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 액션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차가운 금속 냄새가 코를 찔렀다. 콕핏 안은 전술 디스플레이의 푸른빛으로 가득했지만, 강하준의 눈은 그 너머의 암흑에 집중해 있었다. 거대한 제국의 에너지 전송 허브. 그 심장부에 자신들의 ‘파수꾼’ 한 기가 숨을 죽이고 있었다. 주먹을 쥐었다 펴자, 신경 증폭 슈트의 미세한 전류가 손끝을 타고 올랐다.

“하준. 현재 위치, 제국군 제3방어구역 경계선 통과 확인.”
서윤의 목소리가 통신망을 타고 흘렀다. 언제나 침착하고 이성적인 그녀의 목소리에도 미세한 긴장이 묻어났다.
“방벽 센서가 우리를 놓쳤어. 역시 ‘그놈’들이 만들어낸 스텔스 코팅은 제국 기사단조차 간파할 수 없군.”

강하준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놈’들이라 함은, 자신들과 함께 이 비참한 싸움을 이어가는 그림자 속의 기술자들이었다. 평민 출신이란 이유로 제국 학술원에서 쫓겨났지만, 그들의 천재성은 제국의 어떤 기술보다도 빛났다.

“하지만 서윤, 저 방벽은 단순한 센서망이 아니잖아.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야.”
강하준의 파수꾼, ‘새벽별’은 바닥에 바싹 엎드린 채 거대한 파이프라인의 그림자 아래 숨어 있었다. 그들이 목표로 삼는 것은 지상 수백 미터 상공에 떠 있는 거대한 구조물이었다. 제국 수도 ‘엘도르’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핵심 허브이자, 동시에 반란군의 어떤 움직임도 탐지하고 방해하는 전파 방해 시스템의 본부.

“정확해. 목표 허브까지 남은 거리는 약 1200미터. 공중 경비정이 3분 간격으로 순찰 중이야. 허브 외벽에는 정체불명의 방어막이 쳐져 있어. 우리의 정보로는 확인되지 않았던 거야.”
서윤의 목소리가 한층 날카로워졌다. 전술 디스플레이에 붉은 경고등이 깜빡였다.

“젠장, 또 예상 밖인가.”
하준은 조이스틱을 꽉 쥐었다. 제국은 언제나 자신들의 예상보다 한 발짝 더 앞서 있었다. 아니, 그들은 가진 게 많았으니 그저 자신들의 모든 것을 쏟아부을 뿐이었다. 이 싸움은, 결국 가진 자들과 빼앗긴 자들의 피비린내 나는 격돌이었다.

“일단 접근해봐. 방어막의 종류를 파악해야 해. 새벽별의 스펙트럼 분석 장비라면 가능할 거야.”
“알겠어. 나 간다.”

새벽별의 육중한 몸체가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거대한 파이프라인의 그림자를 따라, 마치 밤의 유령처럼 소리 없이 전진했다. 엔진음을 최대한 억제했지만, 파수꾼의 모든 부품은 미세하게 진동하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쉬이이익…**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는 경비정의 그림자. 새벽별은 순간 움직임을 멈추고 고요히 대기했다. 금속성 마찰음 하나 허용하지 않았다. 평민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이 기체는, 그 어떤 제국 기사단의 기체보다도 세밀하고 정교했다. 생존을 위해 모든 것을 갈아 넣었으니까.

경비정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한 하준은 다시 움직였다.
**타겟, 전방 300미터.**
디스플레이에 거대한 허브의 실루엣이 선명하게 잡혔다. 그리고 그 주위를 감싸고 있는, 육안으로는 식별 불가능한 미세한 아지랑이. 저것이 새로운 방어막인가.

“스펙트럼 분석 시작. 출력 최대로.”
하준이 명령하자, 새벽별의 머리 부분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와 허브의 외벽으로 향했다.
**‘지지직…’**
수집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서윤에게 전송했다.

“분석 결과… 하준, 이건…!”
서윤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당황을 드러냈다.
“뭐야? 또 무슨 이상한 걸 만들어냈는데?”

“초고밀도 플라즈마 방어막이야. 평범한 무기로는 흠집조차 낼 수 없어. 아니, 흠집을 내기는커녕… 접촉하는 순간 모든 에너지를 흡수하고 증폭시킬 거야. 즉사다.”
하준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이 모든 작전은 이 허브를 파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플라즈마 방어막이라니. 그건 기성 제국군 기술로도 최상위에 속하는 방어 체계였다. 빈민굴에서 겨우 명맥을 잇는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었다.

