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드넓은 강호에 오직 하나의 이름만이 거론되던 때가 있었다. 바로 운룡대회전. 천지가 개벽한 이래 가장 거대한 비무장이 운해(雲海) 위에 솟아올라 있었다. 흰 구름이 끝없이 펼쳐진 그 위, 마치 용이 승천하는 듯한 거대한 구조물은 수십만 인파를 너끈히 품을 수 있는 규모였다. 오색찬란한 기치들이 바람에 펄럭였고, 각 문파의 문양을 새긴 깃발들이 하늘을 가득 메웠다. 그러나 그 화려함 속에는 숨 막히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것은 단순한 축제가 아니었다. 천 년에 한 번 도래한다는 ‘멸겁(滅劫)의 그림자’가 강호를 덮치기 시작하면서, 무림의 운명이 걸린 중대한 결전의 장이었다. 전설에 따르면, 멸겁의 그림자는 강호의 기운을 흡수하여 모든 것을 무(無)로 돌리고자 하는 암흑의 존재였다. 이를 막기 위해, 강호의 모든 문파와 세력이 뜻을 모아 이 비무대회를 열었다. 천하제일의 무인을 가려, 흩어진 무림을 하나로 통합하고 멸겁에 맞설 영웅을 추대하기 위함이었다.

“크으읍….”

강무진은 가슴을 짓누르는 압력에 무심코 숨을 들이켰다. 난생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그는 변방의 작은 문파, 철산문(鐵山門)의 후예였다. 그의 문파는 이름 없는 존재나 다름없었고, 그 자신 또한 강호에 내세울 만한 거창한 명성을 지니지 못했다. 그저 매일같이 수련하고 또 수련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멸겁의 그림자가 드리워지자, 그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회가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강무진, 네 차례가 다가온다. 정신을 집중해라.”

노사(老師)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무진의 귀에는 아득하게 울릴 뿐이었다. 그의 시선은 아득히 먼 곳, 무대 중앙에 우뚝 선 장대한 인물들에게 향해 있었다. 그들은 모두 강호에서 전설로 불리는 이들이었다. 화산파의 검선(劍仙), 소림사의 불패존자(不敗尊者), 마교의 흑마존(黑魔尊)…. 이름만 들어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인물들이었다. 그들의 존재 자체가 압도적인 기세를 뿜어내며 주변을 침묵으로 물들였다.

“첫 번째 대결! 화산파의 청풍(淸風) 이월(李月)과 곤륜파의 뇌전검(雷電劍) 백리운(百里雲)!”

우렁찬 심판의 목소리가 운룡대회전 전체를 뒤흔들었다. 심판은 천궁문의 원로 중에서도 최고참인 청룡검제(靑龍劍帝) 백무량(白無量)이었다. 그의 한마디에 수십만 인파가 일제히 숨을 죽였다.

두 명의 무사가 중앙 비무대로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한 명은 푸른 도포 자락이 바람에 휘날리는 청년으로, 손에는 고요한 기운을 품은 검을 들고 있었다. 다른 한 명은 전신에서 번개 같은 기운을 뿜어내는 장한으로, 허리춤에는 묵직한 대검이 매달려 있었다.

“시작!”

백무량의 외침과 동시에 두 무사는 폭풍처럼 맞부딪혔다.

콰아앙!

청풍 이월의 검은 마치 흐르는 물처럼 유려했으나, 그 안에는 모든 것을 베어버릴 듯한 날카로움이 숨어 있었다. 검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푸른 검기가 폭풍처럼 몰아쳤고, 비무대 바닥에 깊은 자국을 남겼다. 뇌전검 백리운은 이에 질세라 거대한 대검을 휘두르며 뇌전과 같은 힘을 뿜어냈다. 그의 대검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번개 같은 섬광이 터져 나왔고, 그 파열음은 천둥처럼 비무장을 울렸다.

