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F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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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제목: 잿빛 노을 아래, 금기를 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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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에테르’ 행성의 황량하지만 신비로운 풍경. 잿빛 대지가 펼쳐져 있고, 멀리 지평선에는 이중으로 지는 붉고 푸른 태양이 기묘한 노을을 드리우고 있다. 기암괴석들이 기이한 형태로 솟아 있고, 그 사이로 자색 안개가 낮게 깔려 흐른다. 고대 문명의 유적처럼 보이는 거대한 구조물 파편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클로즈업: 이아나의 얼굴.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고, 집중된 눈빛은 그녀가 쓰고 있는 증강현실 렌즈 너머로 번쩍이는 데이터 입자들을 쫓고 있다. 그녀는 고글이 부착된 탐사 헬멧을 쓰고, 전신에는 험한 환경에 특화된 두툼한 탐사복을 입고 있다.)
**이아나 (내레이션):** 에테르. 솔라리안 연합이 탐사 구역을 설정한 지 30년. 여전히 미지의 보고이자, 끝없는 전장이기도 한 곳. 이곳의 잿빛 노을은 언제나 아름답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차가운 침묵을 품고 있다.
(패널 전환: 이아나가 무릎을 꿇고 앉아, 흙 속에서 빛나는 푸른 이끼류를 관찰하고 있다. 그녀의 팔에 부착된 휴대용 스캐너가 이끼에 희미한 빛을 쏘고 데이터를 분석한다. 주변에는 그녀가 설치한 간이 생체 반응 센서들이 삐빅거리며 작동 중이다.)
**이아나 (혼잣말):** 희귀 식생 ‘아리엘의 눈물’. 예상보다 활성도가 높군. 저번 탐사에서는 찾지 못했던 개체들인데… 혹시 이쪽 생체 에너지가…
(효과음: `삐비빅- 삐빅- (생체 반응 센서의 다급한 경고음)` )
(이아나가 급히 고개를 들고 센서를 확인한다. 센서의 화면에 붉은 점이 빠르게 깜빡이며 ‘미확인 생체 반응’, ‘고에너지 반응’이라는 경고 메시지가 뜬다. 센서의 방향은 그녀가 보고 있던 이끼 군락에서 멀지 않은, 기괴한 바위 봉우리 쪽을 가리키고 있다.)
**이아나:** 이건… 동물인가? 이 지역엔 기록된 대형 생명체가 없는데. 게다가 이 정도 에너지 반응이라면…
(그녀의 눈빛이 날카로워진다. 전투 상황을 대비하듯, 허리에 찬 에너지 소총에 손을 얹는다. 그녀는 평화로운 식물학자이지만, 이곳 에테르에서는 그 누구도 무장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이아나 (내레이션):** 솔라리안 연합은 루멘족과의 종족 전쟁을 끝없이 이어가고 있었다. 에테르는 자원 행성으로 중요했지만, 동시에 우리와는 너무나 다른 생명체인 루멘족의 주요 활동 구역이기도 했다. 이곳의 모든 미확인 생체 반응은 곧 ‘잠재적 위협’을 의미했다. 그것이 우리가 교육받은 유일한 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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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2]**
(이아나가 바위 봉우리 사이의 좁고 어두운 틈새를 조심스럽게 지나고 있다. 그녀의 발밑에는 에테르 특유의 건조하고 바스락거리는 흙먼지가 인다. 헬멧의 조명이 어둠 속을 가르며 전방을 비춘다.)
(효과음: `쉬이이익- (어딘가에서 새어 나오는 가느다란 공기 빠지는 소리)` )
(효과음: `칙- 칙- (고통스러운 듯 짧게 끊어지는 소리)` )
(이아나가 조명으로 비춘 곳, 바위 틈 깊숙한 곳에 무언가가 쓰러져 있다. 인간보다 훨씬 길고 가는 사지, 은은하게 빛나는 듯한 회색 피부, 그리고 얇고 투명한 막으로 덮인 듯한 눈꺼풀. 그것은 루멘족이었다. 그녀가 본 적 없는 형태의 갑옷은 여기저기 파손되어 있었고, 갑옷 사이로 드러난 피부에는 붉은 액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루멘족의 피는 우리와는 다르게, 은빛으로 빛나는 입자들을 품고 있었다.)
