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 하이 판타지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숨 막히는 절벽과 칼날 같은 봉우리들이 하늘을 꿰뚫는 천상의 이빨 산맥. 그 중턱, 영원히 해가 들지 않는다는 검은 숲 속을 카이렌은 필사적으로 헤치고 있었다. 며칠 전 갑작스런 지반 붕괴로 길을 잃은 이후, 그의 유일한 동반자였던 나침반은 미쳐버린 듯 제멋대로 돌기 시작했고, 지도에 표시된 모든 길은 사라지거나 낯선 지형으로 변해버렸다.

“젠장… 여기가 어디지?”

축축한 흙냄새와 썩어가는 나뭇잎의 비릿한 향이 코를 찔렀다. 짙은 안개가 시야를 가렸고, 발밑에는 이끼 낀 돌뿌리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미 며칠째 물과 식량은 바닥난 지 오래. 허기보다 더 지독한 것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이었다. 이 숲은 살아있는 듯 꿈틀거렸다. 나무들의 그림자는 기괴한 형상으로 변해 그를 노려보는 것 같았고, 바람 소리는 잊혀진 저주의 주문처럼 들렸다.

카이렌의 왼쪽 팔목에는 깊은 긁힌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채 욱신거렸다. 어두운 덤불 속에서 불쑥 튀어나온 거대한 짐승의 발톱에 할퀴인 상처였다. 짐승의 정체를 제대로 확인할 새도 없이 정신없이 달아나다 도착한 곳은, 숲의 장막 너머로 어렴풋이 보이는 절벽이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하아, 하아… 죽을 수는 없어.”

절벽을 등진 채 주저앉았다. 희미하게 번지는 노을빛마저 숲의 짙은 그늘에 먹혀버린 시간. 어둠이 완전히 덮치기 전에 어떻게든 몸을 숨겨야 했다. 그때였다. 등 뒤의 절벽 아래, 덩굴과 흙더미로 뒤덮인 작은 틈새가 눈에 들어왔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주변 지형에 녹아들어 마치 원래부터 그곳에 없었던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카이렌의 날카로운 직감은 그곳이 단순한 틈새가 아니라는 것을 속삭였다.

조심스럽게 덩굴을 걷어내자, 사람 하나 겨우 들어갈 만한 어두컴컴한 구멍이 드러났다. 묘한 끌림에 홀린 듯, 그는 그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좁고 축축한 통로는 점차 아래로 깊숙이 이어졌다. 흙과 돌멩이들이 굴러 떨어지는 소리, 자신의 심장 박동 소리가 고요한 어둠 속에서 크게 울렸다.

얼마나 기어들어갔을까. 통로가 갑자기 넓어지더니, 발아래 굳게 다져진 돌바닥이 느껴졌다. 그리고 코끝을 스치는 희미한 흙먼지와 함께, 이끼 냄새, 그리고 아주 오래된 무언가의 냄새가 섞여 들어왔다. 카이렌은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그의 손에 쥐어진 낡은 랜턴은 겨우 미약한 불빛만을 깜빡이고 있었다.

랜턴 빛이 닿는 곳은 거대한 동굴이 아니었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돌로 이루어진 벽면, 그리고 돔형의 천장이 어렴풋이 드러났다. 자연적인 동굴이 아니었다. 인공적인, 그것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오랜 시간을 견뎌낸 건축물이었다.

“이런 곳에… 유적이?”

카이렌은 숨을 들이켰다. 발걸음마다 먼지가 풀썩이며 수천 년의 침묵을 깨뜨렸다. 벽면에는 알아볼 수 없는 고대의 상형문자들이 빼곡히 새겨져 있었다. 그의 기억 속 어떤 고문서에도 기록된 적 없는 문양들이었다. 그는 팔목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가 굳어붙어 시커멓게 변한 곳을 무심코 문질렀다.

통로는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아래로 계속 이어졌고, 마침내 넓고 둥근 중앙 홀에 도착했다. 랜턴 빛이 홀의 심장부에 닿자, 카이렌은 눈을 비볐다. 그곳에는 거대한 제단이 솟아 있었다. 흑요석 같은 검은 돌로 만들어진 제단은 세월의 무게를 견디며 고고하게 서 있었다. 제단의 표면에는 더욱 복잡하고 기괴한 문양들이 빼곡히 새겨져 있었는데, 랜턴 불빛이 닿자 마치 그림자가 꿈틀거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대체… 여긴 어디야?”

