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화: 황동빛 심연을 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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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배경:** 칠흑 같은 우주 공간. 무수한 별들이 반짝이는 가운데, 거대한 ‘증기선 갈레온 호’가 느릿하게 움직이고 있다. 육중한 황동빛 선체 곳곳에서는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톱니바퀴와 연결된 복잡한 기계 장치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뱃머리에는 태엽 감는 방식의 항성 지도가 부착되어 있고, 거대한 증기 추진기가 붉은 불꽃을 뿜어낸다.
**내레이션 (강 선장):**
우리는 심연을 가르는 탐험가들이다. 별들의 바다를 누비는 증기선, 갈레온 호. 태엽이 감기고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한, 우리의 항해는 멈추지 않는다. 미지의 심연 속에서, 우리는 오직 ‘발견’이라는 이름의 항구만을 찾아 나선다.
**[장면 2]**
**배경:** 갈레온 호의 함교. 중앙에는 거대한 황동판과 톱니바퀴로 이루어진 항해 콘솔이 자리하고, 여러 개의 증기 압력계가 틱틱거리며 움직인다. 유리창 너머로 아득한 별들이 보인다. 함교는 은은한 가스등 불빛과 기계음으로 가득하다.
**인물:** 강 선장 (40대 후반, 낡은 가죽 코트와 고글, 굳건한 표정), 서아 (20대 후반, 민첩하고 호기심 어린 눈빛, 정비복 위에 작은 공구벨트를 차고 있다), 박 기관장 (50대 중반, 기름때 묻은 작업복, 늘 불만이 가득한 듯한 인상), 윤 박사 (30대 초반, 단정한 연구복, 날카로운 지성미가 돋보인다).
**서아 (항해 콘솔 앞에서 스크린을 노려보며):**
선장님! 이거 보십시오! 또… 또 감지됐습니다!
**강 선장 (등받이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뭐라고? 이번엔 또 뭔가. 몇 번을 말했나, 서아. 단순한 우주 먼지나 행성 잔해라면 보고할 가치도 없다고. 우리의 연료는 공짜가 아니야.
**서아 (흥분한 목소리로):**
아닙니다! 이번엔 다릅니다! 분명히… 분명히 어떤 인공적인 신호입니다. 아주 희미하지만 규칙적이에요. 이 부근에선 처음입니다!
**강 선장 (콘솔로 다가와 서아 옆에 선다. 그의 고글 속 눈이 스크린을 응시한다):**
인공적이라고? 이 망망대해에서? 흥미롭군. 박 기관장!
**박 기관장 (함교 한쪽, 증기 파이프를 조이고 있다. 렌치를 떨어뜨리며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크으으읍! 또 뭐요! 이제 막 이 밸브를 잡아놨는데! 제발 멀쩡한 기계 좀 건드리지 마시쇼! 우리 배, 삐끗하면 증기 다 빠집니다!
**강 선장:**
새로운 신호가 감지됐다. 즉시 함선 엔진 가동 상태를 확인하고, 탐색 모드로 전환해라. 목표 지점까지 최단 거리로.
**박 기관장 (투덜거리며 작업복 소매로 이마의 땀을 닦는다):**
에휴, 또 어딜 가는 거야. 이 낡은 고물선이 언제까지 버틸지… 쳇, 알겠습니다요! (이내 고개를 돌려 증기압 조절 밸브를 힘껏 돌린다. 쉬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함선 전체가 미세하게 진동한다.)
**윤 박사 (평소 앉아있던 연구 콘솔에서 차분하게 다가온다):**
인공 신호라니, 흥미롭군요. 주파수 대역은요, 서아 씨? 혹시 알려진 문명권의 것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습니까?
**서아:**
아니요, 윤 박사님. 전혀 아닙니다. 이전에 기록된 어떤 신호와도 일치하지 않아요. 미약하지만, 어떤 패턴이 느껴집니다. 마치… 아주 오래된 장치가 발신하는 비정상적인 신호 같아요.
**강 선장 (스크린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결심한 듯 말한다):**
방향을 돌린다. 서아, 목표 지점 설정. 박 기관장, 최대 속도로! 우리는 이 미지의 신호가 무엇이든, 그 근원을 찾아낼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임무다.