(클로즈업: 이아나의 눈. 경악과 혼란, 그리고 미세한 동요가 스쳐 지나간다. 그녀의 손은 여전히 에너지 소총에 얹혀 있지만, 방아쇠를 당길 생각은 하지 못한다.)
**이아나 (내레이션):** 루멘족. 우리와는 공존할 수 없는 이종(異種). 침략자이자 파괴자. 수없이 보고 들었던 경고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저들의 숨통을 끊는 것이 솔라리안의 생존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루멘족 남자의 얼굴 클로즈업. 얇고 긴 얼굴선, 날카로운 턱선. 피부는 마치 사파이어 조각처럼 각지고 미묘하게 빛난다. 그의 눈은 반쯤 감겨 있었고,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은 낯설었지만, 동시에 ‘살아있는 존재’의 연약함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부서진 통신 장비 파편들이 널려 있고, 주변 바닥에는 강한 폭발이나 충돌로 생긴 듯한 균열이 선명하다. 그는 확실히 심각한 부상을 입은 듯, 의식조차 희미해 보였다.)
**이아나 (혼잣말):** (작게 중얼거린다) …죽어가는군.
(그녀의 스캐너가 자동으로 루멘족에게 향하며 생체 반응을 측정한다. 화면에는 심각한 손상과 급격히 떨어지는 활력 징후가 표시된다.)
**이아나 (내레이션):** 내 모든 교육은 저들을 ‘적’으로 규정했다. 망설임 없이 제거해야 할 대상이라고. 하지만… 저 눈빛은, 저 고통은… 내가 아는 ‘괴물’의 것이 아니었다. 그저, 죽어가는 한 생명체의 것이었다.
(패널 전환: 이아나가 총을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루멘족에게 다가간다. 그녀의 움직임은 신중하고 망설임이 섞여 있다. 바스락거리는 발소리가 정적을 깬다.)
(효과음: `쉬이이익- 칙… (루멘족의 가느다란 숨소리)` )
(루멘족 남자의 얇은 손가락이 미세하게 경련한다. 그의 눈꺼풀이 아주 살짝 들어 올려지며, 흐릿한 시선이 이아나에게 닿는다. 공포, 경계, 그리고 절망이 뒤섞인 눈빛.)
**이아나:** (차분하지만 나직한 목소리로) 괜찮아… 난 해치지 않아.
(물론 루멘족은 솔라리안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그저 본능적으로 말을 건넸을 뿐이다. 루멘족의 몸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인다. 그것은 그들의 본능적인 경고 반응이었다.)
**이아나 (내레이션):** 금기. 우리 종족에게 가장 엄격한 계명. 적과의 교류는 곧 반역이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는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식물학자이자, 생명과학자였다. 눈앞의 생명이 소멸하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는 없었다.
(이아나가 허리춤에서 응급처치 키트를 꺼내든다. 그녀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그녀는 루멘족에게 한 손을 내밀어 ‘나는 위협적이지 않다’는 제스처를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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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3]**
(루멘족 남자의 상처 부위를 클로즈업. 그의 갑옷 파편이 날카롭게 박혀 있고, 주변 살점은 이미 조직이 괴사하고 있었다. 이아나는 작은 의료용 칼로 조심스럽게 갑옷 파편을 제거하려 한다.)
**이아나:** (작게) 움직이면 안 돼. 아플 거야… 하지만 빼내야 해.
(루멘족 남자는 그녀의 손길에 미세하게 움찔거리지만, 움직일 힘조차 없는지 고통스럽게 신음하며 그저 눈을 감는다. 그의 얼굴 근육이 비틀린다. 그의 몸에서 나오는 은은한 빛의 깜빡임이 점점 더 불규칙해진다.)
**이아나 (내레이션):** 루멘족의 생체 구조는 우리와 완전히 달랐다. 에너지 기반의 신체라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로는 고도로 응축된 유기 결정체와 유사했다. 그들의 피는 빛을 매개로 하는 활성 입자들을 품고 있었고, 그 입자들이 외부 공기와 접촉하면 빠르게 응고되어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곤 했다.
(이아나가 급히 특수 봉합제를 꺼내 상처 부위에 바른다. 봉합제가 상처를 감싸면서 은빛 입자들이 응고되는 것을 막고, 새로운 조직 재생을 유도한다. 그녀의 손길은 신중하고 능숙하다. 그녀는 의료 훈련을 받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외계 생물체를 다뤄본 경험이 있었다.)
