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제31화: 낡은 태엽 상자 속, 검은 돌멩이**

강철과 증기의 도시, ‘크로노스’의 심장은 여전히 쉼 없이 박동하고 있었다. 지붕 없는 골목길에 자리 잡은 진우의 작업실에도 그 맥동은 여과 없이 전해졌다. 찌걱이는 기어 소리, 쉬익거리는 증기 배출음,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비행선의 웅장한 엔진음까지, 이 모든 소음은 진우에게는 멜로디였다. 그의 손은 언제나 기름때와 금속 가루로 얼룩져 있었지만, 그만큼 빠르고 섬세하게 움직였다.

오늘 그의 테이블 위에는 고대 유물처럼 보이는 낡은 태엽 상자가 놓여 있었다. 상아와 황동으로 정교하게 세공된 그것은 한때는 분명 귀족의 사랑을 받았을 터였다. 지금은 빛바래고 군데군데 녹이 슬어, 오랜 시간의 흔적을 묵묵히 짊어지고 있었다. 의뢰인은 부유한 수집가였고, 이 상자가 더 이상 ‘추억의 멜로디’를 연주하지 못하게 된 것에 깊은 아쉬움을 표했다.

“흠, 이 오래된 구조를 보아하니…”

진우는 돋보기 안경을 코끝에 걸치고 상자 내부를 꼼꼼히 살폈다. 태엽은 끊어져 있었고, 몇몇 기어는 이가 부러져 있었다. 단순한 수리 작업이었다. 능숙하게 드라이버와 핀셋을 사용하여 부품들을 하나씩 분리해 나갔다. 얇은 부품들이 분리될 때마다 작게 ‘딸깍’ 하는 소리가 정적을 깼다.

그러다 문득, 그의 손이 멈칫했다. 상자 바닥 깊숙한 곳, 보통은 장식이나 무게추가 들어가야 할 자리에 불규칙한 형태의 홈이 파여 있었다. 그 홈 안에는 주변의 황동이나 상아와는 전혀 다른 재질의, 작고 검은 돌멩이가 박혀 있었다.

진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이건… 뭔가?”

돌멩이는 마치 밤하늘의 모든 빛을 삼킨 듯 칠흑 같았다. 표면은 놀랍도록 매끄러웠고, 그 어떤 흠집이나 가공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흔히 보던 현무암이나 흑요석과는 또 달랐다. 빛을 반사하지 않고 흡수하는 듯한 기묘한 감각이 손가락 끝으로 전해졌다. 무게는 예상보다 훨씬 무거웠다.

그는 호기심에 핀셋 끝으로 돌멩이를 톡톡 건드려 보았다. ‘딱’ 소리가 울리는 순간, 돌멩이 주변의 공기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이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진우는 피식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피로가 겹쳐 헛것을 본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의 직감은 이 물질이 심상치 않다고 속삭였다. 태엽 상자 속에 이런 이질적인 물체가 숨겨져 있었다는 것 자체가 미스터리였다. 단순한 장식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이질적이고… 불길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진우는 조심스럽게 돌멩이를 꺼내기 위해 핀셋을 다시 사용했다. 돌멩이는 생각보다 단단히 박혀 있었다. 힘을 조금 주자, 쩌억 하는 소리와 함께 돌멩이가 홈에서 뽑혔다. 그의 손바닥 위로 떨어진 돌멩이는 기묘한 냉기를 뿜어냈다. 따뜻한 작업실 공기 속에서 홀로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 순간이었다.

진우의 작업실 한쪽에 놓여 있던, 수증기로 동력을 얻는 소형 탁상 선반이 갑자기 굉음을 내며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위이이잉-‘ 하는 소리가 최고조에 달했다가, 이내 ‘푸쉬쉬쉭!’ 하는 소리와 함께 증기를 뿜어내며 멈춰 섰다. 선반 옆에 있던 증기압 게이지는 최대치를 넘어선 빨간 눈금에 도달해 있었다.

“젠장!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진우는 놀라 선반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때, 그의 손에 들린 검은 돌멩이에서 희미한 맥동이 느껴졌다. 돌멩이 표면에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아주 가느다란, 보랏빛 실금들이 번개처럼 깜빡였다 사라졌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신경망처럼 돌멩이의 심장부에서부터 뻗어 나오는 듯했다.

