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판타지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차가운 돌바닥이 등에 달라붙어 온몸의 열기를 빨아들이는 듯했다. 축축한 지하 감옥의 공기는 썩은 내와 피비린내가 뒤섞여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부를 찢는 것 같았다. 시온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희미한 어둠 속에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시야는 흐릿했고, 눈꺼풀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몸은 이미 한계였다. 며칠째 이어진 고문과 굶주림은 인간의 존엄성을 바닥까지 끌어내렸다.

“크…흐윽…”

목울대에서 찢어지는 듯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손목과 발목을 묶은 쇠사슬은 살을 파고들어 시커먼 핏자국을 남겼다. 힘없이 늘어진 손가락 사이로 차가운 흙먼지가 스며들었다. 이젠 고통조차 무뎌진 것 같았다. 그저, 이 끝없는 어둠 속에서 삶의 마지막 불꽃마저 꺼져가는 것을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죽음이 가까웠음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리고 그 순간, 잊고 싶었던 얼굴이 망막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카이.

한때는 세상의 어떤 형제보다도 가까웠던 이의 얼굴. 함께 검을 겨누고, 피를 나누며, 맹세했던 수많은 밤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낡은 훈련장에서 땀투성이가 되어 웃던 얼굴, 맹수에게서 어린 아이를 구해내고 서로를 다독이던 손길, 거대한 마물을 함께 쓰러뜨리고 승리의 깃발을 함께 치켜들던 뜨거운 눈빛.

*“시온, 너와 나만 있다면 세상의 어떤 어둠도 두렵지 않아.”*

그때 카이가 진심으로 한 말이었을까. 아니, 분명 진심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의 눈빛에서 흔들림 없는 믿음을 보았다. 서로의 등에 칼을 꽂을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 굳게 믿었다. 그 믿음이, 내가 지금 이 차가운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이유였다.

그날은 유난히 붉은 노을이 지는 날이었다. 모두가 카이의 승리를 축하하며 환호했고, 나는 그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 기뻐했다. 우리의 오랜 꿈, 그가 새로운 지배자로 추대되는 날이었다. 모두가 그의 지혜와 용맹을 칭송하며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 순간, 카이는 나를 보았다. 평소와 다름없이 따뜻한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그 눈빛은 한없이 차가웠다. 마치 얼어붙은 호수 같았다.

“나의 벗, 시온. 네 충성에 경의를 표한다.”

그가 내게 내민 손을 아무 의심 없이 잡았을 때, 등 뒤에서 싸늘한 금속음이 들렸다. 이어진 것은 형용할 수 없는 고통과 함께 찾아온 배신감이었다. 심장을 꿰뚫는 칼날보다 더 아팠던 것은, 그 칼날을 쥔 손이 바로 카이의 오른팔이라는 사실이었다.

나는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카이는 군중 속에서 태연히 웃고 있었다. 그의 입술은 무언가 속삭였지만, 아수라장이 된 와중에 들리지 않았다. 다만 그의 눈동자만큼은 똑똑히 보였다. 그 속에서 빛나던 것은 승리에 대한 만족감, 그리고… 나에 대한 경멸이었다.

**‘필요 없어진 것은 버려야 마땅하잖아?’**

뒤늦게 떠오른 그의 속삭임이 귓가를 맴돌았다. 나는 그저 그의 걸림돌이었을 뿐이었다. 함께 싸워온 세월도, 나누었던 맹세도, 피로 맺은 우정도, 모두 그의 야망 앞에선 한낱 휴지 조각에 불과했다.

“카…이…”

이름을 부르려 했으나, 목소리는 쉬어버린 지 오래였다. 끓어오르는 분노와 함께 온몸의 통증이 되살아났다. 내장을 찢는 듯한 고통, 뼈마디를 부수는 듯한 아픔, 살갗을 태우는 듯한 열기. 그러나 그 모든 물리적인 고통을 집어삼킬 만큼 거대한 감정이 내 안에서 꿈틀거렸다.

복수.

그래, 복수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카이, 너에게 복수하기 전에는 절대로 눈을 감을 수 없어. 이 몸이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영혼마저 찢겨 나가더라도, 너를 파멸시킬 것이다.

그때였다. 시온의 눈앞에 작은 빛줄기가 아른거렸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자세히 보니, 그것은 차가운 돌바닥 틈새에서 피어난 아주 작은 풀 한 포기였다. 겨우 새끼손가락만 한 크기, 시들어가고 있는 가느다란 줄기. 죽음이 지배하는 이 공간에서 홀로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시온은 온몸의 기력을 쥐어짜 팔을 뻗었다. 쇠사슬이 삐걱거리며 그의 몸을 더욱 옥죄어왔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손끝이 간신히 그 풀잎에 닿았다. 차가운 온기, 그러나 생명의 끈질김이 느껴지는 촉감.

*살아남아라.*
*버텨내라.*

그 풀잎이 시온에게 속삭이는 듯했다. 아니, 그의 심장이 다시금 격렬하게 요동치며 그에게 외치고 있었다.

‘그래, 버텨야 한다. 살아남아야 한다.’

절망의 나락에서 한 줄기 희망을 붙잡은 듯, 시온의 눈빛이 변했다. 더 이상 죽음을 기다리는 허무함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맹렬한 불꽃, 끈질긴 생명력, 그리고 꺼지지 않는 증오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카이… 네가 내게 안겨준 이 고통을… 열 배, 백 배로 갚아줄 것이다.”

갈라진 목소리에서 나온 그 맹세는, 차가운 지하 감옥의 공기를 얼어붙게 할 만큼 처절하고 단호했다. 시온은 이를 악물었다. 피와 살이 찢겨 나가더라도, 그의 의지는 결코 꺾이지 않을 것이었다. 이 어둠 속에서, 그는 복수의 화신으로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쇠사슬을 묶은 벽 저편에서 낮게 울리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죽음의 그림자가 다시 다가오는 소리였다. 그러나 시온은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의 심장은 이미 복수라는 이름의 뜨거운 용암으로 가득 차 있었다.

‘기다려라, 카이. 나의 복수는… 이제 시작이다.’

시온의 입가에 피범벅이 된 미소가 섬뜩하게 피어났다. 그것은 광기에 가까운 결의의 미소였다. 감옥 문이 삐걱거리며 열리는 소리와 함께, 챕터 1의 막이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