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호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찬란한 도시의 불빛은 밤하늘에 뜬 상처처럼 희미했다. 어둠이 짙게 깔린 건물의 그림자 속에서, 지훈은 한 점의 얼음처럼 서 있었다. 그의 눈은 저 멀리, 가장 높은 마천루의 꼭대기 층에 박힌 하나의 등불을 향하고 있었다. 그곳에 민준이 있었다. 단 한순간도 잊은 적 없는, 피로 새긴 이름.

“잘 지내고 있었군, 민준아.”

지훈의 목소리는 으스러지는 돌가루처럼 거칠었다. 과거의 자신이라면 꿈도 꾸지 못했을 변화. 차가운 공기가 그의 폐부를 파고들었지만, 그는 더 이상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이미 영혼의 밑바닥까지 얼어붙은 몸에 무슨 감각이 더 필요하겠는가. 그의 존재는 이제 그림자이자, 스며드는 악몽 그 자체였다. 죽음을 넘어선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끔찍한 자유.

민준은 화려한 펜트하우스에서 샴페인 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최고급 가죽 소파에 몸을 묻은 채,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재즈 선율에 맞춰 나른하게 발끝을 흔들었다. 수십억을 호가하는 야경이 그의 전유물인 양 펼쳐져 있었다. 그 모든 성공은, 한 친구의 처절한 희생 위에 쌓아 올린 것이었다.

“이게 바로 네가 원했던 세상이겠지.”

지훈의 시선이 민준의 손목에 감긴 시계로 향했다. 그 시계는 한때 민준이 지훈에게 선물했던, 이제는 낡아버린 시계와 똑같은 디자인을 하고 있었다. 물론, 소재는 차원이 달랐지만. 비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지만, 지훈은 간신히 억눌렀다.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이제 막 막이 올랐을 뿐.

지훈은 숨을 들이쉬었다. 폐로 들어오는 공기는 차가웠지만, 그의 몸속에는 오래된 저주의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그를 파괴했지만, 동시에 그에게 새로운 ‘힘’을 주었다. 민준이 그를 제물로 바쳤던 그 밤, 봉인된 문 저편에서 넘어온 존재의 잔재. 어둠은 그를 집어삼키는 대신, 그에게 속삭였다. *복수하라. 그러면 너의 갈증은 해소될 것이다.*

지훈은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실타래가 그의 손끝에서 뻗어 나갔다. 희미하게 푸른빛이 감도는 어둠의 실은 거대한 도시의 심장을 꿰뚫고 민준의 펜트하우스로 향했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누구도 볼 수 없는 길을 따라.

***

민준은 새 소파에 기대어 늘어지는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오늘 있었던 성공적인 계약 건이 떠올랐다. 모든 것이 그의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씁쓸했던 과거의 그림자? 이젠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애초에 그는 합리적인 선택을 했을 뿐이었다.

그때였다. 거실 한쪽 벽에 걸려있던 거대한 추상화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민준은 눈썹을 찡그렸다.

“뭐지?”

그림은 그가 특별히 애정하는 현대 미술 작품이었다. 억대의 가치를 지닌, 그의 성공을 상징하는 물건 중 하나. 진동은 곧 멈췄고, 민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잔을 들었다. 착각이었겠지.

하지만 이내, 벽난로 위의 앤티크 시계가 똑, 하는 소리를 내며 시간을 알렸다. 이상하게도 그 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크게 들렸다. 마치 텅 빈 공간에 홀로 울리는 듯한 기괴한 울림.

민준은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봤다. 고요하다. 너무나 고요했다. 재즈 음악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소리마저도 멀리서 들려오는 것처럼 희미해져 있었다. 마치 세상과 단절된 듯한 기분.

그때, 그의 시선이 거실 한구석에 놓인 그의 어린 시절 사진 액자에 닿았다. 빛바랜 사진 속에는 해맑게 웃고 있는 민준과 지훈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십여 년 전, 모든 불행이 시작되기 전의 순간.

민준은 무의식적으로 샴페인 잔을 놓았다. 깨질 듯한 소리가 났다. 액자 속 지훈의 얼굴이, 아주 미세하게 일그러지는 것 같았다. 웃는 듯 보였던 입술은 비웃는 듯한 형태로, 반짝이던 눈빛은 형언할 수 없는 증오로 물들어 있었다.

