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힐링 애니메이션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선선한 바람이 흰 커튼을 살랑이며 별똥별 민박의 아침을 알렸다. 햇살은 낡은 창살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먼지 한 톨 없는 마루바닥에 길고 따뜻한 줄무늬를 그렸다. 마당의 라일락 향기가 달콤하게 코끝을 간질였지만, 오늘 아침, 이 평화로운 풍경 속에는 깊고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서하는 작은 유리병에 담긴 꽃잎차를 홀짝이며 민박집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따스한 차 향기가 폐부까지 스며들었지만, 그의 표정은 여전히 고요한 수면 같았다. 맞은편에는 푸근한 인상의 미선 씨가 연신 손수건을 만지작거리고 있었고, 그 옆에는 앳된 얼굴의 수아 양이 넋을 잃은 듯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어제저녁 늦게까지 글을 쓰시는 것 같았어요. 불이 환히 켜져 있었거든요.” 미선 씨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어제의 활기찬 모습과는 달리 푹 가라앉아 있었다. “윤 교수님은 늘 밤늦게까지 서재 별채에서 집필을 하셨으니까요. 별다른 이상한 점은 못 느꼈습니다.”

수아 양이 겨우 고개를 들었다. “오늘 아침에 교수님께 가져다드릴 원고가 있어서 서재 별채에 갔는데… 문이 잠겨 있었어요.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으셔서, 작은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봤는데… 교수님이 책상에 엎어져 계셨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끝내 울음으로 변했다. “그제야 문이 안에서 잠겼다는 걸 알았어요. 철컥, 하고 열쇠가 돌아간 소리가….”

잠시 후, 김 형사가 안색이 굳은 채 서하의 옆에 앉았다. “서재 별채 문은 억지로 땄습니다. 안에서 열쇠가 잠겨 있었더군요. 모든 창문도 안에서 단단히 걸쇠로 채워져 있었고요. 완벽한 밀실입니다. 피해자는 윤재원 교수님. 가슴에 레터 나이프가 박혀 있었습니다. 현장은 어지러워진 것 없이 깔끔합니다.”

서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빛은 이미 모든 가능성을 훑어보고 있는 듯했다. “외부 침입의 흔적은요?”

“전혀 없습니다. 창문은 물론, 낡은 별채 특성상 혹시나 해서 지붕까지 살펴봤는데, 어떤 흔적도 찾지 못했습니다. 밀실 살인. 그것도 흉기가 현장에 남겨진 채로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김 형사가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별채는 어디에 있습니까?” 서하가 물었다.

“저기, 민박집 본채 뒤편으로 가면 작은 장미정원 옆에 있습니다.” 미선 씨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서하는 찻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보죠.”

별똥별 민박의 고즈넉한 풍경과는 대비되는 붉은색 폴리스라인이 서재 별채를 둘러싸고 있었다. 작고 아담한 나무 별채는 언뜻 보기에도 오랜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었다. 서하는 고요한 발걸음으로 현장으로 향했다.

별채 안으로 들어서자, 오래된 책 냄새와 피 냄새가 묘하게 뒤섞여 코끝을 자극했다. 햇살이 잘 드는 창문 아래, 윤재원 교수는 앤티크한 서재 책상에 엎드린 채 미동도 없었다. 그의 등에는 얇고 날카로운 레터 나이프가 깊숙이 박혀 있었다. 책상 위에는 이제 막 쓰다 멈춘 듯한 원고와 만년필이 놓여 있었다.

“피해자는 어제 밤 10시에서 12시 사이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장 감식반원이 보고했다. “사인은 과다출혈. 흉기는 책상 위에 있던 레터 나이프입니다.”

서하는 눈으로 천천히 방 안을 훑었다. 낡았지만 잘 관리된 나무 바닥,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 그리고 유일한 문과 창문. 문은 이미 따여 있었고, 창문은 안에서 걸쇠가 단단히 잠겨 있었다. 그는 문가에 쪼그려 앉아 부서진 자물쇠를 살폈다.

“열쇠는 안에서 잠긴 채로, 그대로 꽂혀 있었습니다.” 김 형사가 설명했다.

서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창문으로 향했다. 창문은 밖으로 열리는 여닫이식이었고, 낡은 놋쇠 걸쇠로 단단히 잠겨 있었다. 그는 창틀을 만져보고, 유리창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이 창문은… 밖에서 열리는 방식이었군요.”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안에서 걸쇠가 굳게 채워져 있었습니다.”

서하는 창문 위쪽을 올려다보았다. 메인 창문 위에 작은, 가로로 긴 창이 하나 더 있었다. 환기용으로 쓰이는 작은 창이었다. 그 창은 잠겨 있었고, 다른 창문과 마찬가지로 안에서 얇은 나무 막대로 고정되어 있었다.

“이 작은 창은 평소에는 열어두는 편입니까?” 서하가 물었다.

미선 씨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네… 환기시킨다고 늘 조금씩 열어두시곤 했어요. 닫으라고 몇 번이나 말씀드렸는데, 답답한 걸 싫어하셔서….”

서하는 그 작은 창을 한참 동안 응시했다. 그리고는 별채 밖으로 나왔다.

별채 주변에는 붉고 탐스러운 장미들이 만개해 있었다. 서하는 장미 덤불 사이를 조용히 걸었다. 메인 창문 아래, 그리고 그 위 작은 창문 아래. 그의 시선은 바닥의 흙과 작은 잡초들, 그리고 별채 벽면에 머물렀다.

“이쪽에… 발자국 같은 흔적은 없었습니까?” 서하가 김 형사에게 물었다.

