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천공의 아레나, 그 거대한 강철 심장이 쿵, 쿵, 하고 불규칙하게 울렸다. 수만 관중의 숨소리마저 먹어치운 침묵 속에서, 녹슨 증기가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원형 경기장 위에 두 인영이 마주 서 있었다. 아레나를 지탱하는 거대한 강철 기둥들은 마치 살아있는 괴수처럼 삐걱이며, 그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증기 안개가 묵직한 긴장감을 더했다.

한쪽에는 검은색 도포 자락이 스팀 기관의 미풍에 나부끼는 사내, 하륜이 서 있었다. 그의 은하수 검은 마치 그의 이름처럼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별똥별 같았다. 전통적인 무림 복식과 고아한 기품은, 기계와 증기가 지배하는 이 도시의 풍경과는 사뭇 이질적이었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끓어오르는 용광로처럼 뜨거웠다.

그의 맞은편에는 거대한 강철 골격이 뼈대를 이루고, 곳곳에 황동 파이프와 증기 밸브가 박힌 기계 갑옷을 입은 강철산이 버티고 있었다. 그의 오른팔에는 압축 증기로 작동하는 거대한 강철 주먹이, 왼손에는 증기 압력을 조절하는 복잡한 제어반이 장착되어 있었다. 강철산의 눈은 갑옷의 틈새로 붉은 빛을 내뿜으며 하륜을 응시했다. 마치 금속으로 만들어진 맹수가 먹이를 노리는 듯했다.

심판을 맡은 노수사의 목소리가 증폭기를 통해 경기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천하무결비무! 제123화! 강철산 대 하륜! 결승전! 시작!”

징, 하는 묵직한 징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강철산의 갑옷 곳곳에서 쉭쉭, 하는 증기 배출음이 터져 나왔다. 그의 거대한 몸체가 마치 증기 기관차처럼 굉음을 내며 하륜에게 돌진했다. 발걸음 한 번마다 아레나의 강철 바닥이 쿵, 쿵, 하고 울렸다.

하륜은 눈을 가늘게 뜨며 강철산의 움직임을 읽었다. 저 속도와 육중함은 그 어떤 무림 고수라도 감당하기 어려울 터였다. 그러나 하륜은 전통적인 무예의 정수를 수련한 자. 그는 육중한 힘이 아닌, 기와 흐름으로 움직였다.

강철산의 오른팔, 거대한 증기 주먹이 바람을 가르며 하륜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공기의 압력이 눈에 보일 듯 일렁였다. 하륜은 한 뼘 차이로 고개를 비틀어 피했다. 슈아앙! 그의 얼굴을 스쳐 지나간 주먹은 그대로 뒤편의 강철 기둥에 꽂혔고, 콰앙! 하는 굉음과 함께 기둥에 깊은 함몰을 만들었다. 녹슨 철 조각들이 파편처럼 튀어 올랐다.

“흐읍!”

하륜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검을 뽑았다. 은하수 검은 어둠 속을 가르는 한 줄기 빛처럼 날카로웠다. 강철산의 갑옷이 아무리 단단하다 한들, 그의 검 끝에는 내공의 정수가 담겨 있었다.

촤아악!

검이 춤을 추듯 강철산의 갑옷 팔꿈치 이음새를 노리고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금속이 긁히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지만, 갑옷에는 얕은 흠집만 생겼을 뿐이었다. 하륜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의 예상보다 훨씬 단단했다. 단순한 강철이 아니었다. 특수한 합금으로 만들어진 갑옷임이 분명했다.

“하! 고작 그 정도냐, 은하수 검객.” 강철산의 기계음 섞인 목소리가 아레나에 울려 퍼졌다. 그의 오른팔 주먹에서 다시금 증기가 쉭쉭거렸다. “네놈의 그 고고한 검술로는 내 강철 심장을 뚫을 수 없다!”

강철산은 역으로 하륜에게 다가서며 왼손의 제어반을 조작했다. 촤르르륵! 그의 등 뒤에서 작은 황동 관절들이 튀어나오더니, 네 개의 증기 동력 촉수가 문어 다리처럼 꿈틀거렸다. 촉수 끝에는 날카로운 칼날이 달려 있었다.

이것은 ‘강철산문의 촉수 난무’였다. 수십 명의 무림 고수들이 이 촉수에 걸려 갈가리 찢겨 나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네 개의 촉수가 사방에서 하륜을 향해 날아들었다. 하륜은 검을 휘둘러 촉수들을 막아냈지만, 강철산의 주먹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다시금 날아들었다.

