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밤의 장막이 찢어진 지 어언 3년. 세상은 잿빛으로 물들었고, 살아있는 시체들이 거리를 지배했다. 우리는 그저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벌레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오늘, 이 지독한 역병이 시작된 이후 단 한 번도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새로운 문이, 그것도 인류의 멸망보다 훨씬 더 오래된 문이 열릴 참이었다.

“젠장, 민아! 이거 진짜 맞냐? 여기가 우리가 찾던 곳이라고?”

태오의 거친 숨소리가 어두컴컴한 지하 통로에 울려 퍼졌다. 그의 손에 들린 낡은 손전등이 흔들릴 때마다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가 줄어들기를 반복했다. 축축한 공기에서는 곰팡이와 흙먼지, 그리고 알 수 없는 쇠 비린내가 뒤섞여 역한 냄새를 풍겼다. 우리는 수 주간의 고된 여정 끝에 폐허가 된 도시 지하에 숨겨진, 전설처럼 전해지던 고대 유적의 입구를 찾아낸 참이었다. 혹시 모를 보급품이나, 아니면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을 작은 단서라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희망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

“지도를 봐서는… 맞는 것 같아. 하지만 너무 깊어. 그리고 이 냄새는… 뭔가 익숙지 않아.” 지혜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녀는 낡은 태블릿에 저장된, 해독 불가능한 고대 문자와 알 수 없는 기호들로 가득한 지도를 응시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 지도를 한 무리의 군용 좀비들을 겨우 따돌리고 얻었다. 그때부터 이미 평범한 물건이 아닐 거라는 예감이 들었지만, 이런 미친 곳으로 인도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나는 낡은 소총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손잡이의 차가운 금속이 불안하게 땀에 젖은 손바닥에 닿았다. “최소한 여기엔 놈들은 없을 거야. 햇빛도 없는 이런 지하 깊숙한 곳까지 내려올 리 없잖아.” 애써 침착하려 했지만, 심장은 이미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이 곳은 놈들보다 더 으스스했다. 마치 살아있는 무엇인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통로는 점차 좁아지고,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길의 끝에 거대한 철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녹슨 문은 한눈에 봐도 수천 년은 되어 보이는 고색창연한 문양들로 뒤덮여 있었다. 문 중앙에는 거대한 원형 홈이 파여 있었고, 그 안에 손바닥만 한 붉은색 수정이 박혀 있었다. 수정은 희미하게,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붉은 빛을 내뿜고 있었다.

“세상에… 이건 또 뭐야?” 태오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의 눈은 놀라움과 함께 살짝 두려움에 잠겨 있었다.

“이게… 지도에 표시된 ‘심장의 방’인가? 크리스탈… 분명 ‘태양의 심장’이라고 적혀 있었어.” 지혜가 태블릿을 내밀었다. 지도에는 이 문이 그려져 있었고, 그 중앙에 붉은 수정이 박힌 그림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알 수 없는 문자로 ‘태양의 심장,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수정에 손을 뻗었다. 손끝이 수정에 닿자마자, 차가운 돌덩이에서 예상치 못한 미지근한 온기가 전해졌다. 동시에 머릿속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마치 수많은 목소리가 한꺼번에 속삭이는 듯한, 그러나 명확한 의미는 알 수 없는 소리였다. 어지러움과 함께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그 순간, 멀리서부터 둔탁한 진동이 느껴졌다. 처음엔 미약했지만, 이내 지축을 흔들 듯한 굉음으로 변해갔다.

“젠장! 무슨 소리야?” 태오가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저 위쪽에서… 통로가 무너지고 있어! 놈들이야! 여기까지 쫓아온 거야!” 지혜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콰아아앙!

거대한 굉음과 함께 우리가 들어온 통로의 입구가 무너져 내렸다. 먼지구름이 삽시간에 시야를 가렸고, 그 사이로 섬뜩한 신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놈들이었다. 우리의 은신처를 찾아낸, 굶주린 시체들.

