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 하이 판타지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우주선 ‘고요의 추적자’는 광활한 심우주의 검은 심장을 가르며 나아갔다. 수천 년 된 별들의 잔해와 태어나지 않은 성운의 미약한 흔적들만이 허공에 흩뿌려진 길이었다. 함선 내부, 캡틴 강준은 메인 브릿지 중앙 홀로그램 디스플레이에 투영된 항로를 묵묵히 응시했다. 그는 거친 운명처럼 깊게 패인 미간을 찌푸린 채, 마치 망망대해를 홀로 헤쳐 나가는 노련한 선장처럼 불안한 침묵을 견디고 있었다.

“캡틴, 벌써 몇 주기째 같은 패턴입니다. 탐사 범위는 갈수록 넓어지는데, 돌아오는 건 미지의 잡음뿐이네요.”
수석 항해사 이선우가 그의 옆으로 다가와 피로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의 눈은 핏발이 서 있었지만, 여전히 날카로운 지성미를 잃지 않고 있었다.

강준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젓는 대신, 낡은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차갑게 식어버린 액체는 쓴맛만을 남겼다. “이선우, 우리는 그저 길을 가고 있는 게 아니야. 길을 만들고 있는 거지. 아직 포기할 단계가 아니야.”

그때였다. 조용한 브릿지를 찢는 듯한 경보음이 울렸다. 통신 장교 미나가 황급히 스크린을 조작했다.
“캡틴! 미지의 에너지 반응 감지! 정체불명입니다! 기존 데이터베이스에 없습니다!”

강준의 눈이 번뜩였다. 그는 순식간에 메인 홀로그램으로 다가갔다. “어디서? 어떤 종류의 반응이지?”

미나의 손가락이 빠르게 허공을 스쳐 지나갔다. 홀로그램의 별 지도가 순간 확대되며 한 지점을 붉게 표시했다.
“여기입니다! 이 섹터는… 기록상 아무것도 없어야 할 곳인데… 에너지 파장은 극도로 미약하지만, 그…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마치, 죽은 별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지막 비명 같다고 할까요?” 미나는 경이와 두려움이 뒤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강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우주선이 이 먼 곳까지 온 목적, 그것은 바로 ‘미지’를 찾는 것이었다. 수많은 이론과 가설 속에서, 인류는 언제나 ‘고대 문명의 흔적’을 쫓았다. 그리고 지금, 바로 그 흔적이 그들을 부르는 것 같았다.

“궤도를 수정해. 저 반응원을 향한다. 접근 각도는 최대로 유지하고, 모든 센서를 동원해 추가 정보를 수집해.” 강준의 목소리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선우가 잠시 주저했다. “캡틴, 너무 위험합니다. 어떤 종류의 함정일 수도…”

“만약 함정이라면,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종류의 힘일 거야. 피하든 마주하든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걸세.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 온 이유가 있지 않나?” 강준은 선우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우리는 답을 찾으러 온 거야.”

며칠 후, 고요의 추적자는 미지의 에너지 반응원에 거의 다다랐다.
브릿지의 모든 승무원들은 숨을 죽인 채, 메인 뷰스크린에 집중했다. 광학 망원경이 포착한 희미한 영상이 서서히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세상에…” 미나가 넋을 잃은 듯 중얼거렸다.
그것은 존재 자체가 불가능해 보이는 것이었다.

“이게… 뭐야…?” 선우마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뷰스크린에 나타난 것은 거대한 암흑이었다. 아니, 암흑이라기보다는, 모든 빛을 집어삼키는 듯한 ‘공간’ 자체였다. 그 크기는 소행성군 전체를 가릴 정도였으며, 육각형의 기하학적 형태로 이루어져 있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그 거대한 구조물에서 어떠한 반사광도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러나 분명히 그곳에 있었다.

“스캔 결과 보고해!” 강준이 명령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흥분과 전율이 뒤섞여 있었다.

미나가 떨리는 손으로 스크린을 조작했다. “에너지 파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측정 불가능 수준… 표면 재질은… 알 수 없음. 모든 센서가 먹통이 됩니다! 빛을 흡수하고, 중력을 왜곡하고 있어요! 함선의 자체 중력 센서가 오류를 일으킵니다!”

“전투 태세 준비! 보호막 최대로 올려!” 선우가 황급히 외쳤다.

하지만 캡틴 강준은 그저 뷰스크린의 ‘그것’을 응시할 뿐이었다. 육각형의 거대한 검은 물체는 마치 우주의 심장에서 솟아난 듯한 고대 신전 같았다. 시간도 공간도 초월한 듯한 위압감. 그것은 단순한 외계 유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류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넘어선, ‘존재’ 그 자체였다.

갑자기, 유물의 표면에서 미세한 균열이 시작되었다. 검은 표면이 마치 굳은 강철처럼 금이 가더니, 그 틈새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푸른색의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빛이라기보다는, 냉기로 가득 찬 별의 심장처럼 차갑게 타오르는 에너지였다.

“캡틴! 유물에서 반응이 옵니다! 미확인 파장이… 우리 함선의 시스템과 공명하고 있어요!” 미나가 비명을 질렀다. “통신이 마비되고 있습니다!”

함선 전체가 떨리기 시작했다. 엔진이 비명을 지르고, 내부의 모든 불빛이 깜빡였다.
그리고 그 푸른 섬광 속에서, 유물의 중앙 육각형 판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문이었다.

어디로 향하는지도 알 수 없는, 무한한 심연으로 이어지는 듯한 검은 문. 문이 열리자, 안쪽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중력과 함께 형언할 수 없는 소리가 브릿지 전체를 휘감았다. 그것은 언어도 아니었고, 음악도 아니었다. 그저 ‘의지’였다. 오래된, 너무나도 오래된 존재의 부름이었다.

강준은 넋을 잃은 듯 문을 응시했다. 그의 심장이 거대한 북소리처럼 울렸다.
(이것이… 우리가 찾던 답인가? 아니면…)
그의 눈에 광기가 스쳤다. 수천 년간 인류가 꿈꿔왔던 미지의 존재. 우주의 심장에 감춰진 비밀.
그것이 지금, 그들 앞에 스스로 문을 열어젖히고 있었다.

“캡틴! 위험합니다! 함선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거예요!” 선우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빨리 후퇴해야 합니다!”

하지만 강준은 듣지 못했다. 그의 시선은 오직 저 거대한, 검은 문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 안에서 무언가가 그를 부르고 있었다. 태초의 속삭임처럼, 운명의 메아리처럼.

“전진.” 강준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차분했다. 그러나 그 안에는 거대한 폭풍이 일렁이고 있었다. “우리는 여기에 도착했고, 문은 열렸다. 이제 들어가야 할 시간이다.”

고요의 추적자는, 거대한 검은 문이 토해내는 심연의 중력 속으로, 주저 없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