“크윽!”

하륜은 은하수 검을 방패 삼아 주먹을 막아냈다. 콰아앙! 엄청난 충격이 손목을 타고 전신으로 퍼졌다. 검이 손에서 미끄러질 뻔했고, 그의 발은 아레나 바닥에 깊은 흔적을 남기며 밀려났다. 강철산의 힘은, 그야말로 산을 움직이는 듯했다.

“네놈의 검은 기껏해야 종이쪼가리에 불과하다!” 강철산은 비웃으며 촉수들을 더욱 격렬하게 휘둘렀다. 하륜은 피하고 막아내기 급급했다. 그의 도포 자락이 촉수 끝에 스쳐 지나갈 때마다 찢겨져 나갔다.

하륜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몸이 점차 무거워지고 있었다. 강철산의 갑옷은 무한한 증기를 연료로 삼아 지치지 않는 듯했다. 그의 강철 심장은 그 어떤 고통도 모르고 오직 파괴만을 외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하륜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수많은 죽을 고비를 넘기며 깨달았다. 강한 힘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모든 기계는, 아무리 완벽해도 반드시 빈틈이 있다는 것을.

하륜은 촉수들을 피하며 강철산의 주위를 맴돌았다. 그의 시선은 강철산의 갑옷 곳곳을 탐색했다. 증기 배출구, 조작반, 관절 이음새, 그리고… 심장 부근에 희미하게 빛나는 작은 황동 밸브.

그 밸브는 강철산의 심장 부근, 거대한 기어들 사이에 숨어 있었다. 아마도 압력 조절 밸브일 터. 모든 증기 기관은 과압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가지고 있다. 저것이 그 심장일지도 모른다.

강철산은 하륜이 주춤거리는 것을 보고 더욱 맹렬하게 공격했다. “어디까지 버틸 수 있나 보자! 네놈의 무림 고결함도 결국 녹슬어 부서질 것이다!”

그가 오른팔 주먹을 다시 들어 올리는 순간, 하륜의 눈이 섬광처럼 번뜩였다. 그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온몸의 내공을 은하수 검에 집중했다. 검날이 푸른빛을 머금고, 희미한 기운이 검 주위를 감쌌다.

“받아라! 은하수 검법! 별똥별!”

하륜의 몸이 사라졌다. 그야말로 공간을 찢고 이동한 듯한 속도였다. 강철산의 눈동자에 푸른 섬광이 스쳤다.

촤악!

하륜의 검은 강철산의 증기 주먹이 막 내리찍히려는 찰나, 그 사이로 파고들었다. 마치 수십 개의 별이 동시에 쏟아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빠른 연격이 이어졌다. 그의 검 끝은 정확히 강철산의 갑옷 심장 부근에 위치한 황동 밸브를 노렸다.

강철산은 뒤늦게 섬뜩한 예감을 느꼈다. 그가 갑옷의 방어막을 올리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푸쉬쉬쉬… 쨍그랑!

하륜의 검이 황동 밸브를 정확히 강타했다. 엄청난 내공이 담긴 일격에 밸브가 깨져나가며, 그 사이로 압축된 증기가 미친 듯이 뿜어져 나왔다. 쉭, 쉭, 쉭쉭쉭! 갑옷의 심장이 고장 난 듯 미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강철산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그의 강철 심장이 과열된 듯, 갑옷 전체가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증기가 통제 불능으로 분출되며, 그의 거대한 몸체는 버둥거렸다.

하륜은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의 검은 이미 또 다른 일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강철산의 갑옷이 고장 나며 움직임이 둔해진 틈을 타, 그의 은하수 검이 마지막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것은 천하의 운명을 건 싸움. 무림의 고결함과 기계 문명의 첨단 기술이 격돌하는 이 아레나에서,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가.

하륜의 검 끝이, 강철산의 붉게 달아오른 심장을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 관중들의 웅성거림마저 얼어붙은 침묵 속에서, 이제 모든 것은 한 번의 결정적인 일격에 달려 있었다.

검이 꽂혔다.

그러나 그 순간, 강철산의 전신에서 마지막 증기 기관이 폭주하듯 격렬하게 터져 나오며, 아레나 전체를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하륜의 눈앞에 거대한 증기 폭풍이 일어났다.

쾅!

시야는 순식간에 하얀 증기로 뒤덮였고, 그 안에서 검이 꽂히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알 수 없는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