홀 안은 소름 끼칠 정도로 고요했다. 공기조차 정지된 듯, 단 한 점의 소리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침묵. 카이렌은 홀린 듯 제단으로 다가갔다. 제단 위에 놓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제단 그 자체가 어떤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다. 그의 심장이 불안하게 쿵쾅거렸다. 마치 심장이 제단과 공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그때였다. 욱신거리던 왼쪽 팔목에서 다시 피가 끈적하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거친 옷소매로 대충 닦아내려 했지만, 피는 멈추지 않고 흘러 제단 위에 툭, 하고 떨어졌다.

단 한 방울의 붉은 액체가 검은 제단을 적시는 순간, 홀 안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쉬이이이이익-**

공기 속에서 미약한 진동이 시작되었다. 제단 위에 새겨진 문양들이 아주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고, 이내 빛을 머금는 듯 희미하게 발광하기 시작했다. 푸른빛과 보랏빛이 뒤섞인 오묘한 빛이었다.

“뭐… 뭐지?”

카이렌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지만, 이미 늦었다. 피 한 방울이 스며든 제단이 흡수하듯 빛을 빨아들이더니, 홀 전체가 경고음처럼 울리기 시작했다. 제단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은 점점 강렬해져 카이렌의 눈을 멀게 할 지경에 이르렀다. 벽면에 새겨진 모든 상형문자가 동시에 불타오르는 듯 빛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낮고 깊은 울림이 홀을 가득 채웠다. 그것은 단순히 소리가 아니었다.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를 뒤흔드는 압도적인 진동이었다. 카이렌은 무릎을 꿇었다. 거대한 힘이 공간을 뒤틀어버리는 듯한 감각. 그의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제단의 중심에서 빛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마치 심해의 거대한 소용돌이처럼, 모든 빛과 어둠을 집어삼킬 듯 회전하며 위로 솟아올랐다. 그 빛의 소용돌이 속에서 형언할 수 없는 고대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존재의 근원을 뒤흔드는 순수한 마법의 힘이었다.

카이렌은 고개를 들었다. 빛의 기둥은 그의 시선을 꿰뚫으며 하늘로 솟구쳤다. 아니, 하늘이 아니라 이 유적의 천장을 꿰뚫고 어딘가로 향하는 듯했다. 그 순간, 빛의 기둥 속에서 형체가 어른거렸다. 거대한 그림자가, 혹은 너무나 강렬한 에너지가 뭉쳐진 무언가가 그에게 다가오는 듯했다.

그것은 압도적이고, 아름다웠으며, 동시에 치명적으로 위험했다. 카이렌의 몸이 저절로 떨리기 시작했다. 그의 팔목에서 흘러나온 피는 이제 제단 위에 스며들어 완벽하게 사라졌다. 대신, 그의 몸속 어딘가에서 뜨거운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감각이 밀려들었다.

귓가에 알 수 없는 고대의 언어가 속삭이는 듯했다.

_‘찾아냈다… 마침내…’_

누구의 목소리인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소리는 그의 영혼 깊숙한 곳을 뒤흔들었다. 빛의 소용돌이가 최고조에 달했다. 카이렌은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의 몸은 마치 거대한 중력에 짓눌린 듯, 제단 쪽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빛의 기둥이 그를 완전히 감쌌다. 온몸의 감각이 사라지고, 오직 순수한 에너지가 그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듯한 황홀경에 빠져들었다. 그의 눈앞에는 수천 년 전의 잊혀진 문명, 고대 마법사들의 찬란한 영광, 그리고 그들의 어두운 파멸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환상이 스쳐 지나갔다.

**콰아아아앙-!!!**

홀 전체를 뒤흔드는 폭발음과 함께, 빛의 소용돌이가 카이렌을 완전히 집어삼켰다. 그의 의식은 저항할 틈도 없이 심연 속으로 추락했다. 마지막으로 그가 느낀 것은, 온몸을 찢어발기는 듯한 고통, 그리고 동시에 영혼을 고양시키는 듯한 전율이었다.

고대의 마법이 깨어났다. 그리고 그 깨어난 마법의 힘은, 이제 카이렌이라는 새로운 숙주를 찾은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