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 (시간여행)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차갑고 끈적한 공기가 뺨을 스쳤다. 익숙한 불쾌감. 강우진은 저도 모르게 손바닥으로 입술을 문질렀다. 다시 이곳이다. 또 다시.

낡은 저택의 웅장한 서재 앞, 노련한 베테랑 형사 김태수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짜증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주름진 미간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강 형사님. 다시 봐도 답이 없습니다. 문은 안에서 잠겼고, 창문도 안에서 봉쇄됐습니다. 외부 침입 흔적은 전무해요. 밀실 살인? 이런 시대에 이런 고전적인 수법이라니… 누가 장난이라도 치는 건가 싶을 정도입니다.”

김태수는 허탈한 표정으로 강우진을 올려다봤다. 언제나 침착하고, 때론 기이하리만큼 냉정한 이 후배 형사는 지금도 표정 변화 없이 서재 문을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그 거대한 마호가니 문 너머의 미스터리를 꿰뚫어 보려는 듯.

강우진은 대답 대신 문에 손을 뻗었다. 묵직하고 차가운 황동 손잡이의 감촉이 손끝을 타고 온몸으로 퍼졌다. 순간, 그의 시야가 일렁였다. 찰나의 순간, 수십 번, 수백 번 반복된 파편화된 기억의 조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쿵, 하는 둔탁한 소리.*
*책장 뒤에 숨겨진 비밀 통로? 아니, 이미 수십 번 확인했다. 없었다.*
*창문 틈새로 드리운 실낱 같은 줄? 헛된 착각이었다.*
*뒤틀린 시계의 태엽 소리.*
*그리고, 희미하고 달콤한, 그러나 치명적인 향기.*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 서재, 정명호 회장, 그의 시신… 모든 것이 너무나 익숙했다. 시간을 되돌릴 때마다 아주 미세하게 달라지는 디테일들이 그를 미치게 했다. 이전의 ‘회귀’에서는 문고리에 집중했고, 또 다른 ‘회귀’에서는 깨진 안경테의 조각을 분석했다. 그러나 결과는 늘 같았다. 해결되지 않은 밀실, 그리고 그의 실패.

이번엔 다르다. 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비릿한 피 냄새와 낡은 종이 냄새, 그리고… 아주 희미하게, 전에 놓쳤던 어떤 잔향이 느껴지는 듯했다.

“들어가 보시죠, 강 형사님. 뭐든 단서가 될 만한 게 있다면…”

김태수의 말에 강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문이 열리고, 고풍스러운 서재의 내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천장이 높고, 벽면 가득 고서를 채운 책장, 그리고 중앙에는 육중한 참나무 책상이 놓여 있었다. 책상 위에는 고급스러운 만년필과 반쯤 읽다 만 책이 널브러져 있었고, 그 옆에는 엎어진 잉크병이 검은 얼룩을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중심에, 정명호 회장이 고개를 책상에 처박은 채 미동도 없이 죽어 있었다.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고, 한 손은 허공을 움켜쥔 듯한 모습이었다. 사망 시각은 대략 어젯밤 10시에서 11시 사이로 추정된다고 했다.

강우진은 방 안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시선은 바닥을 훑고, 벽면을 스치고, 천장을 지났다. 김태수 형사가 설명하는 내용을 한 귀로 흘려들었다.

“서류는 흐트러졌지만, 귀중품이 사라진 흔적은 없습니다. 원한 관계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밀실이라는 벽에 부딪혔습니다. 피해자의 몸에서도 별다른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고요. 부검 결과가 나와봐야겠지만… 독극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독극물. 강우진의 시선이 멈춘 곳은 천장 구석, 낡은 장식용 환기구였다. 정교하게 조각된 황동 격자 무늬가 아름다웠지만, 그의 눈에는 이전과 다르게 보였다. 지나치게 ‘완벽’해 보였다.

‘환기구….’

이전 회귀에서는 항상 방의 ‘입구’와 ‘출구’에만 집중했다. 침입자가 어떻게 들어와 살인을 저지르고, 어떻게 밀실을 만들고 나갔는가. 그러나 이번엔 그 의문에 사로잡히지 않았다. 대신, 살인자가 이 방에 ‘들어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가설을 떠올렸다.

강우진은 걸음을 멈추고 환기구를 올려다봤다. 겉보기에는 완벽했다. 먼지조차 없이 깨끗한. 마치 누군가 최근에 신경 써서 닦은 것처럼.
그는 다시 눈을 감았다. 머릿속으로 파편화된 기억들을 강제로 끌어모았다. ‘희미한, 달콤한 향기…’, ‘둔탁한 소리…’. 이 모든 것이 퍼즐 조각처럼 맞춰지기 시작했다.