(패널 전환: 시간이 흐르고, 잿빛 노을은 더욱 깊어져 행성 전체를 음울한 보랏빛으로 물들인다. 이아나는 루멘족 남자의 가장 위급한 상처들을 모두 처치한 상태다. 그녀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다.)
(이아나가 지친 숨을 내쉬며 루멘족 남자를 바라본다. 그의 호흡이 아까보다는 조금 더 안정적으로 변해 있다. 얼굴의 고통스러운 표정도 한결 나아졌다.)
(클로즈업: 이아나의 시선이 루멘족 남자의 손에 닿는다. 그의 길고 가는 손가락에는 섬세하고 복잡한 문양의 타투 같은 것이 새겨져 있다. 그것은 솔라리안의 문명에서는 볼 수 없는 형태였다.)
**이아나 (내레이션):** 그들은 우리를 ‘빛을 오염시키는 자’라 불렀고, 우리는 그들을 ‘미개한 침략자’라 칭했다. 서로를 알려고 한 적 없었다. 오직 전투와 증오만이 우리를 묶는 유일한 사슬이었다. 그런데 나는 지금, 그 증오의 사슬을 끊고, 가장 강력한 금기를 범하고 있었다.
(이아나가 헬멧을 벗는다. 그녀의 땀으로 젖은 머리카락이 드러나고, 헬멧에 가려져 있던 청순한 얼굴이 드러난다. 그녀는 피곤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 루멘족 남자를 바라본다.)
(루멘족 남자의 눈꺼풀이 천천히 들어 올려진다. 이번에는 조금 더 또렷한 눈빛이었다. 그의 눈동자는 깊은 자색이었고, 그 안에는 뭇별처럼 작은 점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이아나에게 완전히 고정된다.)
(클로즈업: 루멘족 남자의 눈. 혼란, 경계, 그리고 미약한 호기심. 그는 분명 자신의 종족이 아닌 다른 존재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인지한 듯했다.)
**카엘 (말풍선):** (…어떤 종류의 소리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저주와 같은 낮은 진동음. 동시에 희미한 빛의 파장이 이아나를 향해 일렁인다. 솔라리안에게는 그저 노이즈처럼 들리겠지만, 그것은 분명한 의문의 신호였다.)
(이아나는 그 소리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가 자신을 경계하면서도 의문을 가지고 있음을 직감한다. 그녀는 작게 미소 짓는다. 그 미소는 어떤 강요도, 위협도 담고 있지 않았다.)
**이아나:** (조용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카엘.
(루멘족 남자의 자색 눈동자가 흔들린다. 이아나는 아까 그가 의식을 잃기 전 그의 갑옷에서 떨어져 나온 통신장비 파편에서 발견한, 그의 식별 코드에 적혀 있던 이름을 중얼거렸다.)
**이아나 (내레이션):** 그 순간, 우리 사이의 모든 경계가 희미해지는 듯했다. 종족도, 언어도, 전쟁도, 그 어떤 것도 우리를 가르지 못할 것처럼 느껴졌다. 이 어둠 속에서, 나는 금기를 주웠다. 그리고 그 금기는, 어쩌면 나 자신마저 집어삼킬지도 모를 불꽃의 씨앗이 될 터였다.
(그 순간,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솔라리안 탐사선의 엔진 소리. `슈우우웅- (아주 멀리서 들려오는 엔진음)` )
(이아나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방금 전의 감상적인 분위기는 사라지고, 공포와 긴장이 그녀를 지배한다. 그녀는 급히 헬멧을 다시 쓰고, 루멘족 남자를 돌아본다.)
**이아나:** (작게, 다급하게) …숨어야 해. 빨리.
(루멘족 남자, 카엘의 자색 눈동자에도 순간적으로 경계심이 스친다. 그는 희미하지만, 이아나의 말뜻을 짐작한 듯, 그녀의 눈을 응시한다.)
(마지막 패널: 이아나와 카엘의 얼굴 클로즈업. 한쪽은 다급함과 두려움, 다른 한쪽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고통과 함께 미묘한 의문을 담고 있다. 멀리서 들려오는 솔라리안 탐사선의 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지는 듯하다. 잿빛 노을이 두 사람의 위로 어둡게 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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