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극천궁의 거대한 돔 천장을 뚫을 듯한 함성이 뇌관을 스쳤다. 수백만 관중의 열기가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 지경이었다. 그들의 시선은 오직 한 곳, 천하쟁패대전의 무대가 된 거대한 비무단 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황금빛 비단과 흑요석으로 장식된 그 비무단은 흡사 고대 신들의 제단 같았다. 이곳에서 천하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이 관중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비무단의 중앙, 붉은 검기를 휘감은 적룡검 비월이 마치 타오르는 불꽃처럼 서 있었다. 그의 붉은 머리칼은 마치 타오르는 숯처럼 열기를 내뿜었고, 날카로운 눈빛은 이미 수십 명의 강자를 베어낸 검날 같았다. 비월은 한 손에 든 대검 ‘염룡아(炎龍牙)’를 가볍게 쥔 채 느릿하게 심호흡을 했다. 그의 붉은 전신 갑옷은 무수한 상흔으로 얼룩져 있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그를 더욱 강인하게 보이게 했다.
그 맞은편에는 푸른 도기를 드리운 청풍도 묵강이 고요한 호수처럼 침묵했다. 그의 푸른색 도포는 미세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았고,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묵강의 검은 머리칼은 깔끔하게 뒤로 묶여 있었고, 그의 눈은 깊고 어두운 심연과 같았다. 오직 허리에 찬 푸른 도 ‘청명(淸明)’만이 은은한 기운을 내뿜으며 그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정반대의 기운, 붉은 열기와 푸른 냉기가 비무단 위에서 충돌하며 공간 자체가 일그러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관중석 높은 곳, 팔짱을 낀 채 경기를 지켜보던 뇌전창 혁운의 눈이 번뜩였다. 그의 옆에는 거대한 뇌전창 ‘광풍(狂風)’이 세워져 있었다. 혁운은 조금 전 막 자신의 준결승 경기를 끝내고 올라온 참이었다.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그의 심장은 두 사람의 격돌을 보며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결국 저 둘 중 하나가 내 다음 상대가 되겠군….’
혁운은 천하쟁패대전의 결승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저 괴물들을 넘어서야만 했다. 적룡검 비월은 불과 같은 기세로 모든 것을 불태우는 공격을 펼쳤고, 청풍도 묵강은 바람처럼 종잡을 수 없는 움직임과 얼음처럼 날카로운 일격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자였다. 두 사람 모두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무림의 신성들이었다.
이 대회의 우승자에게는 ‘천하의 지배자’라는 칭호와 함께 봉인된 고대 유물, ‘태극신경(太極神鏡)’을 봉인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 태극신경은 천하의 기운을 다스려 대륙을 풍요롭게 할 수도, 혹은 혼돈에 빠뜨릴 수도 있는 궁극의 힘이었다. 그렇기에 이 대회는 단순한 무술 대회가 아니었다. 천하의 운명을 건 피 튀기는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심판의 징이 울리자마자, 비월의 몸이 섬광처럼 튕겨 나갔다.
“적룡섬(赤龍閃)!”
그의 염룡아가 붉은 궤적을 그리며 허공을 갈랐고, 그 뒤를 따르는 붉은 검기는 마치 수십 마리의 화룡이 동시에 돌진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비월은 첫 일격부터 모든 것을 쏟아붓는 듯했다.
하지만 묵강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잔상(殘像)!”
붉은 용들이 비무단의 바닥을 파고들며 굉음을 냈을 때, 묵강은 이미 비월의 시야에서 사라진 뒤였다. 그의 푸른 도 ‘청명’은 비월의 검 끝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역으로 비월의 옆구리를 겨냥했다. 바람처럼 움직이는 그의 도기는 마치 비월의 움직임을 미리 읽은 듯 정확했다.
“젠장!”
비월은 본능적으로 몸을 틀어 도격을 막아냈다.
콰앙! 쇠와 쇠가 부딪히는 굉음이 비무단을 가득 채웠다. 충격파가 비무단 바닥을 뒤흔들고, 주변에 있던 돌기둥들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두 사람의 움직임은 육안으로는 따라가기 힘들 지경이었다. 붉은 불꽃과 푸른 바람이 뒤섞여 마치 살아있는 용과 봉황이 싸우는 듯했다.
