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페라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망각의 심연

철컥.

수천 년 동안 굳게 닫혀 있던 거대한 문이 굉음을 내며 열리자, 안쪽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세 사람의 얼굴을 스쳤다. 마스크 너머로도 느껴지는 서늘한 공기는 폐부 깊숙이 파고들어, 마치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강민준 선장은 헬멧의 조명등을 높이며 문 너머의 어둠 속으로 시선을 던졌다.

“젠장… 이건 또 뭐야.”

그의 낮은 중얼거림 속에는 경외심과 함께 지독한 불안감이 뒤섞여 있었다. 문 안쪽은 그들이 여태까지 탐사했던 어떤 유적과도 달랐다. 거대한 돔형 공간은 시야에 닿는 모든 것을 압도했다. 천장은 아득히 높아 별이 박힌 밤하늘처럼 은은한 빛을 발했고, 바닥은 매끄러운 흑요석으로 덮여 있었다. 벽면에는 알 수 없는 기하학적 문양들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는데, 그 문양들은 살아있는 것처럼 미약하게 빛을 깜빡이고 있었다.

박지아 기술자는 숨을 들이켰다. 그녀의 눈은 이미 레이저 포인터처럼 유적의 모든 디테일을 훑고 있었다.
“선장님, 저기 좀 보세요. 이 재질, 저희 데이터베이스엔 없어요. 합금이긴 한데… 분자 구조가 이전에 발견된 어떤 물질과도 달라요.”

그녀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살짝 떨리고 있었다. 공학자에게 미지의 기술은 가장 강력한 마약과도 같았다.
“아무리 봐도 인간의 기술은 아니야.”
탐사 및 경호 담당인 김태훈은 주변을 경계하며 어깨에 멘 돌격 소총의 개머리판을 고쳐 잡았다. 그의 시선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거대한 통로들과 기묘한 형태의 기둥들 사이를 오갔다. 공기 속을 떠다니는 먼지 알갱이들이 조명등 빛에 반사되어 반짝였다. 발소리마저 먹어버리는 듯한 고요가 지배하는 공간, 그 침묵은 오히려 신경을 곤두세웠다.

“들어가지. 지아, 먼저 주변 스캔해.”
민준의 명령에 지아는 휴대용 스캐너를 작동시켰다. 삐비빅, 하는 기계음과 함께 홀로그램 지도가 그녀의 손목 장치에 투영되었다.
“내부 구조가… 복잡해요. 중심부에 거대한 구조물이 있고, 그 주위로 미로 같은 통로들이 연결되어 있어요. 에너지 반응도 감지되긴 하는데… 너무 미약해서 출처를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다. 흑요석 바닥은 닳지 않은 거울처럼 그들의 모습을 비췄다. 거대한 기둥들은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비틀린 형태로 천장까지 솟아 있었고, 그 표면에는 희미한 푸른빛이 감도는 액체가 흘러내리는 듯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누가… 이걸 만들었을까?” 태훈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민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헬멧 속 그의 얼굴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들은 케레스-3 행성의 지하 깊은 곳, 수천 년 전 잊힌 문명이 남긴 유적을 탐사 중이었다. 단순한 광물 탐사 임무에서 우연히 발견된 이 거대한 지하 유적은 시간이 갈수록 의문만 더해갔다. 이미 수많은 종족들의 유적을 탐사했지만, 이곳은 차원이 달랐다.

그들이 중앙 홀에 가까워질수록, 지아가 감지했던 미약한 에너지 반응이 점차 강해지기 시작했다. 옅은 진동이 발바닥을 통해 느껴졌고, 공기는 알 수 없는 정전기로 가득 찬 듯 따끔거렸다. 마침내 그들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홀 중앙에 우뚝 솟은 거대한 수정 구조물이었다.

“맙소사….” 지아가 나직이 신음했다.
수정은 기묘하게 투명했고, 내부에는 복잡한 회로 같은 것들이 미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빛은 살아있는 생명체의 맥박처럼 규칙적으로 깜빡였다.
“이게 에너지를 내는 건가?” 태훈이 총구를 내렸다. 눈앞의 광경에 정신을 빼앗긴 듯했다.
“아니요, 에너지를 ‘제어’하는 장치 같아요. 보세요, 저 미세한 흐름들. 주변의 모든 에너지를 모으고, 분배하는 컨트롤 타워 같습니다.” 지아는 이미 장비들을 꺼내 수정 구조물 주변을 스캔하고 있었다. “이 안에… 코어가 있어요. 강력한 에너지 반응이 감지됩니다.”