강무진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저것이 진정한 고수들의 경지였다. 자신은 아직 그들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두려움보다는 오히려 불타는 투지가 솟아났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무진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철산문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멸겁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이 시점에, 문파의 수호자는 모두 전장에 나섰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그에게 남은 것은 오직 스승님의 유언뿐이었다. “강무진, 이 대회에서 살아남아라. 그리고 멸겁의 그림자를 막아낼 힘을 찾아라.”

두 고수의 대결은 숨 막히는 공방전으로 이어졌다. 청풍 이월의 검은 갈수록 빨라졌고, 뇌전검 백리운의 대검은 갈수록 무거워졌다. 비무장 위에서는 검기와 뇌전이 뒤섞여 마치 작은 천재지변이 일어나는 듯했다.

“청풍무류(淸風舞柳)! 삼재검(三才劍)!”

이월이 외치자, 그의 몸이 마치 버드나무처럼 흔들리며 수십 개의 잔상을 만들어냈다. 동시에 검기는 세 갈래로 갈라져 백리운을 덮쳤다.

“크으윽!”

백리운은 거대한 대검으로 방어했지만, 이월의 검기는 파고드는 물처럼 그의 방어를 뚫고 들어왔다. 결국 그의 어깨에 깊은 검상이 새겨졌다. 피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큭, 이 정도로는 나를 쓰러뜨릴 수 없다! 뇌전벽력참(雷電霹靂斬)!”

백리운은 고통을 참으며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대검이 허공에서 수십 번 회전하며 거대한 번개 형상의 검기를 만들어냈다. 그것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벼락과도 같았다.

이월은 그 거대한 기세에 잠시 주춤했지만, 이내 눈빛을 빛내며 검을 거두었다. 그의 검이 그리는 궤적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마치 바람이 부는 듯했다.

“화산파… 무상검(無相劍)….”

낮게 읊조린 그의 목소리와 함께, 이월의 검에서 모든 형태가 사라진 듯한 경지가 펼쳐졌다. 무형의 검기가 번개 형상의 검기와 충돌하는 순간, 거대한 폭발음이 운룡대회전을 뒤흔들었다.

콰아아아앙!

흙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오르고, 그 속에서 두 사람의 형체가 흔들렸다.
잠시 후, 흙먼지가 가라앉자 드러난 광경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뇌전검 백리운은 무릎을 꿇은 채 대검을 지팡이 삼아 겨우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그의 전신은 검상과 화상으로 얼룩져 있었고, 어깨에서는 여전히 피가 흐르고 있었다.
반면 청풍 이월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채 서 있었다. 그의 푸른 도포 자락에는 한 줄기 흙먼지도 묻어 있지 않았다. 그의 검 끝에서는 고요한 기운만이 감돌았다.

“승자! 화산파 청풍 이월!”

백무량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울려 퍼졌다. 인파 속에서는 늦게나마 환호성이 터져 나왔지만, 그 환호성 속에는 경외와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강무진 또한 전율을 느꼈다.

‘저것이… 화산파의 무상검인가….’

문파의 이름값이 아니라, 개인의 실력으로 천하를 뒤흔드는 고수들의 비무를 직접 목격한 그는 마치 거대한 파도에 휩쓸린 작은 조각배 같았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 절감했다.

“다음 대결! 소림사의 금강불괴(金剛不壞) 비승(飛僧)과 벽력궁(霹靂宮)의 섬전궁주(閃電弓主)!”

또 다른 심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미 수십 개 문파의 고수들이 비무대에 올랐고, 그들의 기세는 강무진을 압도했다. 모든 대결이 청풍 이월의 그것만큼이나 치열했고, 보는 이들의 혼을 빼놓는 기술들이 펼쳐졌다. 강무진은 다음 순서가 점점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심장이 터질 듯이 뛰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나는 누구지? 철산문의 마지막 후예 강무진. 스승님의 유언을 받들어야 하는 자.’

