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판타지 (현대 판타지)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환혼곡 (還魂曲)】 제1화: 낡은 벽돌 속 속삭임

**장면 1**

**[배경]** 서울 변두리, 재개발 예정지의 낡은 공중목욕탕. 해 질 녘 노을이 뿌연 유리창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건물 안은 먼지와 곰팡이 냄새, 그리고 곧 철거될 운명에서 오는 묘한 쓸쓸함으로 가득하다. 낡은 타일 바닥은 곳곳이 깨져 있고, 벽에는 습기와 시간의 흔적이 검게 얼룩져 있다.

**[인물]** 이지훈 (20대 초반, 대학생. 후줄근한 작업복 차림. 마스크와 안전모는 벗어 던져 옆에 두고 지쳐 앉아 있다. 손에는 장갑을 낀 채, 벽에 기대어 한숨을 쉰다.)

**지훈 (독백)**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며) 하아… 진짜 해도 해도 끝이 없네. 폐기물도 이렇게 많고… 이번 달 등록금, 생활비… 학자금 대출도 슬슬 만기인데. 알바로는 답이 없다고, 이지훈. 어쩌다 인생이 이렇게 꼬였을까. 미래는 깜깜하고, 오늘 저녁은 또 뭘로 때우나. 편의점 삼각김밥 신세에서 벗어나는 날은 언제쯤 올까.

**[장면 묘사]**
지훈은 낡은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축 늘어져 있다. 그의 시선은 허공을 헤매다 이내 바닥에 박힌 깨진 타일 조각으로 향한다. 낡은 타일 틈새로 겨우 비집고 올라온 이름 모를 잡초 한 줄기가 위태롭게 흔들린다. 그 모습이 어쩐지 자신과 닮아 보여 씁쓸하게 웃는다. 손에 쥐고 있던 망치와 쇠지렛대가 그의 발치에 툭 떨어진다.

**지훈 (독백)**
건축학과? 개뿔. 맨날 설계만 한다고 배운 게 아니고, 이렇게 허물어진 건물 잔해 치우는 게 내 현실이라니. 교수님들은 꿈을 이야기하라는데, 내 꿈은 그냥… 오늘 저녁 맘 편히 먹는 거다.

**[장면 묘사]**
어느새 해는 완전히 저물고, 목욕탕 안은 더욱 어둑해진다. 구석에 설치된 작업용 전구가 희미하게 빛을 뿌리지만, 빛이 닿지 않는 곳은 깊은 그림자에 잠겨 있다. 지훈은 잠시 눈을 감고 쉬다가, 다시 몸을 일으킨다. 남은 잔해를 마저 치워야 오늘 일당이라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지훈 (독백)**
정신 차려, 이지훈.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장면 2**

**[배경]** 목욕탕 가장 안쪽, 여자 목욕탕이었던 공간. 오래도록 사용되지 않아 더욱 폐허 같은 분위기다. 습기와 곰팡이가 벽 전체를 뒤덮고, 여기저기 뚫린 천장에서는 시커먼 물이 흘러내린 흔적이 역력하다. 타일 바닥은 깨지고 미끄러워 발걸음조차 조심스럽다.

**[인물]** 이지훈 (쓰레받기와 빗자루를 들고 잔해를 쓸어 담는 중. 눈은 날카롭게 주변을 살피고 있다.)

**지훈 (독백)**
여긴 진짜… 귀신 나와도 이상하지 않겠다. 으스스하네. 괜히 밤에 혼자 남아서 일한다고 했나. 아, 그래도 시급 더 준댔으니까…

**[장면 묘사]**
지훈은 부서진 목욕 의자와 샴푸통 잔해들을 치우고 있다. 빗자루질을 하다 문득 그의 발이 무언가에 걸려 휘청거린다. 그는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며 발밑을 살핀다. 부서진 타일 조각들 사이, 벽돌 파편들 속에 뭔가 다른 질감의 조각이 눈에 띈다.

