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호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레비아탄 호: 심연의 유산

**제 31화: 균열의 노래**

레비아탄 호의 함교는 죽은 듯 고요했다. 그 고요함은 우주선 바깥의 광막한 심연처럼 차갑고 무거웠다. 붉은 비상등 하나 켜지지 않았건만, 희미한 조명 아래서 모두의 얼굴은 마치 혈색을 잃은 시체 같았다.

한승우 함장은 주먹 쥔 손으로 팔걸이를 천천히 두드렸다. 그의 시선은 정면의 메인 홀로그램 스크린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곳에는 화물칸 중앙에 안전하게 고정된, 검고 매끄러운 외계 유물의 모습이 위협적으로 떠 있었다. 마치 우주 자체를 압축해 놓은 듯한 섬뜩한 검은 돌덩이.

“……아무런 이상도 없다고?”

함장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지난 72시간 동안 수십 번도 더 물었던 질문.

옆자리에 앉은 수석 과학장교 서지혜는 입술을 짓씹었다. 피로에 절어 초점 없는 눈동자였지만, 그 깊이에는 뭔가 설명할 수 없는 끌림과 함께 미세한 경련이 일고 있었다.
“함장님, 저희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스캔과 분석은 이미 끝났습니다. 에너지 반응, 구성 물질, 구조, 하다못해 표면에 부착된 미생물 흔적까지… 어떤 유의미한 결과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저, 완전히 비어 있습니다. 완벽하게.”

“완벽하게 비어있다고? 그럼 저게 대체 왜 내 두개골을 울리는 거지?”

함장의 말에 서지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건 그녀만이 느끼는 감각인 줄 알았다. 저 검은 유물을 발견하고 함선으로 인양한 이후부터, 그녀의 머릿속에는 저 깊은 우주 어딘가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듯한 미세한 웅얼거림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환청인 줄 알았다. 극심한 피로와 긴장 탓이라 애써 무시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웅얼거림이 마치 자신의 뇌 속에서 직접 태어난 것처럼 선명해졌다.

그때, 함교 후방의 통신 담당 오인호 대원이 움찔하더니 무언가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함장님, 지금… 외부 센서에 잡히는 게 있습니다.”

오인호 대원의 목소리에 함교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뭐라고? 어떤 신호지?” 함장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그게… 신호라고 하기에는 좀… 이상합니다. 미세한 진동입니다. 마치… 선체 전체가 아주 낮은 주파수로 울리는 듯한… 근데 외부에서 오는 게 아니라, 안에서… 선체 내부에서 감지됩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기관장 박진우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함교 문을 박차고 들어섰다. 그의 얼굴은 기름때와 땀으로 번들거렸지만, 공포로 인해 파리해져 있었다.
“함장님! 긴급 보고입니다! 기관실 제어반에 알 수 없는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보조 동력원이 자꾸 과부하를 일으키는데… 원인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과부하? 자세히 설명해.” 한승우 함장의 목소리는 낮게 깔렸다.
“그게… 출력은 평소와 비슷한데, 시스템이 자꾸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합니다. 마치… 갈증을 느끼는 것처럼요. 불필요한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듯한… 말도 안 되는 현상입니다!”

박진우의 눈은 혼란으로 가득했다. 그의 땀에 젖은 얼굴은 레비아탄 호에 탑승한 모든 이들의 불안감을 대변하고 있었다.

“화물칸으로 연결된 모든 동력선을 차단해. 저 유물에 불필요한 전력 소모가 가지 않도록 조치해.” 한승우 함장이 지시했다.

“이미… 이미 시도했지만… 차단이 안 됩니다. 마치… 뿌리내린 것처럼… 연결이 강제되고 있습니다. 그… 그 놈이 에너지를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박진우는 거의 울부짖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제야 서지혜는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것을 느꼈다. 그 웅얼거림이, 단순한 환청이 아니었다. 어쩌면 그건… 유물이 내는 소리였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 안에서 *무언가*가 갈망하는 소리였다.

“의료장교! 최유진!” 함장이 외쳤다.

