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톱니바퀴의 울분 (The Fury of the Cogs)

**[에피소드 1: 잿빛 하늘 아래 첫 번째 불꽃]**

**Scene 1**

**#1.1 (패널: 도시 전경)**
어둡고 탁한 하늘 아래, 강철과 증기로 이루어진 거대한 도시 ‘크로노폴리스’가 펼쳐져 있다. 뾰족하게 솟아오른 제국의 기념비적인 건축물들이 잿빛 구름을 뚫고 솟아 있고, 그 아래로는 복잡한 파이프라인과 톱니바퀴들이 얽히고설킨 채 끝없이 돌아간다. 도시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캐한 석탄 연기가 지평선을 가리고, 멀리서는 증기 기관차의 묵직한 기적 소리가 음울하게 울려 퍼진다.
도시의 하층민들이 사는 구역, 슬럼가는 제국의 웅장함과는 대조적으로 낡고 허름한 건물들로 가득하다. 좁은 골목마다 녹슨 철골 구조물이 위태롭게 서 있고, 곳곳에 제국군의 증기병(Steam Golem)들이 위압적인 모습으로 순찰하고 있다. 그들의 금속 발자국 소리가 텅 빈 골목에 메아리친다.

**#1.2 (패널: 진의 작업장)**
좁고 어두운 작업장. 한 청년이 낡은 증기 엔진 앞에 쭈그려 앉아 씨름하고 있다. 땀방울이 그의 이마를 타고 흘러내려 기름때 묻은 뺨을 적신다. 그의 이름은 **진**. 나이는 스물 초반으로 보이지만, 눈빛은 이미 삶의 무게에 지쳐있다. 주변에는 망가진 기계 부품들과 공구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엔진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진은 마지막 너트를 조이며 이를 악문다.

**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젠장… 또 고장이야?
(증기 엔진에서 쉭-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난다. 진은 짜증스럽게 머리를 긁적인다.)
이번 달도 수리비 받기 글렀군.

**#1.3 (패널: 작업장 밖 풍경)**
작업장 밖, 골목길 풍경. 지친 얼굴의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이 보인다. 몇몇 아이들이 낡은 톱니바퀴를 가지고 희미하게 웃고 있지만, 그들의 웃음소리마저 잿빛 하늘에 짓눌린 듯 작게 들린다.
멀리서 제국군의 육중한 장갑차가 덜컹거리며 지나간다. 창밖으로 병사들이 고개를 내밀어 주민들을 훑어본다. 사람들은 무심한 듯 시선을 피한다.

**주민 1 (내레이션)**
(피곤한 목소리) 또 식량 징발하러 오셨군. 이번엔 뭘 빼앗아가려나…

**주민 2 (내레이션)**
(한숨) 내년에 태어날 아이에게 먹일 것도 없는데…

**#1.4 (패널: 진과 상인)**
진이 겨우 엔진 수리를 마쳤지만, 돈을 주기로 했던 상인은 손을 내젓는다. 쭈글쭈글한 얼굴의 상인은 제국군이 최근 징발을 강화해서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고,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진은 허탈하게 고개를 떨군다.

**상인**
(힘없이) 미안하이, 젊은이. 제국 놈들이… 몽땅 가져가 버렸어. 남은 게 없어…

**진**
(한숨) 됐어요. 익숙해요, 이젠.

**Scene 2**

**#2.1 (패널: 어두운 골목길)**
수리비를 받지 못한 진이 작업장을 나와 어두운 골목길을 걷는다. 그의 발걸음은 무겁고, 어깨는 축 처져 있다. 머릿속에는 밀린 방세와 먹고 살 걱정뿐이다.
그때, 저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2.2 (패널: 제국군과 상인)**
골목 한복판. 제국군 병사 두 명이 한 젊은 상인을 폭행하고 있다. 상인이 바닥에 쓰러져 발버둥 치지만, 병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발로 차고 주먹을 휘두른다. 상인이 간신히 지켜내려던 낡은 가방에서 빵 몇 조각이 튀어나와 바닥에 굴러떨어진다.