**지훈**
뭐야, 이건 또…

**[장면 묘사]**
그는 허리를 숙여 그 조각을 자세히 본다. 여느 건축 폐기물과는 확연히 다른,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회색 돌 조각이다. 표면은 매끄럽게 다듬어진 듯하지만, 군데군데 알 수 없는 문양들이 희미하게 새겨져 있다. 일반적인 돌멩이와는 다른, 묘한 차가움이 느껴진다.

**지훈 (독백)**
이런 돌은 못 보던 건데. 화강암도 아니고… 제주도 현무암 같은 건가? 그런데 문양은 또 뭐야? 누가 장난쳐 놓은 건가?

**[장면 묘사]**
호기심에 지훈은 그 돌 조각 주변의 폐기물들을 치워본다. 쇠지렛대로 부서진 벽돌들을 걷어내자, 돌 조각은 점차 그 정체를 드러낸다. 벽의 한쪽 면이 이상하게도, 거대한 하나의 돌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주변의 붉은 벽돌과는 이질적인, 어둡고 육중한 돌벽이다. 벽돌과 벽돌 사이에 끼어 있는 돌 조각이 아니라, 마치 그 돌 자체가 벽의 일부인 것처럼 보였다.

**지훈**
이게 뭐야? 벽이 통째로 돌덩이라고? 여기 왜 이런 게 있지?

**[장면 묘사]**
그는 호기심에 이끌려 망치를 든다. 혹시 이 돌벽이 이 안에 숨겨진 공간이라도 가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그는 돌벽의 표면을 조심스럽게 두드려본다. 둔탁하지만 견고한 소리가 울린다.

**지훈 (독백)**
음… 속이 빈 것 같진 않고. 그냥 튼튼한 돌인가?

**[장면 묘사]**
지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돌벽을 한 바퀴 둘러본다. 그러다 문득, 그의 시선이 벽의 가장자리, 특히 다른 벽돌들과 맞닿는 부분에 꽂힌다. 거기에는 마치 일부러 감춰둔 듯한, 아주 미세한 틈이 보였다. 그의 눈에만 보이는 듯한, 손가락 하나 들어가지 않는 가는 틈이었다.

**지훈**
이거… 벽이 아니라, 문 같은 건가?

**[장면 묘사]**
그는 다시 쇠지렛대를 집어 들고, 조심스럽게 그 틈새에 지렛대 끝을 찔러 넣어 본다. 쑤욱- 굳게 닫혀 있던 무언가가 마찰음을 내며 안으로 밀리는 듯한 감각이 손을 타고 전해진다. 순간, 목욕탕 전체가 흔들리는 듯한 묵직한 진동이 울린다.

**장면 3**

**[배경]** 굉음과 진동이 멈춘 후, 돌벽이 서서히 안으로 밀려 들어가며 모습을 드러낸다. 벽 뒤에는 예상치 못한 공간이 숨겨져 있었다. 좁고 어두컴컴한 통로, 마치 수백 년 전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다. 퀴퀴한 흙먼지와 오래된 공기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인물]** 이지훈 (놀란 눈으로 통로를 바라본다. 손에 쥐고 있던 쇠지렛대가 툭 떨어진다.)

**지훈**
말도 안 돼… 진짜 이런 공간이 있었다고?

**[장면 묘사]**
지훈은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 플래시를 켠다. 빛이 통로 안을 비추자,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더욱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통로의 끝에는 작은 방이 있었는데, 그 방의 벽면 전체가 방금 그 돌벽과 같은 재질의 돌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돌벽에는, 아까 봤던 희미한 문양보다 훨씬 선명하고 거대한 문자들이 조각되어 있었다. 그것들은 마치 살아있는 듯한 기이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지훈 (독백)**
이게 다 뭐야… 이 문양들은… 글자 같기도 하고… 그림 같기도 하고…

**[장면 묘사]**
지훈은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선다. 공기는 묵직하고 차갑다. 휴대폰 플래시 빛이 돌벽에 새겨진 문양들을 스캔하듯 지나간다. 그의 심장이 불안하게 쿵쾅거린다. 공포보다는 미지의 것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이 그를 사로잡았다.