진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과학적 지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이 돌멩이가… 어떤 에너지를 방출하거나, 아니면 흡수하고 있는 걸까? 방금 선반이 과부하 된 것도 이 돌멩이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는 돌멩이를 다시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손에서 멀어지자, 탁상 선반은 더 이상 이상 작동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작업실 전체의 증기압이 미묘하게 불안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파이프가 낮게 ‘웅웅’ 거렸고, 벽에 걸린 압력계의 바늘이 미세하게 떨렸다.

진우는 돋보기 안경을 벗어 테이블 위에 던져놓고, 돌멩이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의 심장이 불안하게 고동쳤다. 이 돌멩이는 단순한 광물이 아니었다. 태엽 상자에 숨겨져 온 이 물건은, 이 스팀펑크 문명에서는 설명 불가능한 어떤 힘을 품고 있었다.

호기심과 동시에 깊은 공포가 밀려왔다. 그는 손을 뻗어 돌멩이를 다시 집어 들었다. 차가운 촉감이 다시 손에 닿았다. 이번에는 돌멩이에서 방금 전보다 훨씬 강렬한 맥동이 느껴졌다. 보랏빛 실금들이 더 선명하게 번뜩였다.

그리고 그때, 작업실 유리창 밖에서 희미한 그림자가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림자는 아주 잠시였지만, 그 움직임은 마치 그를 감시하는 듯한 날카로움을 품고 있었다.

진우는 돌멩이를 쥔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누구… 냐?”

목소리가 떨렸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도시의 소음조차 그의 귀에는 경계의 신호처럼 들렸다. 이 돌멩이는 그저 오래된 물건이 아니었다. 분명, 누군가 이 돌멩이를 찾고 있을 터였다. 그리고 그들은 이미… 그의 뒤를 밟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돌멩이의 표면에 박혀 있던 보랏빛 실금들이 갑자기 휘몰아치며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쉬이이이잉-‘ 하는 강력한 저주파음이 작업실을 가득 채웠다. 돌멩이에서 뿜어져 나온 빛은 작업실 내부의 모든 증기 파이프와 기계 장치에 닿자마자, 그들을 잠시 푸른색으로 물들였다. 마치 돌멩이의 에너지가 모든 기계 장치와 연결되는 것처럼 보였다.

진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고통스러운 소리를 냈다. 돌멩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그의 온몸을 관통하는 듯한 감각이었다. 그의 머릿속에 알 수 없는 이미지들이 섬광처럼 스쳐 지나갔다. 거대한 기둥, 밤하늘의 별, 그리고 잊혀진 언어로 속삭이는 듯한 기묘한 소리들.

그는 비틀거리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돌멩이는 그의 손아귀에서 점점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보랏빛 빛은 더욱 맹렬해졌고, 이제는 작업실 전체가 그 섬뜩한 빛으로 물들었다. 작업실의 모든 증기압 게이지가 일제히 폭발 직전의 경고음을 울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과학이 아니었다.

이것은… 마법이었다.

진우가 고통에 찬 신음과 함께 돌멩이를 꽉 쥐는 순간, 작업실 벽에 걸려 있던 오래된 시계의 태엽이 섬뜩하게 비명을 지르며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 어둠 속에서 불가능한 빛의 문이 섬광처럼 번쩍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 문 너머에는, 이 도시의 그 어떤 지도에도 존재하지 않는, 낯선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아주 잠시, 고대의 숨겨진 세계가 그의 눈앞에 열린 것이다.
진우는 망연자실한 채 빛의 문을 응시했다. 돌멩이가 그의 손아귀에서 더욱 강렬하게 맥동했다.

‘콰앙!’

작업실 문이 굉음과 함께 박살 나며 안으로 쓰러졌다. 어둠 속에 실루엣이 나타났다. 그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이 내뿜는 살벌한 기운은 작업실을 순식간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거기… 그 돌멩이를 내려놔.”

낮고 위협적인 목소리가 작업실을 울렸다. 진우는 빛의 문과 침입자들을 번갈아 보았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고대의 마법이 깃든 검은 돌멩이가 불타는 듯한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다.

선택의 순간이었다. 이 미지의 힘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돌멩이의 보랏빛 섬광이 그의 눈동자에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