“젠장… 그럼 이건… 함정인가?”
“아니, 그럴 리 없어. 허브 자체의 방어 시스템일 뿐이야. 하지만… 이걸 뚫을 방법이…”
서윤의 목소리가 잠시 끊겼다. 그때였다.

**‘삐이이익! 삐이익!’**
갑작스럽게 전술 디스플레이에 붉은 경고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허브 상공에서 여러 개의 붉은 점들이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하준! 들켰어! 제국군 강철 거신 편대다! 무려 셋!”
“벌써?! 망할, 대체 뭘로…!”
하준은 급히 새벽별을 일으켜 세웠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세 기의 거대한 제국 기사단 기체, ‘강철 거신’이었다. 암회색의 육중한 몸체, 어깨에 장착된 플라즈마 캐논, 그리고 냉혹하게 빛나는 붉은색 센서 아이. 그들은 이미 새벽별을 향해 강렬한 조준 레이저를 쏘아 보내고 있었다.

“도망쳐! 하준!”
서윤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지만, 하준은 이미 조이스틱을 꺾고 있었다. 도망칠 곳은 없었다. 허브의 플라즈마 방어막이 뒤를 막고, 정면에는 세 기의 강철 거신이 진을 치고 있었다.

“도망칠 곳이 없으면… 부딪쳐야지!”
하준은 새벽별의 추진기를 최대로 개방했다. **‘콰아앙!’** 굉음과 함께 새벽별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동시에 어깨에 장착된 미니건이 불을 뿜었다.

**‘타타타타탕!’**
제국 강철 거신들은 하준의 기습적인 반격에 잠시 주춤했지만, 이내 육중한 몸을 움직여 반격에 나섰다.

**‘콰아아앙! 콰앙!’**
플라즈마 포탄이 새벽별이 방금까지 있던 자리를 갈랐다. 열기가 콕핏까지 전해지는 듯했다. 하준은 지형지물을 이용해 회피 기동을 펼쳤다. 거대한 파이프라인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고, 구조물 사이를 쏜살같이 빠져나왔다.

“하준! 제1거신, 측면 플라즈마 캐논 준비 중!”
서윤의 경고에 하준은 몸을 비틀어 기체를 틀었다.
**‘쉬이이이잉- 콰앙!’**
새벽별의 날개를 스쳐 지나간 플라즈마 포탄이 뒤편의 파이프라인을 그대로 녹여버렸다.

“이대로는 안 돼… 너무 강력해!”
강하준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강철 거신 한 기를 상대하는 것도 버거운데 셋이라니. 자신들의 파수꾼은 게릴라전과 기습에 최적화되어 있었지, 정면 대결에서 강철 거신을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체가 아니었다.

“방법을 찾아야 해, 서윤! 저 플라즈마 방어막, 혹시 약점이 없을까? 에너지 공급원이라든지…!”
“기다려! 데이터 재분석 중…! 이 방어막은 무수히 많은 소형 에너지 코어가 외부에서 에너지를 공급받아 작동하고 있어! 저 코어들을 파괴하면…!”

“코어 위치는?!”
“너무 작아! 제국 기술자들이 아주 교묘하게 숨겨놨어. 육안으로는 식별 불가능해! 그리고 시간이 없어, 하준! 저들은 이미 너를 포위하고 있어!”

말 그대로였다. 두 기의 강철 거신이 새벽별의 퇴로를 막았고, 나머지 한 기가 정면에서 맹렬한 포화를 퍼부었다. 새벽별은 거대한 쇠사슬에 묶인 것처럼 움직임이 둔해졌다.

“젠장! 내가 여기서 죽으면… 우리 모두 죽는 거야!”
하준은 이를 악물었다. 그들의 모든 것이 이 작전에 달려 있었다. 이 허브를 파괴해야만, 제국 수도의 방어망에 치명적인 구멍을 낼 수 있었다. 그래야만 다른 반란군 세력들이 움직일 수 있었다.

“기다려, 하준! 잡았어! 메인 에너지 코어의 위치를 찾았다! 허브 최상단 중앙부, 표면으로부터 30미터 안쪽! 하지만… 저걸 어떻게…!”

“고맙다, 서윤!”
하준은 더 이상 듣지 않았다. 메인 코어의 위치를 확인한 순간, 그의 머릿속에 하나의 계획이 번뜩였다. 무모하고, 위험하며, 성공 확률이 지극히 낮은 미친 계획. 하지만 유일한 탈출구였다.

“각오해라, 이 빌어먹을 제국 놈들!”
새벽별의 추진기가 다시 한번 포효했다. 이번에는 정면의 강철 거신을 향해서가 아니었다. 하준은 새벽별을 허브의 거대한 외벽으로, 플라즈마 방어막이 쳐져 있는 그곳을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시켰다.