혁운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저 속도…! 내 뇌전창으로도 저 모든 움직임을 완벽히 읽어내기는 힘들 것이다.’
그는 자신의 뇌전창 ‘광풍’의 손잡이를 가볍게 쥐었다. 자신의 전력이 저 두 사람에게 통할지, 알 수 없었다. 단지, 승리해야만 한다는 일념만이 그의 뇌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비무단 위에서는 격전이 계속됐다. 비월의 검은 마치 살아있는 불꽃처럼 맹렬했고, 묵강의 도는 바람처럼 자유로우면서도 얼음처럼 냉정했다. 비월이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비무단 바닥에서 붉은 검기가 치솟았고, 묵강이 한 번 움직일 때마다 그의 발자취에는 푸른 도기가 서리처럼 남았다.
“적룡벽해(赤龍劈海)!”
비월이 염룡아를 수직으로 내리찍자, 거대한 붉은 검기가 파도처럼 비무단을 갈랐다. 그 검기는 묵강이 서 있던 자리와 그 주변 수 미터를 일거에 날려버릴 기세였다.
그러나 묵강은 다시금 사라졌다. 그는 비월의 머리 위로 솟구쳐 올랐고, 공중에서 푸른 도를 휘둘렀다.
“천공난무(天空亂舞)!”
수십 개의 푸른 도기가 비월의 전신을 향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피할 수 없는 맹공이었다.
“크으…!”
비월은 온몸의 기운을 끌어모아 붉은 방패를 만들어냈다. 콰콰쾅! 도기와 검기가 부딪히며 비무단 위에 거대한 먼지 구름이 일었다. 관중들은 숨죽이며 결과를 지켜봤다. 먼지가 걷히자, 비월의 붉은 갑옷 곳곳에 깊은 금이 가 있었고, 입가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타오르는 불꽃 같았다.
“제법이군… 하지만 이것이 네 한계인가?” 비월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묵강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의 푸른 도는 한층 더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비월의 붉은 기운이 다시금 폭발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기운이었다. 비월의 몸에서 붉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며 주변 공간의 온도를 급격히 상승시켰다.
“이것이… 내 염룡아의 진정한 힘이다!”
비월이 비명을 지르듯 외치자, 그의 염룡아에서 수십 마리의 붉은 용이 튀어나와 묵강을 향해 돌진했다. 그것은 단순한 검기가 아니었다. 비월의 심장이 타오르며 만들어낸 생명력 그 자체였다.
“적룡참혼검(赤龍斬魂劍)!”
묵강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그 모든 용을 향해 푸른 도를 치켜들었다. 그의 온몸에서 푸른 기운이 폭발하며 주변 공간마저 얼어붙는 듯했다. 비월이 뿜어내는 열기와 묵강이 내뿜는 냉기가 뒤섞이며 비무단 위에서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붉은 용들이 차가운 푸른 서리에 뒤덮이는가 하면, 푸른 도기는 붉은 불꽃에 휘감겨 사라지는 듯했다.
“청풍멸진(淸風滅陣)!”
묵강이 내리치는 순간, 비무단 위 모든 것이 사라질 듯한 섬광이 터져 나왔다. 강렬한 빛이 눈을 멀게 했고, 모든 소리가 멎었다. 수백만 관중들의 시야는 순식간에 암흑으로 변했다. 이어진 것은, 마치 세계가 갈라지는 듯한 엄청난 충격음뿐이었다.
혁운은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귓가에서 멍한 이명이 울렸다. 그의 심장은 격렬하게 펌프질하고 있었다. 저 충돌의 결과는… 과연 누가 쓰러지고 누가 일어설 것인가? 그리고 살아남은 그 강자를 상대로, 혁운 자신은 과연 천하의 운명을 걸고 싸워 이길 수 있을 것인가?
빛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혁운은 굳게 다물었던 입술을 살짝 벌렸다. 그의 눈에 비무단 위 섬뜩한 광경이 들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