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탐험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강철이 부딪히는 굉음과 함께 벼락 같은 기운이 아레나를 찢었다. 무림맹의 심장부, ‘천위전(天威殿)’ 지하에 펼쳐진 거대한 원형 경기장은 이미 피와 땀으로 축축했다. 사방을 둘러싼 거대한 결계석은 쏟아지는 강기(罡氣)와 내공(內功)의 파동을 가까스로 막아내고 있었다.

경기장은 단순한 원형이 아니었다. 수시로 솟아오르고 가라앉는 바위 기둥, 맹독성 안개가 피어나는 균열, 날카로운 칼날이 튀어나오는 벽면… 그 자체가 하나의 살아있는 던전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중심에서 두 명의 고수가 천하의 운명을 걸고 격돌하고 있었다.

철혈문(鐵血門)의 장로 강호준(姜虎峻).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철혈기(鐵血氣)는 주변의 바위 기둥마저도 붉게 물들이는 듯했다. 그의 주먹질 한 번에 대지는 찢어지고 공기는 비명을 질렀다. 압도적인 힘, 오로지 파괴를 위한 무공. ‘철혈신의(鐵血神意)’가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담겨 있었다.

그의 맞은편에는 여린 실루엣의 여인이 서 있었다. 낙엽문(落葉門)의 유설아(柳雪雅). 그녀의 무공은 강호준과는 정반대였다. 바람처럼 가볍고, 낙엽처럼 유연하며, 눈송이처럼 치명적이었다. ‘천수설화(千手雪花)’의 절기로, 그녀의 손짓 한 번에 수십 장의 날카로운 기운이 눈보라처럼 쏟아졌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강호준의 맹렬한 공격에 밀려 끊임없이 후퇴하고 있었다.

콰아앙!

강호준의 팔꿈치가 허공을 꿰뚫고 지나간 자리에 유설아가 있었다. 그녀는 아슬아슬하게 몸을 틀어 피했지만, 발밑의 바닥이 거미줄처럼 갈라지며 푹 꺼졌다. 휘청이는 순간, 강호준의 주먹이 다시 한번 그녀의 명치를 노리고 쇄도했다.

“하찮은 잔재주로 언제까지 버틸 텐가! 네년의 그 가냘픈 몸뚱이로 감히 천하의 운명을 논하려 드느냐!”

강호준의 목소리는 쩌렁쩌렁한 쇠망치 소리 같았다. 맹렬한 기세에 유설아의 푸른 도포 자락이 격렬하게 휘날렸다. 그녀의 얼굴에는 이미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지만, 두 눈만은 얼음처럼 차갑고 흔들림이 없었다.

‘버텨야 해… 이곳에서 무너질 순 없어.’

그녀의 뇌리에 스승의 마지막 유언이 스쳐 지나갔다. ‘칠정비보(七情秘寶)’의 행방을 쥔 열쇠, 그리고 심연에서 깨어나려 하는 ‘마종(魔種)’을 봉인할 비술의 전승자 자격. 이 대회의 승자만이 그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마종이 완전히 깨어나면, 무림뿐 아니라 온 세상이 피로 물들리라. 유설아는 그 재앙을 막기 위해 나섰고, 낙엽문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잔재주라고? 노장님의 무쇠 주먹이 겨우 잔재주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유설아는 이를 악물고 반격했다. 그녀의 발끝이 바닥을 스치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남과 동시에, 허공에 수십 개의 푸른 잔영이 일렁였다. 천수설화의 진정한 묘미, 환영과 실체를 교묘하게 뒤섞는 보법이었다. 강호준의 시야가 혼란에 빠진 틈을 타, 유설아는 지면에 솟아오른 바위 기둥을 발판 삼아 허공으로 치솟았다.

“건방진 계집!”

강호준은 으르렁거렸다. 그의 거대한 몸이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유설아를 쫓아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거대한 바위 기둥이 그의 발아래에서 와르르 부서졌다. 파편들이 비수처럼 흩날렸지만, 유설아는 오히려 그 파편들을 이용했다.

촤라락!

그녀의 손짓 한 번에 수십 개의 돌 파편이 강호준을 향해 맹렬하게 쇄도했다. 단순한 파편이 아니었다. 유설아의 내공이 실린 돌조각들은 강철을 꿰뚫는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흥! 하찮은 돌멩이들!”

