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적인 한국인 작가로서,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를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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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307호의 비명**
“젠장, 또 야근이네.”
현우는 축 늘어진 어깨로 비밀번호를 눌렀다. 삐비빅, 삐비빅. 익숙한 기계음이 침묵을 깨고 현관문이 묵직하게 열렸다. 어둠이 짙게 깔린 1307호. 거실의 작은 스탠드라도 켜놓고 나올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피곤에 절은 몸뚱이는 문을 닫기 바빴다. 쿵.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도시의 밤은 잠들지 않는다는 말은 현우에게 해당 없는 이야기였다. 그는 밤이 되면 마치 세상의 모든 소음이 자신만 비껴가는 듯한 고요 속으로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고층 아파트의 이점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저주라고 해야 할지. 어쨌든, 현우는 이 고요를 사랑했다. 지옥 같은 하루를 마친 후, 오직 자신만을 위한 이 공간에서 완벽한 침묵 속으로 빠져드는 것. 그것이 그에게는 유일한 휴식이었다.
현우는 거실로 들어서자마자 스마트폰을 더듬어 스탠드를 켰다. 은은한 주황색 불빛이 작은 원룸형 공간을 아늑하게 비췄다. 넥타이를 풀어 던지고, 재킷을 의자 등받이에 걸쳤다. 습관처럼 식탁 위에 놓인 열쇠 꾸러미를 보았다. 늘 제자리에 있는 열쇠. 완벽한 일상이었다.
냉장고 문을 열어 탄산음료를 꺼냈다. 촤악, 시원한 소리와 함께 거품이 솟았다. 컵에 따르기도 귀찮아 그대로 들이켰다. 목 넘김이 쓰렸다. TV를 켜고 아무 채널이나 돌렸다. 왁자지껄한 예능 프로그램이 흘러나왔지만, 현우의 눈은 그저 화면 위를 멍하니 훑을 뿐이었다. 머릿속은 온통 내일 출근해서 해결해야 할 서류 더미로 가득했다.
그때였다.
쿵.
아주 작게, 하지만 분명하게, 주방 쪽에서 들려온 소리.
현우는 고개를 돌렸다. “뭐지?”
냉장고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았나? 아니면 위층에서 뭘 떨어뜨린 건가?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다시 TV로 시선을 돌렸다. 예능 출연자의 과장된 웃음소리가 허공에 흩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소리가 들렸다.
스스슥.
이번에는 훨씬 더 가깝게, 그리고 명확하게. 마치 무언가가 마루 위를 천천히 끌리는 듯한 소리였다.
현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고양이인가?”
그는 고양이를 키우지 않았다. 그리고 이 아파트는 반려동물 금지였다.
혹시 바깥바람에 뭐가 날아와 부딪힌 건가 싶어 창문을 흘끗 보았지만, 굳게 닫혀 있었다.
불안감이 희미하게 피어올랐다. 현우는 TV를 껐다. 순간, 실내가 다시 깊은 정적에 잠겼다. 심장이 조금 더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는 조용히 일어섰다. 발걸음 소리조차 크게 느껴질까 봐 조심스러웠다.
주방으로 향했다. 식기 건조대, 가스레인지, 싱크대. 모든 것이 평소와 같았다. 흠잡을 곳 없이 깔끔했다.
“내가 너무 피곤해서 헛것이 들리나….”
스스로를 타박하며 돌아서는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식탁 위에 놓여있던 열쇠 꾸러미.
분명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그는 열쇠를 식탁 정중앙에 놓았었다. 습관처럼.
그런데 지금 열쇠는 식탁 가장자리에, 위태롭게 걸쳐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 건드린 것처럼,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현우는 열쇠를 집어 들었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손끝에 닿았다.
“내가 술에 취했었나? 아니, 오늘 술은 한 방울도 안 마셨는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누군가 침입한 건가? 그럴 리가. 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니면… 스스로 움직인 건가?
말도 안 되는 생각에 픽 웃음이 났다. 잠이 부족해서 머리가 이상해졌다고 결론 내렸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침실로 향했다. 침대에 눕자마자 곧바로 잠이 올 줄 알았다.
하지만 아까의 기이한 사건 때문인지, 잠이 달아나 버렸다.
가만히 눈을 감고 누워 있는데, 다시 소리가 들려왔다.
끄으으윽.
이번에는 천장에서였다. 긁는 소리 같기도 하고, 무언가 천천히 비틀리는 소리 같기도 했다.
현우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하지만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끄으으윽, 끄으으으윽….
마치 아주 거대한 무언가가 뼈와 살을 분리하려는 듯, 고통스럽게 신음하는 소리 같았다.
“젠장, 위층인가?”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 이런 소음을 내다니. 이웃간 불화가 생길 만한 소리였다.
