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제1장: 잿빛 도시의 숨결

날카로운 금속음이 폐허가 된 건물들의 뼈대를 가로질러 울려 퍼졌다. 녹슨 철골 위를 위태롭게 걷던 카인의 부츠 밑에서 부스러진 콘크리트 조각들이 수십 미터 아래, 안개처럼 희뿌연 스모그 속으로 떨어져 내렸다. 두꺼운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간신히 녹슨 난간을 붙잡은 채, 그는 숨을 고르며 주변을 살폈다.

“젠장, 또 막다른 길인가.”

나지막한 혼잣말이 마스크 안에서 맴돌았다. 공기 중에는 기름때와 부식된 금속의 냄새가 끈적하게 달라붙어 있었다. 그가 쓰고 있는 방진 마스크는 고작해야 몇 시간 더 버틸 수 있는 필터가 남아있을 뿐이었다. 이 망할 잿빛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끊임없이 찾아야 했다. 특히 지금처럼 핵심 부품이 절실할 때는 더더욱.

카인의 왼쪽 어깨에 부착된 낡은 통신기가 지직거리는 소리를 냈다.

“찌르, 상황은?”

통신음 너머에서 기계적인 목소리가 응답했다. 마치 작은 새가 지저귀는 듯한 미묘한 음색이 섞여 있었다. “현재 위치 기준, 전방 10시 방향에 희미한 에너지 신호 감지. 목표 부품일 가능성 72.3%.”

찌르는 카인의 정찰 드론이었다. 한때는 이 도시를 감시하던 최신 기종이었겠지만, 이제는 녹과 상처투성이의 낡은 동반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작은 날개는 여전히 카인의 눈과 귀가 되어주었다.

“72퍼센트? 이 지옥 같은 곳에서 그 정도면 거의 확신이나 마찬가지지.” 카인은 한숨처럼 중얼거렸다. “문제는 접근로야. 지상으로 내려가야 하나?”

“지상 루트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활성된 자동 인형 병기 다수 탐지. 공중 이동이…”

찌르의 목소리가 끊겼다. 그 순간, 카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거대한 증기 파이프라인이었다. 굵기만 해도 그의 허리춤만 한 파이프는 녹슬었지만, 여전히 건재해 보였다. 그것은 이 구역을 가로지르는 유일한 방법처럼 보였다.

“공중 이동이라… 딱 좋은 게 있네.”

카인은 등에 메고 있던 묵직한 장비를 고쳐 멨다. 직접 개조한 ‘스팀 글라이더’였다. 증기압으로 추진되는 이 기묘한 날개 장비는 그의 유일한 탈것이자 생명줄이었다. 하지만 밸브 하나가 고장 나 제 성능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찌르가 찾아낸 에너지 신호는 바로 그 고장 난 밸브를 대체할 수 있는 부품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 이번엔 저거다. 준비해, 찌르.”

“알겠습니다, 카인.”

카인은 파이프라인으로 이어지는 가장 가까운 건물 옥상으로 이동했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마스크 틈새로 잿빛 먼지가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폐허가 된 도시의 풍경은 언제나 그랬듯 절망적이었다. 거대한 증기 발전소의 굴뚝은 수십 년 전부터 연기를 뿜지 않았고, 마천루들은 뼈대만 남아 유령처럼 서 있었다.

그는 스팀 글라이더의 압력 게이지를 확인했다. 붉은 바늘이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충분한 압력을 모으는 데 시간이 걸릴 터였다. 기다리는 동안, 그는 허리춤의 만능 렌치를 꽉 쥐었다. 전투용으로 개조된 이 렌치는 필요할 때 둔기로, 때로는 지렛대로 변신하는 다용도 도구였다.

“압력, 70% 도달. 이륙 준비 완료.” 찌르의 목소리.

“좋아.”

카인은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녹슨 난간을 박차고 공중으로 몸을 던졌다.

쉬이이이잉!

스팀 글라이더의 증기 분출구가 굉음을 토하며 거친 증기를 뿜어냈다. 일시적인 추진력으로 그의 몸은 솟구쳤고, 그는 거대한 파이프라인을 향해 손을 뻗었다. 끽끽거리는 소리와 함께 갈고리가 파이프에 걸리자, 카인의 몸은 격렬하게 흔들렸다.

“흐읍!”

손목에 엄청난 충격이 전해졌다. 파이프는 생각보다 훨씬 미끄러웠다. 겨우 균형을 잡고 파이프 위로 올라선 카인은 땀방울을 닦아냈다.

“이동 시작. 목표까지 약 300미터.”

찌르의 안내에 따라 카인은 파이프 위를 조심스럽게 기어갔다. 아래는 끝없는 잿빛 심연. 사방에서는 바람에 흔들리는 쇳소리가 마치 수십 마리의 야수가 울부짖는 것 같았다.

거의 절반쯤 이동했을 때였다.

“경고! 전방 12시 방향, 움직임 감지! 불규칙한 금속 소음!”