**[장면 3]**
**배경:** 갈레온 호가 어두운 우주 공간을 가로지른다. 주변에는 희미하게 빛나는 성운의 파편들과 거대한 유성들이 천천히 떠다닌다. 갈레온 호의 황동빛 선체가 별빛을 받아 번쩍인다. 증기 추진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불꽃이 긴 꼬리를 그린다.
**내레이션 (강 선장):**
며칠간의 항해. 탐색 장치는 끊임없이 신호의 강도를 조절하며 우리를 이끌었다. 마치 거대한 바다의 표류물이 우리를 기다리는 것처럼.
**[장면 4]**
**배경:** 함교 내부. 여전히 분주하다. 서아의 얼굴에는 피로와 함께 기대감이 섞여 있다.
**서아 (스크린을 보며 눈을 비빈다):**
…선장님! 목표 지점입니다! 신호 강도, 최대치!
**강 선장 (고개를 끄덕인다):**
화면에 띄워라.
**서아 (능숙하게 조작한다. 메인 스크린에 희미한 형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이게… 뭡니까?
**[장면 5]**
**배경:** 메인 스크린에 확대된 영상. 거대한 암석 행성의 그림자 아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거대한 구조물이 보인다. 그것은 자연적인 형상과는 거리가 멀다. 마치 거대한 톱니바퀴와 정교한 관절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듯한 모습인데, 재질은 금속이라기보다는 알 수 없는 검은색 결정체와 황금빛 선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듯하다. 움직임은 없지만, 구조물 내부에서 미세한 빛들이 깜빡거리고 있다.
**윤 박사 (경악한 표정으로 입을 벌린다):**
세상에… 저것은…
**박 기관장 (평소의 투덜거림을 잊고 스크린을 멍하니 바라본다):**
맙소사… 저런 게 저런 데 숨어있었단 말이요?
**강 선장 (고글을 벗고 스크린에 더 가까이 다가간다. 그의 눈빛에 경외감과 함께 탐욕스러운 빛이 스친다):**
정체불명의… 외계 유물. 윤 박사, 저것의 구성 물질은 판독 가능한가?
**윤 박사 (다급히 자신의 콘솔로 돌아가 데이터를 분석한다):**
현재로선… 판독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내부에서 아주 미약한 에너지 흐름이 감지됩니다. 이 유성 지대의 자기장과는 전혀 다른… 고유한 에너지입니다.
**서아 (침을 꿀꺽 삼키며):**
저희… 접근할까요?
**강 선장 (오랫동안 침묵하다가 결심한 듯 묵직한 목소리로):**
물론이다. 이것이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 박 기관장, 탐사선 준비. 서아, 윤 박사. 나와 함께 내려간다.
**[장면 6]**
**배경:** 갈레온 호의 격납고. 소형 탐사선 ‘증기벌레 호’가 준비되어 있다. 증기벌레 호는 작은 황동빛 곤충처럼 생겼으며, 여러 개의 다리와 관측용 투명 돔을 가지고 있다. 강 선장, 서아, 윤 박사가 스팀펑크 스타일의 우주복을 착용하고 있다. 두꺼운 가죽과 황동 재질의 관절, 복잡한 증기 호스들이 연결된 이 우주복은 투명한 돔형 헬멧을 갖추고 있다.
**박 기관장 (탐사선을 점검하며):**
흐읍-! 가서 뭘 할 작정인지 모르겠지만, 조심들 하시쇼! 저게 뭔진 몰라도, 분명 심상찮은 물건일 겁니다! 무턱대고 건드리지 마시쇼! 우리 배, 저게 터지면 같이 폭삭합니다!
**강 선장 (헬멧을 착용하며):**
염려 마라, 박 기관장. 탐사는 신중하게 진행할 것이다. 함선 대기 명령.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언제든 즉시 후퇴할 수 있도록.
**윤 박사 (자신의 헬멧에 부착된 센서들을 점검한다):**
물론입니다. 어떤 물리적 접촉이든, 우선 면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서아 (어린아이처럼 들뜬 표정으로 헬멧을 착용한다):**
와… 드디어 미지의 유물을 직접 보는 건가! (강 선장을 보며) 선장님, 저 기대됩니다!
