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탐험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거친 숨소리가 좁은 통로를 가득 메웠다. 미로처럼 얽힌 지하 유적의 5층. 강은혁은 앞서 걷던 유미나에게 손을 들어 정지 신호를 보냈다. 칙칙하고 습한 공기가 폐부를 짓누르는 듯했다. 먼지 섞인 흙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고대의 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

“잠깐. 여기 흐름이 이상해.”

은혁의 말에 유미나는 재빠르게 몸을 낮추며 어둠 속을 살폈다. 등에 멘 쌍단검의 손잡이를 고쳐 쥐는 움직임이 마치 그림자처럼 유려했다. 뒤따르던 이진우는 거대한 방패를 앞세운 채 주위를 경계했다. 묵직한 그의 숨소리가 돌벽에 부딪혀 울렸다. 세 사람의 머리 위, 헤드램프가 뿜어내는 빛줄기가 거대한 통로의 끝에 닿았다.

“젠장, 끝이 없잖아. 대체 이런 곳에 뭘 가둬두려고 이렇게 미친 듯이 깊이 파고든 거지?” 유미나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서두를 것 없어, 미나. 서두르면 늘 사고가 따르는 법이지.” 은혁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눈빛만은 날카롭게 주변을 훑고 있었다.

“그래도 벌써 5층이야, 형님. 이 거대한 통로만 벌써 세 시간째 헤매고 있어요.” 진우가 거친 숨을 고르며 말했다. 그의 거대한 체구도 이 좁고 답답한 공간에서는 왜소해 보이는 착각마저 들었다.

은혁은 고개를 젓고 통로 한쪽 벽에 박힌 거대한 석판에 헤드램프를 비췄다. 석판에는 이제껏 보지 못한 기묘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희미하게 푸른빛을 띠는 문양들은 마치 살아있는 듯 꿀렁거리는 착시를 일으켰다.

“이리 와 봐. 여기 좀.”

그의 말에 미나와 진우가 조심스럽게 다가섰다.

“이건… 이 문양은 내가 아는 어떤 문명에서도 본 적이 없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군.” 은혁의 손가락이 차가운 돌벽 위를 미끄러졌다. 그의 눈은 복잡하게 얽힌 문양 하나하나를 분석하듯 꿰뚫어 보고 있었다.

“싸늘하네요. 돌인데도 이상하게 생명력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미나가 조심스럽게 문양을 만져보았다. 손끝에 닿는 감촉은 차갑고 매끄러웠지만, 어딘가 모르게 미약한 진동이 전해지는 듯했다.

“생명력이라…” 은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유적이 단순히 폐허가 아니라는 증거일 수도 있겠군. 거대한 생명체, 혹은 그와 유사한 무언가가 이 모든 것을 지탱하고 있을지도.”

그들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좁았던 통로는 점차 넓어지더니, 이내 거대한 원형 홀로 이어졌다. 헤드램프의 빛이 닿지 않는 천장은 아득히 높았고, 지독한 어둠이 모든 것을 집어삼킨 듯했다. 그리고 그 홀의 중심에, 모든 시선을 압도하는 존재가 버티고 서 있었다.

“맙소사…” 미나가 터져 나오는 신음을 참지 못했다.

“이건… 유적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조각 작품 같군.” 은혁마저 평소의 침착함을 잃고 두 눈을 크게 떴다.

그것은 단순한 문이 아니었다. 거대한 벽면을 통째로 깎아 만든 듯한, 높이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석문이었다. 문 전체에는 현란하고 복잡한 조각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거대한 소용돌이 형태의 문양들, 기묘한 형상의 인물들, 그리고 밤하늘의 별자리처럼 보이는 그림들이 혼란스럽게 얽혀 있었다. 경첩도, 틈새도 보이지 않는 완벽한 하나의 거석이었다.

은혁은 천천히 석문으로 다가섰다. 그의 손가락이 차가운 돌 표면을 조심스럽게 쓸었다.

