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게임 (VRMMO)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반짝이는 마법 에너지로 가득 찬 공기, 고풍스러운 대리석 기둥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별빛 마법 학원은, 누구에게나 꿈의 장소였다. 푸른 초원 위를 흐르는 마나 강물, 고서의 지식으로 가득 찬 거대한 도서관, 밤하늘의 별자리만큼이나 다채로운 마법들이 숨 쉬는 이곳은 분명 평범한 세계가 아니었다. 이곳은 현실을 초월한 가상현실 게임, 「에테르나」의 심장이자, 모든 마법사가 선망하는 전당이었다.

나, 이진우에게는? 글쎄, 그저 늘 시험 등급이 간당간당한, 짜증나는 현실일 뿐이었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법 약제학 실습 시간. 교수님의 불호령이 복도를 쩌렁쩌렁 울렸다.

“이진우! 대체 자네는 언제쯤 이 끔찍한 연금술적 실수를 멈출 텐가!”

내 손에 들린 비커 속 보라색 연기는 불길하게 꿈틀거리다 이내 시큼한 냄새와 함께 폭발했다. 비커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었고, 옆에 앉아있던 엘리트 학우, 카이덴의 하얀 로브에 보라색 액체가 튀었다. 카이덴은 언제나처럼 완벽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애썼지만, 그의 미간에 잡힌 경련은 숨길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제가 순간적으로 마력 조절에 실패해서…”

나는 변명하려 했지만, 교수님의 표정은 이미 ‘네놈은 글렀다’를 외치고 있었다.

“변명할 생각 마라, 진우. 자네의 마력 조절은 언제나 ‘순간적’으로 실패하지. 좋아, 이번 학기 마지막 실습이니 특별 벌칙을 주마. 다음 주말까지, 학원 지하에 있는 ‘고서고’의 먼지를 깨끗이 털어내도록 해라. 특히 출입이 금지된 제3 구역은 특별히 더 신경 써서 청소해라!”

고서고. 그것도 제3 구역. 듣기만 해도 곰팡이 냄새와 먼지가 코끝을 스치는 듯했다. 별빛 학원은 그 역사가 깊은 만큼, 지하에는 수많은 고서들을 보관하는 아카이브가 있었다. 그중 제3 구역은 가장 오래되고, 거의 사용되지 않는, 그야말로 ‘잊힌’ 구역이었다. 학생들은 그곳에 귀신이 산다는 둥, 금지된 마법서가 숨겨져 있다는 둥, 온갖 소문을 떠들었다. 물론 대부분은 그저 헛소문일 뿐이었지만.

하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맙소사. 주말을 통째로 날려야 한다니!

***

해가 뉘엿뉘엿 지고, 별빛 학원 상공에 마법으로 빚은 듯한 거대한 달이 떠올랐을 때, 나는 낡은 빗자루와 마력등을 든 채 고서고 입구에 서 있었다. 묵직한 철문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나를 안으로 들였다.

“젠장, 진짜 누가 들어도 귀신 나올 것 같은 소리잖아.”

중얼거리며 복도를 따라 걸었다. 고서고 내부는 예상대로 습하고 퀴퀴한 냄새로 가득했다. 천장에는 마나 램프가 어슴푸레 빛을 내고 있었지만, 복도 깊숙한 곳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책장마다 빼곡히 꽂힌 낡은 책들은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바스러질 것 같았다.

제1 구역과 제2 구역의 청소는 그럭저럭 해낼 만했다. 하지만 문제의 제3 구역에 도착하자, 나는 숨을 들이켰다. 이곳은 다른 구역보다 훨씬 더 깊은 곳에 위치해 있었고, 입구에는 낡은 마법 결계가 흐릿하게 빛나고 있었다. 평소라면 접근할 엄두도 못 낼 곳이었다.

“출입 금지라더니, 교수님은 그냥 들어가라고 하셨으니 괜찮겠지?”

애써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낡은 결계를 손으로 스쳤다. 마력등의 불빛이 순간적으로 일렁이더니, 결계는 마치 오래된 거미줄처럼 힘없이 사라졌다.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묵직한 철문이 열리고, 더 깊은 어둠과 한층 더 차가운 공기가 나를 맞았다.

제3 구역은 다른 곳과는 확연히 달랐다. 책장들은 더욱 낡았고, 책들은 먼지에 완전히 파묻혀 있었다. 심지어 책장 자체가 뒤틀려 있거나, 벽에 알 수 없는 룬 문자들이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게 뭐야, 청소는커녕 유적 발굴을 해야겠네.”