민준은 수정 구조물을 한참 동안 응시했다.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그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너무 완벽하고, 너무 거대했다. 마치 이 모든 것이… 어떤 목적을 위해 설계된 함정처럼 느껴졌다.
“접근하지 마. 일단 주변부터 확인해.”
“하지만 선장님, 이 코어가 살아있다면… 내부 데이터를 읽어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이 유적을 만든 문명의 모든 정보가 여기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지아의 목소리에는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민준은 그녀의 열정을 이해했지만, 수많은 위험한 상황들을 겪어온 그의 본능은 경고음을 울리고 있었다.

“기다려. 데이터가 활성화될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몰라.”
“안전 장치 같은 건 다 꺼져 있어요. 잠들어 있던 장치 같아요. 저희가 깨우기 전엔 아무것도 안 일어날 겁니다. 제가 시동 프로토콜을 찾아볼게요.”
지아는 민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수정 구조물 근처의 작은 패널에 접근했다. 패널은 아무런 문양도, 버튼도 없었지만, 지아가 손을 대자 푸른 빛이 스르륵 피어오르며 그녀의 손바닥을 감쌌다.

“반응합니다! 인터페이스가 살아있어요!” 그녀의 눈이 번쩍였다.
“지아! 멈춰!” 민준이 소리쳤지만 이미 늦었다.
지아의 손가락이 패널 위를 미끄러지자, 수정 구조물 내부의 빛이 갑자기 폭주하기 시작했다. 푸른빛은 순식간에 붉은색으로 변하며 홀 전체를 뒤덮었다. 웅장하고 불길한 저음의 진동이 대기를 갈랐고, 그 진동은 뼛속까지 파고드는 듯했다.

**쿠르르르릉…!**

홀의 벽면에 새겨진 기하학적 문양들이 일제히 강렬한 붉은빛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바닥의 흑요석 타일들이 불규칙하게 흔들리며 미세한 균열을 만들어냈고, 천장의 별빛은 사라지고 대신 붉은 파동이 번뜩였다.
“뭐야?! 무슨 일이야?!” 태훈이 소리치며 자세를 낮췄다.
“모르겠어요! 시동 프로토콜이… 작동은 했는데, 에너지 출력이 통제 불능이에요!”
지아는 패닉에 빠져 패널에서 손을 떼려 했지만, 그녀의 손은 마치 자석처럼 패널에 달라붙어 있었다.

**콰아앙!**

갑자기 홀의 가장자리, 어둠 속에 잠겨 있던 거대한 벽면 중 하나가 요동치더니 안쪽으로 무너져 내렸다. 그 뒤편에는 그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붉은 섬광 속에서, 무너진 벽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공간이 드러났다. 그곳은 단순한 통로가 아니었다. 셀 수 없이 많은 유리관들이 빽빽하게 세워져 있었고, 그 투명한 관들 안에는…

“저건….” 민준의 목소리가 경악으로 뭉개졌다.
유리관 속에는 어떤 생명체들이 웅크리고 잠들어 있었다. 기괴하고 끔찍한 형태의 그것들은, 이전 시대의 유물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섬뜩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푸른 피가 흐르는 듯한 핏줄, 비늘로 덮인 피부, 그리고…

수많은 눈동자들이, 아직 감겨 있었지만 곧 깨어날 듯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 순간, 홀 전체를 지배하던 진동이 최고조에 달했다.

**지이잉…!**

수정 코어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빛이 유리관들을 휩쓸자, 잠들어 있던 생명체 중 하나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것의 거대한 눈동자는 섬뜩한 녹색 빛을 내며, 마치 오랜 잠에서 깨어난 포식자처럼 탐사대 세 사람을 응시했다.

**끼이이이익…!**

유리관에 미세한 균열이 번지기 시작했다.
지아는 비명을 지를 뻔했지만, 공포에 질려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선장님…!” 태훈의 얼굴은 이미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민준은 본능적으로 소총을 겨누었지만, 그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수천 년의 잠에서 깨어난 재앙이, 바로 그들의 눈앞에서 부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깨어남의 방아쇠를 당긴 장본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