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 (신선)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에피소드 1: 칠백삼호의 속삭임

**[장면 1: 아파트 외경 & 시훈의 거실]**

* **배경:** 회색빛 도시의 저녁. 빼곡하게 들어선 아파트 단지들 중, 조금은 낡아 보이는 한 동의 7층, 703호 창문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방 안에서는 20대 후반의 청년, 이시훈이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소파에 몸을 던진다. 그의 얼굴에는 피로가 역력하다.
* **액션:** 시훈이 스마트폰을 옆에 던져두고 눈을 감는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도시의 소음과, 희미하게 들리는 위층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섞인다.

**시훈 (독백)**
하아… 또 이렇게 하루가 가는구나. 내일은 좀 나아지려나. 이놈의 야근 지옥은 언제쯤 끝날까.

**[장면 2: 소파와 현관 열쇠]**

* **배경:** 703호 거실. 시훈이 소파에 앉아 몸을 뒤척인다. 그는 리모컨을 찾기 위해 소파 쿠션 사이를 뒤적이기 시작한다.
* **액션:** 시훈의 손이 허공을 몇 번 헤매다가, 이내 푹신한 쿠션 밑에서 차가운 금속 감촉을 느낀다. 꺼내보니… 분명 방금 전 현관에 들어서면서 거실 테이블 위에 두었다고 생각했던 현관 열쇠다.
* **시선:** 시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열쇠를 보다가, 다시 빈 테이블 위를 확인한다. 확실히 테이블 위에는 열쇠가 없었다.

**시훈**
(갸웃거리며)
어라? 열쇠가 왜 여기에 있지? 내가 소파에 던졌던가…? 기억이 없는데.

**시훈 (독백)**
요즘 들어 자꾸 깜빡깜빡하네. 과로 때문인가. 큰일인데.

**[장면 3: 부엌, 컵과 미세한 움직임]**

* **배경:** 703호 부엌. 시훈이 전기포트에 물을 끓여 컵라면에 붓고 기다리는 중이다. 포트의 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 **액션:** 탕비실 선반 위에 놓여있던 낡은 머그컵 하나가 아주 미세하게, 하지만 분명하게, ‘끼이이익’ 하는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선반 끝으로 스르륵 밀린다. 시훈은 그 소리를 듣고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지만, 컵은 이미 멈춰서 있다. 선반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모습이 위태롭다.
* **시선:** 시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컵을 노려본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젓는다.

**시훈**
…환청인가? 아니면 컵이 너무 끝에 있었나. 불안하게.

**[장면 4: 침실, 한밤중의 소리들]**

* **배경:** 밤, 703호 침실. 창밖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고, 도시의 불빛들이 점점이 박혀있다. 시훈은 잠들어 있다.
* **액션:** 창문 밖에서 바람 소리가 아닌, 무언가 긁는 듯한 ‘스륵… 스륵…’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잠결에 시훈이 뒤척인다. 이어서 방문이 아주 천천히, 마치 숨죽인 듯 ‘끼이이익’ 소리를 내며 열린다. 방 안으로 어둠이 길게, 섬뜩하게 드리운다.
* **시훈 (잠결에 중얼거림)**
음… 문… 안 닫았나.

**[장면 5: 아침, 현관문과 붉은 실]**

* **배경:** 다음 날 아침, 703호 거실. 시훈이 눈을 비비며 잠에서 덜 깬 표정으로 침실에서 나온다.
* **액션:** 그의 시선이 현관에 닿자, 굳어버린다. 어젯밤 분명 잠그고 닫았던 현관문이 반쯤 열려 있고, 문고리에는 붉은 실 한 가닥이 너덜거리고 있다. 실은 마치 누군가 매듭을 지으려다 만 것처럼 어설프게 걸려 있다.
* **표정:** 시훈의 얼굴에서 잠기가 가신다. 그의 눈이 크게 뜨인다.

**시훈**
(눈을 비비며)
내가… 내가 어젯밤에 문을 안 잠갔다고? 그럴 리가… 아니, 현관문이 열려있다고? 누가… 누가 들어왔단 말이야?

**시훈 (독백)**
만약 누군가 들어왔다면… 아무것도 없어진 게 없는데? 소름 끼쳐. 간밤에 혹시…

**[장면 6: 노트북과 깨진 컵]**

* **배경:** 703호 방 안, 오후. 시훈이 불안한 표정으로 책상에 앉아 노트북으로 ‘아파트 이상 현상’, ‘폴터가이스트’ 등을 검색하고 있다. 화면에는 온갖 미신적 이야기와 과학적 분석, 그리고 공포스러운 목격담들이 뒤섞인 결과들이 펼쳐진다.
* **액션:** 시훈이 화면을 응시하며 손톱을 잘근잘근 물어뜯는다. 그때, 갑자기 노트북 옆에 놓여있던 커피잔이 ‘쨍그랑!’ 하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스스로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 난다. 커피 물이 튀어 노트북 모서리를 적신다. 시훈은 너무 놀라 의자에서 나자빠진다. 그의 심장이 발작적으로 뛰어오른다.