최유진 의료장교가 함교 후방의 의료 스테이션에서 뛰쳐나왔다. 그녀의 표정은 침통했다.
“함장님, 보고드립니다. 지난 24시간 동안 수면 장애와 극심한 불안 증세를 호소하는 승무원이 급증했습니다. 몇몇은 헛것을 보거나, 누군가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합니다. 정신과적 진료가 시급합니다.”

“헛것? 속삭이는 소리? 누가?”
“주로 화물칸 주변에서 작업했던 인원들입니다. 특히… 어제 유물 고정 작업을 했던 김준 대원이 심각합니다. 계속 ‘그 노래가 들려, 노래가…’ 하고 중얼거립니다. 격리 조치했습니다.”

노래.
서지혜의 뇌리를 스치는 단어였다. 웅얼거림. 미세한 진동. 갈증. 그리고… 노래.
불현듯, 그녀는 자신의 팔에 돋아난 소름을 느꼈다. 그 웅얼거림은 이제 단순히 머릿속을 맴도는 소리가 아니었다.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그 소리에 반응하며 진동하는 것 같았다.

“함장님…!” 오인호 대원이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그의 손가락은 메인 스크린에 띄워진 화물칸 내부 카메라 영상 중 하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영상 속에서 검은 유물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주변의 공간이… 미묘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마치 뜨거운 공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것처럼, 혹은 아주 미세한 균열이 생겨나 빛이 굴절되는 것처럼.

그리고 그 순간, 서지혜의 머릿속을 채우던 웅얼거림이 한층 더 선명해졌다. 더 이상 모호한 소리가 아니었다. 분명한, 단조로운 음정의 반복. 마치 오래된 기계가 삐걱이는 소리 같기도 하고, 깊은 바다 속에서 거대한 생명체가 내는 음파 같기도 한, 기묘하고 불쾌한 ‘노래’였다.

**웅— 웅— 웅—**

그것은 이제 그녀 혼자만의 환청이 아니었다. 함교 전체를, 아니, 레비아탄 호의 모든 선체를 채우는 듯한 끔찍한 진동이었다. 금속이 비명을 지르는 듯한 저주스러운 울림.

“이게… 이게 대체…!” 박진우 기관장이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으며 주저앉았다.
최유진 의료장교의 얼굴은 공포로 창백해졌다. “함장님… 이 진동이… 승무원들의 뇌파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공포를 주입하는 것 같아요!”

메인 스크린의 화물칸 영상이 지지직거리며 일그러졌다. 그리고 그 지직거림 사이로, 검은 유물의 표면에 아주 희미한, 그러나 분명한 변화가 포착되었다.
완벽하게 매끄러웠던 표면에, 마치 먹물을 풀어놓은 듯한 검은 점들이 아주 미세하게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점들이 이어진 곳에서, 실핏줄처럼 가느다란 선들이 뻗어나갔다. 완벽했던 구형이, 금이 가는 것처럼.

서지혜는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눈은 유물에 홀린 듯 고정되었다.
그것은 금이 아니었다.
그것은… 무언가 안에서 솟아나는 듯한, 검은 액체였다. 심해의 먹물처럼 끈적이고 어두운 액체가 유물의 표면을 타고 흐르며, 기묘한 문양을 그리고 있었다. 마치… 눈꺼풀이 서서히 열리는 것처럼.

그리고 그 순간, 서지혜의 뇌리를 강타한 것은 고통스러운 소음이 아니었다.
선명한 목소리였다.

**[…찾았다.]**

고대의 심연에서 솟아난 듯한, 수만 년을 기다려온 갈망이 담긴 목소리가, 그녀의 뇌 속에서 울려 퍼졌다.

화물칸 영상이 완전히 끊어졌다. 함교의 모든 화면이 일제히 꺼지며 암흑이 덮쳤다.
레비아탄 호는 침묵 속에서, 이제는 명백하게 ‘노래’라고 부를 수 있는 기이한 진동에 휩싸였다.

이 지독한 공명 속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 살아남는다는 게… 과연 축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