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독립적인 단편 소설

‘태엽 비행선 에테르호’의 함교는 낡고 육중한 황동과 구리, 그리고 촘촘하게 박힌 톱니바퀴들로 가득했다. 천장에서는 기름 칠한 동관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주기적으로 ‘쉬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미세한 증기가 새어 나왔다. 마치 살아있는 거대한 기계 괴물의 심장부 같았다. 창밖은 검푸른 심연, 별들의 무수한 점들이 영원히 잠겨 있는 거대한 어둠의 바다였다.

한성준 선장은 닳고 닳은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망원경을 조절했다. 그의 눈가에는 깊은 주름이 패여 있었지만, 그 시선은 여전히 은하의 가장자리까지 닿을 듯 날카로웠다. 함교를 채운 기계음과 미세한 진동 속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흔들림 없었다.

“민우, 혹시 이상 징후는 없나?” 그의 목소리는 엔진의 낮은 웅웅거림과 섞여 마치 기계와 대화하는 것처럼 들렸다.

통신병 민우는 복잡한 회로판과 진공관이 빼곡한 제어판 앞에 앉아 있었다. 그의 손가락은 숙련된 피아니스트처럼 수십 개의 다이얼과 스위치를 오가고 있었다. 빛바랜 고글 너머로 그의 눈빛이 스크린의 숫자들을 빠르게 훑었다.
“별다른 움직임은 없습니다, 선장님. 심우주의 고요함 그 자체입니다. 광역 에테르 망원경은 어떠한 특이점도 포착하지 못했습니다. 단 하나의 먼지 입자조차…”

“좋아. 계속 주시해.” 한 선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수개월째, 그들은 ‘에테르의 끝’이라 불리는 이 미지의 영역을 탐사 중이었다. 인류의 태엽 문명이 닿을 수 있는 가장 먼 곳. 미지의 광물과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아, 인류의 팽창을 위한 나사 하나를 더 조이기 위해서.

항해사이자 기관장인 서연은 거대한 해도판 앞에서 분주했다. 태엽으로 돌아가는 복잡한 계산기가 ‘딸깍, 딸깍’ 소리를 내며 현재 위치와 예상 경로를 산출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반짝이는 고글 뒤에서 데이터가 춤추는 것을 읽어내고 있었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도 에테르호의 모든 기어와 증기 파이프를 손바닥 보듯 꿰뚫고 있는 천재였다.
“선장님, 지금 속도와 경로대로라면, 32시간 후에는 미답지 알파 섹터에 진입합니다. 연료 효율은 양호합니다만, 에테르 동력 장치의 3번 기어가 미세하게 마모되고 있습니다. 주기적인 점검이 필요합니다.”

“알았다. 박 박사님은?” 한 선장이 물었다.

함교 한쪽, 온갖 종류의 유리병과 시험관, 그리고 고풍스러운 황동 현미경이 놓인 실험대 앞에서 박 박사가 두꺼운 안경 너머로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서는 알 수 없는 약품 냄새와 오래된 종이 냄새가 섞여 풍겨왔다.
“음… 저는 현재 이 심우주 공간에 떠다니는 미지의 미립자들을 분석 중입니다. 아직 유의미한 결과는 없지만, 일반적인 성간 물질과는 조금 다른 특성을 보입니다. 마치… 살아있는 듯한 불규칙성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차분하고 건조했다.

갑자기, 민우의 제어판에서 삑- 하는 짧고 날카로운 경고음이 울렸다. 함교의 모든 시선이 민우에게로 향했다.
“선장님! 광역 에테르 망원경에… 뭔가 잡혔습니다!” 민우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섞였다. 그의 손은 순식간에 수십 개의 다이얼을 돌렸다.

“뭐라고? 분명 아무것도 없다고 했잖아?” 한 선장이 돌아서며 물었다. 그의 얼굴에 긴장감이 스쳤다.

