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요람 학원. 그 이름은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을 품에 안듯 고고하게 빛났다. 마법사라면 누구나 꿈꾸는 최정예 교육 기관이자, 7개의 탑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성채는 대륙 어디에서도 그 위용을 찾아볼 수 없는 건축물이었다. 하지만 그 별빛 아래, 누구도 알지 못하는 깊은 어둠이 숨 쉬고 있다는 것을 김서준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적어도, 그날 밤 고서관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발을 들이기 전까지는 말이다.
“젠장, 자료 하나 찾겠다고 여기까지 와야 하다니.”
서준은 한숨을 쉬며 낡은 책등에 손을 올렸다. 흙먼지와 세월의 냄새가 뒤섞인 이곳은 평소라면 학생들 발길이 닿지 않는 금서고였다. 고대 주문학 수업 과제를 위해 ‘별의 기원과 마법 공명에 대한 초기 학파들의 견해’라는 자료를 찾고 있었는데, 지루하기 짝이 없는 주제였다. 고색창연한 서가는 층계를 이루며 천장까지 솟아 있었고, 희미한 마력등만이 어둠을 간신히 밀어내고 있었다. 서늘한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그때였다. 귓가에 닿을 듯 말 듯한 아주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처음엔 그저 자신이 너무 피곤해서 환청을 듣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장을 더듬어 손가락을 움직일수록, 그 진동은 뼈를 타고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듯했다. 마치 거대한 심장이 먼 아래에서 느리게 박동하는 것처럼.
쿵- 쿵- 쿵-
규칙적이지만 불안정한 리듬. 서준은 숨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넓은 고서관에 자신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마법등은 미동도 없었고, 먼지 한 톨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진동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것은 바닥에서부터, 아니, *지하*에서부터 올라오는 것이었다.
순간, 책장 사이로 무언가 반짝였다. 서준은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다. 낡은 양피지였다. 정확히는, 책들 사이에 끼워져 있던 빛바랜 지도의 한 조각. 펼쳐보니 별의 요람 학원의 개략적인 도면과 함께, 알 수 없는 기호와 함께 ‘심연의 뿌리’라고 적힌 글자가 흐릿하게 보였다. 그리고 그 글자 아래, 다른 모든 구역과는 확연히 다르게 표시된, 붉고 불길한 원형 문양이 학원 전체의 지하에 그려져 있었다. 마치 학원이 그 거대한 문양 위에 세워진 것처럼.
“심연의 뿌리…?”
그때였다. 진동이 갑자기 강렬해졌다. 고서관 전체가 흔들리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머리가 울리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동시에 희미한 비릿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흙과 쇠가 뒤섞인 듯한, 역하고 끔찍한 냄새.
서준은 지도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고서관의 가장 안쪽, 거대한 서가 두 개가 맞닿아 있는 곳. 그곳은 항상 잠겨 있었고, ‘구시대의 낙후된 마법 자료실’이라는 팻말이 붙어있어 아무도 접근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틈새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이는 것 같았다.
호기심과 불길한 예감이 뒤섞여 서준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조심스럽게 서가 사이로 몸을 밀어 넣었다. 좁고 어두운 통로가 나왔다. 바닥에는 발자국조차 없는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진동은 이곳에서 더욱 강렬하게 느껴졌다. 쿵- 쿵- 쿵-. 이제는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벽을 더듬어 나아가자, 낡은 철문이 나타났다. 손잡이는 녹슬어 있었지만, 희미하게 마력 반응이 느껴졌다. 누군가 이 문에 강력한 봉인 마법을 걸어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마법은 지금, 어딘가 불안정하게 풀려 있었다.
서준은 망설였다. 돌아가야 했다. 이곳은 명백히 위험한 곳이었다. 그러나 ‘심연의 뿌리’라는 단어와 지하에서 올라오는 거대한 진동, 그리고 이 문에서 흘러나오는 기이한 마력은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장학생으로 들어온 그는 학원의 모든 것을 동경했다. 그러나 지금 느끼는 이 위화감은 지금까지 학원에서 경험한 모든 것을 부정하는 듯했다.
