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스릴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균열

밤 열한 시, 지우는 식탁 위에서 핸드폰을 짚었다. 화면은 ‘수신 없음’이라는 싸늘한 글자를 띄운 채였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문구. 현대인의 고독은 종종 이렇게 차가운 액정 위에서 증명된다. 어제도, 그제도 그랬다. 하지만 오늘은 유독 쓸쓸했다. 창밖으로는 도시의 불빛이 강물처럼 흐르고,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고층 빌딩들이 밤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지우의 아파트는 그 숲속의 작은 한 칸이었다.

그날 밤, 지우는 잠자리에 들기 전 습관처럼 거실의 창문을 잠갔다. 찰칵, 하는 소리가 정확히 들렸다. 새벽 세 시, 한기가 느껴져 눈을 떴을 때, 창문은 아주 미세하게 열려 있었다. 겨울의 문턱, 차가운 바람이 흰 커튼을 흔들고 있었다.

“내가 잠그는 걸 잊었나?”

지우는 중얼거렸다. 피곤해서 그랬겠지. 피곤한 날엔 별 이상한 일들이 다 일어난다.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준비하려 냉장고 문을 열었다. 어제 분명 넣어두었던 우유팩이 냉장고 선반이 아니라 바닥에, 그것도 한 뼘 정도 떨어져 있었다. 쏟아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지우는 어이가 없어 픽 웃었다.

“잠결에 내가 그랬나? 술이라도 마셨나?”

아니, 어제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술은 마시지 않았다. 찝찝한 기분이 들었지만, 바쁜 출근 시간은 그런 사소한 의문을 파고들 여유를 주지 않았다.

일주일이 지났다. 사소한 일들은 더 이상 사소하지 않았다. 화장실 문은 저절로 스르륵 열리거나 닫히는 일이 잦아졌고, 침대 맡에 두었던 책은 종종 침대 아래로 떨어져 있었다. 심지어 아침에 분명 벗어두었던 잠옷이 저녁에 침대 위가 아닌, 의자 위에 곱게 개켜져 있는 일까지 발생했다. 처음엔 ‘내가 건망증이 심해졌나?’ 생각했다. 하지만 매번 ‘내가?’라는 의문이 ‘정말로 내가?’로 바뀌어갔다. 손이 시리도록 차가운 심장이 덜컥거렸다.

지우는 퇴근 후 빈 아파트에 들어서는 것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현관문을 열면, 항상 어둠이 먼저 그녀를 맞이했다. 전등 스위치를 누르기 전까지의 그 짧은 몇 초가 마치 영원처럼 느껴졌다. 어두운 거실에서,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무엇인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합리적인 설명을 찾으려 노력했다. ‘누전일 거야. 바람 소리일 거야. 옆집 소리일 거야.’

어느 날 밤,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던 중이었다. 분명 테이블 위에 있던 작은 유리컵이,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미끄러지듯 움직여 테이블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졌다. 지우는 숨을 들이켰다.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녀는 그 컵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차가웠다. 마치 오랫동안 얼음물에 담겨 있었던 것처럼. 손이 덜덜 떨렸다.

지우는 침대에 앉아 휴대폰으로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지우]: 야, 너 요즘 몸 괜찮아?
[친구]: 뭔 소리야? 멀쩡한데?
[지우]: 아니, 그게… 요즘 뭔가 자꾸 물건이 제자리에 없고, 이상한 소리 나고… 내가 피곤한가 싶어서.
[친구]: ㅋㅋㅋㅋ 너 너무 일에 찌든 거 아니냐? 신경 써서 그래. 나도 예전에 그랬어. 불면증 심할 때. 이참에 휴가를 내서 푹 쉬어.
[지우]: 그런가…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친구의 반응에 오히려 안도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서늘했다. ‘이게 정말 단순한 피로 때문일까?’

그날 새벽이었다. 자정 무렵, 지우는 잠이 오지 않아 침대에 앉아 있었다. 거실에서 갑자기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지우는 벌떡 일어섰다. 몸을 덮었던 이불이 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렸다.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흘렀다. 숨을 죽인 채 문을 향해 걸어갔다. 거실의 불은 꺼져 있었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다시 한번 들렸다. ‘쨍그랑!’ 유리 깨지는 소리. 이번엔 분명했다.

그녀는 휴대폰의 플래시를 켜고 거실로 향했다. 어둠을 찢는 한 줄기 빛이 거실을 비추었다. 그리고 그녀는 얼어붙었다. 벽에 걸려 있던 액자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나 있었다. 액자 속 사진은, 활짝 웃고 있는 그녀의 가족사진이었다. 그리고 그 조각들 사이로, 작고 새빨간 꽃잎 하나가 툭, 하고 떨어졌다. 어디서 온 것인지 알 수 없는, 너무나도 선명한 핏빛 꽃잎이었다. 지우는 비명을 지를 뻔했지만, 목구멍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벽에는, 깨진 액자가 걸려 있던 자리보다 훨씬 더 위쪽에, 누군가 손톱으로 긁은 듯한, 깊고 검붉은 자국 세 개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마치 짐승의 발톱 자국처럼.

지우는 휴대폰을 떨어뜨렸다. 빛이 사라지고 다시 어둠이 거실을 집어삼켰다. 그녀는 주저앉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내가… 내가 미친 걸까?’

아니, 이건 꿈이 아니었다. 분명 현실이었다. 차가운 공기가 그녀의 피부를 파고들었다. 아파트는 더 이상 안전한 안식처가 아니었다. 이제 이 공간은, 그녀를 서서히 조여오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의 손아귀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