나는 투덜거리며 빗자루질을 시작했다. 묵은 먼지가 허공을 가득 채웠다. 한참을 청소하던 중, 나는 우연히 낡은 책장을 옮기게 되었다. 벽에 붙어있던 책장이 삐걱거리며 움직이자, 그 뒤편에서 의외의 것이 드러났다.

벽돌 하나가 다른 벽돌들과 달리 조금 튀어나와 있었다. 그 위에 희미하게 새겨진 룬 문자는, 내가 아는 마법 문자 중 어떤 것과도 달랐다. 묘하게 불길하고, 어딘가 섬뜩한 느낌을 주는 문양이었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VRMMO에서 이런 ‘숨겨진 요소’를 발견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대부분은 보잘것없는 아이템이나 경험치 몇 점을 주는 게 전부였지만, 가끔은 거대한 퀘스트의 시작이 되기도 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튀어나온 벽돌을 밀어 넣었다.

클릭.

작은 소리와 함께 벽의 일부가 안쪽으로 밀려 들어갔다. 그 뒤에 나타난 것은 어둠뿐이었다. 단순히 빛이 없는 어둠이 아니라, 마치 모든 빛을 집어삼킨 듯한, 차갑고 끈적이는 어둠이었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를 넘어선, 비릿하고 알 수 없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심장이 발작하듯 뛰었다. 분명 금지된 곳이었다. 모든 감각이 ‘도망쳐!’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묘한 이끌림에 홀린 듯, 나는 휴대용 마력등을 꺼내 쥐고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좁고 가파른 통로였다. 발밑에는 눅눅한 흙먼지가 쌓여 있었고, 벽은 축축했다. 마력등의 불빛이 닿지 않는 곳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처럼 느껴졌다. 벽에 새겨진 기괴한 형상들이 마력등 불빛에 비쳐 섬뜩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것은 분명… 고대 금기의 주술 문양이었다. 별빛 학원에서 금기시하는, 존재해서는 안 될 마법의 흔적.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통로 전체가 삐걱거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복도 끝에 다다르자, 공간이 급격히 넓어지며 거대한 지하 공간이 나타났다. 마력등을 높이 들자, 그제야 어렴풋이 내부가 드러났다.

중앙에는 낡은 제단이 놓여 있었다. 제단은 검고 거친 돌로 만들어져 있었고, 표면에는 알 수 없는 상형문자들이 빼곡히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는 말라붙은 듯한 검붉은 자국들이 섬뜩하게 얼룩져 있었다. 피, 혹은 그와 비슷한 무언가가 굳어버린 흔적이었다.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는 한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이곳은 단순히 잊힌 고서고가 아니었다. 이곳은…

그때였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소리.

마치 수천의 영혼이 동시에 흐느끼는 듯한, 혹은 거대한 짐승이 깊은 잠 속에서 숨을 고르는 듯한, 그로테스크한 울림이었다. 낮은 웅얼거림은 고막을 타고 뇌를 직접 자극하는 듯했다. 마치 그 소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존재인 것처럼, 공간을 압도하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나는 본능적으로 마력등을 높이 들었다.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서.

빛이 닿은 곳은 제단 뒤편의 거대한 석벽이었다. 석벽 전체에는 거대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것은 단순히 고대 문양이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의 형상이 기괴하게 뒤틀려 있었고, 그들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마치 뼈와 살이 뒤엉킨 채 석벽에 박혀 버린 듯한 끔찍한 형상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는, 검고 깊은 심연 같은 균열이…

균열?

나는 눈을 비볐다. 마력등의 불빛이 흔들리며 균열 안쪽의 어둠을 살짝 비췄다. 그 순간, 균열의 깊은 곳에서, 붉고 섬뜩한 눈동자 하나가 느릿하게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그것은 분명히, 살아있는 무언가의 눈이었다.
아니, 살아있어서는 안 될 무언가의 눈동자였다.
별빛 학원 지하에 숨겨진, 끔찍한 금기. 나는 그것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 눈동자가 천천히 깜빡였다. 그리고 그 순간, 나의 마력등이 꺼졌다.
주변은 완벽한 어둠에 잠겼고, 오직 심장을 찢을 듯한 저 낮은 웅얼거림만이 지하 공간을 가득 채웠다.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얼어붙은 몸은 달아나라는 명령을 듣지 못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스르륵, 하고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바로 내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