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피가 울컥 솟아 올랐다. 입 안에서 비릿한 철분 향이 맴돌았다. 몸을 관통하는 끔찍한 고통보다 더 지독한 것은, 등 뒤에 꽂힌 칼날이 남긴 심장의 상처였다. 천무진은 흐릿한 시야 너머의 하늘을 올려다봤다. 먹구름이 잔뜩 낀 밤하늘. 저 구름 너머에 분명 그가 그토록 갈망했던 청운의 꿈이 있었을 터인데.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시뻘건 복수의 그림자만이 그의 시야를 잠식했다.
“류운혁… 네 이놈…!”
떨리는 목소리로 이름을 뱉었다. 피와 함께 절규가 터져 나왔다. 그 순간, 그의 몸이 끝없이 추락했다. 장엄한 청운문 제일봉, 천뢰봉(天雷峰)의 정기진(定氣陣) 한가운데서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빠져 추락하는 대협. 그것이 바로 지금, 천무진의 처참한 몰골이었다.
청운문(靑雲門)의 쌍벽. 천무진과 류운혁. 어릴 적부터 둘은 함께 수련하며 형제처럼 지냈다. 류운혁은 언제나 천무진의 그림자였다. 하지만 그림자이기에 누구보다 천무진의 빛을 갈망하고 동경하는 줄 알았다.
“무진아, 현경(玄境)에 들고 나면 우리는 함께 천하를 유람하며 우리의 도를 펼칠 것이다.”
“그럼, 운혁아. 그때는 네가 내 옆에서 나를 도울 것이고, 우리는 청운문의 명성을 천하에 떨치리라.”
따뜻했던 기억들. 순수했던 맹세들. 그 모든 것이 지금은 잔혹한 조롱처럼 느껴졌다.
현경 돌파를 위한 천뢰진단(天雷眞丹) 제련. 모든 준비는 완벽했다. 청운문의 모든 장로가 지켜보는 가운데, 천무진은 천뢰진단을 들이켰고, 그의 단전(丹田)은 폭주하는 영기(靈氣)로 가득 찼다. 그때였다. 정기진 한가운데서 자신을 보호하고 있던 류운혁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한 것은.
“형님… 죄송합니다.”
류운혁의 손에 들린 것은 천뢰봉의 핵심을 이루는 ‘현철금강석(玄鐵金剛石)’ 조각이었다. 그것이 정기진의 기운을 역류시키고, 천뢰진단의 폭주를 가속화했다.
“운혁! 무슨 짓이냐!”
류운혁은 비릿하게 웃었다. 그의 눈에는 이글거리는 욕망이 가득했다.
“현경? 형님만이 갈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하셨습니까? 저도 갈 수 있습니다. 아니, 저만이 갈 수 있습니다.”
그의 손에서 또 다른 흉기가 번뜩였다. 날카로운 비수였다. 그것이 천무진의 단전 바로 아래, 기해혈(氣海穴)을 정확히 꿰뚫었다.
“크아악!”
모든 영기가 사방으로 흩어지고, 단전이 폭발하듯 찢겨져 나갔다. 살을 찢고 뼈를 부수는 고통, 영혼까지 조각나는 듯한 절망감이 전신을 휩쓸었다.
“형님의 천뢰진단은 제가 쓰겠습니다. 그리고 형님은… 마도(魔道)와 결탁하여 청운문을 배신한 역적으로 남을 겁니다.”
류운혁의 싸늘한 목소리는 천무진의 귓가를 찢었다. 절규하는 천무진을 보며, 장로들은 경악했다. 그들의 눈은 이미 류운혁의 거짓말에 넘어간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천무진이 주화입마로 미쳐 날뛰는구나! 당장 제압하라!”
“마도와 결탁한 역적놈! 청운문에 이런 불한당이!”
추락하는 천무진의 몸은 바위와 나무에 부딪히며 갈가리 찢겼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렇게… 죽는 건가…?’
아니.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이대로라면, 류운혁은 천무진의 모든 것을 빼앗고, 천무진의 이름에 먹칠을 한 채 청운문의 영웅으로 추앙받을 것이다. 그것만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눈앞에 스쳐 지나가는 것은, 어린 시절 류운혁과 함께 바라봤던 청운의 꿈이 아니라, 그의 비릿한 미소와 차가운 눈빛이었다.
‘되갚아주리라. 반드시.’
그의 눈동자에 꺼져가던 불꽃이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생에 대한 집착이 아니었다. 오직 복수. 처절하고, 잔혹한 복수.
천뢰봉 아래, 깊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구덩이. 청운문의 금지구역이자, 마기(魔氣)가 서려있어 누구도 접근하지 않는다는 곳. 천무진의 몸은 그 구덩이 속으로 곤두박질쳤다. 죽음의 문턱에서, 그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무언가를 움켜쥐었다. 그것은 추락 직전, 그의 허리춤에 매달려 있던 작은 주머니였다. 안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아니, 단 하나, 낡고 빛바랜 목걸이만이. 천무진의 어머니가 그에게 준 유일한 유품이었다.
‘어머니… 제가 반드시 살아남아, 저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자들을 멸하겠나이다.’
구덩이 속 어둠이 천무진을 삼켰다. 하지만 그 어둠 속에서, 그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복수의 서막이 그렇게, 지옥의 문턱에서 시작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