**강 선장:**
기대감은 좋다. 하지만 경계심을 늦추지 마라. 미지의 것은 늘 양날의 검과 같으니.
**[장면 7]**
**배경:** 어둠 속 거대한 유물 근처. 증기벌레 호가 조심스럽게 유물 표면에 착륙한다. 유물의 거대한 규모가 압도적으로 다가온다. 표면은 매끄럽고 차가운 검은 결정체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위로 황금빛과 은빛의 가느다란 선들이 복잡한 기하학적 문양을 이루고 있다. 문양 속에는 작은 톱니바퀴와 렌즈 같은 구조물들이 박혀 있어, 마치 거대한 시계 장치나 퍼즐처럼 보인다. 유물 내부에서 미약한 진동과 함께 아주 희미한, 낮은 윙- 하는 소리가 울리는 듯하다.
**서아 (탐사선 조종석에서 유물을 바라보며):**
크으으… 정말… 정말 아름답습니다. 고대 문명의 유물 같기도 하고, 살아있는 생명체 같기도 합니다.
**윤 박사 (헬멧 안에서 장비를 조작하며):**
표면 분석 결과, 예상대로 미지의 물질입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이 결정체의 배열이 특정한 에너지 파장을 증폭시키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마치… 거대한 송신기처럼요.
**강 선장 (우주복의 부츠가 유물 표면에 닿는 소리. 쿵- 쿵-):**
송신기? 무엇을 보내는 거지?
**윤 박사:**
그것까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이 유물의 내부에서 발산되는 에너지가 이 주변의 시공간을 미세하게 왜곡시키고 있다는 측정값이 나옵니다. 위험할 수 있습니다. 너무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서아 (이미 유물 표면의 복잡한 문양에 매료된 듯, 윤 박사의 말을 듣지 않고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이 문양… 뭔가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치 어떤 지도를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장면 8]**
**배경:** 서아가 유물 표면의 가장자리에 있는, 마치 거대한 스위치처럼 보이는 황금빛 문양에 손을 뻗는 순간.
**강 선장 (다급하게 외친다):**
서아! 멈춰!
**윤 박사 (경악하며):**
안 됩니다! 접촉하지 마세요!
**서아 (이미 손가락 끝이 문양에 닿았다):**
앗…!
**[장면 9]**
**배경:** 서아의 손이 유물에 닿는 순간, 유물 전체에서 눈부신 황금빛이 터져 나온다! 동시에 윙- 하는 소리가 거대한 굉음으로 변하며 우주 공간 전체를 뒤흔든다. 빛은 서아를 중심으로 마치 파문처럼 퍼져나가고, 주변의 별들과 성운이 일그러지는 듯한 시공간 왜곡 현상이 발생한다. 증기벌레 호가 심하게 흔들리고, 강 선장과 윤 박사는 비틀거린다.
**서아 (헬멧 안에서 비명처럼 외친다):**
이… 이건… 뭐죠?! 내 손이… 내 손이 유물에… 붙었습니다! 떨어지지 않아요!
**강 선장 (몸의 중심을 잡으려 애쓰며):**
서아! 무슨 일인가! 어서 떨어져!
**윤 박사 (데이터 패드가 미쳐 날뛰며 오류 메시지를 쏟아낸다):**
시공간 왜곡 수치! 위험! 위험! 전례 없는 에너지 방출입니다! 선장님! 당장 철수해야 합니다!
**[장면 10]**
**배경:** 유물에서 뿜어져 나온 황금빛이 마치 촉수처럼 서아의 팔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서아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황금빛으로 번뜩인다. 그녀의 우주복 위로 유물의 복잡한 문양들이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듯한 착각이 든다. 거대한 유물은 마치 깨어난 생명체처럼 맥동하기 시작하고, 그 맥동에 맞춰 주변의 우주가 거친 폭풍처럼 휘몰아친다.
**서아 (고통스러운 듯, 그러나 황홀한 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이… 이 소리… 내게… 말을 걸고 있어…
**내레이션 (강 선장):**
미지의 유물은 침묵을 깨고 우리에게 그 존재를 드러냈다. 황금빛 심연 속에서, 우리는 마침내 문을 열고 말았다. 이 문 너머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강 선장과 윤 박사의 경악에 찬 얼굴 클로즈업. 유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빛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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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