**[장면 묘사]**
문양들은 뱀이 서로 얽히고설킨 듯한 모습, 눈을 감은 거인의 얼굴, 그리고 날개를 펼친 알 수 없는 짐승의 형상 등,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기괴하고도 아름다운 형태를 띠고 있었다. 모든 문양들이 중앙의 가장 큰 돌판을 향해 모여드는 듯한 구조였다.

**지훈 (독백)**
이건… 장식품이 아니야. 뭔가… 의미가 있는 것들이다.

**[장면 묘사]**
그는 중앙의 돌판 앞으로 다가선다. 그의 키보다 훨씬 큰 돌판은 바닥에서 천장까지 이어져 있었다. 돌판의 가장자리에는 작은 틈들이 나 있었고, 그 틈들을 따라 희미한 푸른빛이 깜빡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마치 숨을 쉬는 심장처럼.

**지훈**
이건…

**[장면 묘사]**
돌판 중앙에는 손바닥 자국과 흡사한, 오목하게 파인 부분이 있었다. 마치 누군가 이곳에 손을 대기를 기다리는 듯이. 지훈은 망설였다. 본능적으로 이곳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머릿속을 스쳤지만, 이미 그의 손은 돌판으로 뻗어가고 있었다.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이었다.

**장면 4**

**[배경]** 고대 마법의 힘이 잠들어 있던 방. 시간의 흐름마저 멈춘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

**[인물]** 이지훈 (돌판에 손바닥을 얹는다. 망설임 없는 표정.)

**지훈 (독백)**
나는… 나는 도대체 뭘 하는 걸까. 미쳤어, 이지훈. 이 위험한 짓을… 왜…

**[장면 묘사]**
지훈의 손바닥이 돌판의 홈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순간, 방 전체를 집어삼킬 듯한 거대한 섬광이 터져 나온다. 푸른빛이 그의 시야를 완전히 뒤덮고, 지면에 새겨진 모든 문양들이 형형색색의 빛을 발하며 살아 움직이는 듯 보인다.

**지훈**
크아아악!

**[장면 묘사]**
지훈의 몸을 관통하는 듯한 날카로운 전율이 덮친다. 차갑고 끈적한 기운이 발끝부터 정수리까지 파고들더니, 이내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를 불태우는 듯한 뜨거운 에너지로 변한다. 그의 뇌리 속에는 알 수 없는 이미지들이 폭풍처럼 스쳐 지나간다.

**[시각 효과]**
고대 도시의 웅장한 건축물, 하늘을 나는 거대한 용, 빛으로 된 검을 든 전사들의 전투, 황폐해진 대지, 그리고 다시 피어나는 생명의 빛… 수천 년의 역사가 압축되어 찰나의 순간에 그의 의식 속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귀로는 알 수 없는 언어의 속삭임과 거대한 마력의 흐름이 느껴지는 듯한 웅장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지훈 (독백)**
이게… 대체… 뭐야…?!

**[장면 묘사]**
지훈의 몸이 빛에 휩싸인다. 그의 눈동자는 알 수 없는 푸른색으로 빛나기 시작하고, 주변의 공기가 비현실적으로 일렁인다. 바닥에 놓여 있던 쇠지렛대와 망치가 순간적으로 공중으로 살짝 떠오르는 듯하더니, 다시 쿵 하고 떨어진다. 그의 육신은 엄청난 정보량과 에너지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휘청거린다.

**지훈**
(고통스러운 신음) 으윽… 머리… 머리가 터질 것 같아…!

**[장면 묘사]**
모든 빛이 갑작스럽게 사라진다. 방 안은 다시 어둠과 정적에 휩싸인다. 지훈은 돌판에 손을 얹은 채로 바닥에 쓰러져 있다. 온몸의 힘이 쭉 빠져나가고, 숨쉬는 것조차 버겁다. 하지만 그의 눈은 더 이상 아까의 무기력한 대학생의 눈이 아니었다. 혼란과 충격, 그리고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경외감이 뒤섞인,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였다.

