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페라 독립적인 단편 소설

심장이 얼어붙은 우주였다. 푸른 초신성 잔해가 영원처럼 펼쳐진 암흑 속에서, 회색빛 전함 한 척이 유령처럼 떠다녔다. 이름은 ‘망자의 노래’. 선체에는 수많은 전투의 상흔이 별똥별처럼 박혀 있었지만, 그 모든 흉터는 이 배가 살아온 지독한 여정을 증명하는 훈장과 같았다. 함교 안은 고요했다. 메인 스크린에선 은하계 최서단, 잊혀진 행성계의 좌표가 깜빡이고 있었다. 그곳에, 내 모든 고통의 근원인 자가 있었다.

“카이젠 함장님, 목표 시야 확보되었습니다.”

조용히 흘러나오는 부함장의 목소리. 메이븐, 과거를 알 수 없는 그림자 같은 여자. 그녀는 나를 구원했고, 나의 복수를 위한 유일한 동지가 되어주었다.

“좌표로 이동.”

내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핏줄을 타고 흐르는 전기는 격렬했다. 낡고 삐걱거리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내 등뼈와 팔다리를 이루는 인공 골격이 삐걱이는 소리를 냈다. 육체의 9할은 이미 기계와 융합되어 있었다.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발악의 결과였다. 기억은 언제나 그 지점으로 돌아갔다.

***

우리는 형제였다. 아니, 그보다 더 끈끈했다. 제이크와 나는 ‘별의 심장’을 찾아 우주를 떠돌았다. 전설 속 에너지의 근원, 잃어버린 문명의 유산. 그 꿈 하나로 우리는 모든 것을 걸었다. 내 손에 든 낡은 스크랩은 ‘별의 심장’으로 가는 마지막 지도를 담고 있었다.

“카이젠, 우리가 해냈어! 드디어!”

제이크의 얼굴은 어린아이처럼 빛났다. 그의 너털웃음이 낡은 함선 ‘방랑자’의 함교를 가득 채웠다. 우리는 성공의 기쁨에 취해 밤새 술잔을 기울였다. 그때의 제이크는, 내 목숨을 걸고도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그는 나의 그림자이자, 나의 빛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등을 맡기고 수많은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 그의 눈 속에는 욕망 대신 순수한 열정이 가득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었다.

어둠의 성운, ‘망자의 늪’을 헤치고 우리는 마침내 ‘별의 심장’ 앞에 섰다. 거대한 에너지 구체가 우주 한복판에서 맥동하고 있었다. 경이로웠다. 전설은 현실이 되었다. 우리는 흥분과 감격에 휩싸였다.

“이걸 손에 넣으면, 우리 둘이 우주의 역사를 바꿀 수 있어!”

내가 외쳤다. 제이크는 말없이 내 어깨를 두드렸다. 그리고 그때, 그는 내게 돌아서서 총구를 겨눴다.

“그래, 역사는 바뀌겠지. 하지만 ‘우리 둘’은 아닐 거야.”

차가운 총구만큼이나 그의 목소리도 차가웠다. 믿을 수 없었다. 내 눈빛은 흔들렸고, 온몸의 피가 식는 기분이었다.

“무슨… 짓이야, 제이크?”

“미안하다, 카이젠. 하지만 이건… 나의 시대야. 너와 함께라면, 난 그저 ‘별의 심장’을 발견한 수많은 탐험가 중 하나로 남겠지. 하지만 내가 널 제물로 바치고 이 힘을 가져간다면, 난 전설이 될 수 있어.”

그의 등 뒤에서 ‘검은 심장 연맹’의 함선들이 튀어나왔다. 우주를 뒤덮는 압도적인 전력. 제이크는 그들과 미리 손을 잡았던 것이다. 내가 잠시 망설이는 사이, 그의 부하들이 우리 동료들을 무력화했다. 나는 격렬하게 저항했다. 하지만 제이크는 이미 모든 것을 계산한 듯했다. 그는 날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빛이 터져 나오고, 육신이 찢겨나가는 고통과 함께 나는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

그가 내게 마지막으로 던진 말은 이것이었다.
“너는 내 모든 발자취를 기억할 유일한 증인이 될 거야. 죽어라, 카이젠. 그리고 영원히 날 저주해.”

