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어스름이 깔린 도시의 잔해 속, 폐허가 된 건물들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썩어 문드러진 아스팔트 위에는 핏자국과 먼지가 뒤섞여 바스러져 가는 문명의 마지막 흔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피비린내, 그리고 이름 모를 금속의 삭은 내가 뒤섞인 공기가 숨통을 조여왔다.

“현우 씨, 이쪽은 없어요. 며칠 전에 다른 무리가 싹 쓸어간 것 같아요.”

마른 목소리가 철근 더미 사이에서 울렸다. 지혜는 허름한 배낭을 고쳐 메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 그녀의 얼굴은 먼지로 얼룩져 있었지만, 눈빛만은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살아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깨진 스마트폰이 들려 있었고, 앙상한 손가락은 여전히 희미한 화면을 더듬고 있었다.

“괜찮아, 지혜. 그럼 저쪽 낡은 백화점 잔해라도 뒤져보자. 혹시나 하는 게 사람 목숨을 살리기도 하니까.”

현우는 무심하게 대답하며 녹슨 철문을 걷어찼다. 그의 등에는 낡은 소총이 매달려 있었고, 한 손에는 묵직한 쇠지렛대가 들려 있었다. 그는 늘 지혜보다 한 발 앞서 걸었고, 그의 눈은 늘 주변을 경계하며 움직였다. 몇 년간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으며 얻은 습관이었다.

백화점의 거대한 유리창은 대부분 깨져 있었고, 앙상한 뼈대만이 을씨년스러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내부로 들어서자 온갖 잡동사니와 부패한 시체들이 뒤엉켜 역겨운 냄새를 풍겼다. 현우는 코를 막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이런 곳에서 뭘 찾겠다고…” 지혜가 중얼거렸다.

“안전한 곳. 혹은 최소한 며칠은 버틸 만한 은신처라도.”

그들이 걷는 동안, 저 멀리서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흐으으읍… 끄으으윽…’ 짐승의 신음인지 사람의 신음인지 분간할 수 없는 소리였다. 현우의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다.

“지혜, 조용히. 손전등 꺼.”

그의 명령에 지혜는 재빨리 손전등을 껐다.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은 그림자처럼 몸을 숨겼다.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이윽고 썩어 문드러진 시체들이 휘청거리며 나타났다. 한때는 사람이었을 것들은 찢겨진 옷을 걸친 채, 텅 빈 눈으로 먹잇감을 찾아 헤맸다. 세 마리. 그리고 저 뒤에 또…

현우는 소총을 들었다. ‘이 상황에 총알 낭비라니.’ 그의 머릿속에 울리는 짜증 섞인 목소리였다. 하지만 피할 수 없었다. 그들이 발견되면 모든 것이 끝장이다.

“내가 이쪽으로 유인할게. 지혜는 저쪽 비상 계단으로 도망쳐서 옥상으로 올라가.”

“같이 가야죠!”

“말대꾸 말고! 내가 못 따라 올라가면… 미안하다.” 현우는 짧게 읊조렸다. 지혜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지옥에서 혼자 살아남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하지만 현우는 늘 그렇게 먼저 자신을 던졌다.

썩은 살 냄새가 코를 찔렀다. 가장 가까이 다가온 한 마리의 목덜미를 쇠지렛대로 후려갈겼다. ‘우드득!’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어둠 속을 갈랐고, 그것은 맥없이 쓰러졌다. 하지만 이 소리는 다른 것들을 자극했다. ‘끄으으… 흐읍!’ 다른 두 마리가 비틀거리며 달려들었다.

현우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두 발의 총성이 폐허 속을 울렸다. 머리가 터져 나간 시체들은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총소리를 들은 더 많은 것들이 어둠 속에서 기어 나왔다. 최소한 열 마리 이상이었다.

“젠장!” 현우는 쇠지렛대를 휘두르며 뒤돌아 비상 계단으로 전속력으로 달렸다. 지혜는 이미 몇 층 위로 올라간 상태였다.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발 밑에서는 깨진 유리와 돌멩이가 굴렀다.

옥상에 다다르자 지혜가 현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난간에 기대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꽤 많이 따라왔어요!”

