 그 자체였다.
그때, 멀리서 또 다른 거대한 에너지 파동이 감지됐다. 에어리언 주력 함대의 증원이 도착한 것이었다. 그들의 함선에서 수십 개의 미사일이 일제히 발사되며 민준의 위치로 쏟아졌다.

“젠장, 함정이었나!”
진우가 소리쳤다.
민준은 갈등했다. 이대로 라이라를 쫓아갈 것인가, 아니면 밀려오는 적의 증원군에 맞설 것인가. 라이라의 기체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희미한 통신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의 눈은 에어리언 증원군과, 저 멀리 희미해지는 라이라의 기체 사이를 오갔다.
선택해야만 했다.
하지만 어떤 선택도, 그의 심장을 찢어놓을 것 같았다.

“라이라…!”
그의 절규는 우주 공간의 공허 속에 흩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에어리언 증원 함대 중 가장 거대한 전함의 함교에서, 한 인물이 차갑게 미소 지었다.
“예상대로군. 라이라의 미끼는 성공적이었다.”
그의 손에는 라이라의 기체와 연결된 통신기가 들려 있었다. 하지만 라이라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대신, 기계적인 음성이 흘러나올 뿐이었다.
[미끼 작전, 성공적으로 수행되었습니다. 아르카디아 성계 방어선 붕괴 임박.]
그리고 전함은 맹렬한 포화를 퍼부으며, 강민준이 있는 곳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