나는 죽었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다. 내 몸은 ‘별의 심장’의 폭발하는 에너지에 휩싸였고, 조각나 부서졌다. 살아남은 것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타오르는 증오뿐이었다.

***

“함장님, 착륙 지점입니다.”

메이븐의 목소리가 과거의 잔영을 찢고 현실로 되돌렸다. 나는 눈을 떴다. 메인 스크린에는 제이크가 세운 거대한 요새가 거만하게 솟아 있었다. 그는 ‘별의 심장’의 힘을 이용하여 ‘검은 심장 연맹’의 수장이 되었고, 은하계 절반을 손에 넣었다. 사람들은 그를 ‘제왕 제이크’라 불렀다.

‘제왕… 그래, 네놈은 제왕이 되었지. 하지만 그 왕좌는 나의 피 위에 세워졌다는 것을 곧 알게 될 것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공 골격이 삐걱이는 소리는 마치 복수를 갈망하는 짐승의 으르렁거림 같았다. 내 어깨에 걸린 장갑은 과거의 흔적을 담고 있었다. 그때의 내 육체는 사라졌지만, 그날의 고통은 뼛속 깊이 박혀 있었다.

“메이븐, 계획대로 진행해.”
“네, 함장님.”

‘망자의 노래’는 요새의 방어막을 뚫고 내부로 잠입했다. 나는 홀로 하선했다. 복도를 걸으며 마주치는 제이크의 병사들을 일격에 제압했다. 그들의 무장은 날카로웠지만, 내 움직임은 더욱 빠르고 잔인했다. 오랜 시간 동안 나는 증오를 연료 삼아 살아남는 법, 그리고 파괴하는 법을 배웠다. 내 손에 들린 고대 플라즈마 검은, 제이크의 옛 함선 ‘방랑자’의 잔해에서 가져온 파편으로 만들어졌다.

드디어, 요새의 심장부. 거대한 ‘별의 심장’ 에너지가 중앙 홀을 밝히고 있었다. 그 힘을 제어하는 제어 장치 앞에 제이크가 서 있었다. 그의 등은 여전히 익숙했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순수했던 열정은 사라지고, 오만함과 냉혹함만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제이크.”

내 목소리가 울렸다. 그는 천천히 돌아섰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젊고 자신감 넘쳤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찰나의 순간 흔들렸다. 그 속에 감춰진 깊은 곳에서, 그는 나를 알아보았다.

“카이젠… 설마, 살아있었나?”

그의 목소리에는 놀라움과 함께 미약한 당황스러움이 섞여 있었다. 나는 비웃었다.

“네가 내 이름을 마지막으로 불렀을 때, 난 죽었다. 지금 네 앞에 선 것은 카이젠이 아니야. 네가 만들어낸 망령이다.”

“망령? 하! 기껏해야 실패작에 불과하군. 쓰러진 개가 감히 주인에게 덤비는 꼴이라니.”

제이크는 여전히 오만했다. 그는 내게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내가 겪은 고통, 내가 쌓아온 증오를.

“네가 주인이라면, 난 네 왕좌를 부수러 온 파괴자다.”

나는 플라즈마 검을 뽑아 들었다. 푸른빛 섬광이 홀을 가득 채웠다. 제이크의 얼굴에서 조롱기가 사라졌다. 그는 ‘별의 심장’ 제어 장치에 손을 얹었고, 그에게서 막대한 에너지가 흘러나왔다. 그의 몸 주변으로 보호막이 형성되었다.

“네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 ‘별의 심장’ 앞에서는 무력할 뿐이야. 이것이 바로 힘이다, 카이젠. 네가 평생 이해하지 못했던.”

“힘? 그건 나를 배신하고, 친구를 팔아넘긴 더러운 탐욕에 불과해.”

격렬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제이크는 ‘별의 심장’의 힘을 이용해 에너지 파동을 뿜어냈다. 나는 재빠르게 움직이며 그의 공격을 피했다. 나의 움직임은 유려하면서도 치명적이었다. 기계화된 육체는 고통을 느끼지 못했고, 오직 복수의 일념만이 나를 움직였다. 칼날과 에너지가 부딪히며 섬광이 터져 나왔다.

나는 그의 빈틈을 노려 파고들었다. 제이크는 방어막으로 막아냈지만, 내 검은 점점 더 깊숙이 그의 방어막을 긁어냈다. 그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그는 내가 이토록 강해졌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듯했다.

