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스릴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Chapter 1: 잿빛 도시의 그림자**

목마름이 혀끝을 사포처럼 긁어댔다. 마른 입술은 갈라져 피가 배어 나왔고, 먼지와 함께 씹히는 모래 알갱이는 위장을 더욱 뒤틀리게 했다. 세상은 온통 잿빛이었다. 하늘은 늘 그랬던 것처럼 탁했고, 지평선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잔해들은 거대한 짐승의 앙상한 뼈대 같았다.

나는 무너진 건물의 잔해 사이를 조심스럽게 헤치고 나아갔다. 발소리가 너무 크게 들릴까 봐, 아니, 내 발소리가 아닌 다른 소리가 들릴까 봐 귀를 쫑긋 세웠다. 여기는 살아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야만 하는 곳이다. 이 폐허에는 나 외의 생명은, 존재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만 내가 안전하다.

“젠장….”

낮게 욕설을 읊조렸다. 배낭은 텅 비어 있었다. 며칠 전 겨우 찾아낸 통조림 캔 하나가 전부였고, 그마저도 벌써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였다. 손에 든 녹슨 철근이 유일한 무기이자 지팡이였다. 며칠을 굶었더라? 사흘? 나흘? 이미 날짜를 세는 것조차 무의미해진 지 오래였다. 어차피 오늘 밤을 넘길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데, 과거의 시간이 무슨 소용일까.

고개를 들어 낡은 표지판을 응시했다. 글자는 알아볼 수 없게 훼손되었지만, 이곳이 과거 번화했던 상점가였음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유리창은 모두 깨져나가 앙상한 골조만 남은 건물들이 엿보는 눈처럼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 안 어딘가에, 아직 건질 만한 것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아주 작은 조각이라도, 한 모금의 물이라도.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눅눅한 흙먼지 냄새와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바닥에는 부서진 집기류와 알 수 없는 파편들이 뒤섞여 있었다. 한때 아름다웠을 진열대는 이제 흉측한 철골 덩어리에 불과했다. 나는 시선을 아래로 고정한 채 발자국 소리가 최대한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걸었다. 숨소리마저 삼키는 듯한 침묵이 나를 집어삼켰다. 바닥을 굴러다니는 작은 돌멩이조차 내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듯 요란하게 느껴졌다.

그때였다.

삭, 삭.

아주 미세한 소리. 너무 작아서 내 마른 귀가 잘못 들은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내 신경은 곤두섰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댔다. 분명히 들었다. 무엇인가가 끌리는 소리. 그것은 바람 소리도 아니었고, 무너지는 잔해 소리도 아니었다. 살아 있는 무언가가 내는 소리였다.

나는 즉시 몸을 웅크리고 가장 가까운 벽 뒤에 숨었다. 철근을 꽉 쥐었다. 손바닥에 땀이 흥건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어둠 속을 응시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소리는 멈췄다. 내가 너무 예민한 것일까? 이 황폐한 세상에서 나 혼자 남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없는 위협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일까?

아니.

다시 한번 삭, 삭. 이번에는 좀 더 가깝게, 그리고 좀 더 분명하게 들렸다. 내 착각이 아니었다.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저 안에 있다. 이곳에.

숨을 멈췄다. 철근을 든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어둠 속에서 움직임을 감지하려는 듯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그림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소리는 분명히 저 안쪽에서, 내가 막 들어온 곳의 더 깊숙한 곳에서 나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숨죽이고 기다렸다.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저 삭, 삭 하는 마찰음만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마치 무엇인가를 긁어내는 소리 같기도 했다. 아니면… 짐승이 먹이를 씹는 소리? 역겨운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나처럼 굶주린 사람이 먹을 것을 찾아 이곳에 들어왔고, 그가 무언가를 발견해 혼자 먹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혹은, 그들이 이곳을 차지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들’이란 누구인가? 살아남은 인간들? 아니면… 변이된 괴물들? 둘 중 어느 쪽이든 나에게는 위협이었다.

나는 벽에 바싹 몸을 붙인 채 조심스럽게 벽을 따라 이동했다.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아주 조금씩, 한 발자국씩. 죽음의 문턱을 걷는 듯한 기분이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다가가면 저 소리의 정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희미하게 퍼지는 빛과 함께, 어쩐지 눅진한 공기가 느껴지는 곳.

어둠이 짙게 깔린 복도 끝, 한때 사무실이었을 공간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찢어진 블라인드 사이로, 낡은 스탠드 불빛 같은 주황색 빛이 깜빡거렸다. 전기가 남아있을 리가 없다. 발전기를 돌리고 있는 건가? 그 말은, 저 안에 한두 명이 아니라는 뜻이다. 어쩌면 무리를 이루고 있는 걸지도.

심장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기이한 끌림이 있었다. 빛과 소리가 있는 곳. 그곳에 답이 있었다. 생존의 실마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끝이 될지도.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나는 그 끝이 어떤 형태든 상관없다는 위험한 생각까지 들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철근을 고쳐 쥐고, 천천히 블라인드 틈으로 눈을 가져갔다.

**찰칵.**

그때, 등 뒤에서 명확한 소리가 들렸다. 아주 가까이에서.
총기 공이치기가 당겨지는 소리. 금속이 맞물리는, 섬뜩한 찰칵 소리.

온몸의 피가 식는 기분이었다. 나는 뒤를 돌아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가진 건 녹슨 철근뿐이었고, 그들은… 총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나를 노리고 있었다. 저 안쪽의 소리가 미끼였을까? 아니면 내가 운이 없게도 딱 그들의 동선에 걸린 것일까?

“움직이지 마.”

낮고 거친 목소리가 등 뒤에서 속삭였다. 차갑고 날카로운 총구가 내 목덜미에 닿는 느낌이 생생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대로 끝인가.
고작 통조림 캔 하나를 찾아 헤매다, 이렇게 허무하게.

“네놈… 뭘 엿보고 있던 거지?”
목소리는 의심과 적의로 가득 차 있었다. 잔뜩 갈라진 목소리가 흡사 짐승의 으르렁거림처럼 들렸다.

나는 겨우 입을 열었다. 바싹 마른 목소리가 삑삑거렸다.
“아… 아무것도… 그냥… 길을 잃었을 뿐입니다.”
애원하는 목소리, 떨리는 어깨. 내 모든 몸짓이 겁에 질린 한 마리 짐승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 말에 상대방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총구는 여전히 내 목덜미를 파고드는 듯한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그들은 내가 거짓말을 하는지 아닌지 판단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아니면, 나를 어떻게 할지 망설이는 중일 수도 있었다. 이 폐허의 법칙은 간단했다. 약육강식.

갑자기, 등 뒤에서 느껴지던 압력이 사라졌다. 동시에 내 팔을 잡아채는 강한 손길이 느껴졌다. 나는 힘없이 끌려갔다. 저항할 힘도, 저항할 의지도 없었다. 그저 눈을 감고 끌려가는 대로 몸을 맡겼다.

어둠 속으로,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내 발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그리고 그들이 나에게 원하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차가운 공기 속에서, 나는 알 수 없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살아남는다는 것의 의미가 희미해져 가는 순간이었다.
나를 기다리는 것은 빛일까, 아니면 더 깊은 그림자일까.
그것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어쩌면 나 자신조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