**시훈**
(숨을 헐떡이며, 얼굴이 창백해진다)
으아악! 뭐야! 뭐야, 대체! 이건… 이건 꿈이 아니야…!

**[장면 7: 침실, 속삭임]**

* **배경:** 703호 침실, 밤. 시훈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침대에 웅크리고 있다. 방 안의 모든 불은 꺼져 있고, 어둠이 깊숙이 깔려 있다.
* **액션:** 어둠 속에서 알 수 없는 소리들이 시훈을 조여온다. 벽을 긁는 듯한 ‘드드득’ 소리, 서랍장이 저절로 ‘덜컹’ 하며 흔들리는 소리, 그리고… 아주 가깝게, 마치 귓가에 대고 말하는 듯한 희미한 속삭임.

**속삭임 (희미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바람 소리처럼 귓가를 스치는)**
…찾아… 찾아…

**시훈 (온몸을 떨며, 속으로)**
꿈일 거야. 꿈이라고 해 줘… 제발… 이건… 분명 악몽이야.

**[장면 8: 거실, 떠오르는 목각 인형]**

* **배경:** 703호 거실. 한밤중. 공포에 질린 시훈이 침대에서 뛰쳐나와 거실로 도망쳐 나왔다. 하지만 거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 **액션:** 책장의 책들이 마치 폭풍이 휩쓸고 간 것처럼 바닥에 흩뿌려져 있고, 벽에 걸려 있던 액자들은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거나 아예 떨어져 깨져 있다. 그리고 그 난장판 한가운데, 거실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작은 목각 인형 하나가 허공에 둥실 떠 있다. 인형은 마치 살아있는 눈이라도 있는 듯, 천천히 시훈을 향해 돌아서 응시하는 것 같다.
* **표정:** 시훈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져 있다. 그는 벽에 등을 기댄 채 주저앉아, 차마 눈을 뗄 수 없는 광경에 입만 벌리고 있다.

**시훈**
(떨리는 목소리로, 거의 울음이 섞여)
안 돼… 안 돼… 제발… 이게 뭐야…

**[장면 9: 인형의 접근과 푸른빛]**

* **배경:** 703호 거실. 목각 인형이 허공에 떠서 시훈을 향해 천천히, 그러나 집요하게 다가온다. 인형의 눈에서 희미한 푸른빛이 감돌기 시작하더니, 그 주위로 공기 중에 싸늘한 기운이 맴돌고, 섬뜩한 정적이 흐른다.
* **액션:** 시훈은 뒷걸음질 치다 벽에 부딪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그의 등 뒤에 놓여있던 벽걸이 시계가 ‘탕!’ 하는 폭발음과 함께 벽에서 떨어져 바닥에 부딪히며 산산조각 난다. 그 순간, 목각 인형에서 뿜어져 나오던 푸른빛이 더욱 강렬해지더니, 인형의 형체가 마치 뜨거운 열기에 녹아내리듯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공기가 팽팽하게 죄어오는 듯한 압력이 느껴진다.

**시훈**
(눈을 질끈 감으며, 목청껏 비명을 지른다)
으아아아아악!

**[장면 10: 난장판의 거실과 희미한 빛]**

* **배경:** 깨진 시계 파편들과 흩어진 책들, 그리고 산산조각 난 채 바닥에 널브러진 목각 인형의 잔해로 난장판이 된 거실 바닥. 시훈은 벽에 바싹 붙어 주저앉아 극도의 공포에 질려 숨만 겨우 쉬고 있다. 방금 전까지 푸른빛이 감돌았던 자리에는, 마치 무엇인가가 증발이라도 한 듯 싸늘한 냉기만이 남아있다.
* **액션:** 시훈의 심장이 격렬하게 두근거리고, 온몸에 소름이 돋아있다. 그의 손바닥에서 옅은 푸른빛이 희미하게 깜빡이는 것이 보인다. 시훈 자신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미세한,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빛.

**시훈 (독백)**
이건… 현실이 아니야… 아니라고… 제발…

**[마지막 패널: 벽의 기묘한 문양]**

* **배경:** 703호 거실의 전경. 난장판이 된 와중에, 시훈이 등 기대고 있던 벽 한구석에 검은 먹으로 그린 듯한 기묘한 문양 하나가 희미하게 드러나 있다. 마치 벽지가 뜯겨 나가며 드러난 본래의 무늬인 양, 그러나 현대 아파트에서는 있을 수 없는, 고대의 기호 같은 모양이다. 그 문양은 마치 살아있는 듯 미세하게 꿈틀거린다.
* **액션:** 그 문양에서 아주 미세하게, 연기 같은 것이 피어오르는 듯 보인다. 희미하지만 확실히 느껴지는, 알 수 없는 ‘기운’이 문양 주변을 감싸고 있다.

**내레이션 (아주 낮고 섬뜩하게, 시훈의 공포와 대비되는 무심한 어조로)**
칠백삼호의 밤은 이제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 속삭임은… 결코, 꿈이 아니었다. 이 모든 기현상은 단지 서곡에 불과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