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페라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챕터 1: 잿빛 폐허의 그림자

잿빛 모래바람이 지평선을 온통 삼키는 세상이었다. 낡은 방진복의 후드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미세한 모래 알갱이들이 잇새에서 서걱거렸다. 아린은 찌든 숨을 헐떡이며 지쳐 쓰러진 발을 겨우 떼어 놓았다. 얼마나 걸었을까.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지만, 저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금속 구조물이 그녀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대재앙 이후, 인류는 별의 바다에서 추락해 이 메마른 행성 위에 갇혔다. 한때 문명의 상징이었던 거대 도시들은 이제 텅 빈 유령과도 같았다. 삭막한 황무지 한가운데, 녹슨 철골들이 앙상하게 드러난 채 하늘을 찌르고 있는 저 폐허는 ‘오메가 섹터’라 불렸다. 오래전 버려진 우주정거장의 잔해일 수도, 거대 함선의 일부일 수도 있었다. 중요한 건, 그곳에 무언가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등에 짊어진 배낭의 무게가 어깨를 짓눌렀다. 안에는 낡은 만능 공구와 에너지 충전식 스캐너, 그리고 반쯤 남은 응축 영양 젤리 몇 개가 전부였다. 스캐너의 충전량은 간당간당했고, 영양 젤리는 오늘 저녁이면 끝이었다. 오늘은 운이 좋았으면 좋겠다. 최소한 다음 주까지 버틸 만한 부품이라도 찾아야 했다. 아니면…

아니면, 끝이었다. 이 행성에서 ‘끝’은 너무나 흔하고, 너무나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어제까지 같이 폐허를 뒤지던 옆집의 노인이 오늘은 사라지고 없었다. 사막의 야수에게 잡혔거나, 숨이 다했거나, 어느 쪽이든 더 이상 궁금해할 여유는 없었다. 생존은 사치였고, 매일의 삶은 투쟁이었다. 아린은 끈질기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눈빛에는 피로가 가득했지만, 동시에 결코 꺾이지 않을 강인한 의지가 엿보였다.

거의 쓰러질 듯이 비틀거리며 겨우 폐허의 입구에 다다랐다. 거대한 금속 문은 반쯤 부서진 채 비스듬히 열려 있었다. 아마 오래전 이곳을 침범했던 누군가의 흔적이리라. 아니면, 바람이 만들어낸 우연의 산물일 수도 있고. 아린은 망설임 없이 내부로 발을 들였다. 바깥의 건조한 모래바람과는 달리, 내부의 공기는 훨씬 습하고 무거웠다. 쾌쾌한 곰팡이 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기계 기름 냄새가 코를 찔렀다. 오랫동안 인적이 끊겼음을 알리는 냄새였다.

손목의 스캐너를 작동시켰다. 푸른빛이 희미하게 깜빡이며 주변을 탐색했다. 삐-하는 낮은 전자음과 함께, 액정 화면에 복잡한 수치와 함께 몇몇 ‘반응 없음’ 표시가 떴다. 기대는 늘 실망으로 돌아왔지만, 그래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녀는 복도를 따라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잔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천장에 매달려 있던 케이블들은 거대한 뱀처럼 바닥에 늘어져 있었다. 한때 번성했던 곳이었음을 짐작게 하는 흔적들이었다.

사방은 고요했다. 자신의 거친 숨소리와 발걸음 소리만이 메아리칠 뿐이었다. 고요함은 종종 더 큰 위협의 전조이기도 했다. 아린은 주변을 경계하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혹시라도 폐허 깊숙한 곳에서 잠들어 있던 사나운 야수나, 아니면 그녀와 같은 다른 생존자들이 있을 수도 있었다. 이 황폐한 세상에서 인간은 때로 야수보다 더 무서운 존재였다.

갑자기 스캐너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삐비비빅-! 액정에는 ‘미확인 생체 반응’, 그리고 ‘고 에너지원 감지’라는 문구가 붉은색으로 깜빡였다. 아린의 심장이 발끝까지 쿵 하고 떨어졌다. 이런 경고는 드물었다. 이곳은 완전히 버려진 곳이라 여겨졌는데…

그때였다. 복도 저편에서 ‘텅-텅-텅-‘ 하는 금속성 발걸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대한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아린은 본능적으로 벽 뒤로 몸을 숨겼다. 숨소리조차 내지 않으려 애썼다. 낡은 방진복 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발걸음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이 폐허에 남아있는 거대한 기계 괴수, ‘아이언 비스트’일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상상이 머릿속을 스쳤다.

어둠 속에서 푸른빛이 번쩍였다. 그것은 아이언 비스트처럼 거칠거나 맹렬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조용하고, 섬뜩할 정도로 정교했다. 낡은 경비 로봇. 하지만 일반적인 경비 로봇과는 달랐다. 육중한 몸체와 함께, 한쪽 팔에는 오래된 플라즈마 캐논이 장착되어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푸른빛은 단순히 작동 불빛이 아니었다. 로봇의 ‘눈’이었다. 섬광처럼 빛나는 그 눈은 주변을 천천히 훑고 있었다. 감지 센서가 움직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젠장. 하필이면 저런 구형이지만 강력한 모델이라니.” 아린은 이를 악물었다. 저걸 상대할 장비는 없었다. 그녀가 가진 것은 겨우 낡은 공구와 믿을 수 없는 스캐너뿐이었다. 아린은 재빨리 반대편 복도로 방향을 틀었다. 몸을 숙이고 그림자 속으로 녹아들듯이 움직였다. 스캐너는 여전히 미친 듯이 경고음을 울리고 있었다. 저 로봇이 그녀를 감지하기 전에, 이곳을 벗어나야 했다. 아니, 그 전에… 저 로봇이 지키고 있는 곳에 분명 무언가 중요한 것이 있을 터였다. 저렇게까지 정밀하게 작동하는 경비 로봇이 그냥 폐허를 배회할 리 없었다. 이토록 고장 나지 않고 작동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로봇이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틈을 타, 아린은 빠르게 인근의 작은 방으로 몸을 던졌다. 낡은 제어판과 수많은 케이블이 얽혀 있는 작은 창고 같은 곳이었다. 먼지와 곰팡이 냄새가 더욱 진하게 풍겼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안전이 우선이었다. 스캐너를 다시 한번 빠르게 돌렸다. 반응 없음. 다행히 이곳은 안전해 보였다. 그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주변을 훑었다. 먼지가 두껍게 쌓인 선반들 사이에서, 그녀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다.

그것은 낡았지만 잘 보존된 데이터 칩이었다. 희미한 푸른빛이 아직 감돌고 있었다. 옆에 놓인 작은 단말기에는 ‘PROJECT: STARLIGHT’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스캐너는 그것을 ‘고대 문명 데이터’로 인식했다. 이 폐허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귀한 물건 중 하나였다. 어쩌면, 이 칩 하나가 그녀의 남은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었다.

아린은 조심스럽게 데이터 칩을 집어 들었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손가락에 와닿았다. 그 순간, 복도 저편에서 다시 ‘텅-텅-텅-‘ 하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로봇이 돌아오는 소리였다. 그녀는 칩을 품속 깊이 숨기고,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새로운 희망이자, 새로운 위험. 이 낡은 칩이 그녀를 어디로 이끌지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녀의 생존기는 이제 새로운 장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