“아주 미약한 에너지 파장입니다. 기존 데이터베이스에는 없는 패턴입니다. 아주, 아주 희미합니다. 마치… 태고의 잠에서 깨어나는 듯한 파장입니다.” 민우는 빠르게 스위치를 조작했다. 함교 안의 진공관들이 더욱 밝게 빛나며 ‘지지직’ 소리를 냈다. 스크린에는 희미하게 깜빡이는 녹색 점이 나타났다.

서연이 해도판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고글이 경고등처럼 번쩍였다. “위치는? 크기는?”

“아직 정확한 위치는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너무 멀고, 파장이 불규칙합니다. 하지만 분명… 무언가가 있습니다. 이쪽입니다.” 민우는 스크린의 한 지점을 가리켰다.

한 선장은 인상을 찌푸렸다. “태고의 잠이라… 박 박사님, 저 파장 분석 가능합니까?”

박 박사는 느릿하게 고풍스러운 쌍안경을 내려놓았다. 그의 눈동자에 호기심의 빛이 스쳤다. “당연히 시도해야죠. 이런 미지의 신호는… 인류 문명사에서 흔치 않은 기회입니다. 위험할 수도 있겠으나, 회피할 수 없는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군요.”

“경로를 수정한다. 민우, 파장을 따라 추적해. 서연, 최대 추진으로. 안전 한계 내에서.” 한 선장의 목소리에 단호함이 깃들었다. 그는 나침반처럼 정확하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선장님, 미답지 섹터입니다. 예상치 못한 위험이 있을 수 있습니다. 동력 장치의 부담도… 상당할 겁니다.” 서연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심연에서 예상치 못한 것 아닌 게 어디 있나. 우리는 그 예상치 못한 것을 찾으러 온 거야. 인류는 항상 미지의 문을 열어왔다.” 한 선장의 눈빛이 형형하게 빛났다.

‘에테르호’의 거대한 에테르 엔진은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 선체 전체가 덜컥거리며 진동했다. 외부의 동력 장치에서 ‘쉬이이익, 콰아앙!’ 하는 소리와 함께 푸른빛의 에테르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별들이 빠르게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거대한 기계 고래가 심연을 가르며 나아가는 듯했다.

몇 시간 후, 녹색 점은 점점 더 선명해졌다. 이제 육안으로도 희미한 그림자를 감지할 수 있었다.

“선장님, 육안 확인 가능합니다! 지름… 약 5킬로미터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형태는… 구형이 아닌 듯합니다!” 민우가 다급하게 외쳤다. 그의 목소리는 흥분과 긴장으로 상기되어 있었다.

한 선장은 망원경을 다시 조절했다. 그의 시야에 잡힌 것은 상상 이상의 모습이었다. 검은색… 아니, 빛을 흡수하는 듯한 완벽한 어둠을 띠고 있었다. 육면체에 가까운 형태였지만, 모서리는 미묘하게 둥글었고, 표면은 거울처럼 매끄러웠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인위적인 흔적이나 이음매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통째로 깎아 만든 듯, 혹은… 자연적으로 생성된 듯한. 하지만 자연의 조형물이라기엔 너무나도 완벽했다. 에테르호의 낡고 투박한 스팀펑크 디자인과는 극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젠장… 저런 게 대체 뭐야?” 서연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녀의 태엽 계산기는 쉴 새 없이 ‘딸깍딸깍’ 소리를 내며 미지의 물체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려 애썼지만, 번번이 ‘오류’ 메시지를 띄웠다. 인류의 모든 지식 체계를 거부하는 듯한 물체였다.

“박 박사님, 저게 뭘로 보이십니까?” 한 선장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도 미묘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

박 박사는 고풍스러운 쌍안경을 들어 물체를 응시했다. 그의 얼굴에는 경외감과 함께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이 스쳤다.
“제가 아는 모든 과학적 지식과 물리학 법칙을 벗어나는군요. 표면은 어떠한 광원도 반사하지 않습니다. 마치 공간의 일부를 잘라내어 놓은 것 같습니다. 물질도… 에너지 파장도… 어떤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접근 속도를 줄여. 서연, 비상 정지 준비.” 한 선장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저 물체 주위에… 정적입니다. 완벽한 정적. 어떤 중력장이나 에너지 간섭도 없는데도 말이지.”