그는 천천히 김태수에게 말했다. 목소리에는 그 어떤 감정도 섞여 있지 않았다.

“김 형사님. 이 환기구, 최근에 청소된 흔적이 있습니까? 그리고 혹시… 이 저택의 다른 방들과 연결된 중앙 환기 시스템은 없습니까?”

김태수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눈썹을 찌푸렸다. “환기구요? 글쎄요, 그런 것까지 확인은 못 했습니다만… 중앙 환기 시스템은 예전에 쓰던 것이 있습니다. 지금은 거의 가동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만…”

“가동하지 않는다고요.”

강우진은 읊조리듯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손이 천천히 허공을 가르며 환기구를 가리켰다.

“정명호 회장은 이 방에서 혼자 죽었습니다. 밀실은 완벽하게 유지되었죠. 왜냐하면… 살인자는 애초에 이 방에 들어오지 않았으니까요.”

김태수와 옆에 있던 다른 형사들의 얼굴에 혼란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그럼… 회장님은 어떻게 죽은 겁니까?”

강우진의 시선은 여전히 환기구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의 눈빛은 심연을 들여다보는 듯 깊고 차가웠다.

“전에 놓쳤던 단서입니다. 희미한 냄새… 그리고 아주 미세한 기계음. 살인자는 이 환기구를 통해… 독가스를 주입했습니다.”

정적이 흘렀다. 김태수의 입이 떡 벌어졌다. “독가스…?! 하지만 방이 밀폐되어 있는데 어떻게…”

“방이 밀폐된 덕분이죠.” 강우진은 나지막이 덧붙였다. “외부에서 주입된 독가스는 이 방 안에 완벽하게 갇혔을 겁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희석되거나, 환기 시스템을 통해 배출될 수 있도록 조작되었겠죠.”

그는 환기구에 바싹 다가섰다. 그리고 손을 뻗어 격자 무늬를 조심스럽게 쓸어보았다. 그의 손끝에 아주 미세한 분말이 묻어났다. 육안으로는 거의 식별 불가능한 흰색 가루.

“지금은 거의 남지 않았지만… 이 분말은 이전에 제가 수없이 반복했던 실패 속에서 느꼈던 희미한 ‘향기’와 관련이 있을 겁니다. 이 독가스는 특유의 향을 가지고 있었겠죠. 그리고 살인자는 이 모든 것을 치밀하게 계산했습니다.”

김태수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말도 안 돼… 그런 식으로 밀실을 만들었다니!”

“아니요.” 강우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의 눈빛에 다시 한번 미묘한 그림자가 스쳤다. “밀실은 살인자가 만든 것이 아닙니다. 정명호 회장, 그 자신이 만들었죠. 살인자는 그 완벽한 밀실을… 살인 도구로 사용했을 뿐입니다.”

그는 다시 서재 문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여전히 안에서 잠긴 채, 열쇠가 꽂혀 있었다. 완벽한 밀실. 하지만 이제 그 밀실은 더 이상 풀 수 없는 수수께끼가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 중요한 것이 빠졌습니다.”

강우진은 중얼거렸다. 그의 눈빛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의 뇌리 속에서, 이미 수십 번 이 밀실을 풀었다고 생각했던 지난 회귀들의 잔상이 섬광처럼 번득였다.

*독가스…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어딘가 분명히 놓친, 결정적인 조각이 또 있었다.*
*이건 단지 시작일 뿐. 진짜 밀실은… 이 뒤에 숨겨져 있었다.*

그의 심장이 빠르게 울리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또 다시 실패다. 또 다시 시간을 되돌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는 모든 감각을 곤두세웠다.

“김 형사님.” 강우진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피해자 책상 위, 저 엎어진 잉크병을 다시 확인해 주십시오. 그리고… 혹시 만년필 뚜껑은 어디에 있었는지 기억하십니까?”

김태수는 의아한 표정으로 잉크병을 바라봤다. “뚜껑이요? 그냥 책상 위에 굴러다니던데요. 왜요?”

강우진의 시선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의 머릿속에서 또 다른 파편이 맞춰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뚜껑의 나사산… 그리고 그 안에 남아있는 미세한 흔적. 그것이 이 밀실 살인의… 진짜 트릭을 알려줄 겁니다.”

그의 눈앞에서 서재의 풍경이 미세하게 떨렸다. 시간을 초월한 그의 감각이 외치고 있었다.
*이건 함정이다. 독가스는 미끼일 뿐. 진짜 살인 트릭은… 저 만년필 뚜껑 속에 숨겨져 있다.*
그리고 그 트릭 너머에는, 그를 계속해서 이 시간의 굴레에 가두는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강우진은 이를 악물었다. 이번엔 반드시, 모든 것을 풀어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악몽 같은 회귀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