**제국군 병사 1**
(거만하게)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더군? 감히 황제 폐하를 기만하려 드는가!

**상인**
(신음하며) 다 드렸습니다! 남은 게 없다고요! 제발… 제발 자비를…

**제국군 병사 2**
(비웃듯이) 자비? 그런 건 너희 개돼지들에게 필요 없는 사치다!

**#2.3 (패널: 진의 클로즈업)**
숨어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진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진다. 그의 주먹은 꽉 쥐어져 부들부들 떨린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저들을 막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무력감에 휩싸인다. 그의 눈동자에 희미한 불꽃이 타오르는 듯하다.

**진**
(이를 악물고, 혼잣말) 젠장… 젠장할 제국…!

**#2.4 (패널: 멀리서 보이는 섬광)**
바로 그 순간, 도시의 북동쪽, 제국군 병기창 방향에서 강렬한 섬광이 번뜩인다. 굉음과 함께 붉은 불길이 어두운 하늘을 잠시 밝힌다.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얽혀 있는 제국군 병기창의 일부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른다.
골목길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그곳을 바라본다. 제국군 병사들도 폭행을 멈추고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주민들**
(술렁거림) 저게 뭐야?… 폭발인가?…
병기창 쪽이야! 저긴 제국군 시설인데…

**진**
(놀란 눈으로) …?!

**Scene 3**

**#3.1 (패널: 폐공장 지대 입구)**
밤이 깊은 폐공장 지대. 낡고 녹슨 철골 구조물들이 마치 거대한 괴물의 뼈대처럼 솟아 있다. 진은 혼란스러운 발걸음으로 폭발이 일어난 방향을 향해 걷고 있다. 그의 표정은 호기심과 불안감이 뒤섞여 있다.
곳곳에 버려진 증기 기계들과 고장 난 자동 인형들이 널브러져 있어 으스스한 분위기를 더한다.

**진**
(혼잣말) 병기창이 공격받았다고? 대체 누가… 감히 제국을 상대로…

**#3.2 (패널: 은신처 입구)**
진은 폐공장의 깊숙한 곳, 무너진 벽 틈새로 비치는 희미한 불빛을 발견한다. 그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틈새로 안을 들여다본다.
안은 예상외로 활기가 넘친다. 낡은 공장 내부를 개조한 듯한 공간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들은 낡은 옷을 입었지만, 눈빛만은 불꽃처럼 살아있다. 증기 기관의 부품들을 조립하고, 낡은 무기들을 손질하며, 작은 스크린을 통해 지도를 확인하고 있다. 이곳은 바로 제국에 저항하는 반란군, ‘해방의 톱니바퀴’의 은신처였다.

**#3.3 (패널: 카이의 모습)**
한 남자가 작업대 위 지도 앞에 서서 동료들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날카로운 눈매와 굳건한 표정을 가진 남자, 바로 **카이**였다. 그의 한쪽 팔은 기계 의수로 되어 있었고, 팔목에는 복잡한 톱니바퀴 문신이 새겨져 있다. 그는 동료들에게 다급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지시를 내리고 있다.

**카이**
(단호하게) 병기창 습격은 성공적이었다. 제국 놈들은 아직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거다. 우리가 노릴 다음 목표는 그들의 심장, ‘제1 보급 창고’다.

**반란군 동료 1**
(걱정스러운 목소리) 하지만 카이님, 제1 보급 창고는 제국군 병력이 밀집해 있습니다. 그곳의 증기압 시스템은 너무나 복잡하고…

**카이**
(강렬한 눈빛으로) 그래서 너희가 필요한 거다. 우리는 증기압 밸브를 과부하시켜 창고 전체를 마비시킬 거다. 제국 놈들의 전선으로 가는 보급선이 끊기면, 그들의 거대한 기계 병력도 결국 멈출 수밖에 없을 테니.

**반란군 동료 2**
(주먹을 꽉 쥐며) 좋습니다!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3.4 (패널: 진의 놀란 표정)**
진은 그들의 대화를 숨죽여 듣는다. 그의 눈은 휘둥그레졌고, 심장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한다. 무력감에 젖어있던 그의 가슴속에 잊고 있던 불씨가 다시 지펴지는 듯하다.
그들이 말하는 ‘제1 보급 창고’의 증기압 시스템이라면, 자신은 어릴 적부터 그 주변에서 기계 부품을 주워 팔며 자랐기에 그 구조를 훤히 꿰고 있었다.

