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미스터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심연의 입맞춤: 균열

차가운 새벽 공기가 폐 깊숙이 스며들었다. 지아는 뻣뻣하게 굳은 어깨를 애써 펴며 낡은 형사 재킷 깃을 바싹 여몄다. 어둠이 짙게 깔린 강변 창고 지구의 으스스한 정적은 그녀의 심장을 옥죄는 듯했다. 어딘가 익숙한, 하지만 그래서 더욱 섬뜩한 기시감이었다.

“윤 형사님, 이쪽입니다.”

최 경장의 목소리가 뚝 끊긴 듯 울렸다. 지아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봉쇄 테이프 안쪽으로 들어섰다. 붉은 점멸등이 어둠을 찢으며 창고 내부를 불규칙하게 비췄다. 바닥에는 검붉은 흔적이 끈적하게 들러붙어 있었고, 그 위에 덮인 천막 아래에서 싸늘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피해자는 서른 살 남성, 신원 확인 중입니다. 특이점은… 출혈 양이 비정상적으로 많습니다.”

최 경장의 말에 지아는 천막을 걷어 올렸다. 썩은 비린내가 역하게 코를 찔렀다. 피해자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고, 목덜미에는 깨끗하게 파인 두 개의 작은 구멍이 선명했다. 마치 날카로운 송곳니 자국처럼.

지아의 시선이 흔들렸다. 송곳니. 그리고 그 기묘한 출혈. 며칠 전 발견된 다른 피해자들의 흔적과 정확히 일치했다.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빨려 나간 혈액, 외상은 없으나 깊은 내출혈. 인간의 소행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마치 어떤 짐승의 짓처럼 보였지만… 지아는 알고 있었다. 짐승이 아니라는 것을.

“주변 폐쇄회로요?” 지아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모두 훼손되거나 지워졌습니다. 아주 깔끔하게요.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습니다.”

최 경장의 말은 지아의 불안감을 확신으로 바꿔놓았다. 인간의 기술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적어도 일반적인 인간의 기준으로는.

그녀의 뇌리에 번개처럼 스치는 얼굴이 있었다. 차가운 새벽 공기 속에서도 따스하고 나른했던 그의 눈동자. 창백한 피부 아래로 푸르게 빛나던 혈관. 세상의 모든 비밀을 담고 있는 듯했던 그의 침묵.

*하류.*

지아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와 얽히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녀의 세계는 뒤틀렸다. 정의와 진실을 쫓던 형사의 삶은, 인간 세상의 상식을 뒤엎는 금지된 존재들의 그림자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 그림자 속에는 그녀의 심장을 잠식한 남자, 하류가 있었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그들이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움직임은 언제나 하류와 연결되어 있었다.

하류가 운영하는 낡은 고미술품 가게는 언제나 어둠에 잠겨 있었다. 해가 지면 비로소 생기를 얻는 곳. 고색창연한 유물들 사이로 먼지 냄새와 오래된 나무 냄새가 섞여 독특한 향을 풍겼다. 낮에는 철시하고 밤에만 영업하는 기묘한 규칙 때문에 동네 사람들은 그를 괴짜 취급했지만, 지아는 알고 있었다. 그가 빛을 견디지 못하는 존재라는 것을.

가게 문을 열자, 익숙한 종소리가 울렸다. ‘딸랑.’
“손님은 안 받는다 했습니다.”

어둠 속에서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류였다. 램프 불빛만이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가게 안쪽, 늘 앉아 있던 앤티크 테이블에 그는 몸을 기댄 채 그림자처럼 앉아 있었다. 그의 손에는 얇고 낡은 고서가 들려 있었다.

“손님 아니야. 형사야.”

지아의 목소리에는 날이 서 있었다. 하류는 책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느리게 고개를 들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그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빛났다. 밤하늘을 닮은 듯한 짙은 색.

“무슨 일입니까.” 그는 질문했지만,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어조였다.
“또 강변이야. 이번엔 목덜미에 송곳니 자국까지 선명하더군.”

지아는 테이블 앞에 서서 그를 노려봤다. 그녀의 심장이 불안하게 쿵쾅거렸다. 그를 의심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종족은… 인간의 피를 탐하는 존재였다.

하류는 천천히 책을 덮었다. 오래된 가죽 장정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움직임은 언제나처럼 소리 없이 부드러웠다. 마치 공중을 미끄러지듯.

“나를 의심하는 겁니까, 윤지아 형사님?”
“의심하는 게 아니야. 설명해달라는 거지. 왜 또 이런 일이 생기는지. 그리고 왜… 왜 매번 당신이 떠오르는지.”

지아의 목소리는 끝내 떨렸다. 이 금지된 사랑은 그녀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세계를 알게 되었고, 그의 세계는 인간의 상식을 배반했다.

하류는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의 차가운 손이 지아의 뺨을 부드럽게 감쌌다. 온몸의 세포가 그의 손길에 반응하며 전율했다.
“나는 당신의 피를 탐하지 않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지만, 단호했다. 지아는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 눈 속에는 거짓이 없었다. 최소한 그녀에 대한 거짓은.

“그럼 누구 짓이야? 당신들 짓이잖아. 분명히 당신들 중 하나가… 규칙을 어기고 있어.”
“오랜 침묵은 언제나 균열을 만듭니다. 우리는 인간 세상과의 공존을 택했지만, 모든 이가 그 선택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류의 손이 지아의 목덜미로 향했다. 그녀는 숨을 들이켰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그녀의 목 울대를 가볍게 쓸었다. 바로 그 자리에, 피해자들의 송곳니 자국이 새겨졌던 그곳에.

