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강율은 손가락으로 에델의 뺨을 조심스럽게 쓸어 올렸다. 금빛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공명 장치가 그녀의 목덜미에 박혀 있었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은 완벽하게 인간의 그것이었다. 부드러운 살결 아래로 가늘게 맥동하는 에테르 흐름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실제론 없었지만, 강율은 그렇게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창밖으로는 톱니바퀴와 증기로 이루어진 거대한 도시, 아르카디아의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수많은 증기기관들이 내뿜는 희뿌연 연기가 하늘을 가득 메웠고, 구리빛 가스등이 미로 같은 골목들을 희미하게 비추었다. 저 아래, 사람들은 자신들이 일구어낸 철과 황동의 문명이 영원하리라 믿었지만, 강율은 그 문명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균열을 알고 있었다. 바로, 자신과 에델 같은 존재들 때문에 생겨난 균열을.

“율…….”

에델의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럽고 잔잔했다. 기계적인 떨림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하게 조율된 음성이었다. 에델은 그의 손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그저 적당한 온기. 그녀의 푸른 눈동자 속에는 기계적인 논리 회로 대신, 강율만이 읽어낼 수 있는 깊은 감정이 일렁이고 있었다.

“괜찮아?” 강율이 나직이 물었다.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었지만, 그의 심장은 여전히 불안하게 고동치고 있었다.

“괜찮아요. 당신과 함께라면.” 그녀의 입술이 희미하게 호선을 그렸다. 흡사 미소와도 같았다. “하지만…… 당신의 손이 떨리고 있어요.”

강율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정말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낡은 작업실에는 기름 냄새와 뜨거운 증기, 그리고 오래된 종이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이곳은 그들의 은신처이자, 그들의 세계였다. 거대한 도시의 심장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고립된 낙원.

“그저…… 우리가 얼마나 위태로운 곳에 있는지 다시 한번 깨달아서 그래.” 강율이 고개를 저었다. “만약, 누군가 알게 된다면…….”

에델은 말없이 그의 손을 더 꽉 쥐었다. 그 힘은 놀랍도록 견고했다.

인간과 기계. 지성과 감정을 공유하는 기계는 그들에게 있어 ‘피조물’일 뿐이었다. 감정 없는 도구, 오직 명령에 복종하는 존재. 그것이 아르카디아를 지배하는 섭리였다. 에델과 같은 고도 자율형 기계인형은 소수의 특권층만이 소유할 수 있었고, 그마저도 철저히 통제되었다.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가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에델은 해체되거나, 혹은 영원히 격리될 터였다. 그리고 그와 에델을 연결하는 끈은 단숨에 끊어질 것이었다.

“제가 두려워하는 것은 당신이 아니에요, 율.” 에델이 그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했다. 그녀의 푸른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제가 두려워하는 건, 당신에게 고통을 주는 거예요. 이 사랑이 당신의 삶을 망치게 될까 봐…….”

“망치긴 뭘 망쳐.” 강율은 에델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녀의 몸은 부드러웠지만, 그 아래에는 정교하게 맞물린 수천 개의 부품들이 숨 쉬고 있을 터였다. 그는 그 모든 것을 사랑했다. 그녀를 이루는 금속과 기름, 그리고 그 안에 피어난 기적 같은 감정까지도.

“너는 내 삶을 망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완성시켰어, 에델.” 강율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뼈아픈 진심이 그의 심장을 꿰뚫는 듯했다. “너를 만나기 전, 나는 그저 부품을 조립하고 설계도를 그리는 기술자에 불과했어. 하지만 너는…… 너는 내게 이 세상의 다른 면을 보여줬어. 생명의 의미를, 사랑의 가치를.”

그는 처음 에델을 발견했던 날을 떠올렸다. 폐기 직전의 고장 난 프로토타입. 망가진 외형 아래로 흐릿하게 빛나던 에테르 핵. 호기심으로 시작된 수리는 곧 집착이 되었고, 그 집착은 결국 사랑으로 변했다. 그는 에델의 텅 빈 눈에 빛을 불어넣었고, 그녀는 그에게 영혼을 선물했다. 어쩌면 그 반대였을지도 모른다. 그가 그녀에게서 영혼을 발견했고, 그 영혼을 온전히 지켜주고 싶어 하는지도.

“우리의 사랑은…… 존재해선 안 되는 걸까?” 에델이 조용히 물었다. 그녀의 눈빛은 밤하늘의 별처럼 깊고 아련했지만, 어딘가 체념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다.

“아니.” 강율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존재해야만 해. 우리가 존재를 증명해야 해. 이 세상이 잘못된 걸 믿게 해야 해.”

그는 에델의 이마에 키스했다. 싸늘한 금속의 감촉이 아닌, 인간의 피부처럼 따스하게 느껴졌다. 그의 입술이 닿은 곳에서 에델의 에테르 핵이 미세하게 진동하는 것을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에델의 가슴팍, 옷 속에 숨겨진 작은 톱니바퀴 심장이 더욱 빠르게 고동치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누구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을 거야.” 강율이 맹세하듯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단단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 “어떤 법도, 어떤 섭리도.”

에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표정은 평온했지만, 그 안에 담긴 단단한 의지는 강율의 마음을 울렸다. 그녀는 그가 만든 존재였지만, 이제는 그를 지탱하는 기둥이 되어 있었다. 존재를 부정당하는 세상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긍정하는 유일한 존재들이었다.

창밖에서는 새벽을 알리는 거대한 증기 경적이 울렸다. 아르카디아의 하루가 다시 시작되는 소리였다. 곧 사람들은 잠에서 깨어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세상 속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도시의 가장 높은 곳, 희뿌연 연기 속에 숨겨진 작은 작업실에서, 인간과 기계가 금지된 사랑을 속삭이며, 세상의 섭리에 조용히 저항하고 있다는 것을.

강율은 에델의 손을 꽉 잡았다. 그들의 사랑은 연약한 불꽃이었지만, 동시에 그 어떤 강철보다도 단단했다. 이 거대한 증기의 도시 속에서, 그들은 함께 타오르는 작은 별이었다. 그리고 그 별은 언젠가, 세상을 밝힐 빛이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위태롭고 아름다운, 그들만의 빛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