“네가 나를 죽이지 못한 순간부터, 네 운명은 결정된 것이었어, 제이크.”

“닥쳐! 넌 그저 과거의 망령일 뿐이야!”

그는 더욱 격렬하게 에너지를 쏟아냈다. 홀 전체가 흔들렸다. 나는 그의 에너지를 감싸 안고 돌파했다. 플라즈마 검이 그의 방어막을 완전히 꿰뚫었다. 그리고 그의 어깨를 스쳤다. 피가 튀었다.

그는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었다. 나는 멈추지 않았다.

“이것이… 너의 힘인가? 고작 이 정도인가, 제왕?”

나는 제이크를 붙잡아 ‘별의 심장’ 제어 장치에 내던졌다. 그는 고통에 신음하며 쓰러졌다. 나는 그의 얼굴을 발로 짓밟았다.

“기억하나, 제이크? 네가 내 모든 것을 빼앗아갔을 때, 내가 느꼈던 절망을. 네가 날 파멸시켰을 때, 내 영혼이 산산조각 났던 고통을.”

나는 천천히 그의 목에 플라즈마 검을 겨눴다. 그의 눈동자에 공포가 어렸다. 그때의 오만함은 사라지고, 추악한 생존 본능만이 남았다.

“제발… 살려줘, 카이젠.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을 생각해. 우린 형제였잖아!”

그의 목소리에서 처절함이 묻어났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더욱 비참하게 웃었다.

“형제? 네가 내게 총구를 겨누었을 때, 그 형제라는 이름은 죽었다. 지금 네가 원하는 것은 삶이 아니라, 내가 겪었던 고통을 똑같이 느끼는 것이다.”

나는 그의 목을 베지 않았다. 대신, 플라즈마 검을 들어 ‘별의 심장’ 제어 장치를 내리쳤다. 거대한 균열이 생기고, ‘별의 심장’의 에너지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홀 전체가 흔들리고, 경고음이 울렸다.

“아니! 안 돼! 내 제국이…!”

제이크는 절규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와 절망이 교차했다. 그가 모든 것을 걸고 만들었던 제국, ‘별의 심장’을 이용해 건설했던 그의 권력이 눈앞에서 무너지고 있었다.

“네가 나를 죽였을 때, 네 제국은 이미 시작부터 멸망할 운명이었어. 나는 네 모든 것을 산산조각 낼 것이다. 네가 내게 했던 것처럼, 모든 것을 빼앗아 갈 것이다.”

나는 망설임 없이 ‘별의 심장’ 제어 장치의 핵심부를 파괴했다. 홀 전체가 격렬한 폭발과 함께 붕괴되기 시작했다. 제이크는 눈물을 흘리며 비명을 질렀다. 그 비명은 파멸하는 제국의 마지막 노래와 같았다.

나는 그를 내버려 두고 뒤돌아섰다. 발밑의 바닥이 무너져 내리는 와중에도,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요새는 거대한 폭발과 함께 먼지처럼 사라졌다. 그 안에는 제이크의 모든 꿈, 그리고 그의 모든 죄악이 함께 묻혔다.

***

‘망자의 노래’는 다시 우주를 떠다녔다. 푸른 초신성 잔해 속을 유유히 가로질러.

“함장님, 임무 완료입니다.”

메이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임무는 완료되었다. 복수는 이루어졌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어떤 감정의 파동도 일지 않았다. 승리의 쾌감도, 분노의 해소도 없었다. 오직, 깊은 공허함만이 남았다.

내가 죽인 것은 제이크였다. 하지만 동시에, 나 자신이었다. 과거의 카이젠은 제이크의 배신으로 죽었다. 그리고 복수를 이룬 지금, 증오를 연료 삼아 버텨온 현재의 나 또한 존재할 이유를 잃었다.

“다음 좌표는?”

나는 나지막이 물었다. 메이븐은 잠시 침묵하더니 대답했다.

“미정입니다, 함장님.”

“그래.”

나는 창밖의 어두운 우주를 응시했다. 무수한 별들이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그 별들 속에서, 나는 또 다른 길을 찾아야 했다. 과거의 망령이 아닌, 새로운 나를 찾아. 복수의 불꽃은 꺼졌지만, 그 재 속에서 무엇이 다시 피어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망자의 노래’는 미지의 우주를 향해, 끝없는 항해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