“젠장, 뭐야?”

민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피곤해서 헛것을 보는 건가? 하지만 사진 속 지훈의 얼굴은 이제 완전히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 싸늘하고, 죽은 듯한 표정. 그리고 그 입술 사이로 아주 희미하게, 검은 실핏줄 같은 것이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말도 안 돼…!”

그는 액자를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그 순간, 액자 속 지훈의 눈동자가 민준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리고, 사진 속 지훈의 뺨 위로 한 방울의 검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잉크처럼 끈적하고 불길한 검은 액체가.

민준은 비명을 지를 뻔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사진 속 인물이 그를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비난하고, 저주하는 시선. 그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공포가 목구멍을 틀어막았다.

“너… 설마… 지훈이…?”

그의 말은 헛된 공중에 흩어졌다. 사진 속 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 끔찍한 눈으로 민준을 응시할 뿐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사진 속 지훈의 얼굴 전체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아름다웠던 추억은 순식간에 찢어지고 구겨졌다. 종이 액자도, 유리도, 사진 속 인물도, 모든 것이 뒤틀려 비명을 지르는 듯한 형상으로 변해갔다.

민준은 뒤로 나자빠졌다. 심장이 미친 듯이 울렸다.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뒤로 기어갔다.

“아니야… 아니야… 그럴 리 없어…!”

그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동안, 거실을 가득 채우고 있던 재즈 음악은 갑자기 뚝 끊겼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귀를 찢는 듯한 날카로운 쇳소리였다. 누군가 칠판을 긁는 듯한, 혹은 손톱으로 유리를 긁는 듯한 소리. 이 세상의 소리가 아닌 듯한 불길하고 저주스러운 음색.

소리는 벽난로 위의 앤티크 시계에서 시작되었다. 시계의 톱니바퀴가 미친 듯이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똑, 똑, 똑, 하는 초침 소리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불길한 리듬을 탔다. 그리고 시계의 유리판 안쪽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액체처럼 흘러내리는 어둠은 시계의 모든 부품을 집어삼켰다.

“으아아악!”

민준은 비명을 지르며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하지만 소리는 그의 귀를 뚫고 뇌를 파고들었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왜곡되기 시작했다. 펜트하우스의 화려한 조명은 깜빡거리며 꺼질 듯이 흔들렸고, 벽지는 핏자국처럼 번져가는 어둠으로 뒤덮였다.

그 순간, 거실을 가로지르는 거울 속에 무언가 비쳤다.

민준은 비틀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거울 속에는 민준 자신이 서 있었다. 하지만 그의 등 뒤에는, 검은 그림자 같은 형체가 우뚝 서 있었다. 윤곽만 희미할 뿐, 얼굴이나 형체는 명확하지 않은. 하지만 그 존재가 바로 ‘지훈’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림자 지훈은 거울 속 민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차가운 기운이 거울을 넘어 민준의 심장을 꿰뚫는 듯했다.

그리고 그 그림자가, 거울 속 민준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민준은 그 순간, 자신의 심장이 멎는 듯한 공포를 느꼈다.

민준은 거울에서 떨어져 나왔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눈앞이 깜깜해지고, 온몸이 떨렸다.

지훈은 여전히 도시의 그림자 속에 서 있었다. 그의 손끝에서 뻗어 나갔던 어둠의 실타래가 서서히 거두어졌다. 민준의 펜트하우스는 다시 평온한 고요를 되찾았지만, 그 고요 속에는 이전과는 다른 끔찍한 균열이 생겨나 있었다.

“이제 시작이야, 민준아.”

지훈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

“네가 나에게서 빼앗아 간 모든 것들을, 나는 너에게서 되찾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너는 나의 ‘친구’였던 것을 진심으로 후회하게 될 거야.”

어둠 속으로 그의 형체가 스며들었다. 그는 이제 도시의 숨겨진 공포였다. 민준의 세상은 이제, 영원히 조용하지 않을 것이다. 밤은 길고, 지훈의 복수는 이제 겨우 첫 페이지를 넘겼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