“그들이 날뛰면… 당신들 모두 위험해져. 인간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끔찍한 상상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인간과 이종족 간의 오랜 공존의 규칙이 깨지는 순간, 전쟁이 발발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비밀을 알고 있는 지아는… 가장 먼저 표적이 될 터였다.

“나는 당신이 위험에 처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하류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의 진심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더 큰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자신을 위해 또 다른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떤 단서라도 있어? 그들이 뭘 원하는 거지? 왜 이런 짓을 벌이는 거야?”
“…오래전부터 인간 세상의 피에 매료된 이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권력자들의 피는… 달콤했으니까.”

하류의 말에 지아의 심장이 차갑게 식었다. 권력자?
피해자들의 신원을 떠올렸다. 첫 번째 피해자는 젊은 벤처 사업가, 두 번째는 고위 공무원의 아들. 그리고 이번 강변 창고의 피해자 역시 유명 정치인의 비서였다.

“그들이 다시 움직이는 건가? 잊혀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 더 악랄해졌습니다. 과거에는 들키지 않으려 조심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흔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하류의 미간에 희미한 주름이 잡혔다. 그의 굳은 표정은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했다.

그때였다. 가게 문이 갑자기 ‘덜컹’ 소리를 내며 열렸다. 날카로운 바람이 불어닥치며 앤티크 장식품들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지아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문턱에 선 것은 키가 크고 마른 남자였다. 검은색 코트와 챙 넓은 모자로 얼굴을 반쯤 가린 모습. 어둠 속에서도 번쩍이는 그의 눈동자는 하류와 같은 종족임을 알 수 있게 했다. 하지만 하류에게서 느껴지는 깊고 나른한 기운과는 달리, 그에게서는 날카롭고 공격적인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그의 시선이 지아에게 꽂혔다. 마치 이물질을 발견한 듯 차갑고 노골적인 적의가 담겨 있었다.
“하류. 인간의 냄새가 진동하는군.”

남자의 목소리는 뼈마디를 긁는 듯 거칠었다.
“당신은 왜 이곳에 왔지, 헤일?” 하류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잊혀진 계율을 깨고 인간과 어울리는 자가 있다는 소식에 왔지. 예상대로였군.”

헤일은 지아를 비웃는 듯한 시선으로 훑어봤다.
“인간은 그저 먹잇감일 뿐. 이런 하찮은 존재에게 마음을 빼앗기다니. 종족의 수치다.”
“닥쳐라, 헤일.”

하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의 눈동자에 붉은 기운이 스쳤다. 지아는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꼈다. 헤일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의 손이 칼날처럼 날카로운 손톱으로 변하는 것을 지아는 똑똑히 봤다.

“네가 감히 우리의 비밀을 알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헤일의 손톱이 지아의 목덜미를 향해 뻗어오는 순간, 하류가 순식간에 그의 앞에 나타났다. 마치 순간 이동이라도 한 듯. 그는 헤일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이 손으로 감히 그녀를 건드리지 마.”

하류의 목소리는 섬뜩할 정도로 차가웠다. 그의 눈빛은 맹수처럼 번득였다. 지아는 처음 보는 하류의 모습에 숨을 들이켰다. 그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야성이 깨어난 것 같았다.

“이것이… 당신이 규칙을 어기고 얻은 대가인가? 겨우 이따위 인간 계집 하나를 지키기 위해 동족에게 칼을 겨누는가?”
헤일은 비릿하게 웃으며 하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하류의 악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뼈가 부러질 것 같은 통증에 헤일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건 경고다, 헤일. 다시는 그녀에게 손대지 마라. 그리고… 당신들이 벌이는 일도 당장 멈춰. 그렇지 않으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하류의 마지막 말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었다. 그것은 이종족 전체에 대한 선전포고와 다름없었다. 지아는 그의 말에 담긴 무게를 느꼈다. 그가 자신을 위해, 자신의 종족과 등지려고 하고 있었다.

헤일은 하류의 살기 등등한 눈을 보며 이를 갈았다. 그리고 이내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어리석은 하류. 인간의 피는…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법. 특히 이 도시의 피는… 정말 달콤하지. 우리의 왕은 이미 깨어났고, 그분은 더 이상 숨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네놈의 계집 역시, 곧 그분께 바쳐지게 될 것이다.”

헤일의 말과 함께, 하류의 눈빛이 흔들렸다. 왕? 깨어났다니?
지아는 헤일의 마지막 말에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분께 바쳐지게 될 것이다.’

무슨 의미일까. 그리고 그 ‘왕’이라는 존재는 대체…

헤일은 하류의 손에서 자신의 손목을 강하게 비틀어 빼냈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비릿한 미소가 감돌았다.
“머지않아 알게 될 것이다, 하류. 인간과의 공존은 애초에 불가능했음을.”

헤일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후에도 가게 안에는 차가운 공기와 지독한 적의가 가득했다. 지아는 하류를 돌아봤다. 그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고, 눈동자는 혼란과 분노로 일렁였다.

“왕이 깨어났다는 게 무슨 뜻이야? 그리고 나를… 그분께 바친다니?”
지아의 질문에 하류는 대답 없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지만, 그녀의 손을 꽉 쥐는 힘은 엄청났다.

“우리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아. 너도, 나도.”

하류의 눈빛은 깊은 절망과 함께 알 수 없는 결의로 빛나고 있었다.
밤은 더욱 깊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깊이만큼이나, 지아와 하류를 둘러싼 균열은 거침없이 벌어지고 있었다. 인간 세상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메울 수 없는, 금지된 사랑의 심연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