“아래로는 못 내려가겠네.”

현우는 난간 너머의 건물을 바라봤다. 아슬아슬하게 이어진 파이프와 부서진 잔해들. 밧줄이라도 있으면 건너갈 수 있겠지만, 그들에게는 그런 사치가 없었다.

“다른 길은 없나…?” 지혜가 중얼거렸다.

그때였다. 현우의 발 밑이 움찔하는 것을 느꼈다. ‘쿠구궁…!’

“지진인가?” 지혜의 목소리에 불안감이 깃들었다.

“아니… 이 건물 자체가 무너지고 있는 것 같아.”

현우는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낡은 건물은 총성과 좀비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이 서 있는 옥상 바닥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번지기 시작했다.

“지혜! 저쪽으로!”

그가 가리킨 곳은 옥상의 가장자리, 오래된 에어컨 실외기 옆이었다. 건물의 가장 튼튼한 기둥이 연결된 곳이었다. 그들이 그리로 달려가자, 옥상의 절반이 그대로 아래로 꺼져 내렸다. 거대한 먼지 기둥이 솟아오르고, 찢어지는 쇳소리가 귀청을 찢었다.

겨우 구석에 매달린 그들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수십 마리의 좀비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먼지 속에서 기침을 하며 겨우 숨을 고르던 현우는 실외기 아래를 눈여겨보았다.

“잠깐… 이건 뭐지?”

실외기 아래, 무너진 콘크리트 조각들 사이로 이상한 틈새가 보였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틈이었다. 그는 쇠지렛대로 콘크리트 조각들을 밀어냈다. 아래는 예상보다 훨씬 깊은 공간이 있었다. 시멘트가 아닌, 돌로 정교하게 쌓아 올린 통로였다. 그 위에는 알아볼 수 없는 문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현대적인 건물 잔해 속에서 이질적인 고대 건축 양식의 흔적이 드러난 것이다.

“지혜, 이리 와봐. 이거…”

지혜는 현우의 옆으로 다가와 틈새를 들여다보았다.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건… 고대 문자인 것 같아요. 저런 형태의 석조 건축 양식은 기록상으로만 존재했는데…” 그녀의 목소리에 학구적인 호기심이 짙게 배어났다. “이 근처에 이런 유적이 있다는 이야기는 없었어요. 이 도시는 근대 이후에 형성된 곳인데…”

틈새 너머의 공간은 어둠에 잠겨 있었지만, 희미한 빛에 비친 돌벽에는 기이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날개를 펼친 뱀, 거대한 눈을 가진 인간 형상, 알 수 없는 기하학적 무늬들이 뒤섞여 있었다. 마치 잠자던 거대한 존재가 깨어나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저 안으로 들어가 봐야겠어.” 현우가 말했다.

“하지만… 위험할 수도 있어요. 미지의 공간이에요.”

“바깥은 더 위험해. 저 아래에 저것들이 우글거리고, 이 건물도 언제 무너질지 몰라. 차라리 미지의 위험에 뛰어드는 게 나을 수도 있어.”

그는 쇠지렛대로 틈새를 더 넓혔다. 거친 숨을 내쉬며 현우는 먼저 발을 내디뎠다. 꿉꿉한 흙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냉기가 그들을 감쌌다. 쇠지렛대에 매달린 손전등을 켜자, 길고 어두운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현대의 지하 시설과는 확연히 다른, 거대한 돌덩이들이 정교하게 맞물려 만들어진 통로였다. 천장은 아득히 높았고, 벽에는 여전히 기이한 문양들이 빼곡했다.

“분명히, 뭔가 중요한 게 있을 거예요. 아니, 있어야만 해요.” 지혜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렸다. “이런 곳이 도시에 숨겨져 있었다면… 어쩌면 이 비극과 연관되어 있을지도 몰라요.”

그녀의 말에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폐허가 된 도시 위로 쏟아지는 마지막 햇살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어둠 속으로, 미지의 심연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의 등 뒤에서 무너진 도시의 비명이 점차 멀어져 갔다. 고대의 비밀이 잠든 유적의 입구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끝에는, 인류의 운명을 뒤바꿀 진실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예감이 그들의 심장을 조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