현우는 한숨을 쉬었다. 층간 소음 문제는 늘 골치 아팠다. 휴대폰을 들어 관리사무소에 전화할까 망설였다.
그런데 소리의 진원지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았다.
천장에서 시작된 소음이 이제는 벽을 타고 내려오는 듯했다.
서서히, 마치 살아있는 무언가처럼, 벽 속에서 움직이는 듯한 소리.
끄으으으윽… 으드득…
그리고 마침내, 소리가 침대 바로 옆 벽에서 멈췄다.
현우는 숨을 죽였다. 너무나 가까웠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서, 벽 안쪽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소리만 들리는 게 아니었다.
벽이, 아주 미세하게,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현우는 손을 뻗어 벽에 대보았다.
차가웠다. 마치 얼음장 같았다.
그리고, 묘한 진동이 느껴졌다. 벽 안에서 무언가 웅얼거리는 듯한, 아주 낮은 저음의 진동.
그것은 어떤 언어도 아니었고, 어떤 기계음도 아니었다.
그저,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태초의 소음 같았다.
이해할 수 없는, 그러나 존재감을 뿜어내는 소리.
그것이 현우의 귓속을 파고들어, 그의 뇌를 직접 건드리는 듯한 불쾌한 감각을 유발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것 같았다.
이것은 층간 소음이 아니었다.
이것은…. 무언가 잘못되었다.
현우는 급히 침대에서 내려와 거실로 향했다. 스탠드의 불빛 아래에서, 그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두려움이 온몸을 휘감았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거실 한가운데 놓인 작은 유리 테이블. 그 위에는 평소 늘 정갈하게 놓여 있던 잡지 몇 권과 리모컨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잡지들은 아무렇게나 흐트러져 있었고, 리모컨은 테이블 아래,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누군가 와서 장난을 친 것처럼.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이게… 대체 뭐야….”
현우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목소리가 떨렸다.
그리고, 공포에 질린 현우의 눈앞에서,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벽에 걸려있던 작은 시계가, 아무런 물리적인 힘 없이, 천천히 왼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누군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시계를 잡고 비트는 것처럼, 시계는 수직의 선을 잃고 삐딱하게 틀어졌다.
째깍, 째깍. 시계 초침 소리가 갑자기 거대하게 들려왔다.
벽에 박힌 못이 팽팽하게 버티고 있는 것이 보였는데도, 시계는 계속해서 기울어졌다.
아니, 기울어지는 것을 넘어, 벽면으로부터 아주 미세하게 떨어져 나오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마치 시계가 걸린 공간 자체가 비틀리는 것처럼.
현우는 뒷걸음질 쳤다.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환각이 아니었다. 분명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뇌가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
그때, 시계가 기괴한 각도로 비틀린 채 멈췄다.
그리고 시계 아래, 벽지가 미세하게 부풀어 오르는 것이 보였다.
마치 벽 안에서 무언가 살아있는 것이 튀어나오려는 듯이, 벽지가 꿈틀거렸다.
팽팽하게 당겨진 벽지 아래로, 보이지 않는 무언가의 윤곽이 어렴풋이 드러나는 듯했다.
무언가, 아주 크고, 이해할 수 없는 형태의 무언가가 벽지 속에서 이쪽을 향해 압력을 가하는 듯했다.
차가운 공기가 현우의 폐 속으로 들이닥쳤다.
이것은 단순한 귀신 장난이 아니었다.
이것은, 현실의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이 세계의 질서를 뒤흔드는,
말 그대로, ‘잘못된’ 존재였다.
현우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헐떡였다.
그때, 벽 속에서 웅얼거리던 저음의 진동이 갑자기 선명한 소리로 변했다.
그것은 언어라고 할 수도 없는, 어떤 생명체의 발성이라고도 할 수 없는,
그저 순수한 소음의 덩어리였다.
수많은 곤충의 날갯짓이 뒤섞인 듯한, 깊은 바다 밑에서 울려 퍼지는 고래의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동시에 수백만 개의 비명이 하나로 합쳐진 듯한,
머릿속을 휘젓는 소리였다.
그 소리는 현우의 귀가 아닌, 그의 뇌 깊숙한 곳을 직접 때리는 듯했다.
그 순간, 현우는 섬뜩한 깨달음을 얻었다.
이 아파트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모든 현상의 배후에는, 인간의 이성으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너무나도 거대하고, 너무나도 오래된,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현우는 공포에 질려 눈을 감았다.
방금 들은 소리가 그의 귓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이 끔찍한 진실 앞에서, 온몸이 떨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자신이 서 있는 이 공간이, 이 1307호가, 어쩌면 이미 인간의 영역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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