**지훈 (독백)**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내가… 뭘… 겪은 거지…?

**[장면 묘사]**
그의 손이 닿았던 돌판 중앙의 홈에는, 이제 더 이상 아무런 빛도 희미한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다.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마저 든다. 하지만 그의 오른손 손바닥에는, 방금 전 그 돌판에서 봤던 가장 큰 문양 중 하나가 희미하게 빛나는 문신처럼 새겨져 있었다. 푸른빛이 아주 미세하게 깜빡였다 사라진다.

**지훈**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 본다. 손바닥에 새겨진 문양을 보며 경악한다.)
이… 이건…!

**장면 5**

**[배경]** 여전히 어두컴컴한 목욕탕. 지훈이 발견한 비밀의 방은 다시 돌벽에 의해 굳게 닫혀 있다. 그가 본 모든 것이 꿈이었던 것처럼. 하지만 지훈의 손바닥에 새겨진 문양만이 현실을 증명한다.

**[인물]** 이지훈 (쓰러져 있던 자리에서 겨우 몸을 일으킨다. 온몸이 쑤시고 아프지만,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또렷하다. 손바닥의 문양을 응시한다.)

**지훈 (독백)**
(아직도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린다)
방금 그건… 환각이 아니었어. 내 손에… 이게 대체…

**[장면 묘사]**
지훈은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선다.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돌벽을 향해 다가간다. 다시 틈새에 쇠지렛대를 찔러 넣어 보지만, 돌벽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완벽하게 밀봉되어 있었다.

**지훈 (독백)**
닫혔어… 어떻게… 어떻게 닫힌 거지?

**[장면 묘사]**
그는 허탈감과 함께 알 수 없는 상실감에 휩싸인다. 믿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의식 저 깊은 곳에서부터 알 수 없는 힘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낀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리는 듯하고, 어둠 속에서도 사물의 윤곽이 더욱 또렷하게 느껴진다. 그의 시야가 확장된 듯한 기묘한 감각이 온몸을 감싼다.

**지훈**
(떨리는 목소리로) 말도 안 돼…

**[장면 묘사]**
그는 목욕탕 구석, 폐기물 더미 속에서 부서진 라디오 하나를 발견한다. 작동하지 않는, 버려진 라디오였다. 문득 그의 손바닥에 새겨진 문양이 희미하게 푸른빛을 발하는 순간, 라디오에서 지지직거리며 잡음이 새어 나온다. 그리고 이내, 끊겼던 라디오 방송이 희미하게 들려오기 시작한다. 오래된 발라드 음악이 목욕탕을 채운다.

**지훈 (독백)**
(경악과 함께 자신의 손을, 그리고 라디오를 번갈아 본다.)
이게… 대체… 내가… 뭘 얻은 거지?

**[장면 묘사]**
지훈은 자신의 손바닥에 새겨진 문양을 다시 한번 바라본다. 그리고 이내, 창문 밖으로 보이는 서울의 불빛들을 응시한다. 늘 똑같던 회색빛 도시에, 이제는 보이지 않던 색들이 덧칠해진 듯 느껴진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무기력하지 않았다. 혼란스러움 속에서도, 그의 내면에는 이제 막 태어난 듯한 거대한 힘과 가능성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지훈 (독백)**
내 인생은… 이제… 완전히 달라진 걸까? 이 힘은… 나에게 무엇을 가져다줄까? 희망일까, 아니면… 새로운 파멸의 시작일까.

**[장면 묘사]**
어둠 속에서 지훈의 푸른빛 눈동자가 빛난다. 그의 손바닥에 새겨진 문양이 서서히 사라지며, 그는 다시 평범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의 영혼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겪었다.


**[에피소드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