강호준은 비웃으며 철혈기로 온몸을 감쌌다. 파편들이 그의 몸에 부딪히자 탕탕 튕겨 나갔다. 그러나 그 순간, 유설아가 허공에서 방향을 틀었다. 그녀의 몸은 마치 깃털처럼 가벼웠다. 독성 안개가 피어나는 경기장 가장자리의 균열을 향해 그녀는 망설임 없이 몸을 날렸다.

“저곳으로 뛰어들 참이냐! 독기에 죽고 싶어서 환장했군!”

강호준은 당황했다. 저곳의 맹독은 아무리 그라도 꺼려지는 곳이었다. 하지만 유설아는 망설임이 없었다. 그녀는 균열 속으로 몸을 던졌다. 푸른 도포 자락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순간, 강호준은 거대한 바위 기둥을 발로 차 벽면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가 유설아를 따라 균열 속으로 뛰어들려는 찰나였다.

쩌어어억!

벽면에서 날카로운 강철 칼날이 튀어나와 그의 옆구리를 스쳤다. 철혈기로 단련된 그의 몸에 깊은 상처는 아니었지만, 옷자락이 찢어지고 한 줄기 피가 흘러내렸다. 강호준은 멈칫했다. 이 던전 같은 경기장은 잠시도 방심할 수 없었다.

“하하하! 잘한다, 유설아!”

관중석 한켠, 조용히 경기를 지켜보던 한 사내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의 이름은 운월(雲月). 검은 도포를 두른 그의 두 눈은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깊었다. 그는 유설아의 목숨을 건 도전을 예견이라도 한 듯, 여유로운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독성 안개 속으로 사라진 유설아의 자리를 훑었다. 잠시 후, 안개 속에서 한 줄기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쉬이이이이익!

섬광은 맹렬한 속도로 강호준의 등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유설아의 비장의 무기, 독기를 흡수하여 더욱 강화된 ‘설화비수(雪花飛手)’였다. 그녀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은 마치 수천 개의 칼날이 동시에 쇄도하는 듯했다.

“크아아악!”

강호준은 미처 피할 틈도 없이 등에 설화비수를 맞았다. 그의 철혈기갑이 파괴되고, 수십 개의 자상(刺傷)이 동시에 터져 나오며 선혈이 낭자했다. 그는 비틀거리며 무릎을 꿇었다. 그의 강렬했던 철혈기가 급속도로 약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안개 속에서 유설아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녀의 몸은 독기에 조금도 영향을 받지 않은 듯 멀쩡했다. 오히려 그녀의 눈빛은 더욱 섬뜩하게 빛나고 있었다. 낙엽문의 비전, 독기를 다루는 기묘한 내공심법이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었던 것이다.

“하… 하찮은 잔재주라… 크윽!”

강호준은 겨우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다리에 힘이 풀려 다시 주저앉았다. 그는 패배를 인정할 수 없다는 듯 유설아를 노려보았다.

“이번 대회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거대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감히… 이깟 재주로… 어찌 감당하려느냐!”

그의 경고는 유설아의 귀에 닿지 않는 듯했다. 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강호준에게 다가섰다. 그리고 그의 목에 천수설화의 기운을 서렸다.

“당신이 감당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노장님.”

싸늘한 목소리와 함께 유설아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이 강호준의 혈도(穴道)를 정확히 짚었다. 그의 몸에서 힘이 완전히 빠져나가며, 강호준은 털썩 주저앉았다.

경기장의 정적을 깨고 심판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철혈문 강호준, 전투 불능! 승자는 낙엽문 유설아!”

환호성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유설아는 승리했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기쁨의 미소 대신 깊은 불안감이 서려 있었다. 강호준의 마지막 경고, 그리고 그가 숨기고 있던 무언가가 그녀의 마음을 짓눌렀다.

운월은 다시금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시작인가… ‘진정한’ 싸움은.”

그의 시선은 승리한 유설아를 넘어, 경기장 너머의 어둡고 깊은 심연, 마종이 잠들어 있는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미소는 이내 사라졌다. 그의 눈에 비친 것은 경기장 상공, 결계석 너머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거대한 균열의 그림자였다.

마치, 누군가가 결계를 억지로 열어젖히려는 듯…

천위전 전체가 미세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