결국, 그는 결심했다. 손을 뻗어 녹슨 손잡이를 잡았다. 차가운 쇳덩이의 감촉이 손에 닿는 순간, 봉인 마법이 파지직거리는 소리를 내며 완전히 깨졌다. 퀘퀘한 먼지가 솟구치고, 문은 삐걱거리는 비명을 지르며 안쪽으로 열렸다.
어둠. 그리고 계단.
수직으로 깊숙이 이어지는 계단은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아래에서 올라오는 공기는 뼛속까지 시릴 정도로 차가웠고, 비릿한 냄새는 더욱 진해졌다. 그리고 그 냄새 속에는 뭔가… 달콤하면서도 구역질 나는 향이 섞여 있었다.
서준은 자신의 마력등을 밝혀 조심스럽게 발을 디뎠다. 한 칸, 한 칸. 계단을 내려갈수록 어둠은 짙어지고, 진동은 온몸을 뒤흔들었다. 주위의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오직 그 거대한 쿵- 하는 소리만이 귓전을 때렸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계단의 끝이 보였다. 어둠이 걷히는가 싶더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서준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거대한 지하 공간이었다. 그의 머리 위로는 학원의 기초를 이루는 거대한 암반들이 마치 거대한 동물의 갈비뼈처럼 얽혀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거대한 크랙 사이에서 솟아오른 끔찍한 형상의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살아있는 듯 꿈틀거리는 거대한 촉수들의 덩어리였다. 뿌리 같기도 하고, 혈관 같기도 한 그것은 암적색으로 빛나고 있었고, 끈적이는 점액질이 표면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촉수들은 사방으로 뻗어 나와 지하 공간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고, 어떤 것은 위로 솟아올라 학원의 기반과 연결된 듯했다. 그 촉수 하나하나에서 섬뜩한 마력이 파동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것이 바로 학원이 사용하는 마법의 근원인 듯 보였다.
그리고 그 촉수들 사이, 중앙 가장 깊은 곳에.
핏물이 고여 있는 듯한 원형 제단이 있었다. 제단 위에는 기이한 문양들이 피처럼 붉게 그려져 있었고, 그 문양들 사이로 섬광처럼 마력이 번뜩였다. 무엇보다 서준의 눈길을 잡아끈 것은 제단 위에 놓여 있는 끔찍한 광경이었다.
“이게… 대체…?”
그곳에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무언가가 엎어져 있었다. 작고, 마르고, 인간의 것으로 보이는 형태. 하지만 이미 검붉게 변해버린 피부는 끔찍하게 쭈그러들어 있었고, 마치 모든 생기와 마력을 빨아먹힌 듯했다. 미세하게나마 느껴지는 마력의 잔해는, 그것이 한때 마법사였음을 짐작하게 했다.
서준의 눈이 공포에 질려 크게 뜨였다. 동시에, 그의 귓가에 차갑고 섬뜩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그것은 마치 수천 개의 목소리가 한꺼번에 뭉쳐진 듯한 소리였다.
*“아, 드디어… 또 다른 별이….”*
그리고 그 속삭임이 끝남과 동시에, 지하 공간의 모든 촉수들이 일제히 서준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끈적하고 눅진한 소리가 귀청을 찢었고, 비릿한 냄새가 순식간에 그의 코를 마비시켰다.
서준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끔찍한 금기. 별의 요람 학원의 지하에 숨겨진 진실. 그 모든 마법과 영광의 원천이, 사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이 끔찍한 존재와 희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는 것을.
그의 등 뒤에서, 방금 내려왔던 계단을 통해 희미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오고 있었다.
자신이 발견한 이 진실을 영원히 숨기려는 자들이.
혹은, 새로운 희생자를 찾아 나선 자들이.
서준의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그의 발은 움직이지 않았다. 공포와 충격으로 인해 몸의 모든 감각이 마비된 듯했다.
점점 더 가까워지는 발소리.
그리고 지하 공간 전체를 울리는 끔찍한 심연의 속삭임.
*“들어와라… 우리의… 일부가 되어라…”*
별의 요람 학원의 빛나는 별빛 아래, 가장 깊은 어둠이 서준을 삼키려 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