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협 애니메이션] 아파트의 심혼(心魂)
**시놉시스:**
도시의 평범한 아파트에 홀로 사는 ‘하윤’. 어느 날부터인가 그녀의 아파트에서는 기묘한 현상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작은 물건들이 제자리를 벗어나고, 없는 소리가 들리며, 급기야 물건들이 공중에 떠다니는 기괴한 폴터가이스트 현상으로 발전한다. 공포에 질린 하윤은 비과학적인 현상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점차 지쳐간다. 그러던 중, 그녀의 눈에만 보이는 듯한 희미한 영적 문양들이 아파트 안에 떠오르기 시작하고, 이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신비로운 남자 ‘이한’이 홀연히 그녀의 아파트에 나타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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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1**
**시간:** 초저녁
**장소:** 하윤의 아파트 거실
**내용:**
따뜻한 주황빛이 도는 스탠드 조명이 켜져 있다. 화면 가득 아늑해 보이는 인테리어가 비친다. 새하얀 벽에는 심플한 그림이 걸려 있고, 창가에는 여러 종류의 푸른 식물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조용한 실내. 하윤은 노트북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화면은 그녀의 손가락 움직임을 따라 민첩하게 움직이는 문서 프로그램을 보여준다. 고요함 속에서 키보드 소리만이 규칙적으로 울린다.
**캐릭터:** 하윤 (20대 후반, 프리랜서 작가. 차분하고 예민한 인상)
**하윤 (내면 독백):**
오늘도 마감이라니. 마감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나를 구원해 줄 이는 대체 어디에… 아, 따뜻한 차 한 잔이면 좋겠네.
**내용:**
하윤이 가볍게 기지개를 켠다. 몸을 일으켜 부엌 쪽으로 향한다. 그녀의 시선은 잠시 창가에 놓인 작은 다육식물 화분에 머문다. 어제 분명 가지런히 놓았던 화분 하나가 다른 화분들 사이에서 살짝 비껴나가 있다. 하윤은 고개를 갸웃하며 손으로 화분을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하윤 (작게 혼잣말):**
내가 어제 좀 대충 놨었나?
**내용:**
하윤은 부엌으로 가서 물을 끓인다. 찻잔에 티백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붓는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찻잔을 들고 다시 거실로 돌아온다. 노트북 옆에 찻잔을 내려놓으려는 순간, 식탁 위에 놓여 있던 펜꽂이에서 펜 하나가 스르륵 굴러 떨어져 바닥에 부딪힌다. ‘딸깍’ 하는 작은 소리가 적막을 깬다.
**하윤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어?
**내용:**
하윤은 떨어진 펜을 주우려 몸을 숙인다. 주섬주섬 펜을 집어 들고 다시 고개를 드는 순간, 정면으로 보이는 거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유리잔이 미끄러지듯 움직이며 테이블 모서리에 가까워진다. 마치 투명한 손이 밀어내는 것처럼. 하윤은 그 광경을 멍하니 지켜본다. 유리잔은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테이블 아래로 떨어지고,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 난다.
**하윤 (비명에 가까운 탄식):**
으아악!
**내용:**
하윤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다. 두 눈은 공포에 질려 잔뜩 벌어져 있고, 숨소리마저 거칠다. 깨진 유리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스탠드 불빛을 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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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2**
**시간:** 다음 날 밤
**장소:** 하윤의 아파트 침실, 거실
**내용:**
밤이 깊었다. 하윤은 침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채 바들바들 떨고 있다. 눈은 감지 못하고 천장을 멍하니 응시한다. 어젯밤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그녀의 눈빛은 불안과 초조함으로 가득하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도시의 소음조차 그녀에게는 위협처럼 느껴진다.
**하윤 (내면 독백):**
이게 대체 무슨… 꿈이었으면 좋겠어. 착각이라고 믿고 싶어. 하지만… 유리잔이 저절로 떨어진 걸 내 두 눈으로 봤잖아.
**내용:**
갑자기, 거실 쪽에서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린다. 하윤의 몸이 움찔한다. 이불을 더욱 단단히 움켜쥔다. 이어지는 ‘끼이이익-‘ 하는 문 열리는 소리. 그리고 ‘쾅!’ 하고 닫히는 소리. 마치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아파트 안을 배회하는 듯하다.
**하윤 (목소리가 떨린다):**
누구… 누구세요…?
**내용:**
대답은 없다. 하지만 소리는 계속된다. 냉장고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싱크대에서 접시가 ‘딸그락’거리는 소리, 심지어는 그녀의 작업실에서 책장이 넘어지는 듯한 ‘우당탕!’ 소리까지. 하윤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그녀는 두려움에 질려 눈을 질끈 감는다.
