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휘몰아치는 바람이 류하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얇은 도포 자락이 찢어질 듯 나부꼈지만, 류하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깎아지른 절벽 끝에 위태롭게 서 있었다. 아래는 끝 모를 심연, 위로는 시커먼 먹구름이 천둥번개를 품고 포효했다. 열여덟 해 동안 류하의 삶은 언제나 이 절벽 위를 걷는 것과 같았다. 고아로 태어나 떠돌이 무인에게 주워져 몇 가닥 조악한 검술을 배운 게 전부. 비루한 삶의 터전은 늘 불안정했고, 제 앞가림하기도 버거웠다.

“이 빌어먹을 산에 도대체 뭐가 있다는 거야!”

류하는 이를 악물고 중얼거렸다. 스승은 돌아가시기 전, 이 천검산 어딘가에 ‘잃어버린 시원의 힘’이 잠들어 있다고 했다. 그것을 찾아야만 약해진 사문의 맥을 잇고, 그를 죽이려 했던 자들에게 복수할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사흘 밤낮을 헤매도 나오는 것이라곤 맹수들의 으르렁거림과 차가운 바람뿐이었다.

쾅!

머리 위에서 터진 벼락이 귀청을 때렸다. 동시에 빗줄기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발밑의 바위가 축축하게 젖어 미끄러웠다. 류하는 주춤거리다 비틀거렸다.

“젠장!”

순간, 발아래 딛고 있던 바위가 굉음을 내며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 류하는 허우적거렸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몸이 통제할 수 없이 허공으로 솟구쳤다가, 거대한 돌덩이들과 함께 절벽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크악!”

온몸이 비명을 질렀다. 정신없이 떨어지던 류하는 무언가에 부딪히며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았다. 시야가 흐려지고 팔다리가 꺾이는 듯한 고통이 전신을 마비시켰다. *이대로 죽는 건가?* 마지막 생각이었다.

그러나 죽음은 찾아오지 않았다.

“으윽….”

얼마나 떨어졌을까. 차가운 물속에 처박힌 듯 온몸이 젖어 있었지만, 놀랍게도 크게 다친 곳은 없는 듯했다. 류하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주변은 암흑이었다. 손을 뻗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빗소리도 바람 소리도 닿지 않는, 완전히 고립된 공간이었다.

“어디야, 여긴….”

차가운 바위 벽을 더듬어 나아갔다. 축축한 공기 속에서 희미한 철분 냄새가 났다. 얼마나 더듬었을까. 손끝에 닿는 감촉이 달라졌다. 매끄러운 바위가 아닌, 무언가 인위적인 조각이 느껴지는 차가운 돌이었다.

류하는 조심스럽게 손을 훑었다. 기묘하게 새겨진 문양들. 아무리 더듬어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벽면이었다. 온몸의 감각을 집중하자, 희미하게 빛이 스며드는 것이 느껴졌다. 류하는 무심코 손바닥을 벽에 댔다.

그 순간, 벽면의 문양들이 푸른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커헉!”

류하는 깜짝 놀라 손을 뗐지만, 이미 늦었다. 푸른빛은 순식간에 그의 손바닥을 타고 팔뚝으로, 어깨로, 심장으로 파고들었다. 마치 수십만 개의 바늘이 동시에 찌르는 듯한 격통이 전신을 휩쓸었다. 몸속의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기분, 장기가 뒤틀리는 듯한 고통에 류하는 바닥에 쓰러져 발버둥 쳤다.

*젠장! 독인가? 아니, 이건…!*

고통 속에서도 류하는 깨달았다. 이것은 단순한 독이 아니었다. 몸속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은 엄청난 양의 에너지고, 그 에너지에 그의 육신과 기맥이 격렬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마치 수천 년 동안 잠들어 있던 거대한 존재가 그의 몸을 숙주 삼아 깨어나는 듯한 느낌이었다.

눈앞에 환상이 펼쳐졌다. 아득한 옛날, 거대한 빛이 하늘을 가르고 땅을 뒤흔드는 모습. 검은 바위산들이 살아 움직이고, 푸른 강물이 역류하는 혼돈의 광경.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중심에 서 있는, 인간의 형상을 띠었으나 인간이 아닌 존재가 보였다. 그 존재는 손짓 한 번으로 산을 만들고, 발짓 한 번으로 강을 갈랐다.

*시원(始原)의 힘…!*

환상 속의 이미지가 류하의 머릿속에 각인되는 순간, 고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대신, 온몸에 알 수 없는 충만감이 흘러넘쳤다. 눈을 뜨자, 주변의 암흑은 사라지고 희미한 푸른빛이 동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 빛은 벽면의 문양에서 시작되어, 류하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의 손바닥에도, 팔뚝에도, 심지어 얼굴에도 푸른색 문양이 잠시 새겨졌다가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류하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손끝에서 푸른빛이 희미하게 아른거렸다. 그는 벽에 손을 대고 생각했다. *바위… 이 차가운 바위….*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류하의 손바닥이 닿은 바위 표면에서 푸른 빛줄기가 스며 나오더니, 이내 손바닥만 한 부분이 녹아내리듯 연기가 피어올랐다. 단단했던 바위는 마치 흙처럼 부드럽게 변했다가, 이내 다시 단단하게 굳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류하의 손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이게… 이게 대체….”

류하는 자신의 손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저 바위를 만졌을 뿐인데, 그의 의식과 함께 바위가 반응했다. 마치 그의 몸 일부처럼, 그의 뜻대로 형태를 바꿀 수 있는 것처럼.

*이것이 시원의 힘인가? 만물을 이루는 근원의 힘… 대지를 다루는 힘인가?*

류하는 심장이 격렬하게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평생 멸시받고 약하다고 손가락질 받던 자신에게, 이토록 거대한 힘이 깃들다니.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그는 다시 한번 손을 뻗었다. 이번에는 바닥에 닿았다. *솟아나라…!* 속으로 외치자, 그의 손바닥 아래 땅바닥이 우드득 소리를 내며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뾰족한 암석 기둥이 그의 눈앞에서 거침없이 솟아올랐다. 그의 어깨 높이까지 치솟은 암석 기둥은 푸른빛을 머금고 단단하게 굳었다.

류하는 솟아오른 암석 기둥을 만져봤다. 차갑고 견고했다. 그가 만들어낸 것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이 힘만 있다면, 그 어떤 강적도 두렵지 않을 것이고, 스승의 염원도 이룰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 힘은 너무나도 거대하고, 낯설었다. 통제하지 못하면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터였다.

그때였다.

“크르르르…!”

동굴 깊은 곳에서 거대한 짐승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단순한 맹수의 울음이 아니었다. 어딘가 기이하고, 뼈 속까지 스며드는 듯한 음파가 동굴을 뒤흔들었다. 류하가 만들어낸 암석 기둥의 잔해들이 푸른빛에 흔들렸다.

“젠장… 날 보러 온 건가?”

류하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 고대 동굴에 잠들어 있던 것은 ‘시원의 힘’뿐만이 아니었다. 그 힘을 지키거나, 혹은 그 힘에 이끌려 잠들어 있던 또 다른 존재가 이제 막 깨어난 것이었다.

그의 눈동자가 섬뜩하게 빛났다. 얻은 것은 거대한 힘이었지만, 동시에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을 맞이하게 된 것일지도 몰랐다. 류하는 주먹을 꽉 쥐었다. 바위처럼 단단한 각오가 그의 얼굴에 스쳐 지나갔다.

“어디, 누가 먼저 쓰러지는지 한번 해보자고.”

그의 발밑에서 푸른빛이 다시 한번 일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