그는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그의 등에는 묵직한 철검이 매달려 있었다. 화려한 장식이나 신비로운 기운은 없었다. 그저 단단하고 투박한 철검이었다. 철산문의 ‘무쇠검법(無쇠劍法)’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직 견고함과 끈질김, 그리고 한 치의 흔들림 없는 일격만을 추구하는 검법이었다.

“강무진! 다음은 네 차례다!”

노사의 목소리가 이번에는 더욱 선명하게 들렸다. 무진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십만 명의 시선이 집중되는 곳, 그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두려워하지 마라. 강무진. 너는 철산문의 후예다.’

그는 비무대 중앙으로 향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웅장한 비무장의 기운이 그를 짓누르는 듯했다. 그의 시선이 맞은편에 선 상대를 향했다.

상대는 거구의 사내였다. 전신에는 굳건한 근육이 돌과 같이 박혀 있었고, 그의 눈은 마치 맹수의 그것처럼 이글거렸다. 그는 ‘오뢰문(五雷門)’의 제자 중에서도 손꼽히는 맹장, ‘광풍쇄(狂風碎)’ 오룡(敖龍)이었다. 그가 허리에 찬 거대한 도끼는 마치 코끼리의 상아처럼 위압적이었다.

비무대에 선 오룡은 강무진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흐음, 철산문? 그런 듣보잡 문파가 아직도 있었던가. 꼬맹이, 운 좋게 여기까지 올라왔나 보군.”

오룡의 목소리는 비무장 전체에 울려 퍼졌고, 몇몇 관중들 사이에서 킬킬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강무진은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꾹 참았다. 그는 철산문의 이름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시작!”

백무량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울려 퍼졌다. 오룡은 그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며 강무진에게 달려들었다.

“크하하! 일격에 끝내주마!”

광풍쇄 오룡의 도끼는 마치 거대한 회오리바람처럼 강무진을 향해 쏟아졌다. 그 일격에는 산이라도 부술 듯한 파괴력이 담겨 있었다. 강무진은 그 엄청난 기세에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그의 눈에는 거대한 도끼 날이 점점 더 크게 다가오고 있었다. 피할 곳은 없었다.

‘막아야 해…! 막아야만 해!’

그는 등에 매달린 철검을 재빨리 뽑아 들었다. 그의 손에 쥐어진 철검은 마치 그의 일부인 양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철산문의 무쇠검법, 첫 번째 초식!

“철벽검(鐵壁劍)!”

강무진은 온몸의 기운을 검에 모아, 마치 움직이는 철벽처럼 거대한 도끼날을 받아냈다.

콰아아아앙!

금속이 부딪히는 엄청난 굉음이 운룡대회전을 다시 한번 뒤흔들었다. 강무진의 몸이 뒤로 밀려났지만, 그는 버텼다. 철검은 쩌렁쩌렁 울렸지만, 부러지지 않았다.

오룡은 눈살을 찌푸렸다. 듣보잡 문파의 꼬맹이가 자신의 일격을 막아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했다.

“흐음, 제법인데? 하지만 여기까지다!”

오룡은 도끼를 고쳐 잡고는 더욱 거친 기세로 강무진을 몰아붙였다. 강무진은 철벽검으로 그의 공격을 받아내고 또 받아냈다. 수십 번의 격렬한 충돌이 이어졌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의 검은 비록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굳건하고 끈질겼다. 마치 철산의 바위처럼.

관중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시작되었다. 오뢰문의 맹장 오룡의 일격을 이토록 끈질기게 막아내는 자가, 이름 없는 철산문의 후예라니.

강무진의 팔은 이미 저릿했고, 온몸의 기운이 고갈되어 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스승님… 멸겁의 그림자를 막을 힘…!’

그는 오룡의 다음 공격을 기다렸다. 이번에는 막아내는 것을 넘어, 반격해야 했다. 그의 심장이 격렬하게 고동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