**하윤 (내면 독백):**
안 돼… 제발… 제발 사라져 줘…!
**내용:**
침실 문이 ‘끼이이익’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린다. 문틈 사이로 어둠이 스며든다. 하윤은 공포에 질려 눈을 뜬다. 문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열린다. 완전히 열린 문 너머로, 희미한 달빛이 비치는 거실이 보인다. 거실 한가운데, 테이블 위에서 작은 탁상시계가 굉음을 내며 ‘덜덜덜’ 떨고 있다. 그리고 시계 주변의 공기가 기묘하게 일렁인다. 그 일렁임 속에서, 아주 희미하게, 마치 물속에서 빛을 발하는 듯한 푸른색의 고대 문양들이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하윤은 그 문양들을 홀린 듯 바라본다. 이전에 본 적 없는, 알 수 없는 형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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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3**
**시간:** 다음 날 낮
**장소:** 하윤의 아파트 거실
**내용:**
아수라장이 된 아파트 거실. 책은 바닥에 흩어져 있고, 식물 화분은 엎어져 흙이 나뒹군다. 어제 깨진 유리 파편들은 대충 치워진 듯 보이지만, 여전히 불안한 흔적을 남기고 있다. 하윤은 넋이 나간 채 소파에 앉아 있다. 그녀의 눈은 퀭하고, 얼굴은 수척하다. 불안에 떨며 밤을 지샌 흔적이 역력하다. 커피잔을 들고 있지만, 마시지 못하고 손만 부들부들 떨고 있다.
**하윤 (내면 독백):**
내가 미쳤나? 아니면… 정말 뭔가가 있는 건가? 경찰에 신고해도 믿어줄 리 없어. 정신과에 가야 하는 걸까?
**내용:**
그녀의 시선이 다시 어제 그 탁상시계가 떨리던 자리로 향한다. 낮인데도 불구하고, 공기가 여전히 미묘하게 일렁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어젯밤 보았던 그 푸른색 문양들이, 더욱 선명해진 채로, 공중에 떠다니고 있다. 마치 오래된 비단에 새겨진 자수처럼, 혹은 투명한 유리에 잉크를 풀어놓은 것처럼, 유려한 곡선과 알 수 없는 기호들이 얽혀 영롱하게 빛나고 있다. 하윤은 경악하며 몸을 일으킨다.
**하윤 (떨리는 목소리로):**
저게… 뭐야…?
**내용:**
문양들은 하윤이 다가가자 더욱 강렬하게 빛나며 마치 그녀를 중심으로 회전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문양들이 최고조로 빛나는 순간, 아파트 현관문이 ‘덜컥’ 하고 저절로 열린다. 하윤은 비명을 지르려다 멈춘다. 문밖에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문이 활짝 열리자마자,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치듯 아파트 안으로 불어닥친다. 바람과 함께, 마치 거울 표면을 지나는 물결처럼 공간이 일렁인다. 그리고 그 일렁임 속에서, 한 남자가 아무런 소리도 없이,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존재했던 것처럼 서 있다.
**캐릭터:** 이한 (30대 초반, 단정하고 깔끔한 차림. 고요하고 깊은 눈빛)
**이한:**
늦었습니다. 상황이 꽤 심각하군요.
**내용:**
이한은 하윤의 눈을 똑바로 응시한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깊고, 어떤 초조함도 담겨 있지 않다. 하윤은 두려움과 당혹감, 그리고 알 수 없는 이끌림 속에서 그를 바라본다. 마치 오랜 시간 기다려온 존재처럼, 혹은 모든 의문을 해소해 줄 구원자처럼.
**하윤 (경계심 가득한 목소리로):**
당신… 누구세요? 어떻게 들어왔어요?
**이한 (미미한 미소를 지으며):**
길을 잘못 찾아온 손님을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문은… 제가 연 것이 아닙니다. 이 안에 있는 ‘손님’이 당신을 부른 것이지요. 당신의 에너지가 이 공간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내용:**
이한은 아무렇지도 않게 아파트 안으로 한 발자국 들어선다. 그의 시선은 바닥에 흩어진 파편들이나 어지러운 가구들을 스쳐 지나, 곧장 허공에 떠 있는 영적 문양들에 닿는다. 문양들은 이한이 다가오자 잠시 주춤하는 듯하다가, 이내 더욱 강력하게 빛을 뿜어낸다.
**이한 (문양들을 응시하며, 나지막이):**
후후, 어여쁜 장난이 지나치게 번졌군. 이토록 고요한 기운을 지닌 곳에서 이런 난동이라니.