**진**
(혼잣말, 떨리는 목소리) 저 사람들이… 제국을 상대로 싸운다고…?
(결심한 듯,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는다. 마치 자신의 심장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는 듯.)

**Scene 4**

**#4.1 (패널: 제1 보급 창고 외부)**
제국 제1 보급 창고. 거대한 강철 벽으로 둘러싸인 웅장한 건물이다. 낡았지만 여전히 육중하게 돌아가는 증기 크레인들이 물자들을 싣고 내리며 분주하게 움직인다. 곳곳에 배치된 증기병들이 경계를 서고, 제국군 병사들이 삼엄하게 순찰하고 있다. 밤의 장막이 내렸지만, 창고 주변은 수많은 램프와 증기등으로 밝게 빛나고 있다.

**#4.2 (패널: 반란군의 침투)**
어둠 속에서 반란군 몇 명이 재빠르게 창고 벽을 타고 올라간다. 그들은 마치 그림자처럼 민첩하게 움직인다. 진은 그들 뒤를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그의 몸은 두려움으로 떨리고 있지만, 왠지 모를 강한 이끌림에 휩싸여 있었다.
그는 이빨이 빠진 철골 구조물 틈새를 이용해 내부로 침투하는 데 성공한다.

**#4.3 (패널: 창고 내부, 증기압 밸브)**
창고 내부는 거대한 기계의 심장부와 같았다. 수많은 파이프들이 얽히고,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굉음을 내며 돌아간다. 그 중심에, 창고 전체의 동력을 조절하는 핵심 증기압 밸브가 거대한 스팀을 내뿜고 있다.
카이와 몇몇 동료들이 밸브 앞에 도착한다. 그들은 능숙하게 공구를 꺼내 밸브를 조작하기 시작한다. 증기압 게이지가 서서히 붉은색 한계치로 치솟기 시작한다.

**카이**
(나직하게) 좋아, 목표물 확인. 증기압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려.
(주변을 경계하는 반란군 동료들에게) 놈들이 눈치채기 전에 빨리 끝낸다!

**#4.4 (패널: 대위 헬름의 등장)**
바로 그 순간, 복도 끝에서 육중한 금속 발자국 소리가 들려온다. 제국군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그 선두에는 거대한 증기 장갑을 두른 사내, 제국군 **대위 헬름**이 서 있었다. 그의 기계 의안에서 붉은빛이 번뜩인다.
그의 손에는 거대한 증기식 개틀링 건이 들려 있었고,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대위 헬름**
(차가운 목소리로) 역시 여기였군, 쥐새끼들. 병기창 습격의 배후가 바로 너희였나. 황제 폐하의 자비는 여기까지다. 모두 사살하라!

**#4.5 (패널: 격렬한 교전)**
총성이 울리고, 증기식 개틀링 건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온다. 반란군과 제국군 사이에 격렬한 교전이 벌어진다. 반란군 동료 한 명이 쓰러진다.
카이는 침착하게 반격하며 동료들에게 밸브 작업을 계속할 것을 지시한다. 하지만 제국군의 화력은 압도적이었다. 증기압 게이지는 거의 한계치에 다다랐지만, 마지막 밸브 조작에 시간이 더 필요했다.

**반란군 동료 3**
(외치며) 대위님! 제국군 수가 너무 많습니다! 마지막 밸브를 잠글 시간이…!

**#4.6 (패널: 진의 활약)**
상황이 위급해지는 순간, 숨어있던 진이 뛰쳐나온다. 그는 복잡하게 얽힌 파이프 구조를 마치 자신의 집처럼 이용하여 제국군 병사들 뒤로 돌아간다.
그는 낡은 렌치를 휘둘러 증기압 밸브에 연결된 작은 보조 파이프를 파손시킨다. ‘쉬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뜨거운 증기가 뿜어져 나오며 제국군 병사들을 순간적으로 혼란에 빠트린다. 진은 그 틈을 타 빠르게 메인 밸브를 향해 달려든다.