“이런 개 같은 경우! 막다른 길이야! 이제 어떻게 해?” 태오가 패닉에 빠져 주변을 둘러봤다. 그의 손에 들린 총이 허공에서 흔들렸다.

나는 수정에 닿았던 손을 급히 거두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수정은 내가 손을 떼자마자 더욱 강렬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붉은 빛이 문양을 따라 흐르더니, 이내 거대한 철문 전체를 뒤덮었다. 문양이 새겨진 홈에서 빛의 실타래가 뻗어 나와 천장과 벽면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민아! 대체 뭘 한 거야?” 지혜가 경악하며 소리쳤다.

그때, 먼지구름 사이로 놈들의 그림자가 보였다. 덩치 큰 변종 좀비, ‘군인’이었다. 근육질의 몸은 터질 듯 부풀어 있었고, 뼈가 튀어나온 팔다리는 길고 날카로운 손톱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녀석은 굶주린 포효를 내지르며 우리를 향해 돌진했다. 녀석의 발소리가 지하 통로를 진동시켰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다시 수정에 손을 뻗었다. 손끝이 붉게 빛나는 수정에 닿는 순간, 아까보다 훨씬 더 강렬한 진동이 온몸을 관통했다. 내 몸속을 흐르는 피가 끓어오르는 것 같았고, 심장이 미친 듯이 박동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변했다.

돌진하던 군인 좀비가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지구름 속을 뒹구는 자갈 하나하나, 공중에 흩날리는 먼지 입자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보였다. 녀석의 일그러진 얼굴에 맺힌 침방울, 그 뒤에 따라오는 수많은 좀비들의 희미한 형체까지도.

나는 깨달았다. 시간이 느려진 것이 아니었다. 내가 세상을 인식하는 속도가 미친 듯이 빨라진 것이었다. 마치 거대한 흐름 속에 홀로 정지해 있는 듯한 기분.

내 안에서 알 수 없는 힘이 솟구쳤다. 본능적으로 그 힘을 밖으로 밀어내자, 내 손끝에서 붉은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섬광은 거대한 파동이 되어 군인 좀비를 향해 뻗어 나갔다.

“크아아아악!”

군인 좀비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지하 통로를 갈랐다. 녀석의 육중한 몸이 파동에 휩쓸려 허공으로 떠올랐다.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에 붙잡힌 것처럼, 녀석은 허우적거리며 뒤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대로 통로 벽면에 처박혔다. 뼈가 부러지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녀석의 몸이 산산조각 났다. 그 뒤를 따르던 다른 좀비들도 붉은 파동의 여파에 휩쓸려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주변의 모든 것이 다시 원래 속도로 돌아왔다. 태오와 지혜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경악과 함께 깊은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민아… 네가… 뭘 한 거야…?” 지혜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내 손을 내려다봤다. 손끝에서는 아직도 붉은 기운이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온몸의 근육은 방금 전의 폭발적인 힘을 감당하느라 너덜너덜해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고통 속에서도, 내 안에서는 알 수 없는 희열과 함께 거대한 가능성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나는 붉은 수정을 바라봤다. 수정은 아까보다 더욱 강렬하게 맥동하고 있었다.

이건 단순한 보급품이 아니었다.
인류를 파멸로 몰아넣은 이 재앙을 뒤집을 수 있는, 혹은 더 큰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는 미지의 힘.
고대에 숨겨져 있던 마법의 힘이었다.

그러나 이 힘은 과연 축복일까, 아니면 또 다른 저주일까.
내 손에 쥐어진 이 힘이, 지옥 같은 이 세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나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의 싸움이 이제 막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이 힘은 나 자신마저도 집어삼킬지 모른다는 섬뜩한 예감 또한 함께였다.
다음 순간, 거대한 철문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서서히 안쪽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문 너머에는 끝없이 펼쳐진 듯한 어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알 수 없는 기운이 밀려 나왔다.

나는 권총의 안전장치를 풀고, 심장이 요동치는 것을 느끼며 그 어둠 속으로 한 발자국 내디뎠다.
세상은, 그리고 나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