에테르호는 거대한 톱니바퀴가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서서히 감속했다. 거대한 외계 유물은 이제 함교 전방에 떡하니 버티고 서 있었다. 그 압도적인 존재감은 심우주의 고요함을 뚫고 선원들의 심장을 옥죄어오는 듯했다.

“선장님, 유물에서… 아주 미세한 진동이 감지됩니다. 저희 함선의 동력 주파수와… 공명하는 것 같습니다!” 민우가 외쳤다. 그의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졌다.

“뭐라고? 함선 주파수를 바꿔! 즉시!”

“안 됩니다! 주파수를 바꾸려는 순간, 진동이 더 강해집니다! 마치… 저희를 끌어들이는 것 같습니다! 함선의 모든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습니다!”

그때였다. 유물의 완벽하게 검은 표면 한가운데에서, 희미한 빛의 선이 스르륵 나타났다. 그 빛은 차가운 푸른색이었고, 마치 유물 표면에 새겨진 문양처럼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문양이 아니라, 표면이 분리되고 있었다. 틈새가 점점 벌어지면서 내부의 빛이 새어 나왔다. 마치 검은 벨벳이 갈라지며 그 안의 보석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젠장… 문이 열리고 있어!” 한 선장이 소리쳤다. “에테르호, 즉시 후진! 전력 이탈! 모든 기어를 역으로 돌려!”

서연은 필사적으로 제어판을 조작했다. 기어들이 비명을 질렀고, 증기압이 한계치까지 치솟았다. 낡은 금속 선체에서 불길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에테르호’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유물 쪽으로 천천히, 그러나 거부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끌려가고 있었다.

“안 됩니다, 선장님! 모든 시스템이 먹통입니다! 엔진이 역회전하려 하지 않습니다! 마치… 함선 자체가 저 유물에 흡수되는 것 같습니다!” 서연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녀의 손가락이 닿는 모든 다이얼과 스위치는 묵묵부답이었다.

푸른빛의 틈새는 이제 거대한 아치형의 입구가 되어 있었다. 그 안은 어둠으로 가득했지만, 중앙에서는 빛나는 구체가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그 구체는 마치 살아있는 별 같았다.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은 함교 내부의 황동과 구리를 환하게 비추며 기묘한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박 박사님, 저게 뭡니까?” 한 선장이 외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제 통제할 수 없는 경외심과 함께 공포가 서려 있었다.

박 박사는 쌍안경을 떨어뜨렸다. 그의 눈은 경악으로 가득했다. 그의 입에서 믿을 수 없는 말이 흘러나왔다.
“저건… 저건 별이 아닙니다! 저건… 관측 가능한 모든 우주의 정보가 압축되어 있는… 정보의 구체입니다! 저 안에… 저 안에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모든 시간과 공간이!”

바로 그때, 유물 내부에서 뿜어져 나온 빛의 줄기들이 ‘에테르호’를 감쌌다. 함선의 금속 선체는 푸른빛으로 물들었고, 톱니바퀴와 황동판이 ‘찌르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미세하게 떨렸다. 선원들의 몸은 허공에 떠오르는 듯한 기묘한 부유감을 느꼈다. 압력이 변하는 것 같기도, 중력이 사라지는 것 같기도 했다.

민우의 제어판에서 모든 경고음이 미친 듯이 울려 퍼졌다. 붉은 경고등이 번뜩였다. “선장님! 함선이… 함선이 압축되고 있습니다! 공간이 뒤틀리고 있습니다! 저희의 좌표가… 저희의 좌표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함교의 유리창 너머, 거대한 유물의 푸른 입구는 더욱 크게 벌어지고 있었다. ‘에테르호’는 마치 거대한 심해어의 입에 빨려 들어가는 작은 먹잇감처럼, 천천히, 그러나 거부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유물의 내부로 빨려 들어갔다.

마지막 순간, 한 선장은 민우의 스크린을 보았다. 스크린에는 기괴한 형태의 은하계가,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가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그들은 더 이상 자신들이 알던 심우주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젠장… 우리가… 어디로 가는 거지?” 그의 목소리는 빛과 함께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