**진**
(숨을 헐떡이며) 거기! 그 밸브를 오른쪽으로 돌리세요! 제가 어릴 때 저거 주웠는데, 고정 볼트가…!
(그의 말에 카이는 놀란 눈으로 진을 바라본다. 진의 얼굴에 기름때가 잔뜩 묻어 있었지만, 그의 눈은 살아있는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카이**
(크게 외치며) 어서! 서둘러!

**#4.7 (패널: 증기압 밸브의 폭주)**
진의 정확한 조언 덕분에 반란군 동료는 간신히 마지막 밸브를 조작하는 데 성공한다.
‘콰아아앙-!’
창고 전체가 흔들리는 듯한 엄청난 굉음과 함께 증기압 게이지가 폭발하듯 붉은색 한계치를 넘어선다. 거대한 증기가 파이프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하고, 톱니바퀴들이 미친 듯이 돌아가다 ‘끼이익-‘ 소리를 내며 멈춰 선다. 창고 전체의 조명이 깜빡이다 꺼지고, 어둠이 찾아온다.

**대위 헬름**
(분노하며) 감히! 네 이놈들!

**Scene 5**

**#5.1 (패널: 창고 탈출)**
어둠과 혼란 속에서 반란군들은 재빨리 창고를 빠져나간다. 진도 그들과 함께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창고 안에서는 연기가 솟아오르고, 곳곳에서 작은 폭발음이 이어진다.
제국군 병사들이 혼란 속에서 그들을 뒤쫓지만, 어둠 속에서 길을 헤맨다.

**대위 헬름**
(뒤쫓으며 소리친다) 놓치지 마라!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

**#5.2 (패널: 도시의 지붕 위)**
반란군과 진은 간신히 창고와 이어진 도시의 낡은 지붕 위로 도약한다. 뒤에서는 대위 헬름이 분노에 찬 얼굴로 그들을 노려본다. 창고의 증기 시스템은 완전히 마비되어 거대한 연기 기둥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카이**
(진에게 손을 내밀며) 넌 대체… 왜 우리를 도운 거지?

**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카이의 손을 잡고 지붕 위로 올라선다) 제가… 제가 압니다, 저 시스템. 제국 놈들이 얼마나 개자식들인지도… 잘 알고요.

**#5.3 (패널: 카이와 진의 대화)**
카이는 진의 손을 꽉 잡으며 그의 눈을 들여다본다. 진의 눈에서 더 이상 무력감이 아닌, 희망과 분노가 뒤섞인 불꽃을 발견한다.

**카이**
(작게 미소 지으며) 그래. 이제 톱니바퀴 하나가 더 늘었군.
(카이가 진의 어깨를 두드린다.)
환영한다, 새로운 톱니바퀴여. 우리는 너의 지식을 필요로 한다.

**진**
(놀란 듯 카이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네.

**#5.4 (패널: 슬럼가 주민들의 반응)**
멀리서 창고에서 솟아오르는 연기와 폭발음을 본 슬럼가의 주민들은 일제히 거리로 나온다. 그들은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제국에 맞서 무언가 벌어졌다는 사실에 희미한 희망을 느낀다. 잿빛 얼굴에는 작은 빛이 스며드는 듯하다.

**주민 1**
(떨리는 목소리) 제국군 보급 창고가… 마비됐다고?

**주민 2**
(눈물을 글썽이며) 정말… 정말 희망이 생긴 걸까요…?

**#5.5 (패널: 밤하늘 아래 카이와 진, 그리고 보급 창고)**
밤하늘 아래, 카이와 진이 함께 서 있다. 그들의 뒤로 제국군 제1 보급 창고에서 거대한 폭발이 터져 오르며 하늘을 붉게 물들인다. 폭발의 섬광이 슬럼가 사람들의 얼굴을 비추고, 그들의 눈빛에는 작은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제국의 심장을 겨냥한 작은 반란의 톱니바퀴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은 작은 불꽃이지만, 이 불꽃이 언젠가 거대한 제국을 집어삼킬 불길이 될 것임을 예고하는 듯하다.

**진 (내레이션)**
(굳건한 목소리)
잿빛 하늘 아래, 나는 이제 더 이상 무력한 증인이 아니었다.
나는 이제… 제국의 거대한 톱니바퀴에 맞서는, 작은… 그러나 멈추지 않을 또 하나의 톱니바퀴가 되었다.

**[에피소드 1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