“하준! 안 돼! 자살 행위야! 네 기체가 녹아내릴 거라고!”
서윤의 비명이 통신망을 찢었다. 하지만 하준은 이미 결심한 얼굴로 조이스틱을 붙들고 있었다.

“내가 죽더라도… 이 지긋지긋한 제국의 목줄은 끊고 간다!”
강철 거신들이 미처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새벽별은 이미 플라즈마 방어막 코앞에 다다랐다. 아지랑이처럼 보이던 방어막은 가까이서 보니 거대한 불꽃의 폭풍처럼 맹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메인 플라즈마 캐논, 오버로드! 최대로! 목표, 방어막!”
하준은 새벽별의 모든 에너지를 집속형 플라즈마 캐논에 쏟아부었다. 콕핏 안의 모든 시스템에 과부하 경고등이 요란하게 울렸다. 기체가 터져나갈 것 같은 압력과 진동이 하준을 덮쳤다.

“죽어라!”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새벽별의 플라즈마 캐논에서 뿜어져 나온 거대한 빛의 기둥이 플라즈마 방어막과 격렬하게 충돌했다. 상쇄되는 에너지와 증폭되는 에너지가 뒤섞이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주변의 제국 강철 거신들도 충격파에 휘말려 휘청거렸다.

하지만 하준의 계획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방어막과 플라즈마 캐논의 충돌로 발생한 순간적인 에너지 불안정. 바로 그 틈이었다. 새벽별은 자신의 모든 방어막을 뚫고, 외피의 일부가 녹아내리는 것도 개의치 않은 채, 그 폭발의 중심을 꿰뚫고 허브의 외벽으로 돌진했다.

**‘크아아아악!’**
타오르는 듯한 고통이 전신을 덮쳤지만, 하준은 이를 악물고 눈을 부릅떴다. 이제 목표는 단 하나, 허브 내부의 메인 코어였다.

**‘쿠구구궁! 콰과광!’**
새벽별이 플라즈마 방어막을 뚫고 허브 외벽에 격돌하자, 거대한 허브 전체가 요동쳤다. 제국 강철 거신들은 경악한 채 멈춰 섰다. 저건 자살이다. 미친 짓이다.

하지만 하준은 죽지 않았다. 겨우 내부로 진입한 새벽별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외피는 녹아내렸고, 내부 시스템은 과열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러나 콕핏 안의 하준의 눈은 광기로 번뜩이고 있었다.

**‘제국 놈들… 너희의 시대는 끝났다!’**
디스플레이에 나타난 메인 코어를 향해, 새벽별은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짜내 돌진했다.
“메인 코어, 파괴한다!”

그리고 그때, 허브 내부의 어둠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새벽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압도적인 크기. 마치 밤하늘을 통째로 집어삼킨 듯한 검은색 외장. 그 어떤 제국군 자료에도, 반란군의 첩보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미지의 기체.

그리고 그 기체의 어깨에 새겨진 문양은, 제국 기사단 중에서도 극히 일부의 최고위 사령관에게만 허락된, 제국의 심장을 상징하는 문장이었다.
압도적인 위압감.
새벽별이 메인 코어에 근접하는 순간, 미지의 기체가 번개처럼 움직였다. 거대한 칼날이 섬광처럼 번뜩였다.

“하준! 위험해!”
서윤의 경고와 동시에, 새벽별의 콕핏에 모든 경고등이 최고조로 울려 퍼졌다. 하준은 본능적으로 조이스틱을 꺾었지만, 이미 늦었다.

**‘피이이이익-!’**
밤하늘을 가르는 끔찍한 파열음과 함께, 새벽별의 팔 한쪽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것은, 거대한 검은 기체에 타고 있던, 냉혹한 눈빛의 그림자였다.

“평민 주제에… 감히 제국의 심장을 건드리려 하다니.”
차가운 목소리가 통신망을 통해 하준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그것은 명령이나 경고가 아닌, 마치 벌레를 내려다보는 듯한 멸시와 경멸이 가득 담긴 목소리였다.

하준의 피가 차갑게 식었다. 이들은… 대체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던 것인가.
이 작전은, 처음부터 자신들의 손아귀를 벗어나 있었던 것인가.
모든 것이, 제국의 함정이었단 말인가.

그는 피 묻은 손으로 조이스틱을 꽉 쥐었다. 부서진 기체의 콕핏 안에서, 그의 눈동자는 절망 대신 타오르는 불꽃을 품고 있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