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아르카나의 저편 (Arcana Beyond)
## 제13화: 지하실의 속삭임

어둠이 아르카나 마법학원을 삼키고, 별빛만이 창백하게 중앙 홀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비추던 밤이었다. 늦은 시간, 도서관에서 고대 마법학 서적을 뒤적이다 겨우 몸을 일으킨 세린은 텅 빈 복도를 걸었다. 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리는 학원의 밤은 늘 어딘가 으스스했지만, 오늘은 달랐다. 뼈 속까지 스며드는 듯한 서늘함, 그리고 아주 희미하게, 마치 지하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웅성거림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무슨 소리지…?”

세린은 마법학원 최고의 수재이자, 빛의 마법을 다루는 마법소녀, ‘루미너스 세라핌’이었다. 타고난 마력 감지 능력은 작은 마력의 흐름조차 놓치지 않았다. 지금 느껴지는 것은 단순한 잔향이 아니었다. 혼탁하고 불쾌한, 마치 진흙탕 속에 갇힌 듯한 마력의 파동. 그것은 교칙으로 엄금된 금기 마법과도 다른, 기분 나쁜 끈적임이었다.

발소리가 난 곳은 동관 끝,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고 알려진 오래된 수리용 통로 앞이었다. 늘 잠겨있던 육중한 철문은 오늘따라 아주 미세하게 열려 있었다. 틈새로 새어 나오는 어둠은 복도의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 속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분명 위험한 일이었다. 하지만 세린의 마법소녀로서의 본능, 그리고 타고난 호기심은 그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않았다.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조심스럽게 문을 밀었다. 삐걱이는 굉음이 정적을 깨고, 안에서 기다렸다는 듯 차가운 공기가 훅 끼쳐왔다.

계단은 끝없이 아래로 이어져 있었다. 축축하고 곰팡이 냄새가 났다. 벽에는 마력 램프가 드문드문 박혀 있었지만, 대부분은 고장 나 꺼져 있었다. 세린은 손을 들어 빛의 구슬을 소환했다. 연약한 빛은 길고 끈적한 그림자를 만들어냈고, 벽에 새겨진 정체불명의 문양들을 어렴풋이 드러냈다. 그것은 학원 내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고대 문자 같기도, 혹은 불길한 상징 같기도 했다.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갈수록, 그 웅성거림은 명확해졌다. 단순한 소리가 아니었다. 수많은 목소리가 뒤섞여 중얼거리는 듯한,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 그리고 그와 함께 진동하는, 끔찍하게 일그러진 마력의 파동. 세린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건… 대체 무슨 마법이야?”

계단의 끝, 거대한 석문이 나타났다. 육중한 문은 검은 마력으로 봉인되어 있었는데, 그 봉인은 단순히 잠그는 것이 아니라, 접근하는 모든 것을 거부하는 듯한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세린은 봉인을 해제하려 손을 뻗었다. 손끝에 닿는 순간, 차가운 전기가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봉인은 그녀의 빛의 마법과 상극인, 어둡고 뒤틀린 힘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순간, 석문 한가운데서 작은 균열이 생기더니, 틈새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다. 섬광처럼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 세린은 그 너머에 펼쳐진 광경을 보았다.

수십 개의 수정 기둥이 늘어서 있었다. 기둥들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맥동하며, 희미한 보랏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둥들 사이, 바닥에는 알 수 없는 문양들이 복잡하게 새겨져 있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그 기둥들 중 몇몇에 투명한 액체가 가득 찬 관이 연결되어 있었고, 그 관 안에는…

작고 연약한 그림자들이 보였다. 몸을 웅크린 채 미동도 하지 않는 존재들. 그것은 마치 잠들어 있는 듯했으나, 그 존재들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은 비명처럼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그 마력이 수정 기둥으로 빨려 들어가, 보랏빛으로 변해가는 것을 세린은 똑똑히 목격했다.

“이, 이건… 설마…!”

아르카나 마법학원의 명성은 최고 수준의 마법 교육과 엄격한 윤리 규정에서 비롯되었다. 마법을 긍지 높게 사용하고, 약자를 수호하는 마법소녀들의 산실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 지하에서 벌어지는 이 끔찍한 광경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마치 순수한 마력을 추출하고, 그것을 이용해 무언가를 만들어내려는 듯한 실험. 하지만 무엇을 위한? 그리고 희생되는 저 그림자들은 대체…

쿵!

갑자기 석문이 굉음을 내며 활짝 열렸다. 세린은 뒤로 휘청이며 주저앉았다. 열린 문 너머, 보랏빛으로 빛나는 수정 기둥들 사이로 한 인영이 서 있었다. 새하얀 학원 제복을 입고 있었지만, 등 뒤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은 지독하게 어둡고 차가웠다. 마치 얼음 칼날처럼 세린의 심장을 꿰뚫는 듯했다.

그 인영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빛의 구슬이 비추는 얼굴은 예상치 못한 인물이었다. 늘 온화한 미소를 띠고, 학생들에게 존경받던 학원장, ‘에델바이스 엘레노어’였다. 그녀의 얼굴은 평소와 다름없이 자애로웠지만, 눈동자만은 깊은 심연처럼 어두웠다.

“오랜만이다, 세린 학생.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구나.”

그녀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그 속에 담긴 압력은 세린의 몸을 짓눌렀다. 세린은 공포에 질린 채 학원장을 바라보았다. 학원장의 손에는 작은 은색 단검이 들려 있었다. 단검의 끝에는 희미한 보랏빛 마력이 서려 있었다.

“학원장님… 이게… 대체 무슨…!”

“이곳은 아르카나의 ‘심장’이란다. 학원의 모든 영광과 마력이 여기서 비롯되지.”

에델바이스 학원장은 단검을 든 손을 들어, 수정 기둥 중 가장 거대한 하나를 가리켰다. 그 기둥은 다른 것들보다 훨씬 더 강렬한 보랏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세린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그 거대한 기둥에 매달린 투명한 관 속에서 흐릿하게 보이는 실루엣이었다.

마치, 아주 작고 연약한, 날개 달린 요정 같은 존재의 실루엣이…

학원장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섬뜩할 정도로 차가웠다.

“안타깝구나. 네가 알 필요 없는 것을 너무 많이 보았어.”

그녀의 눈동자에서 보랏빛 섬광이 터져 나왔다. 세린은 온몸의 마력이 얼어붙는 듯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학원장 뒤편, 어둠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들이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마법 소환수도, 정령도 아니었다. 순수한 악의를 가진, 뒤틀린 존재들이었다.

“이제, 너도 이곳의 일부분이 되어야겠구나. 아르카나의 영원한 영광을 위해.”

은색 단검이 번뜩였다. 세린은 반사적으로 빛의 방패를 소환하려 했지만, 온몸이 마비된 듯 움직이지 않았다. 학원장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은 그녀의 빛을 완전히 짓눌렀다. 눈앞의 학원장은, 그녀가 알던 자애로운 교육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아르카나의 심장에 숨겨진, 차갑고 잔혹한, 오래된 금기의 화신이었다.
단검이, 무자비하게 세린의 심장을 향해 내려찍혔다.

* * *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