“말씀드렸다시피, 아무런 외부 침입 흔적이 없습니다.” 김 형사가 한숨을 쉬었다.

서하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장미 덤불 가장자리의 흙을 쓸어보았다. 그리고 그의 눈이 멈춘 곳은, 작은 환기창 바로 아래, 흙 바닥에 희미하게 남은 긁힌 자국이었다. 누군가 무언가를 딛고 올라섰을 때 생길 법한 자국이었다. 아주 미묘해서 눈썰미 없는 사람이라면 지나쳤을 흔적이었다.

그리고 그 자국에서 몇 걸음 떨어진 곳, 장미 덤불 사이에 반짝이는 무언가가 서하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허리를 굽혀 그것을 집어 들었다. 얇고 투명한 낚싯줄 한 조각이었다. 보통의 낚싯줄보다 훨씬 가늘고 질긴, 특수한 재질이었다.

서하는 다시 별채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책상으로 향했다. 윤 교수의 손에는 아직 만년필이 쥐어져 있었고, 만년필 뚜껑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서하는 뚜껑을 집어 들었다. 금속 재질의 만년필 뚜껑에는 작은 흠집이 나 있었다. 그리고 뚜껑 안쪽에는 무언가 끈적한 물질의 흔적이 아주 미세하게 남아 있었다.

“김 형사님.” 서하가 나지막이 불렀다.

“네, 서하 씨.”

“범인은 이 방 안에 있었습니다.”

김 형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용의자는 제한됩니다만, 어떻게 밖으로 나갔는지….”

“범인은 윤 교수님을 살해한 후, 이 방의 문을 잠그지 않고 나갔습니다.”

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서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수아 양이 문이 안에서 잠겨 있었다고….” 미선 씨가 겨우 입을 열었다.

서하는 고요하게 말을 이었다. “네. 범인이 나간 뒤에 문이 ‘안에서 잠긴 것처럼’ 보였을 뿐입니다. 범인은 윤 교수님을 살해하고, 밖으로 나가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열쇠로 문을 잠갔죠.”

“하지만 열쇠는 안에 있었다고요!” 김 형사가 소리쳤다.

서하가 들고 있던 만년필 뚜껑과 낚싯줄 조각을 들어 올렸다. “범인은 문을 잠그고 난 뒤, 다시 이 방 안으로 ‘열쇠’를 돌려보냈습니다. 그리고 문이 안에서 잠긴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죠.”

그는 작은 환기창을 가리켰다. “저 창문은 평소 늘 열려 있었다고 했죠. 범인은 별채를 나간 후, 저 장미 덤불 뒤에 숨겨진 사다리, 혹은 미리 준비해둔 긴 도구를 이용해 저 작은 창문으로 접근했습니다. 그리고는 제가 발견한 이 낚싯줄 조각에 만년필 뚜껑을 끈끈한 물질로 붙여 임시 도구를 만들었을 겁니다.”

서하는 만년필 뚜껑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이 만년필 뚜껑은 금속 재질이라 튼튼하고, 적당한 무게감도 있습니다. 뚜껑 안쪽에 미세하게 남은 끈끈한 물질의 흔적은 이 낚싯줄을 고정하는 데 사용되었을 겁니다. 범인은 이 도구를 이용해 책상에 놓여 있던 윤 교수님의 열쇠를 낚아챘을 겁니다. 그리고 열쇠를 작은 창문을 통해 방 안으로 다시 밀어 넣은 다음, 책상에 떨어뜨렸을 겁니다. 그 후, 미리 확보해두었던 교수님의 열쇠로 안에서 문을 잠그고, 다시 그 열쇠를 만년필 뚜껑 도구로 집어 들어 열쇠 구멍에 넣고 돌렸을 겁니다.”

김 형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렇게 열쇠를 조작했다고요? 하지만… 열쇠는 그 상태로 그대로 꽂혀 있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네, 꽂혀 있었습니다. 범인은 열쇠를 조작하여 문을 잠그고 난 후, 마지막으로 열쇠를 원래 자리에 돌려놓는 척하며 열쇠 구멍에 꽂아두었을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낚싯줄을 회수하면 되는 거죠. 흙 바닥의 미세한 긁힌 자국은 범인이 그곳에 발을 딛고 올라섰을 때 남은 흔적이고요. 창문이 안에서 걸쇠로 잠겨 있었던 것은, 범인이 작업을 마친 뒤 마지막에 내부에서 창문을 닫고 나무 막대로 잠근 겁니다. 이 과정에서 낚싯줄과 만년필 뚜껑을 이용한 임시 도구를 회수하고, 낚싯줄 조각을 실수로 떨어뜨린 것이죠.”

서하는 설명을 마치고 다시 조용히 서재 별채를 응시했다. 얽히고설킨 실타래 같던 밀실의 비밀이 한 올 한 올 풀려나가자, 혼란스러웠던 현장은 비로소 하나의 논리적인 퍼즐 조각으로 맞춰지는 듯했다. 그의 차분한 목소리가 현장의 긴장감을 누그러뜨리고, 명확한 진실을 향해 한 걸음 내딛게 했다. 이윽고, 별채의 작은 창문으로 다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피할 수 없는 진실이 밝혀지고, 다시 평온이 찾아올 것 같은, 그런 희미한 기운이 별똥별 민박에 감돌았다.

“그럼… 범인은… 교수님을 가까이서 아는 사람이라는 거군요.” 김 형사가 땀 맺힌 이마를 닦으며 말했다.

서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책상 위에 널린 원고를 향해 있었다. 마치 그 안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될 것만 같은 깊은 눈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