찌르의 경고가 채 끝나기도 전에, 거대한 파이프의 이음새 부분에서 ‘쿠구궁!’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녹슨 철판과 구리선으로 덕지덕지 붙어 있는 그것은, 족히 두어 미터는 넘어 보이는 ‘고철 거미’였다. 다리마다 날카로운 톱니바퀴가 박혀 있고, 붉은색 센서 눈이 번뜩였다. 이 녀석들은 이 도시의 가장 흔하고도 위험한 잡병기였다.

“젠장, 이런 곳에서!”

카인은 급히 몸을 숙였다. 고철 거미의 다리 하나가 바람을 가르며 그가 있던 자리를 후려쳤다. 긁힌 파이프에서 불꽃이 튀었다.

“찌르, 약점은?”

“주 동력 코어는 복부 중앙. 접근이 어렵습니다. 다리 관절 부분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거미는 다시 한번 돌진했다. 카인은 렌치를 휘둘러 다리 하나를 후려쳤다. 쨍그랑! 둔탁한 금속음이 울렸지만, 고철 거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붉은 센서가 더욱 강렬하게 빛나며 위협적인 소음을 냈다.

“이 망할 깡통!”

다른 다리들이 사방에서 휘둘러졌다. 카인은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하며 파이프 위를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었다. 뒤는 아찔한 절벽이었다.

그때, 찌르의 작은 몸체가 고철 거미의 센서 눈을 향해 돌진했다.

“잠시 시야 교란 시도! 기회입니다, 카인!”

“찌르!”

작은 드론이 고철 거미의 센서에 부딪히며 섬광탄처럼 빛을 터뜨렸다. 순간적으로 눈이 먼 고철 거미가 비틀거렸다. 카인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스팀 글라이더의 잔여 증기를 최대한 활용하여 몸을 솟구쳐, 고철 거미의 등 위로 착지했다.

“죽어라!”

그는 렌치에 온 힘을 실어 고철 거미의 복부 중앙을 내리찍었다. 녹슨 철판이 찌그러지는 소리와 함께, 안에서부터 스파크가 튀었다. 고철 거미는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다. 카인은 그 충격으로 파이프 위를 굴렀다.

콰아앙!

고철 거미의 몸체가 폭발했다.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고, 카인은 아슬아슬하게 폭발의 여파를 피했다. 팔꿈치와 무릎에서 따끔거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마스크 필터에 거미의 기름때가 덕지덕지 묻었다.

“찌르! 괜찮아?”

“네거티브… 주 동력원 손상… 보조 동력으로… 간신히…”

찌르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지직거렸다. 카인은 폭발 잔해 속에서 겨우 찌르의 찌그러진 몸체를 발견했다. 날개 하나가 부러져 너덜거리고 있었다.

“젠장… 미안하다, 찌르.”

“아니요… 임무 완수… 우선… 목표 부품… 탐색… 계속…”

찌르는 기계적인 몸으로도 최선을 다하려는 듯 희미한 불빛을 깜빡였다. 카인은 찌르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고, 다시금 목표 지점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는 그의 유일한 동반자이자 안내자였다. 찌르가 없으면, 이 잿빛 미로에서 길을 잃을 게 분명했다.

그들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찌르가 희미하게나마 감지했던 에너지 신호는 더욱 선명해졌다. 낡은 공장 건물의 잔해 사이, 녹슨 기계 덩어리들 속에 끼어 있는 그것은 틀림없었다. 새것처럼 반짝이는 황동 재질의 ‘증기 압력 밸브’. 그가 찾던 바로 그 부품이었다.

“찾았다… 드디어…”

카인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필터가 손상된 마스크 사이로 들어오는 쉰 공기마저 달콤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잔해 속으로 뛰어들어 밸브를 잡아챘다.

하지만 그 순간, 뒤에서 차가운 금속음이 들려왔다.

“누구냐, 네 놈은.”

카인은 밸브를 움켜쥔 채 몸을 휙 돌렸다. 어둠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빛에 반사된 붉은 센서가 수십 개. 이번엔 고철 거미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크기였다. 마치 인간의 형상을 한 거대한 톱니바퀴 병사 같았다. 육중한 강철 장갑이 빛을 반사했고, 한 손에는 거대한 증기 해머가 들려 있었다.

이곳의 구역 관리 병기, ‘강철 파수꾼’이었다.

카인의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다. 스팀 글라이더는 고장 난 지 오래고, 찌르는 만신창이. 그리고 그의 손에는 겨우 렌치 하나.

“도망쳐라… 카인… 강철… 파수꾼은… 상대가…”

찌르의 목소리가 절박하게 끊겼다.

강철 파수꾼은 굉음을 내며 천천히 걸어왔다. 거대한 증기 해머가 바닥을 질질 끌었다.

“침입자… 제거한다.”

위협적인 기계음이 폐허 전체를 뒤흔들었다. 카인은 움켜쥔 밸브를 꽉 쥐었다. 그는 살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했다. 이 잿빛 도시에서, 삶은 언제나 발악하는 자의 것이었다.

그의 눈빛이 싸늘하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