**내용:**
이한은 오른손을 들어 허공의 문양들을 향해 가볍게 손짓한다. 그의 손끝에서부터 푸른색의 희미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며 문양들을 감싸 안는다. 문양들은 그 기운에 닿자 마치 연기처럼 흩어지려 애쓰지만, 이내 이한의 기운에 갇혀 버린다. 하윤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하윤 (더듬거리며):**
저… 저게 다 뭐예요? 저 문양들은… 당신은… 마법사라도 돼요?
**이한 (하윤을 돌아보며, 온화한 미소를 짓는다):**
마법사라… 뭐, 현대인들에게는 그렇게 보이겠군요. 저는 그저, 세상의 균형을 맞추는 일을 합니다. 그리고 저것은… 당신 아파트 지하를 흐르는 영맥에서 흘러나온 기운에 이끌린, 조그만 ‘심혼(心魂)’의 장난입니다. 악의는 없지만, 좀 지나친 호기심을 지녔지요.
**내용:**
이한의 시선은 다시 허공의 문양들에 갇힌 기운으로 향한다. 그의 눈빛은 어느새 차분하지만, 강렬한 에너지를 띠고 있다. 문양들은 이한의 손길 아래에서 서서히 잦아들며, 마치 거대한 봉인에 갇힌 것처럼 점점 작아진다.
**이한 (하윤에게로 다시 시선을 돌리며):**
이곳은 오래된 영맥 위에 자리 잡은 터입니다. 그 영맥의 기운이 외부의 교란으로 인해 잠시 불안정해졌고, 그 틈을 타 작은 심혼이 깨어난 것이지요. 그 심혼은 당신의 ‘영적인 기운’에 끌려 이리저리 장난을 친 것이고요.
**하윤 (얼빠진 표정으로):**
제… 영적인 기운이요?
**이한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네, 당신은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을 뿐, 꽤 순수하고 강력한 기운을 타고났습니다. 그래서 그 심혼이 당신을 ‘특별한 놀잇감’으로 여긴 것이겠지요. 걱정 마십시오. 곧 제자리를 찾을 겁니다.
**내용:**
이한은 천천히 손을 오므린다. 그의 손안에서 푸른 기운에 갇혔던 문양들이 마치 수정구슬처럼 응축되고, 이내 작고 투명한 구슬이 되어 그의 손바닥 위에 살포시 놓인다. 구슬 안에는 희미한 빛이 깜빡인다.
**이한 (구슬을 바라보며):**
잠시 봉인해 두면, 다시 잠이 들 것입니다.
**내용:**
이한은 그 구슬을 주머니에 넣는다. 아파트 안의 기묘한 일렁임은 완전히 사라지고, 공기는 다시 평온해진다. 어지러웠던 가구들도 신기하게도 원래 자리로 돌아간 듯하다. 깨진 유리 파편마저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다. 하윤은 놀라서 주변을 둘러본다.
**하윤 (더듬거리며):**
이게… 다… 원래대로 돌아온 거예요? 유리 파편도… 어디 갔죠?
**이한 (미소 지으며):**
심혼의 장난은 흔적을 남기지 않습니다. 불안정한 기운이 사라지면,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아가지요. 이제 당신의 아파트는 다시 평온해질 겁니다.
**하윤 (멍하니):**
평온…
**내용:**
하윤은 아파트 거실을 천천히 둘러본다. 언제 그 난동이 있었냐는 듯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녀의 마음속 공포도 차츰 옅어지며, 대신 혼란과 경이로움이 자리 잡는다.
**이한 (몸을 돌려 현관문 쪽으로 향하며):**
당신의 기운은 이제 안정을 찾았으니, 더 이상 이런 일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당신이 모르는 많은 것이 존재합니다. 부디, 너무 놀라지 마시길.
**내용:**
이한은 현관문을 나선다. 문은 저절로 ‘스르륵’ 닫힌다. 하윤은 한동안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보다,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의 가슴에 댄다.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지만, 아까와 같은 불안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가슴 한편에서 묘한 설렘이 피어오르는 듯하다. 그녀의 시선은 다시 창가로 향한다. 어제 시들었던 다육식물들이 거짓말처럼 생생한 푸른빛을 띠고 있다.
**하윤 (내면 독백):**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많은 것이 존재한다…
**내용:**
하윤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진다. 그녀의 눈빛은 더 이상 불안에 떨지 않는다. 대신 새로운 호기심과 알 수 없는 희망으로 빛나고 있다. 화면은 평온해진 아파트 거실을 비추며 서서히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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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