“이 문은… 그냥 문이 아니야. 일종의 봉인 같은 거군.” 그의 목소리는 경외감과 함께 묘한 긴장감을 담고 있었다.

“봉인요?” 진우가 물었다. 그의 눈에도 거대한 석문은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존재로 비치고 있었다.

“그래. 내부의 뭔가를 가두기 위한, 혹은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한. 아니면 둘 다일 수도 있고.” 은혁은 석문의 중앙에 파인 작은 홈을 발견했다. 그 홈은 희미하게 푸른빛을 발하고 있었다.

“여기에… 코어인가.”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스캐너를 꺼내 들었다. 스캐너는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석문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이내 홀로그램으로 복잡한 에너지 반응 수치가 공중에 떠올랐다.

“에너지 반응이 엄청나. 이 문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에너지 장으로 유지되고 있어. 단순한 돌문이 아니었군.” 은혁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는 예상보다 훨씬 거대한 미스터리에 직면했음을 직감했다.

“그럼 이걸 열 방법은요?” 미나가 석문에 고정된 시선을 떼지 못하며 물었다.

“아마… 이 유적의 진짜 핵심은 이 문 너머에 있을 거야.” 은혁의 목소리에 기대와 함께 비장함이 깃들었다. “그리고 열쇠는… 우리가 가진 어떤 것에 있을 수도 있고.”

그는 스캐너를 주머니에 넣고,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석문의 중앙에 파인 홈에 가져다 댔다. 차가운 돌의 감촉이 손바닥에 닿는 순간, 석문에서 옅은 웅웅거림이 시작되었다. 석문에 새겨진 문양들이 점차 더 선명한 푸른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빛의 파동이 석문 전체로 퍼져나가며 홀 전체를 희미하게 밝혔다.

우우우웅-!

낮게 깔리던 웅웅거림이 점차 거대한 굉음으로 변했다.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천장에서 거대한 돌조각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뭐야?! 이게 대체!” 진우가 외치며 방패를 단단히 고쳐 잡았다.

“반응이 왔어! 좋아, 계속 유지해!” 은혁의 목소리는 격렬한 진동 속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혔지만, 눈빛은 결연했다.

굉음은 더욱 격렬해졌다. 마치 거대한 짐승이 포효하는 듯한 소리가 홀 전체를 뒤흔들었다. 고대 석벽에는 섬뜩한 균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 균열 사이로 알 수 없는 이질적인 빛이 스며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거대한 석문 자체에서 깊고 묵직한 신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땅이 격렬하게 뒤틀리며 발아래의 돌조각들이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푸른빛으로 빛나던 석문의 조각들 사이에서, 검고 끈적거리는 액체가 스멀스멀 스며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닥에 고여들더니, 이내 정체를 알 수 없는 형상으로 꿈틀거렸다. 마치 암흑 그 자체가 형체를 얻은 듯했다.

“물러서! 이게 대체 뭐야?!” 미나가 비명을 지르며 쌍단검을 뽑아 들었다. 등골을 타고 오르는 오싹한 한기에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끈적이는 액체는 점차 하나의 형태로 뭉쳐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몸체에 여러 개의 촉수 같은 팔다리가 달린, 그림자 같은 존재였다.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두 개의 붉은 눈이 갑자기 번쩍 뜨이자, 홀은 순식간에 공포로 가득 찼다. 그것은 뼈를 깎는 듯한 끔찍한 비명을 내질렀다.

“젠장, 깨어나 버렸잖아!” 은혁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의 손은 본능적으로 허리춤의 검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그림자 괴수는 거대한 몸체로 홀을 가득 채우며 앞으로 돌진했다. 끈적이는 촉수 중 하나가 엄청난 속도로 그들을 향해 채찍처럼 날아왔다.

“진우, 미나! 산개해!” 은혁의 명령이 포효하는 굉음 속을 찢고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